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앞두고, 쓸킷 매니저들이 꼭 한번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 동안 모아온 색연필들 양이 꽤 많아져, 꼭 둥근 지구 모양 리크레용을 만들어 쓸모를 찾아보자고. 이런 아이디어야 처음 지구 리크레용 키트를 기획할 때부터 있었지만, 많은 양을 작업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마음가짐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이제서야 시도합니다.

지구를 생각해 보길 바라는 마음

지구 리크레용은 모양에서 알 수 있듯이 "지구를 생각하자"는 메시지를 담고자 만들었습니다. 1972년 아폴로 17호가 달에 착륙해 보낸 지구의 사진은 환상적인 푸른 빛이었다고 해요. 지구가 마치 파란대리석같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 블루마블( Blue Marble)은 오랫동안 우리의 머리와 마음에 각인된 지구의 모습이 됩니다. 반면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를 '붉은 지구'라 표현하고 경각심을 느끼기도 하죠. 물론 푸른색의 지구의 모습을 리크레용으로 똑같이 만들 필요는 없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다양한 생명들이 다양한 개성을 뽐내며 어우러져 살고 있기에, 그 색을 몇가지로 정형화하는 건 의미가 없어보입니다.

지구 리크레용 키트에 들어있는 활동지.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기분은 어떨까를 상상하며 만들었어요.

소중한 지구 느낌

쓸킷은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범지구적 시각으로 사람들의 시점을 옮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바쁜 현대생활 속에서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지구에 대해 짬을 내어 생각하기란 어려워요. '맞아, 난 지구인이지.', '지구가 왜? 무슨 문제가 있어?', '지구가 변하고 있다고?'와 같이 마음의 공간이 생기길 바랐죠. 

특히 아이들에게 소중한 지구 느낌이라는 걸 오감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몰드에서 막꺼낸 지구 리크레용을 손 위에 올리면 미열이 남아있습니다. 아이들은 "예뻐요"라는 말 다음에 "따뜻해요"라는 말이 나오죠. 

3g의 색을 위한 7g의 플라스틱

하나의 지구 리크레용을 만드는데 7~9개의 색연필이 들어갑니다. 10월부터 한 달 동안 작업한 지구 리크레용 수가 240개 정도이니, 총 2,160개의 플라스틱 돌돌이 색연필을 사용한 셈입니다. 하나의 플라스틱 색연필의 무게는 약 10g이에요. 심을 빼고 난 포장의 무게는 7g. 즉 3g의 색연필 목적을 위해 두 배 이상의 플라스틱을 소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색연필의 플라스틱 포장은 분리배출해도 재활용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대안이 있다면 플라스틱 포장의 색연필은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게 기후위기 해결에 도움이 될 거에요. 종이말이 색연필이나, 깎아쓰는 색연필을 사용하는 게 어떨까요?

색연필 심을 분리하기 위해 모아놓은 플라스틱 돌돌이 색연필들

분류 작업을 끝낸 색연필 심. 부피가 1/4 수준으로 줄어들어요.

뽑기캡슐을 재사용해 보냅니다.

안전하게 리크레용을 보낼 방법을 고민하다가, 뽑기캡슐을 재사용했어요. 이 뽑기캡슐을 모으는데 오렌지팟 위례중앙점 사장님께서 도와주셨습니다. 사장님은 평소에도 뽑기캡슐이 일반쓰레기와 혼재되어 버려지는 게 안타까워 뽑기캡슐만 모으는 통을 기계 옆에 두세요. 흔쾌히 뽑기캡슐을 모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뽑기캡슐이 일회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게 안타까워, 지구 리크레용 오너먼트와 함께 보냅니다. 뽑기캡슐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구요. 투명한 성질을 이용해 캡슐 안에 조명이나 피규어를 넣어도 멋진 오너먼트가 될거에요. 그리고 시즌이 끝나면 이 캡슐안에 지구 리크레용을 담아 내년 크리스마스를 위해 보관하면 어떨까요?

https://youtu.be/YactrMPml1A?si=g3tHUBNHy6iW5azE

 

https://youtu.be/BYQLdR_jhg0?si=eoDXQ39kX9dSJi_7

아! 지구 리크레용은 색연필로 만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색이 나옵니다. 둥근 모양을 굴리며 특별한 색칠놀이를 즐기시는 것도 좋아요. 올 겨울 여러분들의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리스, 가랜드에 지구 리크레용이 함께하기를 바라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이 글은 쓸킷 블로그(blog.naver.com/sslkit)에 같이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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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나의 환경수업

저는 책을 깨끗이 읽는 편입니다. 책을 구기거나 접는 걸 매우 싫어합니다. 밑줄 긋는 대신 ‘북적북적’ 앱에 메모를 해놓습니다.
예외가 있는데 교과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교과서는 여러번 읽고 밑줄 긋고 메모합니다.
이 책은 제게 교과서 같은 책입니다.

