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트 "친환경 아크릴수세미는 정말로 친환경일까?(바로가기)"에서 아크릴 또는 폴리에스터 실로 만든 수세미는 미세 플라스틱 섬유를 발생 시키고 바다로 흘러들어가 바다생물의 화학적 오염까지 일으킨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또한 그 대안으로 본래의 수세미로 돌아가는 것과 면, 마와 같은 천연 소재 실로 수세미를 뜨자고 말씀드렸죠.

이 포스트와 함께 제가 처음으로 뜬 면사 수세미를 보여드렸고, 그 이후에도 계속 이 면사 수세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세정력도 좋고 거품도 잘 날 뿐더러, 삶아 쓸 수 있어 위생적이라는 점에서 나날이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어머님, 친정엄마, 주변 지인들에게도 면사 코바늘 수세미를 선물로 드리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입니다. 면사가 주는 은은한 색감과 무늬가 고급스럽다는 의견도 있었고, 삶아 쓸 수 있다는 점이 좋다는 의견도 있었죠. 

저는 주방세제를 묻혀 사용하는 수세미와 헹굼용 수세미를 구분해 사용합니다. 면사 수세미를 사용하기 전에는 세제를 묻혀 거품을 내는 세정용으로 아크릴수세미를, 헹굼용으로는 옥수수소재로 된 망사형 수세미를 사용하고 있었죠. 소재가 '플라스틱'이라는 점만 빼면 꽤 괜찮은 조합이었습니다.

면사 수세미의 장점은 거품이 잘 나고 부드럽게 닦이는 반면, 건조 시간이 길고 거품이 잘 안 빠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물흡수력이 낮고 빨리 건조되는 소재로 헹굼용 수세미를 뜨게 되었죠. 면사의 굵기를 다르게, 여러 패턴으로 시도해봤는데 마음에 드는 헹굼용 수세미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마 소재가 건조가 빠르고 표면이 거칠어 수세미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마사 수세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면사와 마사 두 개의 수세미를 한 팀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 주방에는 면사, 마사 수세미와 함께 루파라 불리는 진짜 수세미 세 가지가 걸려있는데요. 주방 위생의 첫번째 조건은 건조라고 생각해, 사용이 끝나면 물기를 꼭 짜서 바람 부는 창가에 매달아 놓고 이주에 한 번 꼴로 과탄산수소를 넣어 삶아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제가 사용하고 있는 루파 수세미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아는 오이목 수세미 본래의 모양대로 자른 것이 아니라 압착시킨 거라 거품이 잘 나고 세정력은 좋으나 건조 시간이 매우 길다는 약점이 있어요. 그래서 탄 자국을 제거하는 등 강도 높은 설겆이의 세제용으로만 사용하고 있죠. (그 이상의 상황에서는 철수세미를...)

서론이 길었는데요, 오늘의 본론은 제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면사와 마사 수세미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제 코바늘은 독학으로 조금씩 깨우쳐 이제 막 중수 정도에 도달한 실력인지라 만드는 방법이 꽤나 쉽습니다. 즉, 이제 막 코바늘을 쥐기 시작한 분도 조금만 노력하신다면 훌륭히 만드실 수 있다는 거죠. 제 가이드가 미흡했다면 언제든지 면담 환영합니다.

하나, 세정용 면사 수세미 뜨기

면사 수세미는 24합 또는 18합 정도가 적합한 것 같습니다. 유기농이면 더더욱 좋겠지만 최소한 순면 100%로 선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구매해 사용한 실은 아래의 것인데, 매듭이 단단해 보푸라기도 생기지 않고 튼튼합니다. 아래 실은 18합이고, 위 직접 뜬 수세미는 24합입니다. 

세정용 수세미의 핵심은 굴곡인 것 같습니다. 접합면이 많을수록 거품이 잘 나고 잘 닦이거든요. 저는 크런치 스티치(Crunch Stitch)로 수세미를 떴는데요, 보통 파우치나 가방 패턴으로 많이 사용하나 수건, 마른행주 등으로도 자주 응용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이 코바늘 무늬가 수세미에 적합한 이유는 양면이 모두 똑같은 무늬이고 파도무늬 같은 굴곡감이 세정력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실력으로 그려 본 도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 아래 2코씩 총 4코가 한개의 앞·뒤 무늬가 되는 형태인데요. 핵심은 원하는 길이대로 짝수 사슬코를 먼저 뜬 후 사슬코 하나를 기둥코로 만들고 빼뜨기와 긴뜨기를 번갈아 뜨는 것입니다. 저는 20개의 사슬코로 시작하는데 가로 세로 10개의 무늬를 만들고 사슬코 10개로 고리를 만들죠.


