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죠. 올해는 코로나-19 이슈가 있어 규모가 축소된 것 같지만 많은 기업들이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저 또한 전단지에서 본 행사 하나가 눈에 띄어 참여했죠.

PP소재 용기 5점 이상을 기부하면 플라스틱 화분을 만드는 데 사용하고, 기부 참여 리워드로 친환경 타이벡 소재 에코백을 준다는 것이었어요. 에코백이면 에코백이지 "친환경 타이벡 소재"라고 하니 호기심이 생겼고, 마침 모아 둔 플레이도우 통들이 PP 재질이라 가지고 갔어요. (여담이지만, 모아둔 약통도 PP소재라 같이 챙겨갔는데 이건 용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퇴짜 맞았답니다. ㅜㅜ) 리워드로 받은 "친환경 타이벡 소재 에코백"은 아래와 같았어요.

 

 

알고보니 2019년 이니스프리에서 주관한 행사에서 제공받았던 에코백과 같은 소재였고, 이제야 이 소재의 이름이 타이벡이라는 걸 배우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이 소재의 에코백은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만 같았고 불투명하고 두꺼운 비닐봉투 느낌이었거든요. 매끈한 듯 거칠거리는 질감도 제 취향은 아니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유행처럼 이 소재를 사용한 소비재들이 눈에 많이 띄는 겁니다. 특히 "친환경"을 타이틀로 건 행사에서요. 패션잡화 쪽에서도 친환경을 표방한 제품라인을 선보이면서 이 소재를 적극 이용하는 것을 보았어요.

거슬러 올라 생각해보니 제가 경험한 최초의 타이벡은 놀이공원 입장 시 팔목에 채워주는 팔찌형 입장권이었어요. 종이처럼 생긴 것이 더운 여름에도 축축해지지 않았고 다 놀고 난 후 벗겨내기도 쉽지 않았죠. 그 정도로만 사용되었던 소재가 친환경으로 각광받다니 세상이 변함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타이벡은 정말 친환경 소재일까?

타이벡은 어떤 소재?

타이벡은 한마디로 특수 부직포 소재입니다. 타이벡은 표기할 때 꼭 Tyvek®로 표기하는데 듀폰(DuPont™)사에서 특허를 낸 합성소재이기 때문입니다. 종이같이 생겼지만 고밀도 폴리에틸렌 섬유로 별도의 화학물질 첨가 없이, 오직 열과 압력에 의해 만들어진 신소재 부직포라고 합니다.

타이벡은 종이 같은 질감을 주지만 잘 찢어지지 않고 방수 성질을 가지고 있어 보호복, 의료용 포장재 등에 많이 이용되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의료용 보호복으로도 이 소재를 이용해 많이 제작되고 있다고 합니다. 내구성도 높고 부드러운 재질이라 생활잡화의 원단으로도 각광받고 있어요. 일반 부직포나 종이보다도 먼지가 적게 나오기 때문에 침구류에도 사용된다고 해요. (출처 : 듀폰 타이벡 블로그)

타이벡이 친환경 소재로 불리는 이유는?

타이벡이 친환경으로 불리는 첫번째 이유는 화학물질 첨가가 없기 때문입니다. 레이온 등 많은 플라스틱 섬유들이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첨가하여 만들지만 이 소재는 오직 열과 압력으로만 제작된다고 합니다. 두번째 이유는 먼지 발생이 적어 건강하다는 거죠. 방수, 방습, 멸균 등의 효과도 생활과 산업 곳곳에서 대안제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튼튼하여 오래 쓰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고 합니다. 일반 비닐이나 종이보다 내구성이 좋아 반복해 사용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100% HDPE(폴리에틸렌)으로만 제작되었기 때문에 사용한 후에 HDPE 소재만 따로 모아 다시 자원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현실에서는 과연...

