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수요일쯤 도착한다 했는데 수요일 저녁까지 소식이 없었죠. 밤 중에 택배아저씨가 살포시 놓고 간 꾸러미들 사이에 쓸(SSSSL)이 있었어요. 조금 더 일찍 이 잡지를 알았더라면 창간호부터 후원했을텐데... 너무도 궁금한 창간호는 어디에서도 구매할 수 없고. 그래서 이번 2호는 더욱 더 기다렸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역시나 기대를 거스르지 않고 예쁘고 알찬 잡지가 되어 도착했네요.0

축구 경기 환호가 한 숨 지나간 후, 가족들 모두 잠든 밤에 바닥에 배 깔고 한 두장 넘기다보니 금새 정독을 마쳤어요. 환경정책부터 생활 속 실천 방법까지 치우침 없이 내용이 알차요. 환경이야기가 지루하지 않아요. 팩트와 훈수로 주로 이루어지는 딱딱한 전문 잡지가 아니에요. 오히려 인간적이랄까. 사람 사는 이야기, 그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용기있게 선택한 불편한 삶의 이야기. 제로웨이스터로 너무나 유명하신 분들의 이야기들도 즐거웠고, 편집자의 제로웨이스트 생활 가운데 체감한 갈등과 아이러니 이야기는 백분 공감했습니다.

다행이에요, 우리나라에 이런 잡지가 있어서. 후원자 명단에 제 이름이 들어있는 걸 확인했을 때 뿌듯했어요.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 더 좋겠다는 아쉬움도 느꼈죠.

우선 남편에게 보여주려구요. 이런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용감해야 세상이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다라고 말할 것 같아요.

쓸 제작자분들 고생 많았어요, 3호, 4호도 계속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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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Vol.2는 아래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어요.

서울 성동구 : 새활용플라자 308호, 옥수책방, 프루스트의 서재

서울 은평구 : 오혜서점, 책방비엥

서울 마포구 : gaga77page, 이후북스, 짐프리, 책방여유물질, 책방연희, 책방꼴, 책방 탐구생활, 퇴근길 책 한잔, 헬로인디북스

서울 용산구 : 스토리지북앤필름

서울 중구 : 책방요소

서울 종로구 : 플랫폼 510


대구 중구 : 고스트북스, 더 폴락

포항 남구 : 달팽이 책방

경주 황남동 : 책방 지나가다

제주도 서귀포시 : 라바북스, 책방무사

여러분은 어떤 용기의 샴푸를 사용하시나요? 저희 집은 핸드워시도 샴푸도 클렌징오일도 모두 펌프식을 사용하고 있어요. 한 번 쓸 용량만 적당히 나오고 용기를 흔들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등 장점이 많아서 선호했죠. 분리배출할 때도 용기의 분리배출표시를 보고 정확히 배출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O.M.G. 이러한 펌프식 용기의 경우 재활용 가능성을 현저히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분리배출 방법을 바꾸게 되었고, 더 나아가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찾게 되었어요.

오늘은 다 쓴 펌프식 샴푸병 분리배출 방법을 알아볼게요. 아래 왼쪽이 이번에 분리배출해야 할 펌프식 용기에요. 이 날 샴푸와 컨디셔너 모두 다 사용해서 분리해보았는데, 두 개 모두 구조는 똑같고 잘 나온 이미지를 선별해 사용해서 사진이 섞였습니다. 용기의 뒷면에는 오른쪽 사진처럼 분리배출 표시가 되어 있어요. 저 분리배출 표시만 보면 마치 용기 채 페트로 분리해도 될 것만 같죠. 저는 펌프 뚜껑 부분과 용기를 분리한 후 용기는 헹구고, 라벨을 떼어서 플라스틱으로 배출했었어요. 그런데 용기 자체야 저급 플라스틱으로라도 재활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저 펌프부분은 거의 대부분 매립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 이유는 펌프의 OTHER이 다른 여러 플라스틱이 섞였다는 의미도 있지만 펌프를 가능하게 만드는 용수철(스프링)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저와 함께 샴푸병을 꼼꼼이 분해해 보겠습니다. 1) 먼저 다 쓴 용기는 헹궈주세요. 샴푸의 경우 자린고비 아빠 이야기처럼 물을 넣고 두서번 더 샴푸할 때 사용하면 거의 헹궈져요. 컨디셔너는 물과 섞이지 않고 분리되기 때문에 뜨거운 물에 헹구었구요. 2) 용기와 펌프를 분리해 주세요. 분리하기 전에 바닥에 종이나 천을 까는게 좋아요. 펌프에 남아있던 액체가 흐를 수 있거든요. 펌프는 뚜껑 쪽 부분을 힘있게 잡아 당기면 아래 가운데 사진처럼 용수철 하나가 튀어 나옵니다. 아래 투명한 빨대 부분도 잡아당기면 아래 오른쪽처럼 총 4개의 구조로 분리될 수 있어요. 제가 지금까지 분리해본 펌프는 대부분 용수철이 잘 분리되었는데, 일부 용기는 용수철이 플라스틱 내부에 있어서 분리가 어렵기도 하나봅니다. 용수철은 '철'로 뚜껑부분은 '플라스틱'으로 배출하면 무방합니다. 어려운 것은 펌프 중간 부분과 빨대 같은 호스 부분이에요.

  

펌프 중간 부분은 딱 보아도 다양한 재질의 플라스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뒤집어서 속을 보면 하늘색 부분이 보이는 데 이것은 또 스폰지 같이 말랑한 재질의 플라스틱이더라구요. 이 부분도 분리해보려 노력했지만 장비가 '가위'인 저로서는 불가능했어요. 이건 거의 확실하게 매립행입니다. 빨대 부분은 재질이 투명한 것이 실리콘이나 폴리우레탄일 수 있는데 확실하게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재활용이 안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재질들을 어디에 배출해야 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에요. 재활용이 안되니 종량제봉투에 버리는 게 맞을까요. 플라스틱이긴 하고 분리배출 표시도 그러하니 플라스틱으로 배출하는 게 맞을까요? 이런 고민을 소비자가 해야한다는 것 자체도 화가 나네요... 저는 분리배출표시에 따라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했어요.

3) 용기도 라벨을 분리합니다. 다행히 이 용기는 손톱으로 긁어서 떼어낼 수 있었어요. 라벨은 PP라고만 표시가 되어 있는데 '비닐류'로 배출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용기 앞부분은 라벨이라 손으로 떼어내니 괜찮지만 뒷면은 용기에 바로 인쇄되어 있었어요. 아마도 이 용기는 저급 중에 저급의 페트로 분류되어 재활용될 듯한데, 짙은 유색의 페트인데다가 뒷면은 용기에 직접 프린팅되어 있거든요. 저급의 페트는 시장성이 없어 이 또한 재활용이 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분리를 마친 용기는 다음과 같아요. 왼쪽은 용기의 앞, 오른쪽은 뒤쪽입니다.

 

저렇게 분해 한 후 대롱과 펌프 부분은 한번 더 헹구었습니다. 축적된 샴푸가 씻겨나왔어요. 이후 용기는 '페트', 펌프 속 용수철은 '철', 펌프의 다른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또는 OTHER 또는 종량제 봉투', 라벨은 '비닐류' 요렇게 분리배출하면 됩니다.