도안이 어려운 분은 아래 동영상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둘, 헹굼용 마사 수세미 뜨기

제가 사용한 마사는 아래와 같은 황마얀입니다. 100% 마 소재에 두께감이 있는 실을 찾다보니 아래의 것을 선택하게되었는데 앞으로 다른 Hemp사로 수세미를 더 떠볼 계획입니다. 저 1개 얀으로 약 4개 정도의 수세미를 만들 수 있는데 비용면에서 부담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마사 수세미는 헹굼용이기 때문에 세제가 남지 않고 잘 건조되어야 하는데요. 통기성을 고려해 만든 헹굼용 면사 수세미와 비교했을 때 그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 처음 사용했을 때는 감탄을 금치 못했죠. 만들 때에는 워낙 실이 뻣뻣해 손이 좀 뻐근했지만, 완성품에 물을 묻히고 사용하다보니 많이 부드러워집니다. 이 걸로 헹구면 사기 그릇이나 유리 그릇이 뽀득뽀득 씻겨지는 것이 눈에 보였어요. 

만드는 방법은 너무 쉽습니다. 사슬코와 한길긴뜨기를 번갈아 해 사각형을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포인트인데요. 면사보다 1센티 정도 크게 제작해야 사용하면서 크기가 얼추 맞게 됩니다. 물이 닿으면 크기가 줄어들거든요.

저보다 코바늘 고수님들이 워낙 많으시기 때문에, 더 나은 방법을 고안해내시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이 도안과 방법을 공유하는 제 바람은 단 하나, 천연 소재 실로도 훌륭한 수세미를 뜰 수 있으니 더 이상 아크릴실과 폴리에스터실을 친환경이라 믿고 수세미를 뜨는 건 그만하자는 것이죠. 색감이 좋은 면사들도 아주 많습니다. 수세미뜨기 고수분들은 다양한 면사와 마사실로 분명 효과적이고 멋진 수세미를 만드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제 막 수세미뜨기로 입문하시는 코바늘 러버분들도, 공방지기 또는 실 판매자의 '친환경' 홍보 문구에 더이상 현혹되지 마시고 첫 코바늘 입문은 천연 소재로 하시기를 강추하는 바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의 코바늘 수세미를 만들고 사용해보면서, 좋은 아이디어와 노하우가 생기면 공유할게요. 행복한 뜨개질하시길 바라고, 상쾌한 설겆이하시길 또한 바랍니다.

     



코바늘뜨기를 취미로 하는 많은 사람들이 수세미뜨기로 처음 코바늘뜨기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수세미뜨기만 취미로 하기도 하구요. 저 또한 제가 직접 만들지는 않았지만 주변 분들이 취미로 만든 수세미를 선물로 받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설거지를 하다가 문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알록달록하고 심지어 반짝이기까지 한 이 실로 만든 이 수세미가 정말 '친환경'일까? 아크릴 수세미에서 가끔씩 떨어지는 섬유 조각들은 이렇게 하수구로 흘러들어가도 되는 걸까?

우리가 알고 있는 수세미실, 행주실은 대부분 폴리에스터 100% 또는 아크릴 100%입니다. 대부분의 판매자가 '친환경 수세미실'이란 타이틀을 걸고 이 실을 팔지요. 그들이 말하는 친환경적인 이유는 강력한 흡수력과 탈수력,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함을 듭니다. 세제를 덜 사용해도 되고, 심지어 사용하지 않아도 깨끗하게 씻긴다고 말하지요. 반영구적으로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라고도 소개하구요.

그 이유가 어느 측면에서는 맞긴 맞습니다만, 시각을 달리하면 다르게 보입니다.  

우리가 수세미 실로 사용하는 아크릴섬유(acrylic fiber)는 폴리아크릴로나이트릴 등의 중합체를 원료로 해서 만드는 석유계 합성섬유입니다. 쉽게 말해 플라스틱 섬유죠. 플라스틱의 특성상 가볍고 투명하고 색상이 다양한 섬유로의 장점도 가진 반면, 오랫동안 썩지않기도 하죠. 

