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More Plastic : Diary/환경도서 Review

이명애 작가님의 <플라스틱 섬>이 새롭게 출간했어요.

노:모어 2025. 4. 14. 09:00
 
플라스틱 섬
2014년에 첫 출간되어 BIB(브라티슬라바 그림책 비엔날레) 황금패상을 수상한 이명애 작가의 『플라스틱 섬』이 사계절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이명애 작가가 그림책 작가로서 첫 발을 뗀 첫 그림책이자, 프랑스ㆍ일본ㆍ중국ㆍ대만ㆍ러시아 등 세계 여러 나라에 소개된 수작입니다. 작가는 이번 재출간을 준비하면서, 더하는 것이 아닌, 덜어내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오리지널 원화 외에 덧대어진 표현들은 모두 거두어들였습니다. 십여 년이 지나는 동안
저자
이명애
출판
사계절
출판일
2025.03.04

플라스틱, 자원순환과 관련한 대표적인 환경 그림책으로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책이 있습니다. 저 또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할 때, 플라스틱을 소재로 새활용 활동을 할 때 자주 읽어주던 책입니다. 바로 이명애 작가님의 <플라스틱 섬>인데요.

2025년 3월, 사계절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하면서 사계절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그림책 소모임인 '그림핑'을 통해 새로워진 <플라스틱 섬>을 만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3월 17일부터 27일까지 9개의 미션을 진행하며 책에 대한 이해를 도왔고, 4월 3일에는 줌을 통해 이명애 작가님과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림핑 아홉 개의 미션>
첫 번째 미션_자기소개, 나만의 쓰레기 줄이기 실천법 & 다짐
두 번째 미션_<플라스틱 섬>의 첫인상
세 번째 미션_마음에 핑! 인상적인 장면 또는 문장 고르기!
네 번째 미션_내가 나한테 낭독해 주는 그림책! 
다섯 번째 미션_ <플라스틱 섬> 이 책 좋아? 친구가 묻는다면 어떻게 소개할까?
여섯 번째 미션_오늘 하루 쓰레기 모아 보고 크기 가늠해 보기 (작가님이 내주신 미션)
일곱 번째 미션_보유한 그림책 한 권을 골라, 외관을 살피고 의견 감상 달기
여덟 번째 미션_(스핀오프) 플라스틱 섬에 갇힌 동물들의 이야기 만들기
아홉 번째 미션_작가님에게 질문 남기기

이런 그림책 소모임은 처음 참여했기에,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작가님과의 줌 토크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더 고조됐고, 내용을 위주로 보던 시각이 외관, 관계, 생활 등으로 확장되어 가는 경험도 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작가님과의 만남은 그간의 미션들로 쌓인 유대감으로 어느 북토크보다 진지하고 깊은 대화의 시간이었어요. 

<플라스틱 섬>에 대한 이야기는 이 그림핑 미션들과 작가님과의 북토크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그림책으로 환경 이야기를 하는 많은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번 개정판은 출판사가 바뀌었습니다. 내용의 줄기와 작화는 변하지 않았지만 다양한 디테일들이 바뀐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표지의 경우 이 전 개정판이 고통받고 있는 바다생물들의 모습으로 되어 있었다면, 새 개정판은 주인공 새인 퍼핀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퍼핀 모습을 작가님이 사실적으로 잘 묘사하셨거든요. 퍼핀이 이렇게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본래의 처진 눈 모양이 플라스틱 섬 위에 있는 자신의 처지를 슬프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표지가 달라졌듯이 새 개정판은 퍼핀을 중심으로 이야기와 그림이 진행됩니다.