그럼 재활용이 거의 되지 않는 펌프식 용기를 대체할 현명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펌프식 용기가 아닌 일반 용기를 사용하고, 펌프가 필요하다면 재사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예전에 사용했던 애티튜드 세제는 캡형 용기였는데 다량으로 구입하면 펌프를 하나 증정했었어요. 펌프를 끼워 편리하게 사용하고 후에 용기는 플라스틱으로 배출, 펌프는 다음 세제 사용 시 재사용했지요. 제 경우 후에 다른 브랜드의 캡형 유아 거품목욕제를 샀는데, 다행히 그 펌프가 그 용기에도 딱 맞아 요긴하게 쓴 기억이 납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기성 제품들이 펌프를 포함한 채 판매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을 가능한 구매하고 꼭 필요할 시에는 기존에 사용했던 펌프를 깨끗이 씻어 재사용하는 것도 방법인 것 같습니다.

더 좋은 방법은 용기에 담아서 사용해야 하는 액상 제품 대신 고체나 가루 제품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최근 러쉬같은 환경친화적 코스메틱 기업들을 중심으로 샴푸, 로션 등을 고체 형태로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어요. 치약도 튜브형태가 아닌 가루나 껌같은 고체 형태로 팔기도 하구요. 저 또는 펌프식 컨디셔너를 다 사용한 후 러쉬의 고체 컨디셔너 제품으로 바꿨습니다.(관련 글 바로가기) 플라스틱 용기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건강한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인위적 화학물질을 거부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샴푸를 사용하지 않는 '노푸(No Poo)' 운동도 있구요, 복잡한 코스메틱 라인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고 있어요. 

아직 저희집에는 앞으로 분리배출해야 할 펌프식 용기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바형 컨디셔너를 사용하며 드는 생각 중 하나는 '분리배출 안해서 참 좋다'입니다. 그래서 수분크림을 거의 다 사용해서 이번에 새로 구매한 것도 바형 세럼이구요.

분리배출, 전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재활용될 수 없는 시스템 속에서 기업의 형식적인 분리배출표시는 마음을 무겁게 만들죠. 플라스틱 하나라도 자원으로 재탄생하길 바라는 마음의 선한 분리배출 노력이 무시되는 현실도 화가나구요. 어서 빨리 소비자가 환경에 대해 덜 죄책감 느낄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정부는 지난 4월 26일 이마트 등 5개 대형마트와 MOU를 체결하고 '1회용 비닐쇼핑백, 과대포장 없는 점포' 만들기에 함께 노력하기로 협의했습니다. 이 협약을 통해 비닐롤백 사용량을 줄이고, 이중포장을 개선하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코팅·유색 트레이(회접시 등)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혔죠. 그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난 지금, 여러분들은 대형마트의 변화를 체감하고 계십니까?

대형마트에서 한 달에 최소 두번 쇼핑하고, 어느새 채소를 구매할 때의 기준이 비닐포장이냐 아니냐가 된 제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협의의 실천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한 번은 비닐포장이 안 된 야채를 하나도 찾을 수 없던 적도 있었고, 속비닐 대신 제가 가져온 재사용봉투 대신 비닐롤백 사용을 권장하는 판매원도 만난 적도 있습니다. 회사 차원의 협약이 판매자 개개인까지 전달되는 데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겠지만, 호기롭게 시작한 협약의 결과가 획기적으로 반영되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떨칠 수가 없습니다. 

소비자 개개인의 실천은 저처럼 현실에서 부딪힙니다. 애호박을 사고 싶은데 마트 내 대부분의 애호박은 비닐포장에 꽉 끼워져 낱개로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하나면 충분한 오이도 랩에 칭칭 감긴 5개 들이로만 구입하도록 해놓습니다. 제 경험상 마트에서 포장 없이 살 수 있는 채소는 감자, 당근, 가끔 시금치와 같은 제철 나물과 버섯 한 종류 뿐입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 대형마트가 정부와 함께 비닐쇼핑백과 과대포장 없는 점포 만들기에 동참하는 지도 모릅니다. 소비자들은 정책이 시행되기 때문에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기 시작한 게 아닙니다. 어느 날 마트에서 비닐봉투가 유상으로 바뀌고 대여 장바구니가 생기면서 장바구니의 필요성을 체감하게 된 거죠. 마찬가지입니다. 고무장갑 5개가 하나씩 사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선택하는 거지, 이중포장되어 5개들이를 사는 것이 아닙니다.

업체들은 협약을 이행하는 게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생산부터 이중포장되어 들어오는 제품들, 1인가구의 증가 등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상품 구성, 변화를 거부하는 일부 소비자들의 항의 등으로 이러한 변화를 적용시키는 게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약속을 하지 말았어야죠.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은 유통과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비닐봉투와 비닐포장을 거부하는 전세계적인 움직임입니다. 영국에서 처음 시작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이 운동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아시아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죠. 첫 ‘플라스틱 어택’ 캠페인이 벌어졌던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Tesco)는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2025년까지 100% 재활용되거나 생분해되는 재질의 포장재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구요. 유럽 시장 점유율 1위인 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Carrefour)도 ‘플라스틱 어택’ 캠페인에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하고 “프랑스에서 플라스틱 포장재 자원이 100% 순환되는 시스템을 조성하기 위한 국가 조약을 제정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고 합니다.[각주:1]

지난 4월13일 영국 버밍엄에서 개최된 플라스틱어택 현장

이러한 흐름을 타고 오는 7월 1일 서울에서도 플라스틱 어택 행사가 개최됩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평소처럼 마트에서 쇼핑하고 쇼핑 후 불필요한 포장을 매장에게 돌려주고 본인이 가져온 용기에 다시 포장해 가는 거죠. 6월 28일 21시까지 사전 신청을 받고 있고, 정확한 장소와 지침 등은 개별 연락드린다고 합니다. 신청서 작성은 이곳 >>> http://bit.ly/plasticattack_seoul_0701 

 출처 : 플라스틱 어택 서울_페이스북 페이지(바로가기)

IDEA MOUTH도 이번 행사에 동참합니다. 처음 참여하는 행사라 기대와 걱정이 반반이지만, 무분별한 비닐봉투 사용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죠. 많은 분들이 함께하면 정말 좋겠습니다. 

출처 : 6월 2일 프랑스에서 진행된 플라스틱 어택 사진(바로가기) 

  1. 출처 : 포장 쓰레기에 손님이 뿔났다, 유럽에서 확산 중인 ‘플라스틱 어택’ /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2018.6.5. [본문으로]

아이 있는 집이라면 냉장고에 필수로 구비해 놓는 것 중 하나가 우유죠. 저희 집도 일주일에 두 아이가 1리터정도 마시고 그외 두유나 주스도 우유팩 재질로 된 음료를 구비해놓습니다. 제 경우, 같은 음료일 경우 플라스틱 포장보다는 종이팩 제품을 선호하는 편인데요, 그 이유는 잘만 배출한다면 이 종이팩이 일반 플라스틱 음료통보다 재활용이 잘 되기 때문입니다.

