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0일에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4차 열린소통포럼이 있었어요. 이 날의 주제는 <재활용품, 자원이 될 것인가, 쓰레기가 될 것인가>였는데요, 제가 직접 참석한 것은 아니었지만 유투브로 생중계되었고 그 날 발표를 맡은 세 분의 영상은 추후에 편집되어 올라왔어요. 이병화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과장님은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재활용 폐기물 종합대책'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구요.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님은 자원순환 실현을 위한 방안을 전문가 입장에서 설명했어요. 세번째는 배민지 매거진 '쓸' 편집장님이 일상 실천을 돕기위한 민간 차원의 노력에 대해 발표했어요.

세 분들 모두 유익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홍수열 소장님 발표였어요. 다양한 외국 사례들을 많이 소개해주셨는데, 익히 알고 있던 내용도 있었지만 획기적이고 신기한 내용들이 많았어요. 택배 포장을 줄이기 위한 외국 업체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은 멋지기까지 했구요. 소장님의 발표의 요점은 이겁니다. "생산과 유통 단계에서 혁신이 일어나야한다. 소비자와의 실천이 결부되면서 플라스틱 사용이 줄어든다. 소비자의 실천만 강요하면 안된다". 소비자가 "플라스틱 싫어"라고 말할 때 마음가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사회적 인프라이며, 그 구조는 생산과 유통에서의 혁신에서 일어난다는 의미였어요.

작금의 플라스틱 세상에서 우리 주변에 나타나야할 진정한 영웅은 기업과 유통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존이 노력하듯이, 러쉬가 노력하듯이. 대기업 가운데 No Plastic의 깃발을 들고 획기적인 대처를 하는 국내 기업이 나타난다면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이슈의 중요성을 알고 함께 동참할텐데 말이에요. 그리고 그 기업이 진짜 있다면 개인적으로 애용운동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한 발표 당 20분 정도에요, 주요 발표 부분을 캡쳐해서 올릴까도 생각했는데 발표가 지루하지 않고 발표자분들 호흡도 자연스럽고 집중하기에도 좋아서 URL을 공유드려요. 관심 있는 분들은 시간 내서 한 번 보세요.



지난 5월 10일, 환경부는 <재활용 폐기물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일회용컵 사용 감소를 위해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 등과 자발적 협약을 강화해 텀블러 사용시 10% 수준의 가격할인을 적용하겠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4일 체결된 환경부와 커피전문점(16개사), 패스트푸드점(5개사)의 협약식의 내용은 기대 수준에 못미친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스타벅스, 커피빈 등 주요 메이저 커피 브랜드들은 기존 할인율과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죠. 이에 대해 환경부는 협약서에 ‘10% 수준의 할인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있어 이를 인용한 것일 뿐 과장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합니다.

판매가의 10%를 할인해준다는 말이 매력적이게 들리기도 했지만, 사실 이 메시지는 오해 소지가 많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도 가장 저렴한 아메리카노 음료를 마실 때와 고가의 제조음료를 마실 때의 일회용컵 용기가 다를 바 없는데, "판매가의 10% 할인"이라는 메시지만 보자면 고가의 음료를 마실 경우 더 큰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죠. 또한 기존 메이저들의 할인율도 최저 음료 가격의 7~8%에 가까운 할인율이고, 이 또한 작은 비율은 아니기에 할인율 동결이 과연 비난받을 내용인가 애매하기도 해요. 


시사위크 2018.5.25. 기사 헤드라인 (헤드라인 클릭하면 해당 기사로 이동)


이 날 협약식의 내용에는 비단 음료 할인의 내용만 있던 것이 아닙니다. 우선 과거 2013년보다 4개 업체가 할인정책을 적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협약으로 플라스틱컵 재질의 단일화를 추진해가기로 하고 전문 재활용업체를 통한 회수와 재활용을 이행하도록 규정했으며, 길거리 전용 수거함 등을 설치해 사용된 일회용컵 회수를 촉진하기로 하였습니다. 과거 3차례의 협약의 경우 다회용컵 사용 확산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협약은 컵의 재질, 선별, 재활용까지 종합적으로 접근한 협약이라는 데서 진일보한 것은 맞다고 보입니다.  


