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03년 1월 1일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EPR :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제품 생산자 또는 포장재를 이용한 생산자에게 그 제품 및 포장재의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의무를 부여하여 재활용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과금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요.[각주:1] 이 제도 시행 이전에는 생산자의 책임이란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시점까지였고, 사용 후 발생된 폐기물은 오롯이 소비자의 책임이었습니다. 이 제도는 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생산자 책임으로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시행에 따라, 일반국민들이 재활용의무대상 포장재를 쉽게 확인하고 이를 분리배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분리배출표시제도'가 도입됐습니다. 국내의 분리배출표시 도안은 페트, 플라스틱(용기류, 6종), 비닐류(필름ㆍ시트형, 6종)으로 구분하고 있고, 그 외에 캔류, 종이팩, 유리, 종이로 구분하고 있죠. 제품을 구매할 때 뒷면 또는 하단에 아래 도안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표시가 있다면 유형에 맞게 분리수거를 해야합니다.

출처 : 한국환경공단 홈페이지

이와 더불어 '빈용기보증금제도'도 있습니다. 유리용기를 사용하는 빈병에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사전에 적용해 판매하고 다시 수거하는 제도가 이 것인데요. 소주병, 맥주병 등의 공병은 세척/살균 과정을 거쳐 여러번 재사용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재사용횟수가 8회 정도로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해요. 2017년 1월부터 빈용기 보증금이 인상되면서 표시제도 달라지고, 대형마트 등에 빈병회수기가 놓여 수거의 편의를 돕게 됐습니다.

출처 : 환경부 홈페이지(http://www.me.go.kr/issue/reuse/)

최근 중국발 페트병과 폐지 수입 금지 처분의 여파로 서울과 수도권의 분리수거 전쟁이 이슈화됐었죠. JTBC 뉴스에서는 '페트병 등급제'가 국내 재활용 페트병의 수출을 막는다는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이의 후속 대책의 성격이 짙은데, 최근 논의되고 있는 환경부의 정책 중 하나가 '포장재 재질 구조 평가제 의무화'입니다.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제의 의무화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는데요, 이 제도는 재활용의 용이성에 따라 페트병 등 재활용 자원에 등급을 매기는 제도로 2014년 7월부터 해당 고시가 시행됐지만 평가담당 인력 부족·처벌 규정 부재·인센티브 유인책 부족 등으로 유명무실했다고 합니다. 등급은 재활용이 용이한 경우 1등급, 재활용이 어려우면 2∼3등급으로 구분하는데, 2016년 시중에 유통된 페트병 제품 1만 2423개 종류 가운데 포장재 재질·구조 심의를 받은 제품은 0.09%에 불과한 11개였다고 해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됩니다. 분리배출표시가 되어 있어도 분리수거 방법이 어렵다면 재활용될리가 만무하니까요. 

복잡하긴 하지만 이러한 제도들의 핵심은 하나입니다. 제품과 포장재의 생산자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죠. 우리는 어느 정도 소비의 선택권을 존중받는 것 같지만 정형화된 패키지와 제품, 마케팅의 홍수 속에서 소수의 생산자들이 고민했어야 할 부분도 소비자가 떠맡고 있었어요. 화려한 패키지는 캡, 라벨, 본체의 재질이 모두 다른 경우가 많았고, 샘 방지를 위한 기술은 오히려 플라스틱과 캔류를 따로 분리 배출하기 어렵게 만들었죠. 전 국민이 분리배출표시를 외우고 연장을 써서 각각의 꾸러미 속에 분리수거를 하는 게 합리적인 걸까요. 지금의 대량생산의 체제에서 제품과 패키지를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것이 비환경적인 제품을 전 국민이 나서서 분리수거하는 것보다 더 쉬운 방법일텐데 말이죠.

앞으로 분리수거를 비롯한 자원 리사이클의 생산자 책임은 더욱 커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도 제품과 패키지 선택에 있어 보다 현명해질 필요가 있어요. 분리수거가 힘든 패키지의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렇게 만든 생산자에게 적극 항의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시정되지 않는다면 불매도 해야하죠. 제품 선택의 기준에 패키지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 때의 패키지 기준은 예쁜 포장이 아니라 얼마나 재활용하는 소비자의 노고를 생각했는 지가 관건이지 않을까요. :)

  1. 근거 :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6조(제조업자 등의 재활용의무)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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