처음 이 책이 발간된다는 걸 인스타그램에서 보자마자, 그 즉시 주문해 샀습니다. 현직 교사가 쓴 환경교육학 책이라는 점이 궁금증을 일으켰습니다.
저는 학교 환경교육은 교사가 할 때 가장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경 마인드가 있는 선생님은 긴 학교 생활동안 몸에 베인 실천을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노출합니다. 교실에는 분리배출함이 놓여있고, 일회용 사용을 지양합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교구나 학용품도 환경적인 측면을 한 번 더 고민합니다.
한 번의 전문 외부 강사가 진행하는 환경 수업보다도 환경 마인드가 있는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아이의 환경감수성을 키우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직 교사가 쓴 환경 관련 도서가 없지는 않습니다. 많은 경우 나는 이런 수업 프로그램을 했다는 사례 중심의 책들입니다.
이 책은 학교 환경 교육을 위해 도움되는 이론 내용을 체계적으로 담았습니다. 환경교육 기본원리, 주제 통합 환경수업, 교과 통합 환경수업 과목별 가이드 등 단순히 이런 프로그램을 했다는 데 중점을 두는 게 아닌, 왜 이 수업을 해야하는 지, 기대하는 효과가 무엇인 지 등을 꼼꼼히 점검하게 만듭니다.

Part1은 왜 환경교육을 해야하는가의 내용인데, 작가님의 경험과 환경교육관이 담긴 진정성 있는 부분입니다.

p.23
환경교육에서 추구해야 할 것이 당장의 친환경적 실천행동이 전부가 아님을 깨달았다. 아이들이 환경과 관계를 맺고 있는 ‘나’를 중심으로 환경에 관한 생각과 감정, 태도를 되돌아보고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44
나는 환경교육을 통해
- 아이들이 환경에 관심을 갖고 환경문제에 민감성 있는 환경시민으로 자라길 바란다.
- 아이들이 자연에 고마움과 경외감을 느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시민으로 자라길 바란다.
- 아이들이 무슨 일을 하든 각자의 위치에서 환경을 위한 선택과 결정을하는 환경시민으로 자라길 바란다.
- 아이들이 환경을 위해 용기 내어 실천하고 그 행동을 통해 자신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환경시민으로 자라길 바란다.

그리고 작가는 일반교사의 첫 환경수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확대하는 게 중요한데, 교사간의 교류와 함께 배움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합니다. 교수/학습 원리 중 하나인 ’스캐폴딩(Scaffolding)’의 개념에 착안해 선생님들이 개별적으로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6회의 환경수업을 진행한다면 2회는 경험교사가 제공한 환경수업을 하고 2회는 경험교사와 참여교삭가 함께 계획한 환경수업을 하고 마지막 2회는 참여교사가 스스로 계획한 환경수업을 함으로서 일반교사의 첫 환경수업의 질을 높이는 것이죠.

작가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생각하는 씨앗을 심어 주는 ’생각하는 환경수업‘을 위해 ‘재미’, ‘용기’, 희망‘ 세 가지 핵심요소를 챙겨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메시지가 제 환경교육관과 딱 맞았어요. 환경감수성과 인성교육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것. 기후위기 시대에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 시대를 현명하게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하는데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재미있게 인생을 사는 것”,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기내어 말하고 용기내어 변화를 일으키는 것”,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우리 아이들이 길러야 할 마음의 힘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진실한 환경 얘기와 더불어 다양한 과목에 녹여 환경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실제적인 사례도 다양하게 담겨 있습니다. 일반교사 뿐만 아니라 환경교육사를 비롯해 누군가에게 환경수업을 해야하는 사람이 있다면 필독도서로서 꼭 정독하길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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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모어입니다.

오늘은 최근 출시된 ‘오르결 대나무 칫솔’을 소개해드리려 해요. 이 제품은 ‘2024년 친환경대전’ 부스에서 100% 국내산 대나무를 사용한 칫솔이라 소개받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날 샘플로 한 개를 받아왔는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하는 반가운 기사가 있어 실제 사용해 보았습니다.

국내 대나무칫솔 시장
제가 처음 대나무칫솔을 만난 2018년도에는 국내에 대나무칫솔이 흔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전 영국의 제로웨이스트 사이트에서 처음 대나무칫솔을 구매했어요. 그동안 저처럼 대나무칫솔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국산 브랜드도 등장하고 보급형 대나무칫솔 가격도 많이 저렴해진 것 같아요. 닥터노아가 국내산 대나무 칫솔로 차별화하고 치의학 전문가가 참여한 칫솔로 주목을 끌어 대나무칫솔 브랜드의 대표주자가 됐고요. 중국 OEM 방식으로 정말 많은 브랜드가 대나무칫솔을 자사 제품군으로 두는 경우가 많아지기도 했습니다. 착한 비누로 유명한 동구밭은 최근에 헤드 교체형 대나무 칫솔을 내놓기도 했고요. 다양한 대나무칫솔들이 편의성, 손잡이 모양 등에 신경을 써 조금씩 차별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요. 가격 또한 1천 원 미만의 보급형 중국산 대나무 칫솔이 있는가 하면, OEM 제품은 2,500원에서 3,000원, 닥터노아나 위덴처럼 국내 생산 대나무칫솔은 3천 원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요. 대나무칫솔이 국내에 처음 등장했을 때는 일률적인 대나무칫솔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국내시장은 칫솔의 헤드 모양과 손잡이 모양을 바꾸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요.