스타데일리뉴스 2013.5.3. 기사 헤드라인 (헤드라인 클릭하면 해당 기사로 이동)


업체들의 인상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9개 업체가 기존과 동일하게 300원을 유지한다고 밝힌 가운데 가장 할인율이 높은 엔젤리너스커피와 크리스피크림 도넛의 400원 할인 결정이 눈에 띄네요. 또한 이디야 커피나 빽다방과 같이 중저가 브랜드의 업무 협약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첫 술에 배부르기란 힘들죠. 몇 매체들의 비판처럼 할인율이 적다는 것에 맥이 풀릴 소비자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단순한 다회용컵 사용 촉진만이 아닌 제조부터 선별, 활용까지의 순환적 단계 전반에서의 노력이 보다 효과가 크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렇게 협약하지 않고서도 일회용컵 남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다회용컵 사용과 다회용컵 할인 정책을 자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소규모 카페들도 꽤 많아요. 제가 텀블러를 들고 방문한 두곳 중 한 곳은 100원이라도 텀블러 할인을 해주었구요, 그런 정책이 없더라도 컵 사이즈에 맞춰 음료를 넉넉히 담아주는 서비스를 받은 바 있어요.

환경을 사랑하는 마음이 몇 백원의 할인보다 더욱 크겠지만, 이 참에 텀블러 사용도 함께 하고 할인 금액도 쏠쏠하게 챙기는 건 어떨까요?  



지난 폐비닐 수거중단 문제 발생 이후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던 환경부의 초기 결과물이 오늘 발표되었습니다. 이번 대책은 추진목표를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 50% 감축, 70% 재활용으로 잡고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각 순환단계별 종합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제조·생산 단계'와 '유통·소비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가시적이어서 조만간의 단기 성과도 기대됩니다. 각 단계별 주요 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제조·생산 단계

- 2020년까지 모든 생수·음료수용 유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전환하는 등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은 생산 단계부터 단계적으로 퇴출

  음료·생수 중 유색 페트병 비율 : 36.5%(‘16) → 15.5%(’19) → 0%(‘20)

- 모든 재활용 의무대상 포장재에 대해 평가를 의무화하고,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는 사용을 제한하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

- 특이한 색상이나 다른 재질이 혼합된 플라스틱, 유리병(백색·녹색·갈색병 외 파란색 유리병, 특수가공 유리 등) 등을 사용하는 생산자에게 재활용 비용을 차등 부과하고, 전체 포장재의 등급평가 기준도 재활용 현장의견 수렴을 거쳐 재정비할 방침

- 생수·음료수 등은 무색 페트병만 사용토록 하고, 환경에 유해하면서 재활용도 어려운 재질(PVC 등)은 사용을 금지할 예정. 맥주 등 품질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제한적으로 유색(갈색) 페트병을 사용하되, 분담금 차등화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다른 재질로 전환

- 재활용 의무가 없던 비닐·플라스틱 제품 등을 의무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편입하여, 재활용의무대상 품목을 현재 43종에서 2022년까지 63종으로 확대

  비닐류 5종(비닐장갑, 세탁소 비닐, 에어캡 등, 전체 비닐 중 EPR 품목의 비율을 현재 94%에서 99%까지 확대), 플라스틱 제품 15종(바닥재 등)

- 재활용 수익성이 낮은 비닐류는 우선 재활용 의무율을 현행 66.6%에서 `22년까지 90%로 상향 조정하고, 출고량 전체에 대해 재활용 비용을 부과하여 재활용 업계 지원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2. 유통·소비 단계 

- 대형마트와의 지난 4월 26일 체결한 자발적 협약에 따라 행사상품의 이중포장 등을 없애고, 제품 입점 전 ‘포장검사 성적서’를 확인토록 하여 과대포장 제품의 입점 자체를 방지하도록 할 계획 / 현행 사후점검 방식에서 제품의 출시 이전부터 과대포장 검사를 의무화하도록 법령 개정 추진

