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 식탁 위에는 항상 미용티슈와 물티슈가 놓여있습니다. 필요할 때 손 쉽게 사용하기 위해 이런 꾸러미가 방마다 놓여있구요. 티슈는 코 풀 때, 가볍게 입 닦을 때 주로 사용하고 물티슈는 아이들 흘린 거 치울 때, 식탁 닦을 때, 바닥에 흘린 거 닦을 때 등 여러 용도로 사용하고 있어요. 일회용컵, 일회용봉투, 일회용빨대, 플라스틱 생수에 이어 7월에는 어떤 변화를 도전할까 고민했을 때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이 바로 이 티슈들. 언제부터인가 우리 가족이 소비하는 생활용품 중 필수품이 되었는데 그만큼 우리 집 쓰레기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티슈 사용량이 다른 집들보다 많아요. 물티슈의 경우 10개 들이 한 박스를 사면 짧으면 한 달, 길면 두 달만에 모두 소진하고 말죠. 그래서 도전이 주저주저했어요. 티슈를 포기하면 그 대체제를 무엇으로 해야할 지 고민했죠. 월초에 갑자기 심해진 비염으로 티슈 없이 어떻게 살지 막막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계획을 구체적으로 잡아봤습니다.

우선 처음은 나부터 미용티슈와 물티슈를 사용하지 말자. 그 후 헹주 대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티슈를 없애고, 걸레 대용으로서 사용하고 있는 티슈를 끊고 마지막에는 화장실 용도 빼고 모든 티슈를 우리 집에서 없애자라구요. 이렇게 계획을 단계적으로 세운 이유 중 하나는 대체제때문입니다. 헹주용 티슈 대신에 소창 재질 행주, 걸레용 티슈 대신에 낡은 옷들 리폼한 걸레로 결정했는데 그 대체제를 위해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고민이 많이 들었거든요. 가령 앞으로 계속 사용할 헹주를 완제품으로 살 것인가 만들어 쓸 것인가의 고민과 같은 거죠. 걸레도 걸레 용도로 사는 것이야 당장 실천할 수 있겠지만 걸레에 비용과 자원을 사용한다는 것이 선뜻 용납이 안갔습니다. 걸레는 모든 천의 재활용 최종단계라고 생각됐거든요. 그래서 아직 저희 집에 남아있는 곽티슈와 키친타올, 물티슈를 다 쓰는 시점을 D-Day로 결정하고 각각의 티슈들이 끝을 보일 때까지 대체제를 마련하겠다고 계획했어요. 

첫 단계인 미용티슈와 물티슈 사용하지 않기의 대체제는 집에 많이 있는 가재손수건들입니다. 저희 집에는 아이 출산 때 열심히 모아둔 가재손수건들이 50장 정도 있어요. 정말 제 돈 한 푼 안들이고 오로지 사은품과 선물로 받은 것들인데도 양이 많죠. 출산 때에는 필수품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쟁여두었는데 물티슈에 의존하다보니 50장 중 정말 사용하는 것은 서너개 정도입니다. 이 가재손수건을 활용해 식탁 풍경을 아래처럼 바꿨어요.

이건 물티슈케이스인데요, 과거 캡 없는 물티슈를 샀을 때 사은품으로 딸려온 거에요. 디자인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지만 튼튼한 대체제인 건 맞는 것 같아요. 아래처럼 가재손수건을 길게 접은 후 반으로 포개줘요. 그리고 한 쪽면을 맞물듯이 지그재그로 쌓아주면 톡 잡아 당길 때마다 딸려오게 됩니다. 

   

일반 티슈처럼 톡 뽑아 쓰고 다 쓰면 뒤집어 뚜껑을 연 뒤 채워넣으면 되요.

휴대용도 마찬가지에요. 마침 홈패션 수업 첫 시간에 매직파우치(생리대 파우치)를 만들었어요. 하지만 전 생리컵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리 필요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같은 방법대로 손수건을 접어 넣어놓고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뽑아씁니다. 파우치에 약 5개 정도 들어가네요. 손수 열심히 만들었는데 때마침 필요한 곳이 생기니 기분이 좋은 것 있죠. 