닥터노아나 위덴처럼 국내에서 제조하는 대나무칫솔 브랜드도 대나무는 수입이었습니다. 칫솔모는 99% PBT(미세모용) 또는 나일론(일반모용) 재질입니다. 과거에는 돼지털 등을 이용한 칫솔도 해외에 출시된 적 있었는데 아무래도 일반 사람들에게 길들여진 고품질의 칫솔모는 플라스틱을 따라갈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대나무 이야기
친환경대전 부스를 지나다가 멈출 수 없던 문구가 바로 ”국내산 맹종죽 사용“이었는데요. 맹종죽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굵은 대나무의 일종입니다. 대나무는 나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벼과 식물이에요. 대나무의 메인 줄기는 땅속에 있고 여기서 뻗어 나온 줄기가 우리가 보는 대나무입니다. 이 줄기는 여름에는 하루에 1m씩 자랄 만큼 성장속도가 빠르다고 해요. 겨울철에는 부족한 영양분을 땅속줄기에 집중해 봄날 죽순을 피워낼 힘을 기른다 합니다. 대나무는 수명이 매우 길어 약 50년에서 100년을 산다고 해요. 벼과 식물이기 때문에 일생에 한 번 벼꽃을 닮은 꽃을 피우는데 수십, 수백 개의 대나무에서 60년 만에 동시에 피어나는 꽃은 장관입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꽃을 피워낸 후 그 대나무는 뿌리째 말라죽는다 해요. 그래서 개화 장관에 슬픔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ㅜ.ㅜ

최근 들어 대나무 집단 개화 현상, 집단 고사 현상이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늘고 있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로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지목되고 있어요. 제 경우 올 여름 전라도 친정을 방문했는데, 친정집 울타리 역할을 하던 대나무 수십 그루의 꽃이 지고 있는 걸 봤어요. 대나무는 꽃이 피면 반드시 죽는다는 친정아버지 말씀에 마냥 신기해 할 수 없더라고요.

국내의 대나무숲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기후위기는 인간뿐만이 아닌 동물, 식물에게도 고통입니다. 핵심은 대나무의 성장속도가 빠르고 가볍고 단단하며 물이 닿아도 변형이 적어 칫솔 바디 부분을 만드는 데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국내산 맹종죽을 사용한 첫 칫솔
오르결 칫솔의 가장 큰 장점은 국내산 맹종죽을 사용해 신뢰를 높였다는 점입니다. 국내산 대나무를 사용함으로써 지역 경제 발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기업은 칫솔모, 칫솔대 모두 국내산을 사용했으며 모든 가공 과정도 국내에서 진행한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어요. 처음 책정된 5천 원이 칫솔치고 조금 비싼 감이 있지만 100% 국내산 제품이라 생각하면 이해할만한 가격이라 생각됩니다. 오르결 칫솔을 개발한 (주)디오텍코리아는 칫솔 제조 전문기업이에요. 다양한 기능성 칫솔을 개발했고 시중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는 칫솔 전문기업의 대나무칫솔 진출에 소비자로서 격하게 환영합니다. 플라스틱 칫솔은 다양한 기능성 제품들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장받고 있는데, 대나무 칫솔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거든요. 칫솔 전문기업이 만든 대나무칫솔이 어떨지 사뭇 기대됩니다.  


다른 대나무칫솔과 비교
저는 1천 원 미만의 보급형 대나무 칫솔을 쟁겨놓고 쓰는데, 오르결 칫솔과 비교해 봤습니다. 오르결 칫솔의 칫솔대가 조금 더 길고 두꺼웠어요. 색도 조금 진하고요. 칫솔모는 미세모이나 촘촘하게 박아 부드러우면서 탄성이 있었어요. 좋은 칫솔을 만난 것 같아 반가웠습니다. 아래는 칫솔모의 탄성과 각인을 보여주는 동영상이에요. 써보니 칫솔대가 두껍고 무게감이 느껴져 손에  감기는 느낌이 들어 좋았어요. 칫솔대가 헛돌면 칫솔머리가 잇몸을 건드려 상처 날 수 있거든요. 튀어나온 칫솔모 하나 없고 칫솔대도 가시랭이 튀어나온 것도 없이 매끄러웠습니다. 칫솔모가 탄성이 있다 보니 미세모는 모가 상하기 쉬운데 조금 더 오래 쓸 수 있을까 기대됐습니다.


여기서 대나무칫솔 사용팁을 알려드리자면… 칫솔모는 잇몸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미세모를 사용해 주는 게 좋다고 해요. 어린이는 오히려 일반모를 쓰는 게 아이들 구강 건강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제 주치의가 말해줬어요.) 대나무칫솔은 물기에 약합니다. 세워서 사용하기보다는 걸어서 사용하시고요. 양치컵에 거치할 경우 양치컵 안쪽 말고, 바깥 입구 부분에 칫솔모가 아래를 향하도록 걸치는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플라스틱 칫솔이든 대나무 칫솔이든 칫솔의 안전한 위생 기간은 한 달이에요. (오르결 칫솔은 2개월이라 말해주네요.) 한 칫솔 1년 내내 쓰지 마세요. ㅜ.ㅜ 늦어도 3개월까지 쓰고, 청소용으로 한번 더 쓰고, 일반쓰레기로 버려줍시다. 어떤 분들은 다 쓴 대나무칫솔의 칫솔모만 뽑아 버리고 칫솔대를 화분 이름표 등으로 재사용하는 걸 봤어요. 어떤 분은 여러 개의 칫솔대를 연결해 공예작품을 만들기도 하더라고요. 버리기 전에 대나무 칫솔대의 장점을 백분 사용하면 더욱 좋지 않을까요.

오르결 칫솔은 자체 온라인 채널로 판매하고 있는데, 현재 상태는 프로모션 40% 할인의 물건이 품절된 걸로 나옵니다. 믿을 수 있는 국산 대나무칫솔이 나온 것 같아 여러분들께 빨리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보급형 쟁여두는 저로서 요런 신제품, 기능성 대나무칫솔 등 다양하게 만나는 게 쏠쏠하니 즐겁습니다. 여러분들께도 흥미 있는 소식이 되면 좋겠어요. 좋은 밤 보내세요.