처음 '친환경 소재 타이벡'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소재가 HDPE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내심 재사용된 HDPE 소재이길 바랐습니다. 비닐봉투로 상징화된 HDPE는 가벼운 특징 상 플라스틱으로 모아 재활용되기 어렵고,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우 "비닐"로 따로 분리배출하고 있으며 이렇게 모인 비닐은 대부분 난방연료로 사용된다고 알고 있어요. 

그렇게 일회용으로 버려지는 HDPE를 모아 더 튼튼한 소재의 천으로 만들고 사용처를 넓힌 리사이클 소재라면 '친환경'에 걸맞는 소재임을 백번도 인정했을 거에요. 하지만 자료를 찾아봐도 과거 그러한 캠페인을 한 흔적이 있는 듯 보였지만, 현재 판매되고 있는 타이벡 소재가 리사이클링 소재는 아님을 알게됐죠.

더군다가 많은 제로웨이스트 블로거들이 타이벡의 '친환경' 타이틀에 저와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00% 재활용 가능한 소재라 하더라도 타이벡 소재만 모을 수 있는 현실적 상황이 따라와주지 않는다면 이 소재는 재활용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니까요. (참고 : Loving the Earth? Avoid Tyvek® Wristbands and Other Tips for a Climate-Friendly Event)

결국 타이벡도 플라스틱입니다. 경량성, 방수성, 내구성 모두 기준 HDPE 소재의 공통된 특징일 뿐이죠. 그래서 저는 듀폰사의 타이벡 소재를 '친환경'으로 홍보하는 것이 불편합니다. 타이벡 소재 에코백도 여느 비닐봉투와 마찬가지로 바다에 버려지면 가짜 해파리처럼 둥둥 떠다니고, 땅에 버려지면 수백년 동안 썩지 않아요.

이 소재를 만든 듀폰사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하지만 "친환경"이라는 말에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시는 많은 분들이 속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듀폰사와 테프론

이 타이벡을 만든 듀폰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최근에 영화화된 적이 있습니다. 배우이자 환경 운동가인 마크 러팔로가 제작/주연을 한 <다크워터스>가 그 영화인데요. 눌러붙지 않는 프라이펜의 대명사인 테팔 프라이펜을 탄생하게 만든 테프론 프라이펜의 유해성을 파헤친 실화 바탕 영화죠.

과불화옥탄산(PFOA, PerFluoro Octanoic Acid), C8로 알려진 이 인공 화합물은 들러붙지 않는 프라이팬의 코팅제 '테프론' 속 화학물질입니다. 듀폰사는 이를 사용한 자사 제품이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다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했으며 폐기물을 무단 방류까지 했습니다. 그 결과 마을 주민과 공장 직원들은 심각한 중증 질환을 앓게되고, 기형아 출산도 이어지게 됩니다. 듀폰사는 이 사실을 40년 넘게 은폐해왔습니다. 2017년 미국 법정에서 듀폰사가 6억7100만 달러(약 8천억원) 배상을 선고 받으며 세상에 알려지게 됐죠.  

이 PFOA 독성에 대한 영화 속 대화 중 하나가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만약 이걸 마신다면요?" (빌럿)
"마치 타이어를 삼키면 어떠냐고 묻는 셈인데, 그러고 싶어요?" (화학전문가)

(참고 : 중앙일보 <들러붙지 않는 프라이팬의 배신…"생명체 99% 오염시켰다">)

 다크워터스 영화소개 바로가기 >>

들러붙지 않는 프라이펜으로 유명한 브랜드 테팔은 이 테프론 프라이팬에서 시작합니다. 낚시 도구에 사용했던 테프론 코팅을 주방 프라이팬에 사용해본 것을 계기로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을 생산해 판매하게 되고 명실상부한 주방도구로서의 입지를 굳혔죠. (출처 : 테팔의 역사)

https://youtu.be/HKDYck7gKE8

당시 듀폰사는 260도 이상 가열하면 테프론에서 해로운 물질이 나올 수 있으나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260도 이상 가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테팔 프라이펜으로 알려진 테프론 코팅 프라이펜은 빈 상태로 2분만 가열해도 380~390도까지 이르고 유해한 가스 입자를 배출한다고 하네요.  

