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을정도로 작은 미세플라스틱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겁니다. 보통 5mm보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미세플라스틱이라고 부르는데, 빙하에서도, 해안에서도, 바다에서도, 심지어 우리가 마시는 물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들으셨을 겁니다. 한 추산에 따르면 북극얼음이 향후 10년 동안 녹으면 1조 개가 넘는 플라스틱 조각이 물속으로 방출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와이주 빅아일랜드섬의 일부 해변의 경우 모래의 15%가 사실상 미세플라스틱 알로 이뤄졌다는 조사도 있구요. 우리가 마시는 생수나 수돗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됐다는 보도도 수시로 나오고 있죠. 아직까지는 이 미세플라스틱을 먹는다고 인체에 어떠한 해가 있는 지는 뚜렷하게 밝혀진 바 없습니다. 다행히도 미세플라스틱 대부분이 물고기의 내장에만 남고 우리가 먹는 근육 조직으로 이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이유는 플라스틱은 어디에나 있는 데다 결국에는 1m의 1000억 분의 1 크기밖에 되지 않아 눈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나노플라스틱으로 분해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나노 단위의 플라스틱은 조직과 장기로도 침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죠.[각주:1]

바다로 흘러들어간 일회용 빨대, 생수병 등의 플라스틱들은 햇빛과 파도, 박테리아에 의해 파편화되면서 미세플라스틱화됩니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일부러 작은 조각으로 만든 플라스틱 입자들은 여과 과정도 거치지 않고 바다로 방출되구요. 치약, 화장품에 들어간 스크럽 입자들이 그런 것이죠.  

또 하나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 주범은 바로 우리가 입는 옷입니다. 세탁을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무리 미세먼지가 심하다 하더라도 매번 세탁기 여과망에 걸러지는 세탁 먼지들이 참 많습니다. 그 중 상당량은 섬유 자체에서 나옵니다. 세탁을 하면서 발생한 미세섬유들이 먼지화된 것이죠.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 유행하면서 폴리에스테르(Polyester) 섬유로 만들어진 옷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폴리에스테르는 생산되는 모든 섬유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폴리에스테르 섬유는 제조하는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훨씬 많이 쓰기 때문에, 면 섬유와 비교할 때 거의 세 배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시킵니다. 플라스틱 섬유이기 때문에 썩지 않고, 세탁 과정에서 작은 미세섬유로 잘게 쪼개져 하수처리에 다 걸러지지 못한 채 바다로 도달하게 되죠. 바다로 간 미세섬유는 살충제, 화학물질 등 주변의 다른 오염물질을 빨아들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미세플라스틱은 바다생물들의 배속으로 들어가고 결국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이죠. 미세플라스틱의 피해를 물리적인 이유 뿐만이 아니라 화학적인 이유에서도 찾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출처 : The Story of Stuff Project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대나무 섬유, 옥수수 섬유 등 천연섬유처럼 들리는 이러한 섬유들은 대부분 레이온(Rayon)이란 재생섬유입니다. 레이온은 소재가 천연일지라도 그걸 조합해 섬유로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공해를 발생시킵니다. 본래 섬유로 적당하지 않은 소재인데 섬유화하면서 화학처리를 많이 하기 때문이죠. 몇년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인견소재도 대표적인 레이온 섬유인데요. 고가인 실크의 촉감을 구현하기 위해 개발된 재생섬유로 목재, 펄프의 섬유소를 재생시켜 만든 섬유죠. 레이온으로 인한 공해 사례는 '원진레이온 사태'가 대표적입니다. 1991년에 사회문제화 된 이 이슈는 설립 초기부터 마지막까지 기기에서 발생한 불순물인 이황화탄소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직원 대부분이 황화수소 가스에 중독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직업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8명, 장애판정 직원이 637명이나 발생했는데, 실제 사망자와 재해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 알려지고 있죠. 이 사건 이후 국내에서는 레이온 공장이 대부분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지금의 인견 원사는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중국에서도 원진레이온 사태에 버금가는 사고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하네요. 레이온 소재도 세탁 과정에서 작은 미세섬유가 떨어져 나갑니다. 이 또한 공정 과정에서 투입된 화학물질을 가지고 바다로 간다고 합니다.[각주:2]

그래서 섬유의 미세플라스틱과 공해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천연소재의 옷을 적게 사서 오래 입기를 권장합니다. 상대적으로 천연소재는 플라스틱 소재나 레이온보다 고가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에서 성실하게 지어진 옷은 우리 몸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죠. 호주의 기후변화 위기에 대처하는 여성 모임인 1million women은 6가지 섬유를 추천합니다.

1. 유기농 면(Olganic Cotton) : 유기농면은 대량생산되는 면과 달리 표백제와 같은 화학약품을 적게 사용하고 공정과정이 짧기 때문에 물도 적게 사용합니다. 

2. 린넨(Linen) : 아마에서 추출한 섬유로 이 식물은 버려지는 것이 거의 없는데, 아마씨 오일 등을 부가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3. 텐슬(Tencel) : 유칼리투스 나무로 만드는데, 이 섬유도 생산 과정에서 버려지는 쓰레기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합니다.

4. 실크(Silk) : 자연의 색으로 염색된 실크는 몸에도, 환경에도 좋습니다. 대량 생산에 의한 나방 대량 살생 등 동물학대가 우려된다면 "아힘사 실크(ahimsa silk)"를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5. 마(Hemp) : 자라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물과 땅을 소비한다고 합니다.

6. 울(Wool) : 자연섬유 가운데 향균성이 좋고 보온성이 뛰어난 섬유지요.

출처 : 1millions women(www.1millionwomen.com.au)

옷이 미세플라스틱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그 후에 구매하는 옷은 소재를 꼼꼼하게 따지게 됐어요. 예전부터 울 소재는 가장 선호하는 소재였는데, 제가 과거에 구매한 울 소재 옷들을 살펴보니 많은 경우 레이온이나 폴리에스테르 혼방이었어요. 당장 이 모든 옷을 버리는 것은 올바른 해법은 아닙니다. 사용하지 않는 옷은 쓰레기일 뿐이니까요. 앞으로는 더 깐깐하게 옷을 구매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천연소재로 적게 사서 오래 입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다행히 올해 여름엔 린넨 소재가 유행입니다. 환경도 함께 생각하면서 올 여름엔 린넨 소재로 시원한 여름 보내세요~ :)


참고글


  1. 참고 : 내셔널지오그래픽 6월호 [본문으로]
  2. 참고 : 나무위키 '원진레이온 사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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