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늘뜨기를 취미로 하는 많은 사람들이 수세미뜨기로 처음 코바늘뜨기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수세미뜨기만 취미로 하기도 하구요. 저 또한 제가 직접 만들지는 않았지만 주변 분들이 취미로 만든 수세미를 선물로 받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설거지를 하다가 문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알록달록하고 심지어 반짝이기까지 한 이 실로 만든 이 수세미가 정말 '친환경'일까? 아크릴 수세미에서 가끔씩 떨어지는 섬유 조각들은 이렇게 하수구로 흘러들어가도 되는 걸까?

우리가 알고 있는 수세미실, 행주실은 대부분 폴리에스터 100% 또는 아크릴 100%입니다. 대부분의 판매자가 '친환경 수세미실'이란 타이틀을 걸고 이 실을 팔지요. 그들이 말하는 친환경적인 이유는 강력한 흡수력과 탈수력,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함을 듭니다. 세제를 덜 사용해도 되고, 심지어 사용하지 않아도 깨끗하게 씻긴다고 말하지요. 반영구적으로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라고도 소개하구요.

그 이유가 어느 측면에서는 맞긴 맞습니다만, 시각을 달리하면 다르게 보입니다.  

우리가 수세미 실로 사용하는 아크릴섬유(acrylic fiber)는 폴리아크릴로나이트릴 등의 중합체를 원료로 해서 만드는 석유계 합성섬유입니다. 쉽게 말해 플라스틱 섬유죠. 플라스틱의 특성상 가볍고 투명하고 색상이 다양한 섬유로의 장점도 가진 반면, 오랫동안 썩지않기도 하죠. 

강력한 흡수력의 진실 : 아크릴, 이런 석유계 플라스틱은 기름을 흡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사용할 때에는 그릇의 기름들이 바로 흡착되어 세제 없이도 설거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죠. 하지만 아크릴 섬유의 흡수성은 때와 세균, 기름, 오염물질은 흡착시키지만 이것을 배출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사용하면 오염물질 포화상태가 됩니다. 이 때의 아크릴수세미로 설겆이하는 것은 더러운 걸레로 설겆이하는 것과 같아요. 

탈수력의 진실 : 아크릴 섬유는 세균, 오염물질 흡착이 잘되는 반면 물 흡수력은 아주 낮습니다. 설거지를 한 후 잘 짜서 걸어놓아도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셨을 거에요. 섬유에 물이 흡수가 안되고 겉돌아 그 물들이 바로 떨어지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조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죠.

반영구적 사용의 진실 : 아크릴수세미를 사용하다보면 어느 순간 세정력이 확실히 떨어진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오염물질의 포화상태가 된 것인데요, 이를 처음 상태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면과 달리 삶는다고 흡착된 오염물질이 사라지지 않아요. 방법은 버리고 새 것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즉 아크릴수세미도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몇 개월 사용 후 쓰레기통행(재활용도 안되요)이 되고 결국 "반영구적"으로 썩지않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된다는 거죠.

앞선 포스트에서 우리가 입는 합성섬유 옷의 마이크로 섬유가 바다로 흘러들어가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그것이 바다생물의 화학적 오염까지 일으킨다고 설명한 바있습니다. 아크릴수세미 또한 그러한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설거지 하는 과정 중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마이크로 섬유가 하수구로 흘러들어가고, 강과 바다의 오염물질도 함께 흡착한 채 해양생물들의 먹이가 되거나 끈적끈적한 플라스틱 쓰레기로 부유하며 생태계를 교란시키죠.

결론적으로 아크릴수세미는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습니다.

아크릴수세미가 친환경으로 부각받았던 것은 2005년 전후였어요. 일부 주부들 사이에서 세제를 적게 사용하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아크릴실로 수세미뜨기가 유행하면서 지금의 트렌드가 된 것이죠. 돌이켜보면 그 때는 지금의 플라스틱 오염에 대해 무지했던 시기였습니다. 2018년의 친환경은 플라스틱을 빼지 않고서는 이야기할 수가 없을 정도로 됐으니까요.

코바늘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외국에도 정말 많아요. 반면 아크릴수세미를 친환경 수세미라 생각하고 사용하길 권장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듯 합니다. 외국의 코바늘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에서도 아크릴실로 수세미를 만드는 것에 대한 논쟁이 다수 있었습니다. 일부는 효과를 봤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의견은 '아크릴실은 수세미로 적합하지 않다'입니다. 그럼 어떤 실이 수세미로 가장 적합하냐는 의견에 대해 대부분 면(cotton)이라고 말합니다. 이와 함께 코바늘 수세미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도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그 방법 중 하나는 굴곡을 잘게 또는 많이 만들어 그릇에 닿는 면적을 높여 세척력을 높이거나, 구멍을 많이 만들어 건조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아크릴 수세미뜨기가 화려한 색상, 멋진 모양을 만드는 데 중점이 되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키워드 '친환경 코바늘 수세미'로 검색 시 영어권은 대부분 '면사'로 만든 수세미 이미지가 검색된 반면, 한국어는 대부분 '아크릴실'로 만든 수세미가 검색됨. 


그럼 지금의 아크릴수세미를 대안할 정말 친환경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본래의 수세미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수세미가 수세미라 불리기 시작했던 기원, 루파라고도 불리는 이 오이과 열매 수세미를 말려 사용하는 것이 그 어떤 소재보다도 가장 친환경적입니다. 과거의 old한 이미지를 벗고 천연수세미가 플라스틱 섬유 수세미의 대안으로 최근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요. 온라인에서도, 한살림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어요. 

출처 : 인체에 무해, 수세미열매로 설거지용 천연수세미 만들기 /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블로그(바로가기)

코바늘 아크릴수세미의 대안으로는 면이나 마 소재와 같은 천연섬유로 수세미를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보통 설거지 할 때 거품을 내는 용도와 헹구는 용도 등 두 개 이상의 수세미를 사용하게 되는데, 다양한 소재로 본인에게 맞는 조합을 찾는 것도 코바늘을 하시는 분들께 재미를 줄 거라고 확신합니다. 저 또한 어제 처음으로 집에 있는 짜투리 면사로 제 첫 코바늘 수세미를 만들었어요. 구글 검색하면서 어떤 분이 본인이 해본 방법 중 가장 성능이 좋다라고 소개한 노하우를 참고해 만들어봤는데요. 어제 처음 사용해 본 결과, 거품도 잘 나고 흐트러짐 없이 잘 닦입니다. 건조할 때도 물이 뚝뚝 떨어지지 않아요. 반면 아크릴수세미보다는 건조시간이 오래걸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 번에는 마 소재로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모양도 망사형, 굴곡있는 다른 패턴으로 다양하게 떠 보려구요. 만드는 방법, 정말 환경에 좋은 친환경 수세미 사용후기도 차근차근 공유할게요.


오늘도 뽀득뽀득 상쾌한 설거지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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