강력한 흡수력의 진실 : 아크릴, 이런 석유계 플라스틱은 기름을 흡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사용할 때에는 그릇의 기름들이 바로 흡착되어 세제 없이도 설거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죠. 하지만 아크릴 섬유의 흡수성은 때와 세균, 기름, 오염물질은 흡착시키지만 이것을 배출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사용하면 오염물질 포화상태가 됩니다. 이 때의 아크릴수세미로 설겆이하는 것은 더러운 걸레로 설겆이하는 것과 같아요. 

탈수력의 진실 : 아크릴 섬유는 세균, 오염물질 흡착이 잘되는 반면 물 흡수력은 아주 낮습니다. 설거지를 한 후 잘 짜서 걸어놓아도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셨을 거에요. 섬유에 물이 흡수가 안되고 겉돌아 그 물들이 바로 떨어지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조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죠.

반영구적 사용의 진실 : 아크릴수세미를 사용하다보면 어느 순간 세정력이 확실히 떨어진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오염물질의 포화상태가 된 것인데요, 이를 처음 상태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면과 달리 삶는다고 흡착된 오염물질이 사라지지 않아요. 방법은 버리고 새 것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즉 아크릴수세미도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몇 개월 사용 후 쓰레기통행(재활용도 안되요)이 되고 결국 "반영구적"으로 썩지않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된다는 거죠.

앞선 포스트에서 우리가 입는 합성섬유 옷의 마이크로 섬유가 바다로 흘러들어가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그것이 바다생물의 화학적 오염까지 일으킨다고 설명한 바있습니다. 아크릴수세미 또한 그러한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설거지 하는 과정 중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마이크로 섬유가 하수구로 흘러들어가고, 강과 바다의 오염물질도 함께 흡착한 채 해양생물들의 먹이가 되거나 끈적끈적한 플라스틱 쓰레기로 부유하며 생태계를 교란시키죠.

결론적으로 아크릴수세미는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습니다.

아크릴수세미가 친환경으로 부각받았던 것은 2005년 전후였어요. 일부 주부들 사이에서 세제를 적게 사용하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아크릴실로 수세미뜨기가 유행하면서 지금의 트렌드가 된 것이죠. 돌이켜보면 그 때는 지금의 플라스틱 오염에 대해 무지했던 시기였습니다. 2018년의 친환경은 플라스틱을 빼지 않고서는 이야기할 수가 없을 정도로 됐으니까요.

코바늘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외국에도 정말 많아요. 반면 아크릴수세미를 친환경 수세미라 생각하고 사용하길 권장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듯 합니다. 외국의 코바늘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에서도 아크릴실로 수세미를 만드는 것에 대한 논쟁이 다수 있었습니다. 일부는 효과를 봤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의견은 '아크릴실은 수세미로 적합하지 않다'입니다. 그럼 어떤 실이 수세미로 가장 적합하냐는 의견에 대해 대부분 면(cotton)이라고 말합니다. 이와 함께 코바늘 수세미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도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그 방법 중 하나는 굴곡을 잘게 또는 많이 만들어 그릇에 닿는 면적을 높여 세척력을 높이거나, 구멍을 많이 만들어 건조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아크릴 수세미뜨기가 화려한 색상, 멋진 모양을 만드는 데 중점이 되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키워드 '친환경 코바늘 수세미'로 검색 시 영어권은 대부분 '면사'로 만든 수세미 이미지가 검색된 반면, 한국어는 대부분 '아크릴실'로 만든 수세미가 검색됨. 


그럼 지금의 아크릴수세미를 대안할 정말 친환경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본래의 수세미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수세미가 수세미라 불리기 시작했던 기원, 루파라고도 불리는 이 오이과 열매 수세미를 말려 사용하는 것이 그 어떤 소재보다도 가장 친환경적입니다. 과거의 old한 이미지를 벗고 천연수세미가 플라스틱 섬유 수세미의 대안으로 최근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요. 온라인에서도, 한살림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어요. 