이상 노:모어입니다.

참고자료

패트론타임스 <국내 최초, 100% 국내산 친환경 대나무 칫솔, 오르결 출시> (2024.11.18.)
더농부 블로그 <죽음을 불러온 대나무 꽃이 피었습니다~> (2022.8.2.)
데오테크 홈페이지 deotech.net
오르결 판매처 orge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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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바느질 클럽-모쪼록 살려내도록
(복태와 한군 글/사진, 출판사 마티)

자유로운 영혼의 음악가 복태와 한군이 치앙마이에서 배워온 수선 바느질로 여러 사람들과 배움을 나누며 살아온 이야기.

치앙마이 바느질에 관심이 생기며 수선하는 생활의 기쁨을 함께 느낍니다. 치앙마이 가고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요. 음악가다운 위트 하나! 마지막에 죽음의 바느질을 하며 듣기에 좋은 음악 리스트가 포함되어 있어요.

가장 마음에 와닿는 문구.

p.240
도쿄에서 내가 할 줄 아는 건 회사 일뿐이었어요. 복잡한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마트에 진열된 식료품을 사 먹고. 평생을 누군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맞춰 살아가면 되잖아요. 어디든 대도시는 그럴 거예요. 서울도 그렇죠? 편리하긴 하죠.
여기서는 내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나무로 집을 지을 줄도 불을 지며 밥을 할 줄도 몰랐으니까요. 내손으로 꾸릴 수 있는 삶의 기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배우고 싶었어요. 시작이 직조였죠. 천을 만드는 법은 아주 어려워서 지금도 매일매일이 도전이에요. 아, 도쿄에서는 안하던 운전도 배웠어요. 여기는 교통 인프라가 열악해서요. 그럼에도, 어떤 일을 제대로 돌아가게 하려면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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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특별한 날입니다. 근 4개월 동안 진행한 2024년 송파구환경지킴이 활동의 마지막 날이거든요.

송파구내 초등학교 수업 파견에 앞서 이론 수업을 진행하고, 교구를 제작했습니다. 그동안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한 번 환경운동의 시작은 마을임을 깨닫습니다. 지역에서 환경 분야 봉사활동을 한 분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환경지킴이 활동을 한 분들 모두 이 자리에 있는 건 작금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가 아닐까요.

올해 송파구환경지킴이에서는 환경 교구로 보드게임 도블 형태의 ‘go&stop’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다섯번의 초등학교 파견 교육을 하면서 활동에 흥미를 표하던 아이들 반응과 ’아나바다가 뭐에요‘와 같은 진지한 질문들이 인상 깊게 남아요. 내년에도 기회가 있다면 송파구환경지킴이로서 친구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특별한 오늘. 감회가 새로워 주저리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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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이제야 이 곳에 이름을 꺼내지만.
2020년 7월 1일 (주)지구친구를 창업하고, “쓸킷”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지 어느덧 5년차에 접어듭니다.

언제나 생각과 고민과 걱정이 많은 INFJ 저이지만, 어쨌든 조직을 꾸려나가는 한 사람으로서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거대한 미로 숲에서 요리 조리 방향을 바꾸어 열심히 달려왔건만, 앞에는 출구가 보일 지, 탄탄대로일 지, 막힌 곳일 지 알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세상은 더 이상 창업 새내기로 봐주지 않고, 매출이라는 수치가 성적표로 굳어졌습니다. 부끄럽게도 제 성적표는 F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복잡한 것이겠지요.

얼마 전 현재 있는 공간을 연장 계약했습니다. 약 2년의 시간을 번 셈이기도 하고, 중요한 데드라인이 약 2년으로 정해진 셈이 되었지요. 동시에 그 동안 벌려 놓은 것들을 차분히 정리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나 미로에서 빠져나갈 힌트를 발견할까 기대하면서도, 혹시나 이 페이지를 접어야 할 때 후회를덜 하기 위해서도.

오늘은 헌 색연필로 만든 지구 모양 오너먼트를 이용해 작업실 창 한 쪽을 꾸몄습니다. 제가 입주한 공간은 공영주차장과 붙어있어요. 오며가며 사람들이 봐주길 기대하며, 어디에 배치할까 고민했지요.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눈요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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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작은도서관은 올해 책친구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홍보용 배너판이 5월부터 11월까지 열일하였습니다. 시일이 지난 배너판은 처치하기 난감합니다.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배너의 재질은 패트지입니다. 잘 찢어지지 않고 색 표현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고, 필요에 따라 코팅을 하기도 하죠. 다 쓴 배너판은 플라스틱 재질이기 때문에 플라스틱 배출 같지만, 실제로는 플라스틱으로 재활용되기 어렵기 때문에 종량제봉투로 배출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자주 발생하는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한 번 쓰고 버리기 참 아깝더라구요. 쓰임을 실용적으로 잇는 방법도 있지만, 추억이라는 감성으로도 이을 수 있습니다. 

저희 작은도서관에는 계절마다 메시지를 나누는 인테리어용 나무가 있어요. 연말연시를 맞이해 작은도서관 방문객들을 위해 소원을 오너먼트에 적어 나무에 다는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가위질해 둥글게 배너를 자르고 구멍을 뚫는 수고를 했지만, 취지에 공감하고 스티커와 펜으로 알록달록 멋지게 오너먼트를 만들어준 방문객분들께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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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 수요일, 한살림 성남용인지부 위례 지역모임으로 "논 이야기와 볏짚공예"에 참석했어요. 플라스틱 빗자루와 청소기가 보편화된 일상에서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흘깃 봤던 빗자루는 참 멋져보였죠. 볏짚을 만져볼 기회조차 없는 도시 사람에게, 이 빗자루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몰라요. 그리고 그걸 내 손으로 직접 만든다 하니 설레기까지 합니다. 