표지의 종이 질도 달라졌어요. 구 개정판은 베이지색이나 코팅된 맨들맨들한 느낌인데, 이번 새 개정판은 박스 같은 거친 느낌이 듭니다. 작가님 말씀이 초판에서는 마분지를 표지로 사용했다고 해요. 화선지의 느낌도 나며 자연스러운 컬러감을 살리고 거친 느낌을 주는 마분지를 사용했는데, 이 종이가 대량생산에는 맞지 않아 오래 사용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이번 개정판은 포장재의 뒷면을 사용해 인쇄에 적합하지 않았던 예전 마분지의 단점은 보완하고, 은은한 색상과 적당히 거친 느낌의 원래의 의도를 살릴 수 있었다고 해요,

변화를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은 면지입니다. 위 쪽이 새 개정판, 아래가 구 개정판이에요. 차이가 느껴지시죠? 바로 물색입니다. 작가님 말씀으로는 원화에는 물색이 없었다고 해요, 구 개정판에서 후 작업으로 물색을 넣었는데, 이번 개정판은 본래대로 돌아온 거죠. 물색이 입혀진 바다가 좀 더 잔잔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줍니다. 물색이 없는 바다는 텅 빈, 무슨 일인가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을 주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하늘도 파란데 굳이 물의 색을 넣어 하늘과 바다를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물은 파랗다라는 고정관념이 반영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러한 변화가 잘 나타나는 장면이 아래와 같은데요, 왼쪽 새 개정판은 물색이 입혀진 구 개정판보다 물 속의 모습이 보다 잘 보이고, 특히 컬러풀한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와 그물들이 눈에 잘 띕니다. 그리고 이 장면에 주인공 퍼핀의 모습도 보이지요.

구 개정판보다 이번 개정판이 색이 보다 두드러지는 것 같아요. 구 개정판의 주 선 색은 회색이고 톤 다운한 컬러가 주였는데, 새 개정판은 먹의 검정을 강조하고 빨강과 노랑 파랑도 보다 쨍쨍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컬러로 표현된 바다 속과 위의 플라스틱들이 눈에 더 잘 띄고 박혀요.

아래는 사람들이 물 속으로 들어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치우는 장면인데, 물 색이 덮힌 구 개정판보다 바다속의 암울한 사정이 더 적나라하게 보입니다.

이 책의 클라이막스를 알리는 퍼핀의 등장 장면. 작지만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구 개정판의 캔을 머리에 올린 퍼핀이 새 개정판에서는 표지에 사용된 걸 눈치 채셨나요? 새 개정판에서의 퍼핀은 캔이 없어요. 그래서 시선이 제일 먼저 머무는 곳은 목에 걸리고 입에 물고 있는 플라스틱 그물입니다. 퍼핀의 슬퍼보이는 처진 눈과 함께요. 이러한 변화는 퍼핀이 처한 상황을 더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뒷 표지. 왼쪽 구 개정판이 새 떼들이 플라스틱 섬 위에서 활동하는 모습이라면, 새 개정판은 퍼핀이 서 있는 플라스틱 섬의 연장선에서 여백을 두고 있습니다. 구 개정판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고통받는 동물들을 보여주면서 이슈의 심각을 표지에서 적극적으로 알려준다면, 새 개정판은 퍼핀을 중심으로하는 이야기에 중점을 두는 느낌이에요. 한 편 왜 이 새가 이 곳에 올라 있는 지 결과를 보여주고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이 섬은 무엇인지 궁금증을 유발한다는 의도도 느껴집니다. 

구 개정판이든 새 개정판이든 이 책은 먹선을 통해 절제되고 사실적인 묘사를 함에도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참 좋은 환경 그림책이라 생각합니다. 두 책 중 어느 게 좋다는 것이 아닌, 두 책이 어떻게 다른 지 소개하고 이 책으로 환경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의 이야기꺼리가 더 풍성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리뷰를 적었습니다.

새 개정판을 만나며 저 또한 이 책을 다시 진지하게 읽었고, 꼼꼼하게 그림을 다시 보았습니다. 작가님이 처음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는 플라스틱섬이 새로운 이슈로 주목받은 때였어요. 매스컴을 통해 만난 플라스틱섬을 충격 자체였죠. 그로부터 십여년이 흘렀는데 아직도 태평양에는 플라스틱섬이 존재하고 매년 커지고 있으며, 반대로 우리는 그 현상에 무뎌지고 있죠. 당시의 이 책은 플라스틱섬이 존재한다는 충격적인 사실만을 알리는 것으로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더 초점을 맞춰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아요. 여전히 고통받는 바다동물들이 저기에 있고, 우리는 계속 노력하는 데 나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무엇을 해야할까요?

2025년에 읽는 <플라스틱섬>은 좀 더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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