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는 펌프식 샴푸와 컨디셔너를 사용하고 있었어요. 특정 제품만을 선호해서 사용한 것은 아니고, 매년 명절 때마다 선물로 들어온 제품들을 유통기한 순서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침 플라스틱 용기의 마지막 린스를 모두 사용해, 플라스틱 포장이 없는 제품을 선택했어요.

그래서 선택한 제품이 러쉬(LUSH)의 헤어 컨디셔너바인데요. 비누처럼 따뜻한 물을 묻혀 머리에 직접 발라서 헹구거나 따뜻한 물에 일정 시간 녹여서 그 물로 머리를 감은 후 헹구면 되는 제품이에요. 가까운 백화점에 러쉬매장이 있어서 갔는데 거기에는 일회용 바형 제품만 팔아서 부득이하게 인터넷으로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아래 왼쪽 사진의 내용물이 뽁뽁이에 쌓여 도착했어요. 제가 산 제품은 종이봉투에 들어있는 헤어팩 하나인데, 에센셜 오일 카탈로그와 마스크팩이 함께 왔어요. 

이 헤어 컨디셔너바의 전성분을 보면 아래와 같아요. 구아하이드록시프록시프로필트라이모늄클로라이드, 타르색소와 같이 일부 논란이 되고 있는 성분이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양호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머리 길이가 중간 정도라 샴푸 후 따뜻한 물을 묻혀 직접 도포했어요. 사용했을 때는 조금 퍽퍽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컨디셔너 효과가 있을까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사용 후 머리를 말리고 나니 부드러움이 오래 지속되고 이전 제품보다 머리카락이 덜 기름졌어요. 향은 다른 러쉬 제품보다 덜 강한 편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3번 사용했지만, 쓸수록 괜찮은 제품이라 생각됩니다. 

러쉬는 코스메틱 브랜드 가운데 특히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실천하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최소한의 포장만을 사용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포장이 전혀 없는 네이키드 제품 라인을 갖추고 있죠. 러쉬의 제품 용기인 블랙 팟(Black Pot)은 내구성이 강하여 다용도로 사용되고 재활용이 되는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Plastic, PP)으로 제작되는데, 모든 용기는 재활용된 PP로 제작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객이 용기를 매장에 가져오면 수거해서 다시 블랙 팟 용기로 제작해 사용한다고 합니다. 2013년부터 러쉬의 제품 용기인 블랙 팟 5개를 가져오면 프레쉬 마스크로 교환하는 '블랙팟의 환생'이라는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어요. 블랙 팟은 깨끗이 씻은 후 라벨까지 깔끔히 제거해서 가까운 매장으로 가져오면 된다고 합니다. 

러쉬의 포장용기 대부분은 재활용된 소재입니다. 선물상자, 선물태그, 포장지와 안내 책자 모두 100% 재활용된 용지와 천으로 만들었구요. 포장용 리본 또한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도 새로운 재료를 연구하고 있고 법률이 허가하는 한 리필 사용을 시행할 것이라고 해요. 공장에서 매장으로 제품 수송 시에도 재활용 용기를 사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 러쉬 홈페이지

플라스틱은 재사용, 재활용만 잘 된다면 편리하고 효율적이게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재료인 건 맞습니다. 플라스틱의 100% 재활용 달성을 위해서는 패키지의 단일화와 재활용 과정 단순화가 필요해요. 러쉬는 그런 측면에서 매우 잘하고 있는 사례죠. 블랙 팟은 투박하고 단순한 검정색의 용기이지만 러쉬만의 차별화된 상징물로 자리잡았죠. 화려한 플라스틱 패키지들 사이에서 오히려 독보적이고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갖추게되었습니다. 자체적인 PP 수거 방식도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좋은 조치에요. 재활용 업체의 선별, 분류 과정을 줄여 그 과정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고 동질의 PP를 대량으로 취급하면서 그만큼 용기의 재활용률을 높였죠.

최근에는 우리나라 브랜드들도 여러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은 올해 6월부터 내년까지 용기에 브랜드명을 직접 인쇄하는 방식을 제한하고 용기와 뚜껑 혹은 라벨의 재질을 동일하게 만들겠다고 밝힌바 있구요. 이니스프리는 다 쓴 자사 용기를 다양한 재활용 제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이 캠페인을 통해 모은 공병을 자재화해 소격동에 업사이클링 매장 ‘공병공간(空甁空間)’을 열었고 이 때 내외부 공간의 70% 를 23만 개의 이니스프리 공병을 분쇄해 만든 마감재로 장식해 이목을 끈 바 있습니다. 현재도 플라스틱과 유리 용기를 매장에 가져가면 1개당 500원(월 6회까지)씩 뷰티포인트로 적립해준다고 합니다. 

출처 : 이니스프리 홈페이지

우리를 예쁘게 건강하게 해준다는 화장품이 지구에 해가 된다면, 그 화장품은 진정 우리에게 이로운 것일까요. 소비자에게 편리하고 예쁜 용기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었다면, 환경에게 이로운 지도 한 번 더 생각하고 기업은 패키지를 제작하면 좋겠어요. 그리고 더이상 패키지의 처리 비용을 소비자에게만 전과시키지 말길 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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