한살림 논살림위원회 활동가님께서 벼의 한살이와 논살림위원회가 가꾸는 논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어요. 아래는 "올개심니"라고 한 해 동안 벼농사를 지어 일찍 수확한 벼를 가장 먼저 조상에게 바치고 제사 지내는 풍속 할 때 사용하는 벼 이삭인데 풍요를 상징한다 합니다.

한 켠에 놓인 볏집들을 보며, 얼마나 많은 빗자루가 탄생할까 기대했는데, 저 볏짚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홰기라고 이삭이 달렸던 줄기만 뽑아서 쓰기 때문에 저 많은 양에서 빗자루에 쓰일 홰기는 매우 적었습니다.

한 시간 동안 볏짚에서 뽑아낸 홰기가 저 정도에요. 미니 빗자루를 만들기위해서는 모인 홰기 양의 굵기가 500원 정도여야 한다는데, 정말 열심히 했음에도....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밖에 되지 않아요. ㅜㅜ 논살림 위원회 활동가님들의 원조로 겨우 빗자루 만들 양을 마련합니다.

모은 홰기는 4등분한 후 이삭 부분의 키를 맞춰주는 작업을 해요. 물론 마지막에 다듬기 과정이 있지만, 이 때 잘해야 버려지는 양을 최소화할 수 있어요.

홰기를 뽑아낸 볏짚은 버리느냐. 아니죠! 왼쪽 사진처럼 조리개를 만들 수도 있고 새끼를 꼬아 여러 곳에 이용할 수 있어요. 초가지붕, 짚신, 바구니, 마루 깔개, 망태기, 메주를 묶는 끈 등 활용도가 참 많답니다. 그 외에 겨울철 소의 여물이 되고, 삭혀 거름으로도 씁니다. 

인고의 과정을 거쳐 완성한 제 빗자루랍니다. 매듭이 보이지 않게 끈 묶는 법을 배워 완성했어요. 아래부터 조금씩 두껍게 끈을 감아야 예쁘게 됩니다. 빗자루처럼 이삭 부분이 펼쳐지려면 물을 뿌린 후 최대한 꺾듯 펼쳐줘야하는데 이 부분이 많이 어렵더라구요. 물을 뿌리기 때문에 지끈보다는 좀 더 질긴 마끈이나 면사가 작업하기 수월했어요. 마지막으로 빗자루 끝을 다듬어 주고 손잡이 남은 부분을 잘라 주면 완성됩니다.

각자의 개성을 담은 빗자루들끼리 모아 단체 사진을 찍었어요. 정성이 담긴 귀한 빗자루 소중히 잘 사용하겠습니다.

오늘 수업을 주도해주신 강사님이 "논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습지'이다"라고 수업의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논 주변은 더운 여름에도 약 3~5도 정도 온도가 낮다고 합니다. 논은 훌륭한 탄소 저장고와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고마운 존재죠. 그리고 다양한 곤충들과 생명이 사는 우주이기도 하구요. 그러한 논이 비닐하우스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비닐하우스는 기본적으로 평평한 바닥에 세워야 하는데, 많은 농가가 수익창출을 위해 논을 없애고 비닐하우스를 세우는 추세라고 해요. 그만큼 지구 온도를 조절하는 습지역할의 논이 사라지고, 그 속의 생명들도 사라지고 있구요. 한철 사용한 비닐하우스는 썩지 않는 쓰레기가 되고, 이를 소각하면 그만큼의 이산화탄소와 유해물질이 발생하게 됩니다. 

단순히 쌀을 만드는 수단으로서 벼가 아닌, 지구와 호흡하며 사람과 생명에게 이로운 우리 조상들의 벼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강사님이 인용하신 주자의 말이 매우 깊이 와닿았습니다. 

악장제거무비초(惡將除去無非草) 호취간래총시화(好取看來總是花)

베어내자니 모두가 풀이고 두고보자니 모두가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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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눈에 띄는 소식이 하나 있었습니다. 국내 최초 '녹색특화매장'이 시범운영된다는 뉴스였는데요, 올가홀푸드 방이점이 제 1호 매장으로 지정되었는 내용이었어요. '녹색특화매장'은 환경부가 운영하는 '녹색매장'을 확장·발전시킨 개념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녹색소비문화 확산을 위해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한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매장이라고 합니다.

