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더운 토요일이었어요. 두 달 전쯤 사전 예약을 했던 비 존슨 초청 강연이 열리는 날이었죠. 신반포역 근처의 덜위치 컬리지에 도착. 이 곳은 작은 영국이더라구요. 외국인학교라 어느 정도 분위기는 예상했지만 다양한 인종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영어... 참 이국적인 느낌이었죠. 이날은 본교 400주년 기념일인 동시에 서초구에서 개최하는 첫 세계인의 날이라고 해요. 이 작은 영국 내부는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입구에서 간단히 등록을 하고 들어갔더니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나는 쓰레기없이 살기로 했다' 책 판매부스였어요. 2013년도에 출간해 절판되었다가 비 존슨 내한 기념으로 재인쇄하게 됐는데요. 강연 전에 책을 읽어야지 하고 주변 도서관에 알아봤는데 결국 제 차례가 돌아오지 않아 아쉬웠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이렇게 아주 많이 만나네요. 책은 미리미리 구매하기!

행사 소개 팜플렛에 제로웨이스트 마켓이 함께 열린다고 적혀 있어 찾아갑니다. 많은 부스가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나라 대표적인 제로웨이스트 브랜드는 모두 있었어요. '매거진 쓸', '더 피커', '예고은', '다시쓰는 그랩', 'Gachi Soap', 'FRUTO', 'WasteUpso', 'Fresh Bubble' 등이 있었어요. 공기정화 식물도 함께 팔고 있었고, 'WasteUpso'는 포장지 없는 컨셉 스토어를 지향하듯이 일부 제품들에 한해 가져온 용기에 담아주는 행사를 하고 있었어요. 모든 부스에서 지갑을 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꽁뜨' 매대에서 핸드메이드 생리대 책을 한권 사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Fresh Bubble' 부스에서는 소프넛 사용에 대해 실용적인 조언을 얻고, 'Gachi Soap' 부스에서는 샘플 비누를 얻었습니다. 이런 셀러들이 있어 참 고맙고 다행이에요. 좋은 제품들이 더 널리 사용되기를 살포시 기대해봅니다.

그 와중에 비 존슨이 친히 제로웨이스트 마켓을 방문해주셨어요. 각 부스를 돌며 같이 사진도 찍고 판매되는 물건도 구경하고 그랬죠. 부스의 사람들 눈이 반짝였어요. 영웅을 직접 만나는 기분으로... 저 또한 어부지리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비 존슨을 만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네요.

마켓이 그리 크진 않았기에 한 바퀴 천천히 돌아도 시간이 꽤 많이 남았어요. 4층 강연장으로 이동해 출석 인증 도장 손등에 쾅 찍고 대기. 점점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2시부터 입장 시작. 강연 전까지 매거진 쓸 광고와 지상파 방송의 플라스틱 관련 다큐멘터리 클립이 상영됩니다. 일찍 강연장에 들어온 저는 내빈석 다음으로 가장 앞 자리에 앉을 수 있었어요. 

2시 30분에 식이 시작됩니다. 시작과 함께 비 존슨을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와 달리, 제1회 서초구 세계인의 날 기념식이 먼저 시작됩니다. 국민의례와 내빈 소개, 서초구청장과 덜위치컬리지학장의 인삿말이 이어집니다. 비 존슨의 강연으로 오롯이 한 시간이 채워지길 기대했는데, 10분으로 예정되었던 개회식은 점점 더 길어지네요. 덜위치컬리지 학생들의 환경관련 메시지가 끝나자 비로소 강연이 시작됩니다. 

비 존슨은 하얀 바지에 하얀 티, 그위에 멜빵을 한 의상에 높은 굽의 샌들을 신고 나왔어요. 한 손에는 텀블러, 한 손에는 하얀 면포를 들고 무대에 섰죠. 면포 안에는 2018년 그녀의 집에서 나온 쓰레기 전부를 담은 유리병이 있었어요. 후에 소개하기를 그녀의 의상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웃들 중 한 가지 조합이고, 샌들은 얼마전 중고 시장에서 구입한 거라고 합니다.

