이명애 작가님의 <플라스틱 섬>이 새롭게 출간했어요.
- 저자
- 이명애
- 출판
- 사계절
- 출판일
- 2025.03.04
플라스틱, 자원순환과 관련한 대표적인 환경 그림책으로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책이 있습니다. 저 또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할 때, 플라스틱을 소재로 새활용 활동을 할 때 자주 읽어주던 책입니다. 바로 이명애 작가님의 <플라스틱 섬>인데요.
2025년 3월, 사계절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하면서 사계절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그림책 소모임인 '그림핑'을 통해 새로워진 <플라스틱 섬>을 만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3월 17일부터 27일까지 9개의 미션을 진행하며 책에 대한 이해를 도왔고, 4월 3일에는 줌을 통해 이명애 작가님과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림핑 아홉 개의 미션> |
첫 번째 미션_자기소개, 나만의 쓰레기 줄이기 실천법 & 다짐 |
두 번째 미션_<플라스틱 섬>의 첫인상 |
세 번째 미션_마음에 핑! 인상적인 장면 또는 문장 고르기! |
네 번째 미션_내가 나한테 낭독해 주는 그림책! |
다섯 번째 미션_ <플라스틱 섬> 이 책 좋아? 친구가 묻는다면 어떻게 소개할까? |
여섯 번째 미션_오늘 하루 쓰레기 모아 보고 크기 가늠해 보기 (작가님이 내주신 미션) |
일곱 번째 미션_보유한 그림책 한 권을 골라, 외관을 살피고 의견 감상 달기 |
여덟 번째 미션_(스핀오프) 플라스틱 섬에 갇힌 동물들의 이야기 만들기 |
아홉 번째 미션_작가님에게 질문 남기기 |
이런 그림책 소모임은 처음 참여했기에,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작가님과의 줌 토크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더 고조됐고, 내용을 위주로 보던 시각이 외관, 관계, 생활 등으로 확장되어 가는 경험도 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작가님과의 만남은 그간의 미션들로 쌓인 유대감으로 어느 북토크보다 진지하고 깊은 대화의 시간이었어요.
<플라스틱 섬>에 대한 이야기는 이 그림핑 미션들과 작가님과의 북토크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그림책으로 환경 이야기를 하는 많은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번 개정판은 출판사가 바뀌었습니다. 내용의 줄기와 작화는 변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디테일들이 바뀐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표지의 경우 이 전 개정판이 고통받고 있는 바다생물들의 모습으로 되어 있었다면, 새 개정판은 주인공 새인 퍼핀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퍼핀 모습을 작가님이 사실적으로 잘 묘사하셨거든요. 퍼핀이 이렇게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본래의 처진 눈 모양이 플라스틱 섬 위에 있는 자신의 처지를 슬프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표지가 달라졌듯이 새 개정판은 퍼핀을 중심으로 이야기와 그림이 진행됩니다.
표지의 종이 질도 달라졌어요. 구 개정판은 베이지색이나 코팅된 맨들맨들한 느낌인데, 이번 새 개정판은 박스 같은 거친 느낌이 듭니다. 작가님 말씀이 초판에서는 마분지를 표지로 사용했다고 해요. 화선지의 느낌도 나며 자연스러운 컬러감을 살리고 거친 느낌을 주는 마분지를 사용했는데, 이 종이가 대량생산에는 맞지 않아 오래 사용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이번 개정판은 포장재의 뒷면을 사용해 인쇄에 적합하지 않았던 예전 마분지의 단점은 보완하고, 은은한 색상과 적당히 거친 느낌의 원래의 의도를 살릴 수 있었다고 해요,
변화를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은 면지입니다. 위 쪽이 새 개정판, 아래가 구 개정판이에요. 차이가 느껴지시죠? 바로 물색입니다. 작가님 말씀으로는 원화에는 물색이 없었다고 해요, 구 개정판에서 후 작업으로 물색을 넣었는데, 이번 개정판은 본래대로 돌아온 거죠. 물색이 입혀진 바다가 좀 더 잔잔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줍니다. 물색이 없는 바다는 텅 빈, 무슨 일인가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을 주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하늘도 파란데 굳이 물의 색을 넣어 하늘과 바다를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물은 파랗다라는 고정관념이 반영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러한 변화가 잘 나타나는 장면이 아래와 같은데요, 왼쪽 새 개정판은 물색이 입혀진 구 개정판보다 물 속의 모습이 보다 잘 보이고, 특히 컬러풀한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와 그물들이 눈에 잘 띕니다. 그리고 이 장면에 주인공 퍼핀의 모습도 보이지요.
구 개정판보다 이번 개정판이 색이 보다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구 개정판의 주 선 색은 회색이고 톤 다운한 컬러가 주였는데, 새 개정판은 먹의 검정을 강조하고 빨강과 노랑 파랑도 보다 쨍쨍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컬러로 표현된 바다 속과 위의 플라스틱들이 눈에 더 잘 띄고 박혀요.
아래는 사람들이 물 속으로 들어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치우는 장면인데, 물 색이 덮힌 구 개정판보다 바다속의 암울한 사정이 더 적나라하게 보입니다.
이 책의 클라이막스를 알리는 퍼핀의 등장 장면. 작지만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구 개정판의 캔을 머리에 올린 퍼핀이 새 개정판에서는 표지에 사용된 걸 눈치 채셨나요? 새 개정판에서의 퍼핀은 캔이 없어요. 그래서 시선이 제일 먼저 머무는 곳은 목에 걸리고 입에 물고 있는 플라스틱 그물입니다. 퍼핀의 슬퍼보이는 처진 눈과 함께요. 이러한 변화는 퍼핀이 처한 상황을 더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뒷 표지. 왼쪽 구 개정판이 새 떼들이 플라스틱 섬 위에서 활동하는 모습이라면, 새 개정판은 퍼핀이 서 있는 플라스틱 섬의 연장선에서 여백을 두고 있습니다. 구 개정판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고통받는 동물들을 보여주면서 이슈의 심각을 표지에서 적극적으로 알려준다면, 새 개정판은 퍼핀을 중심으로하는 이야기에 중점을 두는 느낌이에요. 한 편 왜 이 새가 이 곳에 올라 있는 지 결과를 보여주고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이 섬은 무엇인지 궁금증을 유발한다는 의도도 느껴집니다.
구 개정판이든 새 개정판이든 이 책은 먹선을 통해 절제되고 사실적인 묘사를 함에도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참 좋은 환경 그림책이라 생각합니다. 두 책 중 어느 게 좋다는 것이 아닌, 두 책이 어떻게 다른 지 소개하고 이 책으로 환경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의 이야기꺼리가 더 풍성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리뷰를 적었습니다.
새 개정판을 만나며 저 또한 이 책을 다시 진지하게 읽었고, 꼼꼼하게 그림을 다시 보았습니다. 작가님이 처음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는 플라스틱섬이 새로운 이슈로 주목받은 때였어요. 매스컴을 통해 만난 플라스틱섬을 충격 자체였죠. 그로부터 십여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태평양에는 플라스틱섬이 존재하고 매년 커지고 있으며, 반대로 우리는 그 현상에 무뎌지고 있죠. 당시의 이 책은 플라스틱섬이 존재한다는 충격적인 사실만을 알리는 것으로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더 초점을 맞춰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아요. 여전히 고통받는 바다동물들이 저기에 있고, 우리는 계속 노력하는 데 나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무엇을 해야할까요?
2025년에 읽는 <플라스틱섬>은 좀 더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