 

올가 방이점 '친환경 생활용품 존'

(서울=연합뉴스) 올가홀푸드가 19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올가 방이점에서 국내 최초 '녹색특화매장' 시범운영 기념식을 가졌다고 이날 밝혔다. '녹색특화매장'은 환경부가 운영하는 '녹색매장'

news.v.daum.net

지난 19일에 기념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문을 연 올가홀푸드 방이점을 다녀왔습니다. 올가홀푸드 방이점은 전국 올가 매장 중 가장 크다고 해요. 몇년 전에 방문한 적이 있고, 당시 예쁜 외관과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녹색특화매장으로 지정되면서 3R(Refill, Recycle, Reduce)의 제로웨이스트 철학을 반영해 리뉴얼되었다고 하기에 매우 반가웠지요. 3R은 Refill(필요한 만큼만 리필 구매), Recycle(100%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패키지 만들기), Reduce(플라스틱 사용량 감소)를 뜻합니다. 1년 전부터 알맹시장을 필두로 전국 곳곳에 리필샵이 자생하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 먹거리 매장 중 선두 그룹인 올가에서 리필 스테이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궁금했습니다. 어떤 제품을, 어떤 형태로, 다양하게 운영하는 지. 그래서 주말을 맞이해 리필 용기들을 한아름 가지고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가장 먼저 무포장 야채코너가 눈에 뜁니다. 파프리카, 애호박, 오이, 무 등 다양한 유기농 및 친환경 인증 야채와 채소들이 예쁘게 담겨있었어요. 특이한 것은 각 농산물 가격표 옆의 인증서였는데요. 글자가 작아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유기농 또는 친환경 인증 내용을 담은 것 같았습니다. 뭔가 건강한 신뢰의 아우라가 느껴졌죠.

마침 당근을 사야하기에 하나를 프로듀스백에 담습니다. 셀프 저울 이용방법에는 용기를 올려놓고 영점을 맞추라는 내용이 가장 먼저 적혀있었어요. 알아서 척척 잘하지만, 혹시나 어려워하지 않을까 직원분이 달려와 주십니다. :)

오른쪽 과일 코너에도 포장이 안된 과일들이 바구니에 먹음직스럽게 놓여있었어요. 배의 경우 스티로폼 재질 보호재가 끼워져 있었지만, 필요한 만큼만 담아서 살 수 있으니 좋았습니다. 아직 프로듀스백이나 개인 용기 이용이 낯설기에 군데군데 종이봉투를 둔 것이 눈에 띄었어요. 롤비닐보다 보기는 좋았지만, 이마저도 사용하지 않도록 프로듀스백이 일상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패키지로 판매하는 과일의 경우 아래와 같은 종이박스에 담았는데 어찌나 예쁘던지. 비닐이 아니어도 내용물을 어느 정도 볼 수 있으니 분리배출도 쉽고 플라스틱 쓰레기도 발생시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비닐 덮개 없는 과일 상자 포장과 더불어 패키지에 대해 신경 쓴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였습니다. 건조 멸치의 경우에는 곡물 껍질을 원료로 만든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었구요. 생선과 고기를 담는 트레이는 옥수수 전분으로, 비닐은 슈가랩을 이용하고 있었어요. 풀잎 모양의 Zero Waste 표시가 있는 제품은 이러한 노력이 담긴 올가만의 제품입니다.

 

 

그리고 가장 기대했던 리필 스테이션으로 갔어요. 이곳에는 '에코스토어' 브랜드 제품들이 입점되어 있는데, 리필 스테이션에는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 2종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어요. 저와는 친숙한 브랜드가 아니지만, 지인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 온 친환경 세제 브랜드로 특히 젖병세정제가 아기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 인기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반은 리필하는 공간, 반은 에코스토어 완제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제가 자주 방문한 지역 리필샵에는  주방세제, 구연산, 베이킹소다, 과탄산소다, 소프넛 등이 리필 가능하도록 판매하고 있기에, 다소 부족한 느낌은 들었어요. 리필을 화두에 내세운 만큼 무언가 새로운 대안이 있길 바랐나봐요. 가령 샴푸나 트리트먼트 등 욕실제품도 리필이 가능한...

리필샵을 이용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능숙하게 저울을 만지고 가져온 빈 통에 세제를 담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해요. 세제가 너무 찔끔찔끔 나오는 거에요. 담당하시는 직원분이 달려오셔서 여러가지 긴급조치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10분 동안 겨우 350g 담았어요. 아래 오른쪽 사진처럼요. 

이건 아니다 싶어, 직원분께 수도꼭지를 교체하거나 통 내부 막힌 부분을 뚫어야겠다 말씀 드렸고, 수도꼭지 아래에 리필통을 놓을 수 있는 받침대가 있어야지 무겁게 세제가 담길 동안 고객이 계속 들고 있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전달했어요.  더이상 리필은 포기. 다음을 기약하며 나왔습니다.

올가 방이점만의 독특한 점 하나는 나물 반찬 코너입니다. 제철 나물로 만든 건강한 반찬을 담아서 구매할 수 있는데, 개인 용기로 반찬을 리필하면 할인 혜택도 준다고 하니 이용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 경우 과거 대형마트 반찬 코너에서 개인 용기를 내밀었다가, 위생과 안전 문제로 담아줄 수 없다고 거절 당한 경험이 있기에 이런 적극적인 용기 사용 안내문이 정말 반갑더라구요.

이 매장의 다소 아쉬운 점은 친환경 기성품 코너가 작은 거에요. 정부가 인정한 친환경 제품들만 모아놓은 코너가 있는데, 이러한 기성품들은 한살림이나 생협이 훨씬 종류가 많고 다양한 것 같아요. 

또 항상 느끼는 거지만 친환경 인증이라는 제도하에 물티슈, 일회용 식기들, 플라스틱 트레이에 담긴 소량의 제품들이 메인에 진열되는 것은 제로웨이스트 방향성에는 맞지 않다고 봅니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생분해 소재 대안 수세미는 있으나 천연 수세미는 없고. 인증 받은 물티슈는 있지만 소창 행주나 다회용 대안품은 없었어요. 