강연 사진은 아래 한 장이 전부에요. 그녀가 요청했죠. 이 소중한 순간을 사진 찍는 데 허비하지 말고 자기 이야기에 귀 기울여 달라고. 아래 사진은 강연 시작 직전 무대 세팅을 점검하는 비 존슨이랍니다.

강연 내용은 책의 축약 버전입니다. 책에서 강조했던 5R(Refuse, Reduce, Reuse, Recycle, Rot)을 실제 경험담과 함께 재미있게 소개합니다. 그녀의 외모 콤플렉스인 얇은 입술을 보완하기 위한 플라스틱 없는 화장품으로 쐐기풀류를 직접 입술에 발라 본 이야기, 화장지 대신 이끼류를 모아 사용하려 했던 이야기, 식초로 머리를 헹구는 노푸 생활을 6개월 정도 하다가 남편이 더 이상 냄새를 못참겠다하여 그만 두게 된 이야기 등 현재의 그녀가 있기까지 그녀가 겪었던 엉뚱한 듯한 경험담이 청중들을 즐겁게 합니다. 

주방에서, 침실에서, 아이들방에서, 옷방에서, 창고에서 What If(만약에)를 염두에 두고 남겼던 물건들을 과감히 포기하니 쓸레기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유쾌해졌다고 말합니다. 공간에 돌보던 시간과 노력을 가족과 취미, 추억에 투자하게 됐다는 얘기도 했죠. 또한 그녀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데 있어서 '유연함'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유연함이란 실천에는 단 한가지만의 해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의 유연함입니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버터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는 것은 좋은 경험이긴 하나 오히려 생활을 낭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하죠. 노동의 고통을 줄이고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유연함이죠. 이는 제로웨이스트 이슈와 관련해 상대방과의 대화에서도 발현됩니다. 환경과 실천에 대해 각기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어요. 이견을 존중하되 본인만의 신조를 유지하는 것, 이것도 바람직한 유연함이라 할 수 있죠.

강연 내내 그녀의 프랑스 악센트가 섞인 유머에 함께 웃다가, 핵심내용에 대해서는 같이 진지해졌죠. 그녀는 깐깐했고,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그녀의 미소는 많은 것을 경험해 본 사람만 보일 수 있는 거였죠. 직접 청중의 질문에 답하는 Q&A 시간에 그녀는 더욱 돋보였습니다. 누군가 학교에서의 제로웨이스트 교육 방법에 대해 물었어요.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죠.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가와 별개로 어른들의 행동은 그런 교육과 이질적일 때가 많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치는 가를 논의하기 전에 어른이 먼저 실천해야 한다(의역한 것이라 내용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제 고민 중 하나인 학용품에 대한 조언도 있었습니다. 매 학기 구매해야 하는 학용품 리스트가 많은데, 이 학용품들은 1년만 사용되고 버려집니다. 어른들은 아주 쉽게 매장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사고, 다음 해에 또 사죠. 매년 준비해야 할 학용품이 같다면 1학년 때부터 교육기간 내내 사용할 수 있는 학용품을 사도록 학교에서 유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클리어파일의 경우 튼튼한 종이로 끼워 쓸 수 있거나 금속으로 된 제품도 있거든요. 저 또한 아이의 유치원 3년 내내 준비해야 했던 싸인펜과 크레파스, 색연필 등이 모두 플라스틱 재질이라 마음이 몹시 불편했던 기억이 있어 매우 공감했습니다.

그녀는 본인의 제로웨이스트 홈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게 된 이유 중 하나가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우리는 '환경보호'라는 키워드에 노출되었고, 이 시대에 '환경'은 하나의 클리셰가 되어버렸죠. 비 존슨은 본인의 강연에서 '환경'이라는 단어는 두 번 정도밖에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요. 가족과의 행복, 건강함, 삶의 질 상승 등의 측면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이야기 했기 때문에 더 많은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어쩜 이렇게 멋있을 수 있을까요. 하나의 확고한 실천을 만들기 위해서 수십번, 수백번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에, 그녀의 노고를 존경합니다. 그간의 실천들을 5R과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 요약 설명할 수 있다는 건 반복적인 경험과 엄청난 시행착오, 강한 의지가 아니면 실현되기 힘들었을거에요.