- 최근 온라인 쇼핑 등의 증가를 고려하여 택배 등 운송포장재의 과대포장 방지 가이드라인을 올해 10월까지 마련하고, 현장적용성을 평가하여 내년에는 법적 제한기준을 설정할 방침

- 스티로폼 등 사용이 많은 전자제품에 대해서도 올해 9월까지 과대포장 기준을 신설할 계획

- 소비 단계에서는 1회용품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2022년까지 1회용컵과 비닐봉투의 사용량을 35% 감량할 계획. 1회용컵의 경우 우선 사용 감소를 위해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 등과 자발적 협약을 강화하여 텀블러 사용시 10% 수준의 가격할인, 매장 내 머그컵 사용시 리필 혜택 등을 제공할 예정. 테이크아웃 컵의 원활한 회수와 재활용을 위해 컵보증금 도입, 판매자 재활용 비용부담 등 관련 법령을 연내 개정하고, 전용수거함 등 공공 회수체계 정비, 컵 재질 단일화도 추진

- 대형마트·대형슈퍼에서는 1회용 비닐봉투 대신 종이박스, 재사용 종량제봉투 등만 사용토록 하고, 매장 내 속비닐 사용량도 50% 감축할 계획

- 제과점 등 종이봉투 사용촉진, 재래시장 장바구니 대여사업 등 사용처별 맞춤형 감량대책도 병행할 예정

- 1회용품 사용 줄이기는 국민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므로 시민단체·지자체 등 합동 ‘플라스틱 줄이기 실천협의체’를 구성하여 지속적인 실천운동을 전개하고 현장 모니터링을 추진할 계획

- 공공부문을 대상으로도 1회용품 사용억제 지침을 마련하고 감축실적을 기관평가 지표에 반영하는 등 공공부문 사용감량 대책도 추진

3. 분리·배출 단계

- 수도권 아파트를 대상으로는 현장안내 도우미 시범사업을 통해 분리배출 요령 현장설명 및 모니터링 등을 추진할 계획

- 단독주택 등 취약지역에는 정부지원을 확대하여 분리배출 시설을 확충하고 전담관리인을 지정하여 운영하도록 할 예정

4. 수거·선별 단계

- 공동주택 수거문제에 대해서는 민간 수거업체와의 계약내용, 처리 실적 등을 관할 지자체에 보고하고, 수거중단시 사전통보를 의무화하는 등 공공 관리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법령 개정을 추진

- 수거중단 등 비상상황시 정부-지자체간 비상체계 가동, 계약조정 중재 및 임시처리 등 신속대응을 위한 매뉴얼도 정비할 계획

- 지자체의 관련 의무이행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공공선별장 확충을 위한 정부 지원을 대폭 확대하여, 재활용품의 공공관리 비율을 현재 29%에서 40% 수준까지 처리 역량을 제고할 방침

- 민간 수거업체의 재활용품 가격 하락시 아파트와 수거단가를 조정할 수 있도록 ‘가격연동 표준계약서’를 보급하여 안정적 수익확보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

- 수거업체의 주요 수입원인 폐지에 대해 유통구조 실태조사 및 품질 자율등급제 도입 등 적정 시장가격 관리대책을 집중 추진

- 재활용품 세제혜택 연장, 고물상 시설개선 및 입지기준 합리화 방안 마련, 추가적인 지원대책 등도 관계부처, 지자체 등과 논의를 거쳐 지속 추진할 예정

- 선별업체에 대해서도 생산자의 재활용 지원금을 확대하는 등 수익개선 방안을 추진할 계획

5. 재활용 단계 

- 재활용 시장 안정화를 위해 생산자 분담금 등을 활용하여 재생원료 가격하락시 구매·비축 등을 신속히 추진할 수 있도록 2022년까지 500억원 규모의 시장 안정화 재원을 마련할 계획

- 국내외 재활용 시장 동향 및 가격변동 분석 등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환경부·유관기관·업계 합동 전담기구(재활용시장 관리 위원회(가칭) 등)를 설치