'무해함'과 '친환경'의 온도 차이

우리는 경험으로 화학기업의 '무해'와 '친환경'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의미와 다르다는 것을 그동안 많이 체험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이슈가 그렇고 일회용 생리대가 그렇고, 이 테프론 프라이펜도 유사한 이슈라고 생각됩니다.

타이벡 소재가 테프론 소재처럼 유해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여타 플라스틱보다 화학물질을 덜 사용했으니 다른 플라스틱 소재보다는 나은 선택이라는 것이 아마도 맞는 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에코백을 만드는 데 있어서 굳이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제 기준에서는 오래 사용해도 결국 썩지 않는 쓰레기가 되는 이 소재보다는 손으로 대강 짠 면실 에코백이 '친환경'이라고 보여집니다.

기업의 '친환경'이라는 수식어가 제로웨이스트의 기준과 상이함을 다시한번 느낍니다.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한다면, 지구에 덜 해가되는 방법을 고민한다면 일상에서 사용하는 '친환경' 수식어를 꼼꼼이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상 노모어였습니다. :)

 

 

 

 

 

 

 

며칠 전 눈에 띄는 소식이 하나 있었습니다. 국내 최초 '녹색특화매장'이 시범운영된다는 뉴스였는데요, 올가홀푸드 방이점이 제 1호 매장으로 지정되었는 내용이었어요. '녹색특화매장'은 환경부가 운영하는 '녹색매장'을 확장·발전시킨 개념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녹색소비문화 확산을 위해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한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매장이라고 합니다.

 

올가 방이점 '친환경 생활용품 존'

(서울=연합뉴스) 올가홀푸드가 19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올가 방이점에서 국내 최초 '녹색특화매장' 시범운영 기념식을 가졌다고 이날 밝혔다. '녹색특화매장'은 환경부가 운영하는 '녹색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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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에 기념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문을 연 올가홀푸드 방이점을 다녀왔습니다. 올가홀푸드 방이점은 전국 올가 매장 중 가장 크다고 해요. 몇년 전에 방문한 적이 있고, 당시 예쁜 외관과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녹색특화매장으로 지정되면서 3R(Refill, Recycle, Reduce)의 제로웨이스트 철학을 반영해 리뉴얼되었다고 하기에 매우 반가웠지요. 3R은 Refill(필요한 만큼만 리필 구매), Recycle(100%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패키지 만들기), Reduce(플라스틱 사용량 감소)를 뜻합니다. 1년 전부터 알맹시장을 필두로 전국 곳곳에 리필샵이 자생하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 먹거리 매장 중 선두 그룹인 올가에서 리필 스테이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궁금했습니다. 어떤 제품을, 어떤 형태로, 다양하게 운영하는 지. 그래서 주말을 맞이해 리필 용기들을 한아름 가지고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가장 먼저 무포장 야채코너가 눈에 뜁니다. 파프리카, 애호박, 오이, 무 등 다양한 유기농 및 친환경 인증 야채와 채소들이 예쁘게 담겨있었어요. 특이한 것은 각 농산물 가격표 옆의 인증서였는데요. 글자가 작아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유기농 또는 친환경 인증 내용을 담은 것 같았습니다. 뭔가 건강한 신뢰의 아우라가 느껴졌죠.

마침 당근을 사야하기에 하나를 프로듀스백에 담습니다. 셀프 저울 이용방법에는 용기를 올려놓고 영점을 맞추라는 내용이 가장 먼저 적혀있었어요. 알아서 척척 잘하지만, 혹시나 어려워하지 않을까 직원분이 달려와 주십니다. :)