출처 : 인체에 무해, 수세미열매로 설거지용 천연수세미 만들기 /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블로그(바로가기)

코바늘 아크릴수세미의 대안으로는 면이나 마 소재와 같은 천연섬유로 수세미를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보통 설거지 할 때 거품을 내는 용도와 헹구는 용도 등 두 개 이상의 수세미를 사용하게 되는데, 다양한 소재로 본인에게 맞는 조합을 찾는 것도 코바늘을 하시는 분들께 재미를 줄 거라고 확신합니다. 저 또한 어제 처음으로 집에 있는 짜투리 면사로 제 첫 코바늘 수세미를 만들었어요. 구글 검색하면서 어떤 분이 본인이 해본 방법 중 가장 성능이 좋다라고 소개한 노하우를 참고해 만들어봤는데요. 어제 처음 사용해 본 결과, 거품도 잘 나고 흐트러짐 없이 잘 닦입니다. 건조할 때도 물이 뚝뚝 떨어지지 않아요. 반면 아크릴수세미보다는 건조시간이 오래걸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 번에는 마 소재로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모양도 망사형, 굴곡있는 다른 패턴으로 다양하게 떠 보려구요. 만드는 방법, 정말 환경에 좋은 친환경 수세미 사용후기도 차근차근 공유할게요.


오늘도 뽀득뽀득 상쾌한 설거지하세요~ :)




5월 첫째날은 근로자의 날 휴일이었죠. 가족들이 오랜만에 백화점으로 나들이갔습니다. 가정의 달을 맞이해 여기저기 다양한 행사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쇼핑의 마지막은 식품관 장보기. 이날 오후에 이마트에 갈 일이 있어 식품관에서는 꼭 필요한 몇 가지만 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 첫 재사용봉투를 사용할 때가 왔어요. 바로바로 그 주인공은 오렌지였습니다~ 시식해보니 달콤새콤한 맛이 제대로인 블랙라벨 오렌지가 착한 가격이었어요. 그 외 계란, 아이들 젤리 2개가 식품관에서 산 전부였어요.

쇼핑하면서 제게 비닐봉투를 권한 수가 3번 있었습니다. 한번은 오렌지를 담을 때였구요. 두번과 세번째는 계산할 때였어요. 처음에는 종이봉투를 구매하겠냐고 물어서 장바구니 쓸거라니까 계란을 비닐봉투에 한 번 더 넣고, 남은 쇼핑물들을 다른 봉투에 넣더라구요. 계란이 깨지면 가방이 더러워질 수 있으니까 미리 배려한 것이고, 장바구니에 정리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친절임은 알겠으나 백화점 식품관은 대형마트보다도 비닐봉투 남발이 심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전 당당히 괜찮아요라고 말하고 3장의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았어요.

이 날 백화점의 다양한 행사로 받은 아이의 블럭 장난감은 제가 뜬 코바늘 재사용봉투에 넣어 아이에게 들려주었어요. 아이 손목에 꼭 맞고 내용물이 쏟아지지 않으니 아이도 참 좋아하네요. :)

그리고 아래가 제 첫 쇼핑의 결과입니다. 동물복지유정란은 기획가로 판매되고 있던 20구짜리가 아닌 15구짜리로 샀어요. 기획제품은 비닐포장이 한번 더 되어있었거든요. 계산했다는 표시를 비닐봉투가 아닌 양파망과 계란포장에 붙여주니 뿌듯했습니다. 상단에 있는 종이 상자는 백화점에서 기획한 선착순으로 구매할 수 있는 건데 종이 장난감이에요. 내용물도 종이인데 포장 박스도 점선대로 잘라 자동차를 조립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레고 블럭은 아이가 이벤트 참여해 받은 것이랍니다. 본인이 들겠다고 해서 코바늘 봉투에 넣어 주었던 그것이에요. 

오후에도 이마트에 갈 일이 있어 짧은 시간 동안 또 쇼핑을 하게됐어요. 이마트에서는 고무장갑, 우유, 아이와 제 속옷을 샀죠. 아이러니한 건 왜 기획이라고 더 싸게 내놓은 제품들은 더 많은 비닐포장이 되어있는 걸까요. 고무장갑의 경우 고리가 달린 2+1 제품이 기획으로 판매해 구매했는데, 두짝씩 한번 3장, 그리고 세 켤레 모두 묶어 한번, 총 4장의 비닐봉투 포장을 했더라구요. 우유는 팩 제품 두 개를 묶어 하나의 비닐봉투에 넣었는데 이 포장엔 분리수거 표시조차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음에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좁았어요. 가격을 포기하고 비닐포장이 안 된 제품을 산다해도, 대안으로 선택한 그 업체의 제품이 환경을 고려해 비닐포장을 안한 게 아니고 단지 영업이나 마케팅을 안한 것 뿐이라고 생각하니 선택하는 데 주저하게 되더라구요. 제가 이마트에서 장 본 4가지 모두 비닐포장이었습니다. 제 속옷은 지퍼 비닐봉투에 담겨있었고 아이의 속옷은 종이 상자이나 투명 비닐 필름이 접착되어 있어 종이 재활용도 못하도록 되어 있었죠.