제로웨이스트를 평소 실천하시는 분들이 운영하는 제로웨이스트샵은 진정성은 가득하지만 규모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유통업체의 제로웨이스트샵은 규모는 있으나 생활 속에서 부딪히고 깨닫는 세세한 고민과 철학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저는 100%는 무리더라도 매장의 50% 이상이 플라스틱이나 비닐, 과대포장 없이 진열되어 있고,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진 매장을 기대한 것 같아요. 매장을 나오면서 올가의 도전이 소규모로 분투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샵 운영자분들과 맥을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한 리필스테이션을 찾는 고객들이 훨씬 많아져, 트레이에 담긴 세제보다 리필해서 쓰는 세제가 더 인기가 있고 일상화되는 바람을 해봅니다. 용기를 가져오는 용기가 일상화되고, 트레이나 포장재는 선택 중 최후의 선택이 되기를 또한 기대하구요.

이 매장을 1호로 전국에 제로웨이스트 고민을 진정하게 담은 녹색특화매장들이 많이 생기고 번창하면 좋겠습니다. 올가 방이점의 철학이 담긴 현수막 사진으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합니다. 나를 위해, 지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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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더운 토요일이었어요. 두 달 전쯤 사전 예약을 했던 비 존슨 초청 강연이 열리는 날이었죠. 신반포역 근처의 덜위치 컬리지에 도착. 이 곳은 작은 영국이더라구요. 외국인학교라 어느 정도 분위기는 예상했지만 다양한 인종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영어... 참 이국적인 느낌이었죠. 이날은 본교 400주년 기념일인 동시에 서초구에서 개최하는 첫 세계인의 날이라고 해요. 이 작은 영국 내부는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입구에서 간단히 등록을 하고 들어갔더니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나는 쓰레기없이 살기로 했다' 책 판매부스였어요. 2013년도에 출간해 절판되었다가 비 존슨 내한 기념으로 재인쇄하게 됐는데요. 강연 전에 책을 읽어야지 하고 주변 도서관에 알아봤는데 결국 제 차례가 돌아오지 않아 아쉬웠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이렇게 아주 많이 만나네요. 책은 미리미리 구매하기!

행사 소개 팜플렛에 제로웨이스트 마켓이 함께 열린다고 적혀 있어 찾아갑니다. 많은 부스가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나라 대표적인 제로웨이스트 브랜드는 모두 있었어요. '매거진 쓸', '더 피커', '예고은', '다시쓰는 그랩', 'Gachi Soap', 'FRUTO', 'WasteUpso', 'Fresh Bubble' 등이 있었어요. 공기정화 식물도 함께 팔고 있었고, 'WasteUpso'는 포장지 없는 컨셉 스토어를 지향하듯이 일부 제품들에 한해 가져온 용기에 담아주는 행사를 하고 있었어요. 모든 부스에서 지갑을 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꽁뜨' 매대에서 핸드메이드 생리대 책을 한권 사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Fresh Bubble' 부스에서는 소프넛 사용에 대해 실용적인 조언을 얻고, 'Gachi Soap' 부스에서는 샘플 비누를 얻었습니다. 이런 셀러들이 있어 참 고맙고 다행이에요. 좋은 제품들이 더 널리 사용되기를 살포시 기대해봅니다.

그 와중에 비 존슨이 친히 제로웨이스트 마켓을 방문해주셨어요. 각 부스를 돌며 같이 사진도 찍고 판매되는 물건도 구경하고 그랬죠. 부스의 사람들 눈이 반짝였어요. 영웅을 직접 만나는 기분으로... 저 또한 어부지리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비 존슨을 만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네요.

마켓이 그리 크진 않았기에 한 바퀴 천천히 돌아도 시간이 꽤 많이 남았어요. 4층 강연장으로 이동해 출석 인증 도장 손등에 쾅 찍고 대기. 점점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2시부터 입장 시작. 강연 전까지 매거진 쓸 광고와 지상파 방송의 플라스틱 관련 다큐멘터리 클립이 상영됩니다. 일찍 강연장에 들어온 저는 내빈석 다음으로 가장 앞 자리에 앉을 수 있었어요. 

2시 30분에 식이 시작됩니다. 시작과 함께 비 존슨을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와 달리, 제1회 서초구 세계인의 날 기념식이 먼저 시작됩니다. 국민의례와 내빈 소개, 서초구청장과 덜위치컬리지학장의 인삿말이 이어집니다. 비 존슨의 강연으로 오롯이 한 시간이 채워지길 기대했는데, 10분으로 예정되었던 개회식은 점점 더 길어지네요. 덜위치컬리지 학생들의 환경관련 메시지가 끝나자 비로소 강연이 시작됩니다. 

비 존슨은 하얀 바지에 하얀 티, 그위에 멜빵을 한 의상에 높은 굽의 샌들을 신고 나왔어요. 한 손에는 텀블러, 한 손에는 하얀 면포를 들고 무대에 섰죠. 면포 안에는 2018년 그녀의 집에서 나온 쓰레기 전부를 담은 유리병이 있었어요. 후에 소개하기를 그녀의 의상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웃들 중 한 가지 조합이고, 샌들은 얼마전 중고 시장에서 구입한 거라고 합니다.

강연 사진은 아래 한 장이 전부에요. 그녀가 요청했죠. 이 소중한 순간을 사진 찍는 데 허비하지 말고 자기 이야기에 귀 기울여 달라고. 아래 사진은 강연 시작 직전 무대 세팅을 점검하는 비 존슨이랍니다.