오른쪽 과일 코너에도 포장이 안된 과일들이 바구니에 먹음직스럽게 놓여있었어요. 배의 경우 스티로폼 재질 보호재가 끼워져 있었지만, 필요한 만큼만 담아서 살 수 있으니 좋았습니다. 아직 프로듀스백이나 개인 용기 이용이 낯설기에 군데군데 종이봉투를 둔 것이 눈에 띄었어요. 롤비닐보다 보기는 좋았지만, 이마저도 사용하지 않도록 프로듀스백이 일상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패키지로 판매하는 과일의 경우 아래와 같은 종이박스에 담았는데 어찌나 예쁘던지. 비닐이 아니어도 내용물을 어느 정도 볼 수 있으니 분리배출도 쉽고 플라스틱 쓰레기도 발생시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비닐 덮개 없는 과일 상자 포장과 더불어 패키지에 대해 신경 쓴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였습니다. 건조 멸치의 경우에는 곡물 껍질을 원료로 만든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었구요. 생선과 고기를 담는 트레이는 옥수수 전분으로, 비닐은 슈가랩을 이용하고 있었어요. 풀잎 모양의 Zero Waste 표시가 있는 제품은 이러한 노력이 담긴 올가만의 제품입니다.

 

 

그리고 가장 기대했던 리필 스테이션으로 갔어요. 이곳에는 '에코스토어' 브랜드 제품들이 입점되어 있는데, 리필 스테이션에는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 2종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어요. 저와는 친숙한 브랜드가 아니지만, 지인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 온 친환경 세제 브랜드로 특히 젖병세정제가 아기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 인기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반은 리필하는 공간, 반은 에코스토어 완제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제가 자주 방문한 지역 리필샵에는  주방세제, 구연산, 베이킹소다, 과탄산소다, 소프넛 등이 리필 가능하도록 판매하고 있기에, 다소 부족한 느낌은 들었어요. 리필을 화두에 내세운 만큼 무언가 새로운 대안이 있길 바랐나봐요. 가령 샴푸나 트리트먼트 등 욕실제품도 리필이 가능한...

리필샵을 이용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능숙하게 저울을 만지고 가져온 빈 통에 세제를 담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해요. 세제가 너무 찔끔찔끔 나오는 거에요. 담당하시는 직원분이 달려오셔서 여러가지 긴급조치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10분 동안 겨우 350g 담았어요. 아래 오른쪽 사진처럼요. 

이건 아니다 싶어, 직원분께 수도꼭지를 교체하거나 통 내부 막힌 부분을 뚫어야겠다 말씀 드렸고, 수도꼭지 아래에 리필통을 놓을 수 있는 받침대가 있어야지 무겁게 세제가 담길 동안 고객이 계속 들고 있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전달했어요.  더이상 리필은 포기. 다음을 기약하며 나왔습니다.

올가 방이점만의 독특한 점 하나는 나물 반찬 코너입니다. 제철 나물로 만든 건강한 반찬을 담아서 구매할 수 있는데, 개인 용기로 반찬을 리필하면 할인 혜택도 준다고 하니 이용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 경우 과거 대형마트 반찬 코너에서 개인 용기를 내밀었다가, 위생과 안전 문제로 담아줄 수 없다고 거절 당한 경험이 있기에 이런 적극적인 용기 사용 안내문이 정말 반갑더라구요.

이 매장의 다소 아쉬운 점은 친환경 기성품 코너가 작은 거에요. 정부가 인정한 친환경 제품들만 모아놓은 코너가 있는데, 이러한 기성품들은 한살림이나 생협이 훨씬 종류가 많고 다양한 것 같아요. 

또 항상 느끼는 거지만 친환경 인증이라는 제도하에 물티슈, 일회용 식기들, 플라스틱 트레이에 담긴 소량의 제품들이 메인에 진열되는 것은 제로웨이스트 방향성에는 맞지 않다고 봅니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생분해 소재 대안 수세미는 있으나 천연 수세미는 없고. 인증 받은 물티슈는 있지만 소창 행주나 다회용 대안품은 없었어요. 