종이팩이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종이팩, 우유팩, 두유팩, 테트라팩 등으로 부르는 이 포장의 정식 이름은 카톤팩(Carton Pack)입니다. 카톤팩은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내지가 은색의 알루미늄 처리로 된 것은 아셉틱 카톤팩(Aseptic Carton)이라 따로 불립니다. 카톤팩(Gable Top Carton)은 일반적으로 우유포장에 가장 많이 쓰이는 지붕형 상부구조를 가진 종이용기로 베이스 페이퍼(Base Paper) 양면에 폴리에틸렌 수지(PE)가 도포되어 있습니다. 재활용시에는 폴리에틸렌 수지(PE)를 제거하면서 베이스페이퍼를 재생지의 원료로 하여 화장지, 벽지 등으로 사용합니다. 아셉틱 카톤팩은 벽돌모양의 육면체로 주로 우유나 두유, 쥬스, 음료, 소주용으로 사용되는 직육면체의 종이용기입니다. 이 카톤팩은 베이스페이퍼, 알루미늄 호일, 폴리에틸렌 등 비교적 복합적인 재질로 만들어지고 보존 기간이 길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 : 음식물 포장에 사용되는 종이팩, 안전한지 궁금하다 / 조선닷컴 2014.8.26.(바로가기)

이 종이팩이 테트라팩으로 불리는 이유는 이 회사가 카톤팩을 상용화했기 때문입니다. 1940년대에는 병우유가 광범위하게 판매되었는데, 제작비가 많이들고 깨지기 쉽고 소독처리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테트라팩 설립자인 루벤 라우싱 박사는 유리병을 대신해 우유를 담을 수 있는 포장용기를 고안해냈는데, 10여년간의 연구 끝에 1952년 새로운 소재로 만들어진 우유팩인 테트라 클래식(Tetra Classic)을 생산하게 되었다고 해요. 이 발명품은 1959년까지 약 10억 개의 우유팩을 생산하게 될정도로 큰 성과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이후 라우싱은 '바로 먹을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시장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1961년에는 기존의 테트라팩에 알루미늄 호일층을 넣은 무균기술인 아셉틱 기술(Aseptic Technology)를 선보이게 됩니다. 아셉틱 기술은 외부의 빛과 산소, 세균 침투 등을 완벽하게 차단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유통기한도 늘릴 수 있게 되었죠.[각주:1]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 주한미국대사관이 주최한 포장기기 산업전시회를 통해 처음으로 카톤팩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고 해요. 1977년 서주우유가 카톤팩을 처음으로 수입해 사용하기 전까지는 국내 유제품 대부분이 유리병이나 폴리비닐을 사용하였습니다. 1979년 11월 (주)한국팩키지가 국내 최초로 카톤팩 생산설비를 도입하면서 우유팩의 국산화가 시작되었죠. 현재는 삼륭물산, 한국팩키지, 에버그린패키징코리아(비상장), 삼영화학 등 4개 기업이 과점 형태로 카톤팩을 생산하고 있어요. 아셉틱 카톤팩은 테트라팩과 SIG콤비블록코리아 2곳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떠한 종이팩이든 포장 귀퉁이에서 이 패키지 제조사 이름을 확인할 수 있어요.

종이팩은 왜 분리배출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종이팩은 약 7만톤. 해마다 20년생 나무 140만 그루가 베어지는 숫자라고 합니다. 100% 수입해야하는 종이팩 원지로 연간 77억원이 지출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종이팩의 70%가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에요.  종이팩은 일반 폐지와 달리 고급 천연펄프와 코팅된 PE필름, 알루미늄 등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재활용되기 위해서는 별도 선별이 필요해요. 종이팩은 재활용 과정을 거치면 화장지, 벽지 등으로 재활용되요. 아셉틱 카톤팩의 경우 외국에서는 책상, 의자, 보도블록, 방음재 단열재 등의 소재로도 재활용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체계에서는 일반 폐지와 혼합 수거되어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분리배출표시를 보면 아래와 같이 '종이'와 '종이팩'이 분리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곳에서 이를 분리배출하도록 하고 있지 않아요. 저희 아파트 단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이팩은 어떻게 분리배출해야 할까요?

종이팩의 확실한 분리배출 방법은 주민센터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지역마다 보상기준이 조금씩 다른데 보통 종이팩 1kg에 재생지로 만든 두루마리 화장지 1롤을 교환해줍니다. 서울시 기준은 제 다른 포스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바로가기) 저희 동네의 경우 1kg은 1L 종이팩 35개, 500ml 55개, 200ml 100개와 동일한 기준이라고 하고 이 경우 화장지 1롤로 교환해줍니다. 

이 수량이 될 때까지 종이팩을 모아두는 건 번거로운 일이긴 합니다. 매번 헹구고 말리는 것도 귀찮은 일일 수 있구요. 제 어릴적에는 학교에서 우유팩을 모았는데 당시 엄마는 우유를 마신 후 바로 씻어 건조대에 널라고 교육하셨어요. 엄마는 손으로 접착면을 잡아 살짝 힘을 주면 본래 그러했던 것처럼 찣어진 곳 없이 정말 반듯하게 종이팩을 펴냈는데, 저는 항상 엉망이었죠. 아직도 도구 없이 우유팩을 예쁘게 잘라서 펴내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종이팩을 모으게 된 지난 3년간 저만의 방법이 생겼는데, 소개해드릴게요.

우선 전 먼저 종이팩을 잘라서 펴낸 후 물로 씻고 말립니다. 먼저 헹군 후 종이팩을 자르면 접는 면 등에 이물질이 남아있는 걸 발견해 재세척하게 되어서 순서를 펴고 헹군다로 수정했어요. 대부분의 우유팩, 두유팩은 접착선이 네 기둥의 한 곳에 있습니다. 저는 이 선을 따라 가위로 자르고 바닥 3면을 자르면 우측처럼 바닥면이 한쪽 세로면에만 붙여진 모양으로 펴집니다. 이후 물로 헹군 후 말려요.

어떤 두유팩은 아래처럼 접착면이 가운데에 있는 경우가 있어요. 이 때는 윗부분의 접는 부분을 날개 모양처럼 편 후 납작하게 만들고 5mm정도 윗부분을 잘라요. 이 때 윗부분을 뎅강 잘라내지 말고 남겨두는데요, 작은 부분이나마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게 하기 위한 제 나름의 방법입니다.

 

그리고는 가운데 접착선을 따라 가위로 자른 후, 바닥면은 따로 가위질 할 필요 없이 양쪽으로 벌려주면 우측처럼 평평하게 펴집니다. 그 후 물로 헹궈서 남은 음료를 없애주면 되요. 두유처럼 끈적거리는 고형물이 남았다면 수세미나 솔로 긁어서 떼어내주면 되구요. 간혹 플라스틱 뚜껑이 달리 주스나 우유팩이 있습니다. 이 때는 플라스틱 뚜껑만 떼어내서(힘줘서 뚜껑부분을 잡아당겨도 되고 둥글게 가위로 잘라도 되요) 종이가 붙은 플라스틱은 종량제쓰레기봉투에, 종이가 붙지 않은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하면 됩니다.

 

이렇게 헹군 종이팩은 아래처럼 건조대에서 물기를 뺀 후 찬장에 크기 별로, 종류 별로 모아놓죠. 그리고 화장지 1롤 교환이 가능한 수량이 차면 노끈이나 고무줄(아래는 낡은 고무장갑을 자른 고무줄)로 묶어서 큰 에코백에 모아둡니다. 1L와 500ml는 해당 수량대로 묶으면 되는데, 200ml는 100개를 한번에 묶는 것이 조금 어려워서 저는 50개씩 묶어두었어요. 

  

그리고 일년에 한번, 예전에 사용했던 부직포 재질로 된 분리수거 가방에 종류별로 담아 주민센터에 가져가요. 올해는 6월 초에 가까운 주민센터에 가서 종이팩을 배출하고 왔어요. 담당자에게 전달하고 인수했다는 사인을 하면 화장지로 교환해줍니다. 이 날 제가 가져간 것은 200ml 50개씩 4묶음과 1000ml 35개 3묶음. 그래서 총 5개의 두루마리화장지로 교환해왔습니다.