이렇게 본 행사가 끝나고 1층 사인회 현장으로 갑니다. 제가 좀 눈치가 빠른 편이어서 이 곳에서 하겠거니 하고 서있는데 어느새 그게 줄이 되어버렸어요. 어떨결에 가장 처음으로 비 존슨의 사인을 받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도 비 존슨의 멋짐이 부각되는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주최측은 여느 사인회와 마찬가지로 싸인용 네임펜을 준비해 놓았어요. 비 존슨은 자신이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재사용 가능한 펜을 꺼내며 그 일회용 펜을 사양했지요.

전 책 두 권을 준비했어요. 하나는 개인 소장용으로, 하나는 아파트 내 도서관에 기증할 마음에서였죠. 각 책에 'to' 다음 뭐라 적어달라 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두 권의 책을 내미는 순간 비 존슨은 이렇게 말했어요. "전 제 책이 보관용이 되길 원하지 않고 함께 나누길 바란다. 그래서 개인 이름을 사인에 넣지 않는다". 제가 참 생각이 짧았던 것을 느꼈죠. 그녀는 제 이름 대신에 함께 나누자는 메시지를 적어줬어요. 강연 끝나고까지 절 감동시키네요.

그녀는 쓰레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실천하였고, 그렇게 비우는 동안 행복을 얻었죠. 이 강연은 제로웨이스트라는 행보에 발을 들인 지 이제 막 1년이 되어가는 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유연성'이란 키워드는 해법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조금씩 지쳐가는 저에게 위로를 주었고, '나눔'이란 키워드는 앞으로 실천해가는 참 좋은 아이디어가 되었죠.

고마워요, 비 존슨! 살아있는 영감이 되어주어서.

지난 포스트에서는 제품과 패키지의 생산에서 소멸까지의 과정을 도식화하여 보여드렸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 지 고민해보자고 말씀드렸죠. 오늘은 '소비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플라스틱 이슈, 혹은 환경 이슈는 누구나 그 문제성를 인식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는 지구 공통체적인 선(善)이며, 의무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슈는 보신탕 취식과 같이 문화적인 이슈도 아니며 채식 선호와 같은 취향적 이슈도 아닙니다. 지구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고, 미세먼지를 걱정하고, 쓰레기 문제를 겪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환경 이슈 측면에서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글로벌 동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행동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사소한 것까지 꼼꼼하게 나누어 분리수거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쇼핑할 때 더 많은 비닐봉투를 서비스 차원에서 요구하죠. 비닐봉투를 더 많이 요구한다고 해서 이 사람이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다고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환경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실천하는 사람일수도 있고 다른 가치를 환경보다는 우위에 두나 환경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블로그에 직접 글을 쓰자 마음 먹기 전에도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지만 편리한 생활에 더 가치가 있던 사람이었죠. 어느날 내가 재활용한 게 헛수고였고 아파트 한쪽 벽에 분리수거 더미로 가득 쌓였을 때야 그 심각성을 깨달았죠. 그런 계기를 통해 지금 생활에 대해 반성하고 습관을 바꿔야겠다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플라스틱 이슈와 관련해 여러 내용을 접하고 외국 사례도 찾아보면서 느꼈던 여러가지 중 하나는 지구를 위한 좋은 행동 메시지들이 참 많이도 다닌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느꼈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걸 실천할 사람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분리수거 잘하세요.', '플라스틱 남발하면 해양생물이 죽어요', '지구를 위한 7가지 실천하세요' 등 어떻게 행동하면 된다는 말은 넘쳐나는데 그 '누구'라는 주어가 '당신(You)'라는 말로 두리뭉실하게 생략되었다는 겁니다. 대부분 이런 이슈에 관심이 있다면 이렇게 해봐라라는 식이죠.