 

7월 1일 처음 시작한 후 사실 요 며칠간은 엉망진창이었어요. 감기에 비염까지 너무 힘들어서 손수건은 손수건대로 미용티슈는 미용티슈대로 엄청 썼거든요. 외출해서도 손수건이 동이 나면 티슈 동냥을 하기도 했죠. 코 묻은 더러운 것을 어서 빨리 내게서 멀리 보내고 싶은 욕망은 너무나 오랫동안 제 몸에 켜켜이 베어 있었습니다. 많다고 생각했던 50개 손수건이 금방 동이 납니다. 더럽다는 생각에 손으로 애벌빨래를 하고 세탁기로 또 세탁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세탁량이 늘었어요. 다행히 손수건 재질이 얇다보니 금새 마릅니다.

이런 생활에 대해 의도는 찬성하나 이 정도까지 해야해라고 말하는 남편과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하나. 제가 이렇게 하겠다 이야기했더니 남편의 말. "손수건이 오히려 비위생적이야. 코 풀고 몇 분 지나면 세균 번식하잖아. 그것보다는 티슈로 풀고 버리는 게 낫지." 이 말에 잠깐 머뭇거렸던 저를 후회했는데요. 열심히 곱씹어 보니 우선 콧물이 더럽다는 인식이 우리에게 너무도 뿌리 깊이 박혀있다는 데 좀 놀랐습니다. 콧물은 외부 유해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고 연약한 조직들이 마르지 않고 촉촉하게 유질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점액질로 물과 단백질, 염분으로 구성되어있는 미끌미끌한 액상 형태의 물질입니다. 감기에 걸리면 점액의 분비량이 증가하게 되고 끈적거리게 되는데, 몸에 침투한 바이러스와 세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방어하기 위해 점액이 보호벽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 점액은 수분이 주이고 염분과 당단백질 등으로 되어 있으며 여러 백혈구가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또 항균물질, 항바이러스 물질 및 기타 면역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비강내에 침입한 세균은 점액층의 여러가지 살균물질로 처리되어 콧물의 균배양검사에서도 거의 균을 발견치 못하게 된다고 하네요. 콧물은 더러운 것이 아니라 불편한겁니다. 몸에 묻었다고 바이러스가 옮겨다니고 그런 건 아니란거죠. 그럼 무엇으로 닦느냐는 선택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전 베어낸 나무로 만든 고급 천연펄프 미용티슈 대신 가재손수건을 사용하겠습니다.

둘. 아침에 남편이 아침밥을 먹고 가재손수건을 사용하려다가 한 말. "입만 닦고 나갈 건데 손수건 쓰려니 아까워. 티슈 주면 안돼?" 이 말도 시간이 지난 후 곱씹게 되었어요. 입만 닦는 가벼운 행동을 하는데 있어서 티슈를 더 선호한다는 게 놀라웠죠. 그 반대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입만 닦을 건데 바로 쓰레기가 되는 티슈 사용하기가 아까워. 손수건으로 닦고 저녁 때 다시 쓸게"라는 말이 본래 더 맞는 게 아닐까요? 남편의 입장은 다른 측면에서 이해는 돼요. 티슈는 버리면 끝이지만 손수건은 조금이든 많이든 오염이 되면 빨아야 하고, 그 노동을 해야하는 제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랬겠죠.  

비단 남편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손수건을 신사 또는 숙녀의 기본 에티켓이라 여겨졌던 시기는 과거로 취급받습니다. 휴대용티슈는 물론이고, 물티슈의 종류도 정말 많아졌죠. 비데용 물티슈, 클렌징 티슈, 여성용 물티슈, 손 전용 티슈, 엉덩이 전용 티슈, 살균 티슈 등. 티슈도 용도에 맞게 가지고 다닐 때 센스있다고 얘기 듣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제 선택인 손수건은 구식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전 클래식이라 읽고 다가오는 에코시대의 복고 에티켓이라 주장할겁니다. ㅎㅎ   

7월의 도전은 정확히 말하자면 "휴대용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자"입니다. 외출 시 손수건을 사용하면 2점, 물티슈나 티슈를 사용하게 되면 -2점. 이렇게 점수를 메기고 리워드를 주려고 해요. 물티슈는 오직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한 둘째 아이의 변 처리를 위해서만 사용하려고 해요. 이 약속이 잘 지켜질 수 있을까요? 그나저나 손수건 잡아먹는 이 코감기부터 얼른 나아야할텐데 말이죠.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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