 

올해가 3년차, 리워드는 작지만 보람은 커요.

주민센터에 종이팩을 가져간 지 올해가 3년째에요. 3년 전, 종이팩은 따로 분류해야 재활용이 되고 그 방법이 주민센터인 것을 처음 알고는 그 때부터 모으기 시작했죠. 사실 노력에 비해 리워드가 크진 않아요. 1년 동안 모아온 종이팩을 5개의 화장지로 바꾸고, 그 화장지는 일주일이면 없어지니까요. 아마도 환경문제가 아닌 리워드에 관심이 있었다면 시작하지 못했을거에요. 처음 종이팩을 들고 주민센터에 갔을 때가 생각나는데, 당시 저는 당연히 무게를 잴 줄 알고 말린채로 가방에 담아 갔었어요. 그런데 담당자가 무게가 아닌 용량별 숫자를 세어오라고 하더라구요. 현장에서 용량별로 나누어 보니 몇 백개를 가져갔음에도 화장지 두롤밖에 바꿀 수 없었어요. 당시에는 내가 이렇게 열심히 정리해왔는데 수량이 안된다고 화장지 두 롤만 주는 건 너무 인색한 것 같았고 이런 대접받으면서 고생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저도 모르게 그 후에 나오는 종이팩들도 속을 갈라 헹구고 있더라구요. 

3년차가 되니 조금 더 능숙한 부분도 있어요. 우선 주민센터에 가시기 전에 전화로 꼭 문의하세요. 그 이유는 주민센터마다 교환 기준과 교환장소가 조금씩 다르기때문에 확인이 필요하구요, 주민센터에서 교환용으로 구비한 화장지가 남아 있는지도 알아야하기 때문이에요. 이번에 안 사실인데, 주민센터는 수거된 종이팩을 재활용업자에게 팔고 그 비용으로 기성 재생화장지를 구매해서 주민들에게 나눠줍니다. 막연히 주민센터가 모아서 재생화장지 업자에게 직접 교환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종이팩 수거가 많은 달은 늦게 가게되면 화장지를 받지 못할 수가 있어요. 

3년차가 되도 아직 이해 안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저희 동네 주민센터는 무게로 측정하지 않고 수량으로 세라고 가이드를 주고 있어요. 담당 공무원에게 무게로 재면 수량 안세도 되고 더 편할 텐데 왜 수량을 일일이 기입해야 하는 거냐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종이팩마다 크기와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라는거에요. 이 대답이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데, 패키지가 더 다양화된 지금 세상에서 모든 우유팩이 천편일률처럼 200ml, 500ml, 1000ml가 아니잖아요. 저희가 자주 마시는 두유는 한 팩에 190ml거든요. 같은 200ml라 해도 납작한 패키지도 있고 높이가 높은 패키지도 있어요. 그렇다면 수량보다 무게로 수집하는 것이 더 정확한 기준이 아닌가요? 또 하나는 주민센터 다른 업무를 보러 가는 것과 달리 항상 불청객이 된 불편한 기분이 드는 것입니다. 화장지 교환 업무는 공무원들의 본업이 아닌 잔업이기 때문에 창구에서 일일이 담당자를 찾아 물어야했고, 담당자도 자주 바뀌었고(어떤 경우 공익근무요원), 이 업무 창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근무영역과 창구영역의 경계에서 어정쩡하게 업무를 처리해야했어요.

'종이팩-화장지 교환 캠페인'은 2012년에 처음 시작됐어요.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이 내용을 아는 분들은 적은 것 같아요. 주민센터도 많은 업무 중 작은 영역이라 더이상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것 같구요. 개인적 식견으로 이 캠페인은 분리배출의 이상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고 봅니다. 분리배출 경로가 명확하고, 분리배출 가이드도 명확할뿐아니라, 화장지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불량으로 배출한 종이팩을 자체 검수(세척이 안 된 것 등은 도로 가져가야해요)할 수 있으니 재활용률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겠죠. 내가 잘 분리배출하더라도 타인이 엉망으로 배출한 것 때문에 전체가 재활용되지 못하는 현재의 분리수거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개인이 고생은 좀 하지만 고생한 만큼 100% 종이자원으로 재활용되는 것은 확실하니까요. 

그 과정이 번거로운 건 인정하기 때문에 주변에 강요는 안합니다. 다만 이 글을 읽은 분이라면, 종이팩의 재활용률을 보다 높이고 싶으시다면, 지금부터라도 씻고, 말리고, 펴서 납작하게 해 주민센터로 분리배출하시는 건 어떨까요?


  1. https://brunch.co.kr/@qeemche/139 [본문으로]

코바늘뜨기를 취미로 하는 많은 사람들이 수세미뜨기로 처음 코바늘뜨기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수세미뜨기만 취미로 하기도 하구요. 저 또한 제가 직접 만들지는 않았지만 주변 분들이 취미로 만든 수세미를 선물로 받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설거지를 하다가 문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알록달록하고 심지어 반짝이기까지 한 이 실로 만든 이 수세미가 정말 '친환경'일까? 아크릴 수세미에서 가끔씩 떨어지는 섬유 조각들은 이렇게 하수구로 흘러들어가도 되는 걸까?

우리가 알고 있는 수세미실, 행주실은 대부분 폴리에스터 100% 또는 아크릴 100%입니다. 대부분의 판매자가 '친환경 수세미실'이란 타이틀을 걸고 이 실을 팔지요. 그들이 말하는 친환경적인 이유는 강력한 흡수력과 탈수력,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함을 듭니다. 세제를 덜 사용해도 되고, 심지어 사용하지 않아도 깨끗하게 씻긴다고 말하지요. 반영구적으로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라고도 소개하구요.

그 이유가 어느 측면에서는 맞긴 맞습니다만, 시각을 달리하면 다르게 보입니다.  

우리가 수세미 실로 사용하는 아크릴섬유(acrylic fiber)는 폴리아크릴로나이트릴 등의 중합체를 원료로 해서 만드는 석유계 합성섬유입니다. 쉽게 말해 플라스틱 섬유죠. 플라스틱의 특성상 가볍고 투명하고 색상이 다양한 섬유로의 장점도 가진 반면, 오랫동안 썩지않기도 하죠. 

강력한 흡수력의 진실 : 아크릴, 이런 석유계 플라스틱은 기름을 흡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사용할 때에는 그릇의 기름들이 바로 흡착되어 세제 없이도 설거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죠. 하지만 아크릴 섬유의 흡수성은 때와 세균, 기름, 오염물질은 흡착시키지만 이것을 배출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사용하면 오염물질 포화상태가 됩니다. 이 때의 아크릴수세미로 설겆이하는 것은 더러운 걸레로 설겆이하는 것과 같아요. 

탈수력의 진실 : 아크릴 섬유는 세균, 오염물질 흡착이 잘되는 반면 물 흡수력은 아주 낮습니다. 설거지를 한 후 잘 짜서 걸어놓아도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셨을 거에요. 섬유에 물이 흡수가 안되고 겉돌아 그 물들이 바로 떨어지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조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죠.

반영구적 사용의 진실 : 아크릴수세미를 사용하다보면 어느 순간 세정력이 확실히 떨어진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오염물질의 포화상태가 된 것인데요, 이를 처음 상태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면과 달리 삶는다고 흡착된 오염물질이 사라지지 않아요. 방법은 버리고 새 것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즉 아크릴수세미도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몇 개월 사용 후 쓰레기통행(재활용도 안되요)이 되고 결국 "반영구적"으로 썩지않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된다는 거죠.