나는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까'를 결정하기 전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 저에게는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며칠을 고민하여 다음과 같은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당신은 편의지향적입니까, 행동지향적입니까?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환경 이슈에 대해 앞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는 글로벌 동지입니다. 우리 모두가 환경을 보존하고 지켜야 함을 인지하고 있다고 전제했을 때, 지금의 실천 행동과 성향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행동지향성'과 '편의지향성'을 기준으로 잡았습니다. 본인이 환경이슈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고 불편도 감수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상적 행동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환경이슈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나 지금의 습관을 양보하고 바꾸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면 당신은 "친환경 쇼퍼"가 될 수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 제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극적 인내자"이거나 "현실 타협 비판가"가 많은 것 같습니다. "소극적 인내자"는 본인이 아는 인식과 지식 선에서 실천을 하는 사람들로 분리수거를 성실하게 실천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죠. "현실 타협 비판가"는 '소극적 인내자'와 달리 이러한 재활용 체계가 소비자의 변화 없이 거대한 시스템 상에서 먼저 제대로 구축되어야한다고 주장하는 부류입니다. 배달음식을 먹을 때 포장 패키지가 정부 차원에서 관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로, 분리수거에 대해서는 형식적으로 접근하나 분명 환경이슈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습니다.

'분리수거'와 관련해 이 부류들의 행동을 정의하자면 "이상적 행동가"는 재활용되지 않는 제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습관을 변화하면서 적극적인 대안책을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의 폐해를 알고 나서는 아예 빨대로 음료를 마시는 행위를 거부하죠. "친환경 쇼퍼"는 본인의 소비 과정에서 환경을 중요 선택 기준으로 가져갑니다. 구매 시 재활용 가능한 제품을 구매하거나 일회용 대안 제품을 구매하고, 지나치게 비환경적인 제품은 거부하죠.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의 폐해를 알았을 때 이 부류는 종이 빨대나 스테인레스 빨대 등 대안 제품을 소비합니다. "소극적 인내자"의 경우 본인에게 더 중요한 다른 가치에 의해 소비를 하되 정해진 규칙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합니다. 가격이 가장 저렴하여 비닐포장과 저가 플라스틱을 구매했더라도 분리수거는 철저하게 지키죠. 일회용 빨대를 사용하지만 모두 세척해 여러개를 묶어서 플라스틱류에 정확하게 분리배출합니다. "현실 타협 비판가"는 가격이든 취향이든 원하는 제품을 편리하게 구매하고 적당선에서 분리수거를 실천하되 체계에 대해 문제제기합니다. 일회용 빨대를 이용하고 매장에 분리수거통이 있으면 하고 아니면 쓰레기통에 버리되, 이러한 규칙은 소비자가 쉽게 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그림에 비춰볼 때 저는 "소극적인 인내자"였습니다. 그리고 동기부여 후 '행동지향성'은 점점 높아지는데 '편의지향성' 측면에서 전 "이상적 행동가"를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블로그에서는 "이상적 행동가"와 "친환경 쇼퍼"가 할 수 있는 실천 사항 모두를 다뤄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 나는 잘하는데 넌 왜그래.

우리 부부를 생각해보면 전 "소극적 인내자"인 반면 남편은 "현실 타협 비판가"에 더 가까웠습니다. 한가지 에피소드를 들자면 결혼 직후 '식수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서로 논의를 했죠. '소극적 인내자'였던 전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건 못 믿겠고 생수는 패트를 처리해야 하니 끓여서 먹자고 했죠. '현실 타협 비판가'였던 남편은 수도세, 끓이는 노력 등을 모두 고려할 때 생수를 사서 먹는 게 가격 면에서 합리적이고 분리수거만 잘하면 편리하다라고 했습니다. 결국 우리 부부는 생수를 사서 마시게 됐죠. 그리고 어김없이 생기는 생수 페트병을, 남편은 그냥 플라스틱 분리수거함에 넣고 끝냅니다. 반면 전 라벨을 떼고 뚜껑의 불투명 고리부분까지 제거한 후 납작하게 버리죠. 그러다보니 남편에게 잔소리를 할 때가 있습니다. 그 잔소리가 넘치다보니 지금의 분리수거는 많은 부분 제 차지가 되었구요.