그래서 오늘은 첫 재사용봉투 개시라는 의미가 있는 날인 동시에 안타까움도 많이 느꼈던 날이었어요. 그러다보니 두번째 쇼핑 결과물은 부끄러워 사진조차 남기지 못했죠. 평소보다 저렴하게 잘 샀는데, 평소보다 비닐은 두 배 더 나왔어요. 어서 빨리 시정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이상 첫 재사용봉투를 사용한 IDEA MOUTH였습니다.

 

P.S. 링크된 인스타그램을 통해 챌린지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해드리고 있어요. :)   

전 한 달에 2번 정도 대형마트에서 5~10만원 정도 장을 보고 일주일에 두 세번 마트나 동네 수퍼에서 소소하게 장을 봐요. 요즘에는 마트마다 일정분량씩 모두 비닐포장 또는 랩포장을 해놓죠. 그리고 감자나 과일 등 제철 상품들만 롤백이라 하는 비닐봉투에 담아갈 수 있도록 해놓아요. 예전과 달리 장보기용 비닐봉투는 많이 근절되었습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일환[각주:1]으로 장보기용 비닐봉투가 유상 판매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래도 꾸준히 홍보한 효과가 있어서인지 많은 분들이 장바구니 또는 마트 내 박스를 이용해요. 뭐 이건 어디까지나 마트 이야기이고 법적으로는 유상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서비스 차원에서 무료로 비닐봉투를 나눠주는 소매점들이 아직도 많은 실정이에요. 정부 차원에서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어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닐봉투 사용량은 2003년 125억개에서 2015년 216억개로 늘었다고 해요. 1인당 420개를 쓰고 있는 셈인데, 독일 70개, 아일랜드 20개, 핀란드 4개에 비교하면 심각하게 많이 사용하고 있는 셈이죠.[각주:2]

최근 영국은 정부가 새로 도입한 '플라스틱 법안(Plastics Pact)'에 따라 주요 슈퍼마켓들이 오는 2025년까지 불필요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근절하기로 선언했다고 합니다. 네슬레, 코카콜라, 버즈아이(Bird's Eye) 등이 포장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기로 했어요. 이런 선언은 전 세계에서는 처음으로, 향후 많은 나라가 뒤따를 것으로 보이는데요, 업계는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거나 재활용 재질로 만든 일회용 비닐봉지를 제외하고는 일회용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고, 일회용 쇼핑백이나 플라스틱 케첩 병과 마요네즈 병, 플라스틱 요구르트병 등은 재활용 재질로 만들어진 게 아니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조리된 음식물을 담는 검은색 플라스틱 쟁반은 아예 사라지거나 환경친화적으로 바뀐다고 합니다. 40여 개의 플라스틱 포장재 제조업체들은 재사용이 가능한 재질이나 7년 이내 썩는 재질로만 플라스틱 포장재를 만들 것이라고 해요.[각주:3]

더 자세한 정보는 WRAP 홈페이지에서 >>

세계 흐름과 역행하는 우리나라 수치를 보자니 답답하기도 하고, 이제서야 우리 정부도 대형마트와 함께 적극적으로 비닐봉투 사용을 줄여나간다고 기대되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두번째 챌린지는 일회용 비닐봉투가 아닌 재사용 봉투를 이용하자입니다. 전 대형마트에서 비닐봉투가 유상화되는 시점부터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녔고 매일 들고나가는 가방 안에는 꼭 하나씩 넣어놓아요. 아래 사진이 지금 제가 주로 이용하고 있는 장바구니인데 이런 현수막같은 재질의 장바구니가 부피도 작고 가벼우면서 많이 넣을 수 있어 효율적인 것 같아요. 저 회색 작은 봉투는 유니클로의 울트라씬 패딩조끼를 샀을 때 같이 있던 것인데 조끼 넣을 일은 없지만 장바구니 보관하고 가지고 다니는데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장바구니는 꼭 하나씩 들고 다니기에 앞으로도 쭈욱 실천할 겁니다.