앞선 포스트에서 우리가 입는 합성섬유 옷의 마이크로 섬유가 바다로 흘러들어가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그것이 바다생물의 화학적 오염까지 일으킨다고 설명한 바있습니다. 아크릴수세미 또한 그러한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설거지 하는 과정 중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마이크로 섬유가 하수구로 흘러들어가고, 강과 바다의 오염물질도 함께 흡착한 채 해양생물들의 먹이가 되거나 끈적끈적한 플라스틱 쓰레기로 부유하며 생태계를 교란시키죠.

결론적으로 아크릴수세미는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습니다.

아크릴수세미가 친환경으로 부각받았던 것은 2005년 전후였어요. 일부 주부들 사이에서 세제를 적게 사용하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아크릴실로 수세미뜨기가 유행하면서 지금의 트렌드가 된 것이죠. 돌이켜보면 그 때는 지금의 플라스틱 오염에 대해 무지했던 시기였습니다. 2018년의 친환경은 플라스틱을 빼지 않고서는 이야기할 수가 없을 정도로 됐으니까요.

코바늘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외국에도 정말 많아요. 반면 아크릴수세미를 친환경 수세미라 생각하고 사용하길 권장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듯 합니다. 외국의 코바늘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에서도 아크릴실로 수세미를 만드는 것에 대한 논쟁이 다수 있었습니다. 일부는 효과를 봤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의견은 '아크릴실은 수세미로 적합하지 않다'입니다. 그럼 어떤 실이 수세미로 가장 적합하냐는 의견에 대해 대부분 면(cotton)이라고 말합니다. 이와 함께 코바늘 수세미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도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그 방법 중 하나는 굴곡을 잘게 또는 많이 만들어 그릇에 닿는 면적을 높여 세척력을 높이거나, 구멍을 많이 만들어 건조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아크릴 수세미뜨기가 화려한 색상, 멋진 모양을 만드는 데 중점이 되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키워드 '친환경 코바늘 수세미'로 검색 시 영어권은 대부분 '면사'로 만든 수세미 이미지가 검색된 반면, 한국어는 대부분 '아크릴실'로 만든 수세미가 검색됨. 


그럼 지금의 아크릴수세미를 대안할 정말 친환경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본래의 수세미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수세미가 수세미라 불리기 시작했던 기원, 루파라고도 불리는 이 오이과 열매 수세미를 말려 사용하는 것이 그 어떤 소재보다도 가장 친환경적입니다. 과거의 old한 이미지를 벗고 천연수세미가 플라스틱 섬유 수세미의 대안으로 최근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요. 온라인에서도, 한살림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어요. 

출처 : 인체에 무해, 수세미열매로 설거지용 천연수세미 만들기 /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블로그(바로가기)

코바늘 아크릴수세미의 대안으로는 면이나 마 소재와 같은 천연섬유로 수세미를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보통 설거지 할 때 거품을 내는 용도와 헹구는 용도 등 두 개 이상의 수세미를 사용하게 되는데, 다양한 소재로 본인에게 맞는 조합을 찾는 것도 코바늘을 하시는 분들께 재미를 줄 거라고 확신합니다. 저 또한 어제 처음으로 집에 있는 짜투리 면사로 제 첫 코바늘 수세미를 만들었어요. 구글 검색하면서 어떤 분이 본인이 해본 방법 중 가장 성능이 좋다라고 소개한 노하우를 참고해 만들어봤는데요. 어제 처음 사용해 본 결과, 거품도 잘 나고 흐트러짐 없이 잘 닦입니다. 건조할 때도 물이 뚝뚝 떨어지지 않아요. 반면 아크릴수세미보다는 건조시간이 오래걸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 번에는 마 소재로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모양도 망사형, 굴곡있는 다른 패턴으로 다양하게 떠 보려구요. 만드는 방법, 정말 환경에 좋은 친환경 수세미 사용후기도 차근차근 공유할게요.


오늘도 뽀득뽀득 상쾌한 설거지하세요~ :)




최근 유럽연합(EU)이 2025년까지 일회용품 플라스틱 10종 전면 금지 법안을 제안한다는 기사가 이슈화된 바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특히 글로벌기업들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하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글로벌 기업들의 플라스틱 오염 이슈대응 정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맥도날드(McDonald's)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퇴출에 대한 압박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대안으로 종이 빨대 도입이 애초에 논의되었으나 이사회 등에서 무산되었다는 뉴스도 있었죠. 6월 15일 공식적인 발표를 통해 9월부터 영국과 아일랜드에 있는 모든 지점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사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영국과 아일랜드에 있는 맥도날드 지점은 약 1360개로 추산됩니다. 이와 더불어 맥도날드는 올해 말 미국 내 일부 지점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대신할 제품을 시험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종류의 빨대가 시험적으로 사용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등에서도 플라스틱 빨대를 대신할 제품을 시험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이케아(IKEA)는 2020년까지 전 세계 모든 매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케아의 홈퍼니싱 제품군 중 생산이 중단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은 빨대, 접시, 컵, 냉동 보관용 백, 쓰레기봉투, 플라스틱이 코팅된 종이접시와 컵 등입니다. 이와 더불어 전체 프랜차이즈 사업 중 이케아그룹에서 운영하는 전 세계 29개국의 모든 레스토랑, 비스트로, 카페에서 플라스틱 포크, 나이프, 스푼, 음료 젓개, 접시 등을 볼 수 없게 됩니다. 이케아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대체할 지속 가능한 제품을 2020년 1월까지 개발해 선보일 계획이라고 하네요.

레고(LEGO) 기존의 플라스틱 브릭을 2030년까지 식물 소재 제품으로 바꾼다고 합니다. 이미 나무와 나뭇잎, 덤불 같은 '식물성 브릭' 생산을 시작했고, 올해 안에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레고는 2030년까지 핵심 제품과 포장재를 ‘지속 가능한 소재’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지속가능소재센터(Sustainable Materials Center)라는 자체 연구소를 세우고, 1억 5천만 달러(한화 약 1,600억 원)을 투자해 지속 가능한 대안을 연구해 왔습니다. '식물성 브릭'은 연구 결과의 첫 결실인데요, 레고의 식물성 브릭은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폴리에틸렌도 플라스틱 소재 중 하나이지만, 기존 브릭보다는 더 작은 ‘생태 발자국’을 남길 것이라고 하네요. 이 밖에 세계자연기금(WWF)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풍력 에너지에 투자하고, 제지용 펄프를 이용해 포장용기를 만드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코카-콜라(Coca-Cola)는 2030년까지 기업이 판매한 플라스틱병과 캔을 전량 회수해 재활용하겠다는 약속을 발표했습니다. 1년 동안 사용하는 코카콜라 플라스틱병은 1200억 개로 추산되는데요, "World Without Waste" 캠페인을 통해 탄산음료 외 주스, 생수 등 500여개 브랜드의 패키지를 제활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코카-콜라가 재활용이 아닌 플라스틱 사용 감축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만, 2030년까지 패키지의 50%를 재활용된 소재로 사용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타벅스(Starbucks)는 지난 3월 20일에 재활용 전문 투자기업 클로즈드 룹 파트너즈(Closed Loop Partners)와 함께 완전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컵을 개발하면 1천만 달러(한화 107억원)의 상금을 주는 NextGen Cup Challenge를 런칭했습니다. 이와 함께 Starbucks Research and Development team은새로운종이 컵을 대체할 식물 소재 컵 개발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정식 런칭은 아직 6개월 이상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환경 영향 평가 뿐만이 아니라 안전성, 규격성 등을 꼼꼼이 따지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2017년에 13번째의 내부 테스트를 마쳤다고 합니다. 