'왜 나는 이정도 하는데 저 사람은 아무것도 안하지,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해봤자 저 사람 때문에 분리수거가 안되잖아'. '난 일회용품 줄이기 위해 배달 음식 안먹는데 옆집 총각은 매일 편의점 도시락과 배달음식이야. 저거 분리수거는 잘하나'. 가족끼리도 갈등이 생기는데 이웃, 타인과도 부딪히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조금 시선을 바꿔 '저 사람도 환경보호는 알고 있을 거야. 다른 실천을 하겠지'라던가 '저 사람은 아직 동기부여가 안된 것 뿐이야. 잠재적 행동가이니 언젠가 바뀔 수 있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인 나를 이해하는 것은 내게 맞는 환경을 위한 일을 결정하는 데도 좋은 지침

정확하게 분리수거하는 방법과 같은 정보는 '소극적 인내자'에게는 도움이 되나 '현실 타협 비판가'에게는 지겨운 잔소리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분리수거 체계를 개선하거나 패키지를 통일화하는 서명운동에 '현실 타협 비판가'는 쉽게 동의할 수 있습니다. 환경단체에서는 환경이슈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많은 이슈를 만듭니다. 환경이라는 거대 이슈에서 행동성이 낮은 사람들을 적극적인 행동가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의 생활에서 어떤 가치가 상위인지 알고 이를 적용해보는 시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향유고래의 배속에 플라스틱이 가득한 퍼포먼스는 환경 가치를 상위에 둔 사람들에게는 심각하게 느껴지지만, 다른 이슈에 더 관심이 많아 행동을 주저하는 '소극적 인내자'나 '현실 타협 비판가'들에게는 뉴스 중 하나일 뿐입니다. 엄마들에게 BPA의 발암유발가능성과 같은 건강 이슈가 충격적이었던 것처럼, 트렌디한 사람에게는 그것에 맞는 동기부여를 생성하는 게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제 블로그를 통해 공개되는 제 습관이며 내용들이 당신에게 자극이나 동기가 되면 참 좋겠지만 압박감이나 죄책감은 되지 않길 바랍니다. 제가 만나본 사람들(소비자) 중에서 환경이슈에 대해서는 악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난 아무것도 안한다 창피해하며 말해도 그 사람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최소 한가지 이상의 환경을 위한 좋은 습관이 있었습니다.

환경오염의 문제는 심각하고 냉정하지만, 그걸 실천하는 우리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관대한 반성을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구를 위한 착한 소비 5 원칙

플라스틱 이슈에 있어서, 소비자가 어떤 유형의 누구이건 간에 어떤 방법을 선택을 하든 기본 가이드라인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 원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에서 소비자가 만나는 그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것들을 5가지로 요약한 것인데요. 우리가 흔히 아는 아.나.바.다 운동도 포함될 뿐더러 앞으로 구체적인 실천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 카테고리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래에 대한 세부 내용은 다음 기회에 자세히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IDEA MOUTH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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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2003년 1월 1일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EPR : 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제품 생산자 또는 포장재를 이용한 생산자에게 그 제품 및 포장재의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의무를 부여하여 재활용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과금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요.[각주:1] 이 제도 시행 이전에는 생산자의 책임이란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시점까지였고, 사용 후 발생된 폐기물은 오롯이 소비자의 책임이었습니다. 이 제도는 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재활용까지 생산자 책임으로 범위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시행에 따라, 일반국민들이 재활용의무대상 포장재를 쉽게 확인하고 이를 분리배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분리배출표시제도'가 도입됐습니다. 국내의 분리배출표시 도안은 페트, 플라스틱(용기류, 6종), 비닐류(필름ㆍ시트형, 6종)으로 구분하고 있고, 그 외에 캔류, 종이팩, 유리, 종이로 구분하고 있죠. 제품을 구매할 때 뒷면 또는 하단에 아래 도안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 표시가 있다면 유형에 맞게 분리수거를 해야합니다.

출처 : 한국환경공단 홈페이지

이와 더불어 '빈용기보증금제도'도 있습니다. 유리용기를 사용하는 빈병에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사전에 적용해 판매하고 다시 수거하는 제도가 이 것인데요. 소주병, 맥주병 등의 공병은 세척/살균 과정을 거쳐 여러번 재사용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재사용횟수가 8회 정도로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해요. 2017년 1월부터 빈용기 보증금이 인상되면서 표시제도 달라지고, 대형마트 등에 빈병회수기가 놓여 수거의 편의를 돕게 됐습니다.