- 국제 시장변동에 따라 무분별한 폐기물 수입이 발생하지 않도록 환경부-관세청 협업검사를 확대하고, 수입 신고·허가시 국내 재활용 여건을 고려한 사전심사도 강화

- 국산 재생원료를 우선 사용하도록 하기위해 제지·유리병 업체 등 주요 재생원료 사용업체의 이용목표율을 올 하반기 중으로 상향 조정하고 이행상황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할 방침

- 국내 재활용 제품의 수요확대를 위해 공공조달 지침·규격, 가점 등 관련 규정정비를 우선 추진하고, 공공부문의 녹색제품 구매비율도 6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

- 폐비닐, 페트 등을 활용한 재활용 신기술은 조기에 상용화하도록 실증화 사업을 우선 추진하고, 중장기 기술개발도 확대 추진할 계획

- 폐비닐의 주요 재활용 방법인 고형연료(SRF)에 대해서는 소규모 사용시설의 난립을 방지하면서, 대기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하는 등 환경관리 기준을 강화하여 주민 수용성을 제고할 방침

- 생활계 폐비닐로 제조한 SRF에 대해서는 조사·검사의 통합운영 등 관리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환경안전성 검증을 전제로 하수슬러지 소각시설 등 신규 사용처도 확대할 예정


출처 : 환경부 보도자료

개인적으로는 다회용컵 할인이 기존 100~300원에서 판매가의 10%까지 확대되는 것과 컵보증금제 재도입이 기대됩니다. 또한 재질단일화를 추진한다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배송 포장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된다고 하니 택배가 일상화된 지금의 문화에 변화가 있길 기대합니다. '제조·생산'과 '재활용' 단계에 대해서는 강제성이 낮기 때문에 개선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계획들이 차질 없이 진행돼 불편한 노력 없이도 모든 사람들이 플라스틱 절감의 생활을 하는 그 날이 빨리 오길 바랍니다. IDEA MOUTH도 정부의 노력과 소식에 대해 발빠르게 전해 드릴게요. :)

최근에 환경부에서 분리배출 가이드 동영상을 제작해 SNS 등을 통해 공개했어요. 이 동영상의 형식이나 세부 내용은 보는 사람마다 다를 것 같으나, 분리배출 핵심 원칙을 짚어줬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 같아요. 한번 보실까요? 

수거업체의 폐지, 비닐, 플라스틱 수거 거부 사태 이후로 철저한 분리수거를 강조한 공지문이 많이 배달됐습니다. 저희 아파트도 관리사무소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하더니, 시청 공문을 다시 한번 부착했고, 분리수거가 잘 되지 않는 품목에 대해서 추가로 안내문을 게시했어요. 아래는 저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분리수거 가이드 공지물들인데, 이런 유사한 게시물이 게시판을 사이에 두고 가득 붙어있습니다. 그만큼 분리수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위한 관리사무소의 조치겠죠.

저희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분리수거장에도 세세한 가이드를 부착해 놓았어요. 패트병을 어떻게 분리수거해야하는 지, 어느 위치에 넣어야 하는 지 상세히 설명하고 패트병 배출의 바른 예시도 친절히 달아놓았습니다. 저희 아파트뿐만 아니라 많은 아파트 단지들, 시청·구청˙주민센터 등 관리 주체들이 재활용품 거부 사태 이후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분리배출 가이드는 이렇습니다. 1. 종류별로 분리배출해야 한다. 2. 각각은 이렇게 배출해야 한다. 이런 메시지 순이지요. 종류별로 배출하는 방법을 소상히 설명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소비자입장에서 '이건 플라스틱이네, 그러면 이렇게 해야지. 이건 캔이네, 그러면 이렇게 해야지.'와 같이 그 방법을 자세히 암기하고 적용하는 건 어려워요. 플라스틱 분리배출방법과 캔 분리배출방법이 재질만 다를 뿐 배출방법은 비슷하다는 것을 내용을 읽어보시면 아실 겁니다. 아마도 분리배출을 정책적으로 처음 시작했을 때는 재질 별 분리수거가 어떻게 배출하는 것보다 중요했기 때문에 이런 메시지 구조로 공지문을 전달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국민이 분리배출해야하는 것은 알고 있고, 이제는 '어떻게, 잘해야하는 것인가'를 전달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복잡한 것일수록 답은 간단하다고, 분리배출을 잘하는 방법도 사실은 심플하다고 봅니다. 이번 환경부의 동영상은 그 메시지를 잘 담았다고 생각이듭니다. 환경부는 분리배출의 핵심 4가지를 '비운다 : 용기 안에 담겨있는 내용물을 비운다', '헹군다 : 용기의 이물질이나 음식은 헹군다', '분리하다 : 라벨 등 다른 재질은 분리한다', '섞지않는다 : 종류별로 구분해 분리수거함에 배출한다'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재활용품들은 이 원칙에 부합하여 배출하면 될 것 같습니다.