출처 : 클로즈드 룹 파트너즈 홈페이지(바로가기)

2025년, 2030년이 먼 미래의 숫자같지만 10년여밖에 남지 않았어요. 글로벌기업들이 약속을 이행하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들을 필두로 다양한 기업들의 행보들이 계속해서 뉴스화될 것인데요, IDEA MOUTH가 발빠르게 소식 전해드릴게요.


참고글



무언가 소비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포장이 플라스틱인가 아닌가가 되어버린 생활입니다. 빨리 모든 생활을 non plastic으로 바꿔버리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꼼꼼이 따져보고 천천히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우선 무언가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대체할 방법이 있는 지 머리를 굴리고 정보를 찾아보죠. 그러다보면 제가 찾는 대안이 플라스틱일 때가 많아요. 차이점은 플라스틱을 구매한다가 아니라 집에 있는 플라스틱을 재사용한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주방도, 욕실도, 세탁실도 변화가 눈에 확 띄는 건 아닙니다.

얼마 전부터 제가 사용하고 있는 세탁세제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저희 가족은 넬리 또는 토니네추럴을 필요 시점의 가격사정에 맞춰 인터넷 주문해 사용하고 있었어요. 두 세제 모두 순한 재료로 유아 세탁세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죠. 또한 철재 케이스에 담겨있고 플라스틱이라면 스푼하나와 세제를 담은 비닐봉투 정도이지만, 인터넷 배달을 하면 항상 박스와 뽁뽁이 처리가 불편하죠. 그래서 이 정도 플라스틱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천연세제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되어 시도해보게 됐어요.

베이킹소다, 구연산, 과탄산소다 3종은 항상 구비되어 있지요. 저희 집 3총사는 요렇게 사은품으로 받은 마이보틀에 담아 사용하고 있어요. 스푼 없이 뚜껑을 열어 솔솔 뿌려 사용하죠. 구연산과 베이킹소다는 주방에 두고 청소 시 사용하고, 과탄산소다는 욕실에 두고 얼룩제거 시 주로 사용해요. 오늘의 용량은 셋 중 가장 적게 남아있는 과탄산소다를 기준으로 개량했어요.

준비물은 간단합니다. 베이킹소다, 구연산, 과탄산소다 3종에 EM발효액과 계면활성제만 있으면 돼요. EM발효액은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도 있고 원액을 사서 집에서 발효할 수도 있지만 가까운 주민센터에 가면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우유팩을 화장지로 교환하러 주민센터에 들르는 참에 EM발효액도 받아왔어요. EM발효액의 EM은 Effective Microorganisms(유용미생물)란 뜻으로 효소, 유산균, 누룩균, 광합성 세균, 방선균 등의 미생물을 이용해 악취제거, 수질정화, 금속 등 산화 방지, 음식물 발효 등의 역할을 하는 미생물 중 하나라고 합니다. 주민센터에서는 주거생활 악취제거용으로 이 EM발효액을 무상으로 배포하고 있어요.

천연세탁세제 레시피에 들어가는 계면활성제로 코코베타인이나 LES이 가장 많이 언급되나 최근에 그 유해성이 논란이 되어서 대체할 재료를 찾느라 조금 애먹었어요. 코코베타인과 LES 모두 가격이 저렴하고 세정이 잘 되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두 성분 모두 발암유발성이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대안으로 제가 찾은 건 라우릴글루코사이드인데 비석유계 천연원료로 만들어진 친환경 계면활성제로 화장품에서 점차 세제로 쓰임새가 확장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재료의 비율은 베이킹소다 1kg : 과탄산소다 1kg : 구연산 0.8kg : EM발효액 50ml : 계면활성제 25ml. 이 비율이 보편적인 레시피인 것 같아요. 저는 처음이고 과탄산소다가 200g 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위 비율을 1/5로 줄여 만들었죠. 그랬더니 아래 스테인레스 보울에 적당히 담길 만큼의 양이 만들어졌습니다. 다섯가지 재료를 모두 섞으면 거품이 일어나요. 주걱이나 장갑낀 손으로 잘 섞은 후 2~3일 정도 건조시키면 됩니다. 중간중간 잘 마르라고 뒤섞여 주구요.

3일째되는 날인 오늘, 바싹하게 말려진 가루를 통에 담았어요. 800ml 용량의 통인데 이 통의 3/4가량 담겼습니다. 저 통은 예전 넬리 세제 프로모션 때 받은 세제 용기인데 플라스틱이지만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저 스푼은 식기세척기 세제 살 때 같이 동봉됐던 눈금 스푼인데 이 또한 유용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세탁력! 마침 아이들이 흘린 음식들로 많이 더러워진 식탁 의자 방석을 빨아야해서 이 세제로 시험해보았어요. 오래된 얼룩 빼고 대부분 잘 지워졌고 향기도 괜찮았어요. EM발효액과 라우릴글루코사이드가 아직 많이 남았기에 당분간은 과탄산소다와 구연산, 베이킹소다만 사서 세제를 만들어 쓸 계획이에요. 첫 시도를 위해 제가 구매한 것은 라우릴글루코사이드 100ml 뿐이었구요, 인터넷으로 2천5백원에 구매했어요. 이 가격에 600g정도의 세제를 얻었다면 경제적인건가요?

만드는 방법이 너무 쉬워서 만드는 동안 제가 하는 방법이 맞는 건지 의심이 되긴 했죠. 한편 모두 세탁 잘되라 도와주는 재료들인데 세탁이 안될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시험 세탁까지 마치고 그 결과가 마음에 들어 뿌듯합니다.   

이상 IDEA MOUTH였습니다. 빨래~ 끝!


길게 말하기엔 부족하지만 최근에 여러가지 플라스틱 없는 생활에 변화가 있었어요.

하나.

생수를 끊었어요. 남편이 저렴하게 구매했던 생수 쿠폰이 5월 말로 만료가 됐어요. 남은 걸 모두 소진하는데 조금 더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쿠폰 만료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약 24통의 생수가 공중으로 사라졌어요. 아쉬운 건 돈이고, 바람직한 건 더 빨리 생수와 이별할 수 있게 된거죠. ㅎㅎ; 아래는 환경의 날을 앞두고 인스타그램에 beachdonkkrillmyvibe(바로가기)라는 분이 올린 그림이에요. 일회용컵, 일회용빨대, 일회용봉투, 플라스틱생수 이 네가지를 바다를 위해 꼭 근절해야할 것들로 말했죠. 이 삽화를 처음보고 굉장히 공감했어요. 그리고 생수와 작별함으로써 이 네가지를 모두 실천하게 되었네요. 참으로 뿌듯합니다.

생수 대신 어떻게 식수를 해결하냐구요? 처녀 시절, 제가 했던 방식으로 돌아갔어요. 수돗물 끓여 마시기. 찬장 높은 곳에 처박아 두었던(...) 낡은 스테인레스 주전자를 다시 꺼냈고, 매일 아침 물을 끓입니다. 삐~하는 물 끓임 소리가 다시 정겹게 느껴져요. 친정엄마한테 배운대로 뚜껑을 닫고 펄펄 끓인 후 뚜껑을 열고 5분 정도 더 끓입니다. 그러면 수돗물의 불순물들이 기화되어 날아간다 그러네요. 남편은 끓인 수돗물의 비릿한 쇠맛이 싫다고 해요. 남편 물에는 티백을 넣어줘야겠어요.