제로웨이스트를 평소 실천하시는 분들이 운영하는 제로웨이스트샵은 진정성은 가득하지만 규모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유통업체의 제로웨이스트샵은 규모는 있으나 생활 속에서 부딪히고 깨닫는 세세한 고민과 철학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저는 100%는 무리더라도 매장의 50% 이상이 플라스틱이나 비닐, 과대포장 없이 진열되어 있고,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진 매장을 기대한 것 같아요. 매장을 나오면서 올가의 도전이 소규모로 분투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샵 운영자분들과 맥을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한 리필스테이션을 찾는 고객들이 훨씬 많아져, 트레이에 담긴 세제보다 리필해서 쓰는 세제가 더 인기가 있고 일상화되는 바람을 해봅니다. 용기를 가져오는 용기가 일상화되고, 트레이나 포장재는 선택 중 최후의 선택이 되기를 또한 기대하구요.

이 매장을 1호로 전국에 제로웨이스트 고민을 진정하게 담은 녹색특화매장들이 많이 생기고 번창하면 좋겠습니다. 올가 방이점의 철학이 담긴 현수막 사진으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합니다. 나를 위해, 지구를 위해.

 

지난 포스트 "친환경 아크릴수세미는 정말로 친환경일까?(바로가기)"에서 아크릴 또는 폴리에스터 실로 만든 수세미는 미세 플라스틱 섬유를 발생 시키고 바다로 흘러들어가 바다생물의 화학적 오염까지 일으킨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또한 그 대안으로 본래의 수세미로 돌아가는 것과 면, 마와 같은 천연 소재 실로 수세미를 뜨자고 말씀드렸죠.

이 포스트와 함께 제가 처음으로 뜬 면사 수세미를 보여드렸고, 그 이후에도 계속 이 면사 수세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세정력도 좋고 거품도 잘 날 뿐더러, 삶아 쓸 수 있어 위생적이라는 점에서 나날이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어머님, 친정엄마, 주변 지인들에게도 면사 코바늘 수세미를 선물로 드리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입니다. 면사가 주는 은은한 색감과 무늬가 고급스럽다는 의견도 있었고, 삶아 쓸 수 있다는 점이 좋다는 의견도 있었죠. 

저는 주방세제를 묻혀 사용하는 수세미와 헹굼용 수세미를 구분해 사용합니다. 면사 수세미를 사용하기 전에는 세제를 묻혀 거품을 내는 세정용으로 아크릴수세미를, 헹굼용으로는 옥수수소재로 된 망사형 수세미를 사용하고 있었죠. 소재가 '플라스틱'이라는 점만 빼면 꽤 괜찮은 조합이었습니다.

면사 수세미의 장점은 거품이 잘 나고 부드럽게 닦이는 반면, 건조 시간이 길고 거품이 잘 안 빠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물흡수력이 낮고 빨리 건조되는 소재로 헹굼용 수세미를 뜨게 되었죠. 면사의 굵기를 다르게, 여러 패턴으로 시도해봤는데 마음에 드는 헹굼용 수세미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마 소재가 건조가 빠르고 표면이 거칠어 수세미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마사 수세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면사와 마사 두 개의 수세미를 한 팀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 주방에는 면사, 마사 수세미와 함께 루파라 불리는 진짜 수세미 세 가지가 걸려있는데요. 주방 위생의 첫번째 조건은 건조라고 생각해, 사용이 끝나면 물기를 꼭 짜서 바람 부는 창가에 매달아 놓고 이주에 한 번 꼴로 과탄산수소를 넣어 삶아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제가 사용하고 있는 루파 수세미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아는 오이목 수세미 본래의 모양대로 자른 것이 아니라 압착시킨 거라 거품이 잘 나고 세정력은 좋으나 건조 시간이 매우 길다는 약점이 있어요. 그래서 탄 자국을 제거하는 등 강도 높은 설겆이의 세제용으로만 사용하고 있죠. (그 이상의 상황에서는 철수세미를...)

서론이 길었는데요, 오늘의 본론은 제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면사와 마사 수세미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제 코바늘은 독학으로 조금씩 깨우쳐 이제 막 중수 정도에 도달한 실력인지라 만드는 방법이 꽤나 쉽습니다. 즉, 이제 막 코바늘을 쥐기 시작한 분도 조금만 노력하신다면 훌륭히 만드실 수 있다는 거죠. 제 가이드가 미흡했다면 언제든지 면담 환영합니다.