동영상의 세부 내용을 보면 아리송한 부분도 조금은 있습니다. 가령 '헹군다' 예시를 든 남은 음식이 담긴 도시락의 경우 음식물을 따로 버리는 것은 첫번째 원칙 '비운다'와 같은 내용이고, '섞지않는다'의 예시로 넣은 내용은 '분리하다' 내용과 많이 유사하거든요. 메시지는 잘 잡았으나 영상으로 구현하면서 이런 혼란이 발생한 것이겠죠. 오히려 가장 처리 애매한, 음식이 담긴 일회용 도시락을 예시로 이 4가지 원칙을 적용한다면 보다 논리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도시락의 남은 음식은 음식물쓰레기통에 넣어 용기를 '비운다' → 음식물이나 이물질이 남았기 때문에 물로 '헹군다' → 도시락의 비닐 포장지, 부착 스티커 등은 따로따로 '분리한다' → 이렇게 분리한 것은 분리수거함에 종류별로 '섞지않고 배출한다'. 이렇게요. 

덧붙이자면, '섞지않고 배출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부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아파트, 다세대주택 분리수거장은 플라스틱, 철류, 종이류, 비닐 등 종류별로 4~5개 정도의 분리수거함을 갖추어 놓습니다. 하지만 일반 주택가의 경우 재활용품은 커다란 그물에 한 데 모아 내놓는 경우가 많아요. 야외에 나갔을 때도 종류별로 분리수거함이 갖춰진 곳이 있는가하면, 일반쓰레기와 재활용품과 같이 두 가지로 구분해놓은 곳도 있죠. 이러한 환경을 고려했을 때 '섞지않고 배출한다'는 종량제로 버려야 할 것과 재활용품으로 버려야 할 것을 섞지않는다는 의미도 되고 재활용품들끼리 종류에 맞게 배출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환경부의 이러한 시도를 응원하며, 아래와 같이 메시지 구조를 바꾸어 홍보하시는 것을 제안합니다. 실제 소비자가 기억할 수 있는 메시지는 심플하게 4가지 정도, 재질별 배출 요령에 대해서만 추가적인 설명을 더하는 거죠. 추가적인 메시지도 기준이 명확하고 심플해야 보다 잘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분리수거 성공률을 높이고 재활용품이 자원화되기 위해서는 용기의 재질별 분리가 쉽도록 용기를 제작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잘 벗겨지지 않는 라벨지, 접착 자국이 남는 스티커, 고리가 남는 유색 패트병 뚜껑 등은 재활용품을 자원화하는 데 방해되는 요소이고, 분리배출을 하는 소비자들에게 짜증나는 존재입니다.