작은 생수병 7개는 여름철 보냉제겸 외출 시 마시기 위해 냉동고에 저장해놨어요. 올해 말까지 수돗물을 끓여먹어보고 계속 이렇게 할 건지, 정수기를 들여 놓을 건지 결정할 것 같아요. 6월 어느날, 이렇게 생수와 작별을 고했습니다. 


둘.

자연모로 된 첫 세척솔을 구매했어요.

홈플러스에서 데려온 맥주병이 재사용가능하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물병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500ml 크기가 한끼 식사 용 물로 적당합니다. 다만 좁은 병 입구에 저희 집 세척솔이 들어가질 않습니다. 오일병 하나도 예전에 비었는데 솔이 들어가지를 않아 세척 못한 채 몇 개월 두고 있구요. 이참에 플라스틱모가 아닌 자연모로 된 세척솔을 구매하자고 마음 먹었는데, 마침 모던하우스에서 적당한 걸 발견했어요. 생각보다 부피가 커서 저희 집 병들 입구에 들어갈까 의심했는데, 다행히 꼭 맞습니다. 세제를 묻혀 거품을 내고 병 안 구석구석 닦은 후 헹궜는데 완벽히 투명하게 잘 닦였을 때의 그 쾌감. 건조된 돈모는 나일론모처럼 뻣뻣한데, 물을 묻히고 세제를 묻히니 신기하게도 엄청 부드러워지네요. 앞으로 애정하며 사용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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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마로 바꿨어요. 결혼 때부터 사용해온, 근 7년이 다 된 플라스틱 인덱스 도마를 처분하고 새 도마로 갈아타려고 생각하던 중이었어요. 이왕이면 나무도마. 그 중 캄포도마가 눈에 아른거렸는데 가격이 너무도 사악했죠. 마침 근처 모던하우스에서 홍송으로 만든 양면 나무도마를 발견했어요. 가격도 캄포도마의 1/4 수준인데 세일 기간이라 더 저렴하게 데려왔죠. 역시 나무도마의 칼 소리는 경쾌합니다. 실력있는 쉐프가 된 것 같은 기분좋은 착각도 빠집니다.

처음으로 플라스틱 인덱스 도마로 바꿨던 기억이 떠올라요. 당시 항균기능이 뛰어나고 용도대로 골라서 사용할 수 있고 흠집이 안난다하여 신혼 살림으로 당시에는 고가였던 인덱스 도마를 구입했었거든요. 기대감에 정말 조심조심 처음 칼질을 했는데, 도마에 칼 흠집이 생겨 속이 상했던 게 기억이 나요. 반대로 오랜만에 나무도마를 사용하면서 흠집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전혀 흠집이 남지 않습니다. 기대효과인걸까요, 이게 사실인걸까요. 앞으로 오래오래 잘 사용하겠습니다.  

넷.

장난감이 들어있는 킨더조이와 작별했어요. 저 또한 피규어들을 좋아하고 약간의 수집병도 있어서, 아이들이 마트 스낵코너를 지나갈 때 킨더조이 사달라고 하면 무심결에 들어줬었어요. 매일 사주는 것도 아니고, 편의점이나 동네 수퍼보다는 마트가 저렴하니까, 장난감 퀄리티도 아주 나쁘지는 않으니까 몇개월에 한번정도 사주었죠. 남편은 이런 저를 기준없다 비판했어요. 장난감을 사주는 거냐, 간식을 사주는 거냐 그러면서요.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킨더조이를 사주면서 왠지모를 찝찝한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는데, 그 이유를 찾았어요. 그건 바로 아이에게 초콜릿도 장난감도 아닌 플라스틱을 사주고 있었다는 깨달음이었죠. 

큰 아이에게 물었어요.

"엄마는 이제까지 네게 초콜릿을 사줬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니까 플라스틱을 사준 것 같아. 장난감도 플라스틱, 포장도 플라스틱, 숟가락도 플라스틱, 포장 비닐도 플라스틱. 이 작은 킨더조이 하나에 플라스틱이 초콜릿보다도 훨씬 많아. 플라스틱을 많이 쓰면 바다랑 지구가 아프다고 말했었지? 그래서 앞으로는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초콜릿말고 제대로 된 초콜릿을 사주고 싶어. S는 어떻게 생각해?"

쿨하게 큰 아이는 대답합니다.

"그러세요."

맞아요. 엄마가 항상 문제죠. ㅎㅎ


눈에 보이지 않을정도로 작은 미세플라스틱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겁니다. 보통 5mm보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미세플라스틱이라고 부르는데, 빙하에서도, 해안에서도, 바다에서도, 심지어 우리가 마시는 물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들으셨을 겁니다. 한 추산에 따르면 북극얼음이 향후 10년 동안 녹으면 1조 개가 넘는 플라스틱 조각이 물속으로 방출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와이주 빅아일랜드섬의 일부 해변의 경우 모래의 15%가 사실상 미세플라스틱 알로 이뤄졌다는 조사도 있구요. 우리가 마시는 생수나 수돗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발견됐다는 보도도 수시로 나오고 있죠. 아직까지는 이 미세플라스틱을 먹는다고 인체에 어떠한 해가 있는 지는 뚜렷하게 밝혀진 바 없습니다. 다행히도 미세플라스틱 대부분이 물고기의 내장에만 남고 우리가 먹는 근육 조직으로 이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이유는 플라스틱은 어디에나 있는 데다 결국에는 1m의 1000억 분의 1 크기밖에 되지 않아 눈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나노플라스틱으로 분해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나노 단위의 플라스틱은 조직과 장기로도 침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죠.[각주:1]

바다로 흘러들어간 일회용 빨대, 생수병 등의 플라스틱들은 햇빛과 파도, 박테리아에 의해 파편화되면서 미세플라스틱화됩니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일부러 작은 조각으로 만든 플라스틱 입자들은 여과 과정도 거치지 않고 바다로 방출되구요. 치약, 화장품에 들어간 스크럽 입자들이 그런 것이죠.  

