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이 되면 더욱 정신 없이 바빠지네요. 월 초반의 강한 의지도 조금씩 흐릿해지는 것 같구요. 그래도 한 달 동안 내가 약속을 얼마나 잘 지켰나 돌이켜보면 뿌듯해집니다. 성실했구나, 자신을 위로하고. 열심히 살았구나, 자신을 토닥이죠.

텀블러 사용하기는 손에 많이 익은 듯 합니다. 외출 시 필히 텀블러를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가져가지 않을 시에는 머그컵을 요구하거나 커피의 욕망을 과감히 차단합니다. 약속을 지켰다 안지켰다 기록하는 방법으로 인스타그램에 실시간 사진으로 기록하는데, 텀블러 챙기는 것보다도 힘든 것은 사진 찍는 것인가 봅니다. 본래 사진을 찍는 것, 찍히는 것 모두 익숙하지 않기에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아래의 사진들은 지난 한 달의 텀블러 사용 기록 일부입니다. 6월이 의미가 있었던 건 지난 달 남편에 이어 주변 사람들에게 텀블러 사용을 권하게 됐다는 점이죠. 큰 아이와 요리 수업을 같이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수업 시간 동안 엄마들은 가장 가까운 커피점인 스타벅스에서 아이들을 기다리죠. 그러면서 자연스레 텀블러 사용의 장점을 공유하게 되었고, 한 엄마가 텀블러를 챙기더니, 다른 엄마도 텀블러를 가져오기 시작했어요. 제가 긍정 바이러스가 됐다니, 영광스럽고 뿌듯했어요. 그 외에도 백화점 무료 서비스 커피도 텀블러로 받는 도전을 했구요, 글로쉬 맥주병을 재사용해 플라스틱 생수병 대신 물병으로 사용하기도 했죠.

이러한 의미들의 연속이 텀블러 놓고 간 날이 전혀 없는 한 달을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7월에는 텀블러 사용 바이러스가 더욱 널리 퍼져나가면 좋겠어요. 7월은 Plastic Free의 달이니까요. :)

  

  

아울러 텀블러 사용하기 실천은 어느정도 자리잡았다고 생각되어 7월까지 진행하고 리워드 도전은 마치려고 합니다. 여러 장소와 상황에서의 텀블러 사용 모습은 인스타그램(@nomoreplastic_korea)에서 자주 보여드릴게요. 


어김없이 한 달이 지나 5월의 마지막날이 되었어요. 4월 중순부터 시작한 텀블러 들고다니기의 5월 한 달 동안 노력 결과를 공개해요. 제가 매일 출퇴근하거나 등하교하는 스케줄이었다면 이 도전이 더욱 의미가 있을 지 모르겠어요. 엄마이다보니 외출이 한정되었고, 특히 아이들이 아픈 날은 의도치 않아도 집에 묶여있어야만 하는 상황이라, 이번 달 도전은 그렇게 실적이 좋지 않네요. 외출하지 않아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은 것도 결과적으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은셈이 되니까요. 그렇게 위안하렵니다.

그래도 좋은 성과 중 하나는 남편도 텀블러 들고 다니기에 동참했다는 것이에요. 두 개 텀블러를 번갈아 가며 가져가는데, 설겆이 하는 번거로움은 조금 늘었지만 남편의 변화가 흐뭇합니다.

6월부터는 아이들의 다회용컵도 가지고 다니려고 해요. 어떻게 도전할 지 6월 Challenge를 지켜봐주세요~ :)

 

'재사용'과 '재활용'. 친숙하면서도 자주 혼동되어 사용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경우 '재활용'에 대해서는 정의가 있으나 '재사용'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재사용'과 '재활용'을 각각 다음과 같이 정의하지요. '재활용'의 의미에 대해 두 개 사전 모두 "용도를 바꾼다"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출처 : (파랑글씨)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검정글씨) 고려대힌국어대사전

사전적 정의를 바탕으로 '재사용'과 '재활용'의 의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재사용'은 기본적으로 이미 사용한 물건을 다시 사용한다는 뜻입니다. 본래의 의도와 용도에 맞게 사용되는 것을 '재사용'이라고 하죠. '재활용'용도나 손질을 가해 다른 형태로 이용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가장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경우는 유리병일 것입니다. 유리병을 소매점이나 마트의 무인회수함에 넣으면 이 병들은 본래 모양 그대로 세척과 살균과정을 거쳐 본래의 의도대로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같은 유리병이라하더라도 분리수거함에 넣어진 병은 파쇄 과정을 거쳐 본래의 유리병과 다른 용도의 것으로 재탄생됩니다.

