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전성시대라고 하죠. 유명 쉐프의 요리도 주문만 하면 바로 도착하는 그런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도 재료가 모두 손질되어 와서 레시피대로 조리만 하면 짠하고 완성되는 반조리 식품을 주문해보았어요. 처음 주문했던 제품이 생각보다 맛있었고 아이들도 너무 잘 먹어 다른 요리로 주문했는데, 그게 어제 저녁에 배달왔죠. 요리를 하기 전에, 패키징을 열다가 깜짝 놀랐어요. 종이 택배 상자 안에 비닐로 싼 스티로폼이 보냉제로 들어 있고, 그 안에 아이스팩이 무려 8개나 들어 있는 거였죠. 무려  8개........

며칠 전 도착했던 요리에는 3개가 들어있어서 올 여름에 유용하게 사용하고자 냉동고에 넣어놨는데, 8개는 너무 많고 저에게는 필요가 없어요. 다행히 어떻게 분리수거해야 하는 지가 아이스팩에도 스티로폼 보냉제에도 잘 명시되었습니다. 아이스팩은 비닐을 뜯지 말고 종량제쓰레기 봉투에 넣어서 배출하라고 되어 있네요. 그 말은 대부분 매립된다는 얘기입니다. 한 팩만 해도 꽤 무게가 나가는 데, 저희집도 냉동고에 넘쳐나는데 저렇게 버려지는 아이스팩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니 자꾸 액체괴물이 땅에서 올라오는 상상이 드는 거 있죠. ㅜㅜ

아이스팩의 겔은 99%의 물과 1%의 고흡수성폴리머로 만들어져요. 생분해성은 아니기 때문에 오랜 기간 썩지 않고, 포장지채로 버려지는 아이스팩은 100년 정도 쓰레기산에 묻혀 있겠죠. 고흡수성폴리머 또한 플라스틱처럼 화석연료에서 추출합니다. 위해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무해하다고 말하나 유해성을 제기한 연구가 있기도 해요. 2011년에는 인도의 한 공장에서 폴리아크릴산나트륨(고흡수성폴리머의 일종)을 들이마신 직원들에게서 폐병이 생긴 경우도 있구요. 동물 실험을 통해 장기적인 폴리아크릴산나트륨 노출이 동물의 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아이스팩을 대체할 친환경적인 보냉제를 찾는 것이겠죠.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아이스팩의 재사용률을 높이는 것입니다. 제 경험에 비춰볼 때, 몇년 전 잠깐 집으로 아침마다 배달되는 도시락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문 앞에 보냉 가방과 함께 녹은 아이스팩을 넣어 놓으면 배달원이 도시락과 함께 다시 얼린 아이스팩을 넣어 놓고 갔었어요. 제가 처리해야 할 아이스팩은 배달 기간이 끝나고 보냉팩에 남은 한 개의 아이스팩뿐이었어요. 아침마다 배달되던 녹즙도 같은 방법으로 업체에서 아이스팩을 재사용했어요. 일년 전 집으로 배송되는 녹색채소 서비스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 회사는 아이스팩 대신 생수를 얼려서 넣어줬구요.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아이스팩을 생략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배달요리 업체인 Blue Apron은 스티로폼 포장과 아이스팩을 회수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요. 경쟁사인 Hello Fresh도 패키지 분리수거 방법을 자세히 알리고, 택배 상자를 소비자들이 집에서 어떻게 재활용하는 지를 사례로 모아 보여주기도 하죠.(Hello Fresh의 Go Green 페이지 바로가기) 이 두 기업 모두 친환경 패키지 사용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아이스팩 또한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소금 성분의 것으로 바꿔 포장재만 비닐로 재활용하면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변화에는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해요. 과다 포장과 쓰레기에 대한 민원이 다수 발생하자, 패키지와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서비스를 추가로 실시하게 된 것이죠.


Blue Apron의 패키지 재활용 정책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마켓컬리가 스티로폼박스와 아이스팩 수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 또한 마켓컬리 이용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됐다고 해요.(참고 : Chan님 블로그 포스트)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아이스팩 처리 고충, 쓰레기 배출 문제 등이 언급되면서 업계 가운데 발빠르게 대처했습니다. 하지만 마켓컬리도 한 번 배송되었던 아이스팩 및 포장재를 물류센터로 재반입 및 재사용하지 않는 다는 원칙때문에, 수거된 아이스팩은 재사용하지 않고 전면 폐기한다고 해요. 

출처 : 마켓컬리 홈페이지 내 공지사항

집 앞까지 오는 요리 또는 식자재 서비스는 앞으로도 활황일거라고 합니다. 맛있는 요리를 집에서 쉽게 먹는다는 건 정말 매력적이죠. 하지만 업체들이 보낸 거대한 포장 안에 쌓여있는 제품은 더이상 친절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보다 친환경적인 노력를 하면 좋겠어요. 또 드는 생각은, 가정에서 나오는 아이스팩들을 모아 살균소독한 후 필요한 지역 가게에 전달하는 사회적 기업이 있으면 어떨까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스팩 8개를 받은 후 사진과 함께 해당 업체 고객센터에 개선을 요구하는 글을 남겼어요. 오늘 아침에 도착한 고객센터의 답은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배달 포장이 과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업체에 목소리를 내주세요. 하나하나의 목소리가 모여 틀림 없이 바뀔겁니다. :) 


참고글




 

봄날의 크리스마스 어린이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제 큰 아이는 오늘 아침 밥상머리에서 "작년에는 자전거 선물받았는데 올해에는 뭐 없어요?"라고 당돌하게 선물을 요구했죠. 이런 날을 염두하고 미리 온라인으로 파격가가 뜬 날, 조카 선물까지 준비해두었어요. 조카 선물은 지난번 백화점에서 구매한 종이 패키지 상자를 포장지로 대신 사용했구요. 가족사진이 앞면에 있는 미니 카드로 마무리했죠.

두 아이들에게는 과거 사두었던 종이 포장지로 포장하고 예전에 가족 티셔츠살 때 버리기 아까워 모아 둔 네임텍을 카드로 대신 사용했습니다. 한 쪽 면에 핑킹가위로 둥글게 자른 이면지를 붙이고 그 안에 사랑한다 메시지를 적었어요. 끈으로는 파스텔 털실을, 글루건으로 살짝 붙여줬죠.

 

요 아이들인데, 마침 똑같은 것 두 개가 있었어요. 네임택들은 크기도 작고 대부분 비닐코팅이 되어있어서 재활용이 안되거든요. 아이들 옷, 특히 여자아이 옷들은 네임텍마저 아기자기하게 예쁜 것들이 많아요. 한 쪽면에 로고나 설명이 들어있어도 괜찮아요. 메시지를 적을 속지를 모양대로 잘라 붙이면 되거든요. 이런 네임텍들은 친절하게 작은 구멍도 뚫려있어 고리로 매달기도 좋아요. 비닐코팅의 장점도 있는데 잘 찢어지거나 구겨지지 않고 물에도 젖지않아 오래 보관할 수 있어요. 아이가 커서 추억을 꺼내볼 때, 이 네임택카드는 곁에 있어줄거에요.

큰 아이가 말한 작년 어린이날 선물에도 아이 옷에 있던 네임텍을 재사용해서 사용했었어요. 뒷면에 아빠가 아이 이름을 쓰고 하트를 붙여줬는데 1년동안 떨어지거나 찢기지 않고 잘 붙어있답니다. 요런 예쁜 네임택 모아서 재사용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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