분리수거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는 너무나 많이 들었고, 어떻게 해야하는 지는 두리뭉실하게 알고 있습니다. 정보 과다의 폐해겠죠. 어디든지 예외사항은 생깁니다. 기준이 명확하다면 이것이 예외사항인지 아닌지도 판단할 수 있어요. 예외사항에 대해, 오해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기준에 대해 널리 알린 후 얘기하는 게 맞는 순서인 것 같습니다. 또 분리수거에 있어서 예외사항은 '종량제봉투에 배출' 또는 '대형폐기물 신고' 밖에 없지 않겠어요? 환경부의 지속적인 노력과 함께 분리배출표시된 재활용품들이 진정한 자원으로 우리 생활에 돌아올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환경부는 25일부터 페트병 등 5개 제품군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순환 이용성 평가'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5개 제품군이란 음료수 페트병, 샴푸·세정제 페트병, 식품 포장용 발포 합성수지, PVC 랩, 폴리프로필렌(PP))·폴리에틸렌(PE)·폴리스타이렌(PS) 재질의 음료 용기입니다. 순환이용성 평가 3개년(2018~2020년) 계획은 연차별로 진행되는데 올해는 5개 제품군, 내년에는 멸균 종이팩·냉장고·토너카트리지, 2020년에는 자동차부품과 비데 순으로 10개의 제품군이 평가 대상입니다. '순환 이용성 평가'는 제품이 폐기됐을 때 재활용을 저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평가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반영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평가는 순환 이용, 적정 처분 가능성 / 폐기물의 중량·부피·재질·성분 / 유해물질의 종류와 양 / 내구성의 4개 항목으로 이뤄집니다. 평가 결과에 따라 개선을 권고하고, 생산자가 권고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인터넷 등에 평가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적정하게 이행한 제품에 대해서는 우수 사례로 널리 알릴 방침이라고 합니다. 다만 이 평가는 정보 공개 외에는 별다른 강제 수단이 없어 중소기업의 동참을 이끌어내기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환경부는 이런 부분을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제도는 지금까지 참여 여부를 기업 자율에 맡겨 유명무실했으나 최근 ‘쓰레기 대란’을 계기로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이 의무적으로 평가를 받도록 법을 개정 중에 있다고 합니다. 이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기업은 EPR 분담금을 더 내야 합니다.

우리가 분류하여 내놓은 페트병이 모두 다 재활용되지 않아요. 빛 차단을 위해 유색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는데 페트병에 색이 들어가면 재생원료로서 질이 떨어진다고 그래요. 재생원료 등급이 초록색은 B급, 흰색이나 형광색은 C급이라고 합니다. 생수의 경우 청량감을 높이기 위해 푸른 빛을 살짝 띄는 제품이 있어요. 이 경우 무색 페트병과 구분이 쉽지 않아 서로 섞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A급이던 재생원료의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페트병 라벨도 문제에요. 대부분 페트병과 다른 재질이어서 반드시 분리 배출해야 하는데 떼어내기가 쉽지 않아요. 떼어내기 쉽다해도 접착제가 남는 경우가 많죠. 종이 라벨은 보통 강한 접착제를 써 분리가 어려운데 재활용업체도 분리할 때 종이가 녹으면서 하수구를 막아 처리를 꺼려한다고 합니다. 병뚜껑이나 내부 부속물이 다른 재질인지도 살펴본다고 합니다. 경험해 보셨겠지만 음료 뚜껑을 열었을 때 뚜껑의 일부가 링처럼 병에 걸려 빠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뚜껑 재질이 금속이거나 다른 플라스틱 재질(같은 재질이라고 색상이 달라도)이라면 분리 배출해야 하는데 일일이 분류하기가 참 어렵죠. 샴푸같이 펌핑 제품의 경우 플라스틱병 안에 금속 스프링이 들어있어 분리하기가 어렵다고 해요. 이런 건 재활용업체에서 제품을 조각내도 플라스틱에 얽히기 때문에 분리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스티로폼도 문제에요. 흰색 스티로폼에 유색 스티로폼이 섞이면 흰색 스티로폼을 전량 폐기해야 한다고 해요. 에틸렌 코팅 처리가 된 스티로폼의 경우에는 재활용이 어렵다고 합니다.