강연 내용은 책의 축약 버전입니다. 책에서 강조했던 5R(Refuse, Reduce, Reuse, Recycle, Rot)을 실제 경험담과 함께 재미있게 소개합니다. 그녀의 외모 콤플렉스인 얇은 입술을 보완하기 위한 플라스틱 없는 화장품으로 쐐기풀류를 직접 입술에 발라 본 이야기, 화장지 대신 이끼류를 모아 사용하려 했던 이야기, 식초로 머리를 헹구는 노푸 생활을 6개월 정도 하다가 남편이 더 이상 냄새를 못참겠다하여 그만 두게 된 이야기 등 현재의 그녀가 있기까지 그녀가 겪었던 엉뚱한 듯한 경험담이 청중들을 즐겁게 합니다. 

주방에서, 침실에서, 아이들방에서, 옷방에서, 창고에서 What If(만약에)를 염두에 두고 남겼던 물건들을 과감히 포기하니 쓸레기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유쾌해졌다고 말합니다. 공간에 돌보던 시간과 노력을 가족과 취미, 추억에 투자하게 됐다는 얘기도 했죠. 또한 그녀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데 있어서 '유연함'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유연함이란 실천에는 단 한가지만의 해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의 유연함입니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버터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는 것은 좋은 경험이긴 하나 오히려 생활을 낭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하죠. 노동의 고통을 줄이고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유연함이죠. 이는 제로웨이스트 이슈와 관련해 상대방과의 대화에서도 발현됩니다. 환경과 실천에 대해 각기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어요. 이견을 존중하되 본인만의 신조를 유지하는 것, 이것도 바람직한 유연함이라 할 수 있죠.

강연 내내 그녀의 프랑스 악센트가 섞인 유머에 함께 웃다가, 핵심내용에 대해서는 같이 진지해졌죠. 그녀는 깐깐했고,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그녀의 미소는 많은 것을 경험해 본 사람만 보일 수 있는 거였죠. 직접 청중의 질문에 답하는 Q&A 시간에 그녀는 더욱 돋보였습니다. 누군가 학교에서의 제로웨이스트 교육 방법에 대해 물었어요.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죠.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가와 별개로 어른들의 행동은 그런 교육과 이질적일 때가 많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치는 가를 논의하기 전에 어른이 먼저 실천해야 한다(의역한 것이라 내용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제 고민 중 하나인 학용품에 대한 조언도 있었습니다. 매 학기 구매해야 하는 학용품 리스트가 많은데, 이 학용품들은 1년만 사용되고 버려집니다. 어른들은 아주 쉽게 매장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사고, 다음 해에 또 사죠. 매년 준비해야 할 학용품이 같다면 1학년 때부터 교육기간 내내 사용할 수 있는 학용품을 사도록 학교에서 유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클리어파일의 경우 튼튼한 종이로 끼워 쓸 수 있거나 금속으로 된 제품도 있거든요. 저 또한 아이의 유치원 3년 내내 준비해야 했던 싸인펜과 크레파스, 색연필 등이 모두 플라스틱 재질이라 마음이 몹시 불편했던 기억이 있어 매우 공감했습니다.

그녀는 본인의 제로웨이스트 홈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게 된 이유 중 하나가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우리는 '환경보호'라는 키워드에 노출되었고, 이 시대에 '환경'은 하나의 클리셰가 되어버렸죠. 비 존슨은 본인의 강연에서 '환경'이라는 단어는 두 번 정도밖에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요. 가족과의 행복, 건강함, 삶의 질 상승 등의 측면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이야기 했기 때문에 더 많은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어쩜 이렇게 멋있을 수 있을까요. 하나의 확고한 실천을 만들기 위해서 수십번, 수백번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에, 그녀의 노고를 존경합니다. 그간의 실천들을 5R과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 요약 설명할 수 있다는 건 반복적인 경험과 엄청난 시행착오, 강한 의지가 아니면 실현되기 힘들었을거에요.

이렇게 본 행사가 끝나고 1층 사인회 현장으로 갑니다. 제가 좀 눈치가 빠른 편이어서 이 곳에서 하겠거니 하고 서있는데 어느새 그게 줄이 되어버렸어요. 어떨결에 가장 처음으로 비 존슨의 사인을 받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도 비 존슨의 멋짐이 부각되는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주최측은 여느 사인회와 마찬가지로 싸인용 네임펜을 준비해 놓았어요. 비 존슨은 자신이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재사용 가능한 펜을 꺼내며 그 일회용 펜을 사양했지요.

전 책 두 권을 준비했어요. 하나는 개인 소장용으로, 하나는 아파트 내 도서관에 기증할 마음에서였죠. 각 책에 'to' 다음 뭐라 적어달라 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두 권의 책을 내미는 순간 비 존슨은 이렇게 말했어요. "전 제 책이 보관용이 되길 원하지 않고 함께 나누길 바란다. 그래서 개인 이름을 사인에 넣지 않는다". 제가 참 생각이 짧았던 것을 느꼈죠. 그녀는 제 이름 대신에 함께 나누자는 메시지를 적어줬어요. 강연 끝나고까지 절 감동시키네요.

그녀는 쓰레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실천하였고, 그렇게 비우는 동안 행복을 얻었죠. 이 강연은 제로웨이스트라는 행보에 발을 들인 지 이제 막 1년이 되어가는 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유연성'이란 키워드는 해법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조금씩 지쳐가는 저에게 위로를 주었고, '나눔'이란 키워드는 앞으로 실천해가는 참 좋은 아이디어가 되었죠.

고마워요, 비 존슨! 살아있는 영감이 되어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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