출처 : 환경부 홈페이지(http://www.me.go.kr/issue/reuse/)

최근 중국발 페트병과 폐지 수입 금지 처분의 여파로 서울과 수도권의 분리수거 전쟁이 이슈화됐었죠. JTBC 뉴스에서는 '페트병 등급제'가 국내 재활용 페트병의 수출을 막는다는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이의 후속 대책의 성격이 짙은데, 최근 논의되고 있는 환경부의 정책 중 하나가 '포장재 재질 구조 평가제 의무화'입니다.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제의 의무화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는데요, 이 제도는 재활용의 용이성에 따라 페트병 등 재활용 자원에 등급을 매기는 제도로 2014년 7월부터 해당 고시가 시행됐지만 평가담당 인력 부족·처벌 규정 부재·인센티브 유인책 부족 등으로 유명무실했다고 합니다. 등급은 재활용이 용이한 경우 1등급, 재활용이 어려우면 2∼3등급으로 구분하는데, 2016년 시중에 유통된 페트병 제품 1만 2423개 종류 가운데 포장재 재질·구조 심의를 받은 제품은 0.09%에 불과한 11개였다고 해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됩니다. 분리배출표시가 되어 있어도 분리수거 방법이 어렵다면 재활용될리가 만무하니까요. 

복잡하긴 하지만 이러한 제도들의 핵심은 하나입니다. 제품과 포장재의 생산자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죠. 우리는 어느 정도 소비의 선택권을 존중받는 것 같지만 정형화된 패키지와 제품, 마케팅의 홍수 속에서 소수의 생산자들이 고민했어야 할 부분도 소비자가 떠맡고 있었어요. 화려한 패키지는 캡, 라벨, 본체의 재질이 모두 다른 경우가 많았고, 샘 방지를 위한 기술은 오히려 플라스틱과 캔류를 따로 분리 배출하기 어렵게 만들었죠. 전 국민이 분리배출표시를 외우고 연장을 써서 각각의 꾸러미 속에 분리수거를 하는 게 합리적인 걸까요. 지금의 대량생산의 체제에서 제품과 패키지를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것이 비환경적인 제품을 전 국민이 나서서 분리수거하는 것보다 더 쉬운 방법일텐데 말이죠.

앞으로 분리수거를 비롯한 자원 리사이클의 생산자 책임은 더욱 커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도 제품과 패키지 선택에 있어 보다 현명해질 필요가 있어요. 분리수거가 힘든 패키지의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렇게 만든 생산자에게 적극 항의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시정되지 않는다면 불매도 해야하죠. 제품 선택의 기준에 패키지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 때의 패키지 기준은 예쁜 포장이 아니라 얼마나 재활용하는 소비자의 노고를 생각했는 지가 관건이지 않을까요. :)

  1. 근거 :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6조(제조업자 등의 재활용의무) [본문으로]

지난 포스트에서 저는 '텀블러를 쓴다'는 첼린지 약속을 언급했습니다. 오늘은 그 실천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해요.

환경 이슈라는 것이 외부적인 동기부여가 있으면 좋긴 하지만, 외부에서 주는 리워드라는 것이 제한적이고 적거든요. 텀블러 300원 할인이 가난한 학생에게는 크게 느껴질 수 있으나, 여유있는 직장인에게는 작게 느껴질 수 있죠. 아직까지는 생존과 결부된 이슈라고 인지하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에 환경 이슈에 관심이 많다하면 개인의 선행, 기부활동, 취미 등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환경 이슈를 실천하고자 한다면 그 동기를 본인 스스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해낸 건 자신만의 리워드 노트를 써보는 거에요. 그 첫 도전(Challenge)을 '텀블러를 책기자!'는 것으로 정했구요.

제가 만든 리워드 노트의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약속을 지킨 날은 '성공(Success)', 못 지킨 날은 '실패(Failure)', 이와 더불어 '절충(Compromise)'이란 걸 두었어요. '텀블러를 챙기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성공'은 당연히 가방에 텀블러를 넣어 다니고 실제로 사용한 경우겠죠. '실패'는 가방에 텀블러를 넣어 가는 것을 잊어버렸고 결국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사용한 때일거구요.