이번 챌린지는 이런 장바구니가 아닌 과일, 야채 등을 담는 롤백용 비닐 및 소형 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거에요. 그래서 대체할 방법을 여러모로 생각해봤습니다. 아래 사진이 제 고민의 흔적입니다. 제일 왼쪽은 코바늘로 직접 뜬 재사용 봉투에요. 지난 예고 포스트에서 보여드린 코바늘 가방은 장바구니 대용으로는 좋으나 구멍이 커서 작은 물건들 담기가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보다 촘촘하게 비닐봉투 모양을 본따서 짜보았는데, 제가 흙손인지라 모양이 엉성하네요. 두번째는 헌 티셔츠를 이용해 만든 재사용봉투에요. 매끄럽게 자르는 게 다소 힘들지만 가볍고 왠만한 무게도 견딜 수 있어요. 제 티셔츠로 먼저 만들어봤는데 아이들 옷으로 만들면 사이즈도 다양해질 것 같습니다. 만드는 법은 다음 번 포스트에서 알려드릴게요. 세번째는 여러 망들입니다. 대파, 양파, 마늘 등 살때마다 재사용을 꿈꾸며 깨끗하게 세척한 후 말려서 모아뒀어요. 모양이 실제 상품들처럼 다양해서 오히려 가장 유용할 것만 같아요. 마지막은 깨끗한 캔버스천으로 만든 천 주머니에요. 해외 사례들을 찾아보니 이런 깨끗한 천 주머니는 쿠키나 빵 등을 담는 재사용 봉투로 많이 사용하더라구요. 저도 삶기도 하고 햇볕에 잘 말려 그런 식용 제품을 구매할 때 사용하려고 해요.

후줄근해보이나, 당장 내일 장 볼걸 대비해 포개고 포개 가방 안에 잘 넣었습니다. 가져갔음에도 제가 이 봉투들을 사용하지 못할 상황이 될 수도 있어요. 가령 해당 가게에서 거부한다던지, 사야할 물건들이 벌써 1차 비닐포장이 되어 있는 거라던지 상황은 다양하죠.

이번 챌린지의 리워드도 같은 방법입니다. 성공 시 2점, 절충 시 1점, 실패 시 -2점. 그리고 이 챌린지는 텀블러보다는 난이도가 있다고 판단해 1점 당 2천원의 리워드를 걸었어요. 한 달 동안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 지 기대합니다. 가능한 대형마트 뿐만이 아니라 집 앞 소매점, 재래시장 등 다양하게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럼 조만간 첫번째 쇼핑의 결과를 가지고 돌아올게요. 행복한 5월 되세요!

  1.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10조 1항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시설 또는 업종을 경영하는 사업자는 1회용품의 사용을 억제하고 무상으로 제공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법에 따라 비닐봉지를 무상으로 줄 수 없고, 만약 이를 어기면 벌금(5만 원에서 30만 원, 최대 300만 원) [본문으로]
  2. 참고 : [기고] “비닐은 사양합니다”로 시작하는 플라스틱 프리 / 2018.4.30. / 중앙일보 [본문으로]
  3. 참고 : 영국 주요 슈퍼마켓 "비닐봉지 안 쓴다"…세계 첫 선언, 확산될까 / 2018.4.26. / SBS News [본문으로]

나들이 계절인 5월이 다가옵니다. 전 지금 5월부터 진행할 No More Plastic 습관을 준비하고 있어요. 위 사진은 그 습관을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이구요. 4월 17일부터 시작한 '텀블러 사용하기' 약속은 잘 진행되고 있어요. 약 15일간의 약속의 결과는 5월 1일에 보여드릴게요.

어제(4월 26일), 환경부와 대형마트 5개사(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메가마트)가 '1회용 비닐쇼핑백, 과대포장 없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식을 가졌다고 해요. 이에 따라 비닐봉투 롤백 설치 개수를 최소화하고, 소형 롤백 비중을 늘려 비닐 롤백 사용량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해요. 상품 포장재와 포장 방식도 개선하고 행사상품의 추가 비닐 포장을 줄이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코팅·유색 트레이(회접시 등) 사용을 자제한다고 합니다. 이런 대형마트의 변화 소식이 참 반가운데요. 이것과 무관하게 그 전부터 생각해오고 있던 것인데 5월부터 시도하려구요.

5월이 되면 어떤 습관인지 공개할게요.

No More Plastic!!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