꼭 필요한 평가인데 왜 이제까지 안했는 지 몰라요. 이번 기회로 친환경적인 패키지가 우리 생활에 많이 나타나면 좋겠어요. :)

출처 : 환경부 보도자료

우리나라는 2003년 1월 1일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EPR :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제품 생산자 또는 포장재를 이용한 생산자에게 그 제품 및 포장재의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의무를 부여하여 재활용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과금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요.[각주:1] 이 제도 시행 이전에는 생산자의 책임이란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시점까지였고, 사용 후 발생된 폐기물은 오롯이 소비자의 책임이었습니다. 이 제도는 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생산자 책임으로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시행에 따라, 일반국민들이 재활용의무대상 포장재를 쉽게 확인하고 이를 분리배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분리배출표시제도'가 도입됐습니다. 국내의 분리배출표시 도안은 페트, 플라스틱(용기류, 6종), 비닐류(필름ㆍ시트형, 6종)으로 구분하고 있고, 그 외에 캔류, 종이팩, 유리, 종이로 구분하고 있죠. 제품을 구매할 때 뒷면 또는 하단에 아래 도안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표시가 있다면 유형에 맞게 분리수거를 해야합니다.

출처 : 한국환경공단 홈페이지

이와 더불어 '빈용기보증금제도'도 있습니다. 유리용기를 사용하는 빈병에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사전에 적용해 판매하고 다시 수거하는 제도가 이 것인데요. 소주병, 맥주병 등의 공병은 세척/살균 과정을 거쳐 여러번 재사용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재사용횟수가 8회 정도로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해요. 2017년 1월부터 빈용기 보증금이 인상되면서 표시제도 달라지고, 대형마트 등에 빈병회수기가 놓여 수거의 편의를 돕게 됐습니다.

출처 : 환경부 홈페이지(http://www.me.go.kr/issue/reuse/)

최근 중국발 페트병과 폐지 수입 금지 처분의 여파로 서울과 수도권의 분리수거 전쟁이 이슈화됐었죠. JTBC 뉴스에서는 '페트병 등급제'가 국내 재활용 페트병의 수출을 막는다는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이의 후속 대책의 성격이 짙은데, 최근 논의되고 있는 환경부의 정책 중 하나가 '포장재 재질 구조 평가제 의무화'입니다.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제의 의무화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는데요, 이 제도는 재활용의 용이성에 따라 페트병 등 재활용 자원에 등급을 매기는 제도로 2014년 7월부터 해당 고시가 시행됐지만 평가담당 인력 부족·처벌 규정 부재·인센티브 유인책 부족 등으로 유명무실했다고 합니다. 등급은 재활용이 용이한 경우 1등급, 재활용이 어려우면 2∼3등급으로 구분하는데, 2016년 시중에 유통된 페트병 제품 1만 2423개 종류 가운데 포장재 재질·구조 심의를 받은 제품은 0.09%에 불과한 11개였다고 해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됩니다. 분리배출표시가 되어 있어도 분리수거 방법이 어렵다면 재활용될리가 만무하니까요. 

복잡하긴 하지만 이러한 제도들의 핵심은 하나입니다. 제품과 포장재의 생산자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죠. 우리는 어느 정도 소비의 선택권을 존중받는 것 같지만 정형화된 패키지와 제품, 마케팅의 홍수 속에서 소수의 생산자들이 고민했어야 할 부분도 소비자가 떠맡고 있었어요. 화려한 패키지는 캡, 라벨, 본체의 재질이 모두 다른 경우가 많았고, 샘 방지를 위한 기술은 오히려 플라스틱과 캔류를 따로 분리 배출하기 어렵게 만들었죠. 전 국민이 분리배출표시를 외우고 연장을 써서 각각의 꾸러미 속에 분리수거를 하는 게 합리적인 걸까요. 지금의 대량생산의 체제에서 제품과 패키지를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것이 비환경적인 제품을 전 국민이 나서서 분리수거하는 것보다 더 쉬운 방법일텐데 말이죠.

앞으로 분리수거를 비롯한 자원 리사이클의 생산자 책임은 더욱 커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도 제품과 패키지 선택에 있어 보다 현명해질 필요가 있어요. 분리수거가 힘든 패키지의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렇게 만든 생산자에게 적극 항의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시정되지 않는다면 불매도 해야하죠. 제품 선택의 기준에 패키지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 때의 패키지 기준은 예쁜 포장이 아니라 얼마나 재활용하는 소비자의 노고를 생각했는 지가 관건이지 않을까요. :)

  1. 근거 :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6조(제조업자 등의 재활용의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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