분리수거의 목적은 우리가 사용하는 것들이 매립·소각의 방법으로 사라지기 전에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분리수거'와 '재활용'은 뗄래야뗄 수 없는 관계죠. '재사용'은 빈병 회수와 같이 제도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분리수거 단계 전에 이루어집니다. 대표적인 것이 중고장터일 것입니다. 내가 구매한 물건이 더 이상 필요없을 때 버리지 않고 타인의 이용을 유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재사용이지요. 반면,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함께 놓인 헌옷수거함은 '재활용'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 수거함에 넣은 의류들은 선별과정을 거쳐 수출되거나 고물상에 팔리죠. 그래서 헌옷수거함에는 입지 못할 것들은 넣을 수 없습니다. 구멍난 셔츠, 짝이 안맞는 신발 등은 넣으면 안돼요.

티셔츠의 '재활용' 방법은 오히려 가정에서 더 많이 이루어집니다. 셔츠의 소매부분을 잘라 팔토시를 만든다던가, 제가 예를 들었던 셔츠 재활용 엽서를 만들거나 바느질로 빈티지 가방을 만들 수 있죠. 코바늘에 관심 있는 분들은 천을 길게 자르고 늘어뜨려 패브릭얀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 과정이 모두 '재활용'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커피전문점에서 사서 마신 일회용 플라스틱 투명컵을 화분으로 사용한다면 이것은 '재사용'일까요, '재활용'일까요. 본래의 용도인 물을 담는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활용'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본래 컵이라는 것이 물이든 어떤 것이든 담는 용도이니 '재사용'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헷갈리는 경우가 생겨 '재사용'과 '재활용'을 구분하는 또다른 기준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기준 중 하나로 셀 수 있느냐(numerable)를 들 수 있습니다. '재사용'은 한 번 이상 여러번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죠. 수거되는 빈 병의 경우 우리나라는 평균 8번 정도 '재사용'된다고 합니다. 내 아이의 유모차는 중고로 팔고 물려주고를 반복해 4번 정도 '재사용'됐습니다. 빈티지 가게의 어떤 제품들은 수백년을 건너뛰어 현재도 '재사용'되고 있죠. 반면 '재활용'은 단회성입니다. 본래의 용도가 사라진채 다른 물건으로 재탄생되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다시 커피컵으로 돌아가 화분으로 사용된 커피컵은 '재사용'일까요, '재활용'일까요. 바닥에 구멍을 뚫어 그 전 용도인 물을 담는 컵의 기능을 상실한 화분이 되었다면 '재활용'이 맞습니다. 반면 화분으로 변신한 커피컵에 상추를 심었고 매 봄이 올 때마다 그 컵에 새로 상추를 심었다면 이는 컵을 화분으로 두 번 '재사용'한 셈이 되겠죠. 종이박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발 담은 종이박스를 처음에는 아이 장난감 넣는 상자로, 다음에는 아이 미술작품을 넣는 상자로 이용했다면 이것은 2번 더 '재사용'한 셈입니다. 반면 이를 개조해 아이의 인형 침대를 만들었다면 '재활용'이 되겠죠. 그리고 종이박스 그대로든 인형 침대로 변한 종이박스든 분리수거장에 내놓은 이 것은 종이라는 자원으로써 '재활용'될 것입니다.

결국에 이러한 제품과 포장재를 가장 이상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최대한 재사용하고 제대로 재활용하는 것일 겁니다. 제품의 수명은 유한하기에,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 반복하여 '재사용'한 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할 때 '재활용'을 하는 것. 이를 통해 유한했던 제품의 수명은 효율적이게 길어지는 거겠죠.

셔츠 재활용 엽서에 대한 포스트를 쓰다가 '재사용'과 '재활용'의 의미 차이에 대해 고민이 돼 정리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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