하나, 세정용 면사 수세미 뜨기

면사 수세미는 24합 또는 18합 정도가 적합한 것 같습니다. 유기농이면 더더욱 좋겠지만 최소한 순면 100%로 선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구매해 사용한 실은 아래의 것인데, 매듭이 단단해 보푸라기도 생기지 않고 튼튼합니다. 아래 실은 18합이고, 위 직접 뜬 수세미는 24합입니다. 

세정용 수세미의 핵심은 굴곡인 것 같습니다. 접합면이 많을수록 거품이 잘 나고 잘 닦이거든요. 저는 크런치 스티치(Crunch Stitch)로 수세미를 떴는데요, 보통 파우치나 가방 패턴으로 많이 사용하나 수건, 마른행주 등으로도 자주 응용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이 코바늘 무늬가 수세미에 적합한 이유는 양면이 모두 똑같은 무늬이고 파도무늬 같은 굴곡감이 세정력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실력으로 그려 본 도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 아래 2코씩 총 4코가 한개의 앞·뒤 무늬가 되는 형태인데요. 핵심은 원하는 길이대로 짝수 사슬코를 먼저 뜬 후 사슬코 하나를 기둥코로 만들고 빼뜨기와 긴뜨기를 번갈아 뜨는 것입니다. 저는 20개의 사슬코로 시작하는데 가로 세로 10개의 무늬를 만들고 사슬코 10개로 고리를 만들죠.


도안이 어려운 분은 아래 동영상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둘, 헹굼용 마사 수세미 뜨기

제가 사용한 마사는 아래와 같은 황마얀입니다. 100% 마 소재에 두께감이 있는 실을 찾다보니 아래의 것을 선택하게되었는데 앞으로 다른 Hemp사로 수세미를 더 떠볼 계획입니다. 저 1개 얀으로 약 4개 정도의 수세미를 만들 수 있는데 비용면에서 부담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마사 수세미는 헹굼용이기 때문에 세제가 남지 않고 잘 건조되어야 하는데요. 통기성을 고려해 만든 헹굼용 면사 수세미와 비교했을 때 그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 처음 사용했을 때는 감탄을 금치 못했죠. 만들 때에는 워낙 실이 뻣뻣해 손이 좀 뻐근했지만, 완성품에 물을 묻히고 사용하다보니 많이 부드러워집니다. 이 걸로 헹구면 사기 그릇이나 유리 그릇이 뽀득뽀득 씻겨지는 것이 눈에 보였어요. 

만드는 방법은 너무 쉽습니다. 사슬코와 한길긴뜨기를 번갈아 해 사각형을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포인트인데요. 면사보다 1센티 정도 크게 제작해야 사용하면서 크기가 얼추 맞게 됩니다. 물이 닿으면 크기가 줄어들거든요.

저보다 코바늘 고수님들이 워낙 많으시기 때문에, 더 나은 방법을 고안해내시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이 도안과 방법을 공유하는 제 바람은 단 하나, 천연 소재 실로도 훌륭한 수세미를 뜰 수 있으니 더 이상 아크릴실과 폴리에스터실을 친환경이라 믿고 수세미를 뜨는 건 그만하자는 것이죠. 색감이 좋은 면사들도 아주 많습니다. 수세미뜨기 고수분들은 다양한 면사와 마사실로 분명 효과적이고 멋진 수세미를 만드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제 막 수세미뜨기로 입문하시는 코바늘 러버분들도, 공방지기 또는 실 판매자의 '친환경' 홍보 문구에 더이상 현혹되지 마시고 첫 코바늘 입문은 천연 소재로 하시기를 강추하는 바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의 코바늘 수세미를 만들고 사용해보면서, 좋은 아이디어와 노하우가 생기면 공유할게요. 행복한 뜨개질하시길 바라고, 상쾌한 설겆이하시길 또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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