'절충'은 이런 경우입니다. 깜박잊고 텀블러를 안가져와서 커피를 마시고 싶었음에도 꾹 참고 안먹었을 때. 텀블러는 안가져왔지만 다회용컵으로 마셨을 때.안가져와서 플라스틱컵으로 한 잔 마셨는데 다시 챙겨 나와 텀블러로 마셨을 때. 즉 해야함을 알았으나 실천이 미비했거나, 실천하지 않음을 알고 수정했거나, 실천을 지키기 위해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들은 아예 생각조차 안한 것 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과는 차별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리워드를 표시하는 방법은 자유롭습니다. ★, ♥ 기호 숫자로 표시할 수도 있구요, 천원, 이천원 금전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리워드 비용도 본인에게 맞춰 설정하면 되구요. 이 약속에서 성공 시 리워드를 2백원으로 했는데 다른 약속, 가령 장바구니를 챙기자는 약속을 실천할 때의 리워드는 3백원을 줄 수도 있는 거죠. 본인에게 긍정적 리워드가 맞다하면 성공 시 리워드를 실패 시 비용보다 높게 책정하면 되고, 부정적 리워드가 효과가 있을 것 같다하면 실패 시 내야하는 비용을 더 높게 책정하면 됩니다.

단, 절충에 대한 비용도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출도 하지 않는 날, 장을 보러가지 않아 텀블러나 장바구니를 생각할 필요가 없는 날과 본인이 못챙겼으나 약속을 기억해낸 날은 분명 다르니까요.

다음과 같이 이번 주 일주일의 리워드 달력을 짜보았어요.

17일이 시작일이었고, 그 날은 텀블러를 가져가 이용했기에 '성공'했습니다. 18일은 급하게 나가게 되서 텀블러를 잊었는데 딸 아이 주스를 사주면서 플라스틱 컵을 사용했기에 '실패'. 19일은 텀블러는 깜박 잊고 놓고 가 반성을 했고, 대신에 일정이 있는 동안 커피를 참았기 때문에 '절충'에 표시를 했습니다. 현재까지의 스코어는 0보다 나은 1이네요. ㅎㅎ

전 한 달간의 합계에다가 리워드 비용을 곱하려고 해요. 저는 '텀블러를 챙기자!'라는 약속에 대해 1점당 1천원의 리워드를 주기로 약속했어요. 예를 들어 한 달 동안 노트를 적어보니 총 합이 20이 나왔고 이 약속은 리워드는 1천원이니 총 2만원의 리워드 비용이 한 달 후 생기는 겁니다.

20점x1,000원=20,000

그리고 저는 이 금액을 IDEA MOUTH 통장에 저금하렵니다. 내 실천에 대한 긍정적인 보상이 향후 얼마나 커져있을 지 저 또한 궁금해요. 앞으로 꾸준히 보여드릴게요.

저.. 잘 할 수 있겠죠? :)

저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여느 엄마들처럼 물티슈를 항상 챙기고 다니고, 많은 비용을 일회용 기저귀 사는데 쓰고 있죠. 한 달에 네 번정도 장을 보고 일주일에 두 번정도 택배를 받는데 쇼핑의 뒷처리는 항상 분리수거죠.


저는 그래도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 엄마라고 생각합니다.

플라스틱 용기의 내용물은 모두 비우고, 패트는 납작하게, 비닐은 따로 버립니다. 종이박스와 스티로폼박스의 테이프는 모두 없애고, 양념이 묻은 비닐은 따로 헹구기도 합니다. 우유팩은 일년에 한 번 따로 모아 주민센터에 내기도 하구요.


그런데 세상은 난리입니다.

우리 아파트도 분리수거가 안된 재활용이 많아 업체로부터 거절당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아파트가 그런데 우리나라 재활용 패트병도 중국에서 거절당했다고 하네요. 대부분의 엄마가 저처럼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는 한에서는 정말 열심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쩌다 우리는 플라스틱이 당연한 세상에서 플라스틱에 잠식되어가는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요. 


생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합니다. 우리가 먹는 생선의 뱃속에서 플라스틱 찌꺼기가 발견된다고 합니다. 너무나 흔하고 편한 플라스틱 일상에서

잠시나마 한 구석으로 치워버린 작은 양심을 꺼내어 함께 고민해보고자 블로그의 문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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