또 하나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 주범은 바로 우리가 입는 옷입니다. 세탁을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무리 미세먼지가 심하다 하더라도 매번 세탁기 여과망에 걸러지는 세탁 먼지들이 참 많습니다. 그 중 상당량은 섬유 자체에서 나옵니다. 세탁을 하면서 발생한 미세섬유들이 먼지화된 것이죠.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 유행하면서 폴리에스테르(Polyester) 섬유로 만들어진 옷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폴리에스테르는 생산되는 모든 섬유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폴리에스테르 섬유는 제조하는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훨씬 많이 쓰기 때문에, 면 섬유와 비교할 때 거의 세 배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시킵니다. 플라스틱 섬유이기 때문에 썩지 않고, 세탁 과정에서 작은 미세섬유로 잘게 쪼개져 하수처리에 다 걸러지지 못한 채 바다로 도달하게 되죠. 바다로 간 미세섬유는 살충제, 화학물질 등 주변의 다른 오염물질을 빨아들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미세플라스틱은 바다생물들의 배속으로 들어가고 결국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이죠. 미세플라스틱의 피해를 물리적인 이유 뿐만이 아니라 화학적인 이유에서도 찾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출처 : The Story of Stuff Project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대나무 섬유, 옥수수 섬유 등 천연섬유처럼 들리는 이러한 섬유들은 대부분 레이온(Rayon)이란 재생섬유입니다. 레이온은 소재가 천연일지라도 그걸 조합해 섬유로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공해를 발생시킵니다. 본래 섬유로 적당하지 않은 소재인데 섬유화하면서 화학처리를 많이 하기 때문이죠. 몇년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인견소재도 대표적인 레이온 섬유인데요. 고가인 실크의 촉감을 구현하기 위해 개발된 재생섬유로 목재, 펄프의 섬유소를 재생시켜 만든 섬유죠. 레이온으로 인한 공해 사례는 '원진레이온 사태'가 대표적입니다. 1991년에 사회문제화 된 이 이슈는 설립 초기부터 마지막까지 기기에서 발생한 불순물인 이황화탄소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직원 대부분이 황화수소 가스에 중독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직업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8명, 장애판정 직원이 637명이나 발생했는데, 실제 사망자와 재해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고 알려지고 있죠. 이 사건 이후 국내에서는 레이온 공장이 대부분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지금의 인견 원사는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중국에서도 원진레이온 사태에 버금가는 사고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하네요. 레이온 소재도 세탁 과정에서 작은 미세섬유가 떨어져 나갑니다. 이 또한 공정 과정에서 투입된 화학물질을 가지고 바다로 간다고 합니다.[각주:2]

그래서 섬유의 미세플라스틱과 공해를 우려하는 사람들은 천연소재의 옷을 적게 사서 오래 입기를 권장합니다. 상대적으로 천연소재는 플라스틱 소재나 레이온보다 고가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공정하고 투명한 과정에서 성실하게 지어진 옷은 우리 몸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죠. 호주의 기후변화 위기에 대처하는 여성 모임인 1million women은 6가지 섬유를 추천합니다.

1. 유기농 면(Olganic Cotton) : 유기농면은 대량생산되는 면과 달리 표백제와 같은 화학약품을 적게 사용하고 공정과정이 짧기 때문에 물도 적게 사용합니다. 

2. 린넨(Linen) : 아마에서 추출한 섬유로 이 식물은 버려지는 것이 거의 없는데, 아마씨 오일 등을 부가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3. 텐슬(Tencel) : 유칼리투스 나무로 만드는데, 이 섬유도 생산 과정에서 버려지는 쓰레기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합니다.

4. 실크(Silk) : 자연의 색으로 염색된 실크는 몸에도, 환경에도 좋습니다. 대량 생산에 의한 나방 대량 살생 등 동물학대가 우려된다면 "아힘사 실크(ahimsa silk)"를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5. 마(Hemp) : 자라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물과 땅을 소비한다고 합니다.

6. 울(Wool) : 자연섬유 가운데 향균성이 좋고 보온성이 뛰어난 섬유지요.

출처 : 1millions women(www.1millionwomen.com.au)

옷이 미세플라스틱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그 후에 구매하는 옷은 소재를 꼼꼼하게 따지게 됐어요. 예전부터 울 소재는 가장 선호하는 소재였는데, 제가 과거에 구매한 울 소재 옷들을 살펴보니 많은 경우 레이온이나 폴리에스테르 혼방이었어요. 당장 이 모든 옷을 버리는 것은 올바른 해법은 아닙니다. 사용하지 않는 옷은 쓰레기일 뿐이니까요. 앞으로는 더 깐깐하게 옷을 구매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천연소재로 적게 사서 오래 입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다행히 올해 여름엔 린넨 소재가 유행입니다. 환경도 함께 생각하면서 올 여름엔 린넨 소재로 시원한 여름 보내세요~ :)


참고글


  1. 참고 : 내셔널지오그래픽 6월호 [본문으로]
  2. 참고 : 나무위키 '원진레이온 사태' [본문으로]

지난 주말 토요일에는 가까운 아웃백에서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이벤트에 당첨된 식사권이 있어서 더욱 기분좋은 외식이었죠. 아이 둘 다 아직 엄마, 아빠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나이라 인증샷은 위 사진 하나밖에 없습니다만, 이날 느꼈던 것들이 아주 많아 같이 공유하고 싶어요.

저희가 이날 주문한 음식과 함께 나온 음료는 어린이 생과일주스와 추가로 주문한 생과일주스였어요. 당연히 주문할 때 모든 음료에 빨대는 빼달라고 했죠. 점원분이 이런 주문이 생소했는지 당황하셨어요. 정확하게 "빨대를 가져왔으니 일회용빨대를 주지 마세요"라고 말해야 했었나봐요. 아무튼 주문대로 어린이 주스와 생과일주스에는 빨대가 꽂혀있지 않았습니다. 물컵에도 다행히 빨대가 꽂혀있지 않았구요.

하지만 과일주스 리필로 남편이 사이다를 시켰을 때는 깜박 잊고 빨대를 빼달라는 말을 못했죠. 그리고 어김없이 빨대가 꽂혀서 나왔어요. 두개나... 후식으로 커피와 녹차 중 선택할 수 있었는데, 컵도 일회용컵과 머그컵 중에 고를 수 있었어요. 저희는 머그컵에 주문하고 남은 커피를 텀블러에 담았습니다. 음식도 많이 남아 포장해달라고 했고 서비스 빵도 받았죠. 모두 플라스틱 용기에 플라스틱 비닐봉투에 담겨져 나왔어요.

이날 저희 가족 테이블에 배당된 일회용품, 특히 플라스틱이 포함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5개, 일회용 커피컵 2개, 서비스 빵과 음식을 담기위한 비닐봉투 2장, 남은 음식을 담은 플라스틱 용기 2개, 소스통 1개. 대부분의 테이블에 저 정도의 플라스틱 일회용제품이 배당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포장을 빼고는 매장에서 식사한 몇 분, 몇 시간 사이에 분리수거 대상이 되지요. 

저희 가족은 이날 빨대 3개와 일회용 컵 2개를 아꼈습니다. 이것도 과거 아웃백 외식과 비교하면 잘한 일이지만, 제가 아웃백의 시스템을 좀 더 잘 알았더라면 100%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았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후회가 남아요. 음식이 남을 걸 예상했더라면 집에서 용기를 가져갔을텐데, 서비스빵과 남은 음식을 담아달라 할 때 미리 재사용봉투를 내밀었더라면 비닐봉투도 2장 아꼈을텐데. 이렇게요. 

매장도 예전과 다르게 물컵에는 빨대를 꽂지 않고 후식에서 머그컵 사용을 물어보는 등 변화가 보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좀 더 나가서 음료에 빨대를 꽂아줄지를 미리 물어주면 안될까요? 몇 개가 필요한지도요. 빵이나 음식을 싸줄 때 담아갈 곳이 있습니까라고 먼저 묻는건 어떨까요. 남는 음식 포장용기로 플라스틱용기 대신 종이용기를 사용하는 건 어떨까요? 그랬다면 제가 덜 까다로운 고객이 되었을텐데요. 그랬다면 다른 사람들도 일회용품 외에 선택지가 있다는 걸 알텐데말이죠. 

이날 저녁은 빨대와 일회용컵을 아꼈다는 작은 뿌듯함도 있었지만, 매장을 나오는 길목의 테이블마다 플라스틱 빨대들이 가득한 것을 보며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플라스틱 빨대 몇개로 친절을 표현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에요. 반면에 환경을 생각하는 점원의 한 마디 또한 매장 이미지를 바꾸는 참 쉬운 방법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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