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앞두고, 쓸킷 매니저들이 꼭 한번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 동안 모아온 색연필들 양이 꽤 많아져, 꼭 둥근 지구 모양 리크레용을 만들어 쓸모를 찾아보자고. 이런 아이디어야 처음 지구 리크레용 키트를 기획할 때부터 있었지만, 많은 양을 작업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마음가짐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이제서야 시도합니다.

지구를 생각해 보길 바라는 마음

지구 리크레용은 모양에서 알 수 있듯이 "지구를 생각하자"는 메시지를 담고자 만들었습니다. 1972년 아폴로 17호가 달에 착륙해 보낸 지구의 사진은 환상적인 푸른 빛이었다고 해요. 지구가 마치 파란대리석같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 블루마블( Blue Marble)은 오랫동안 우리의 머리와 마음에 각인된 지구의 모습이 됩니다. 반면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를 '붉은 지구'라 표현하고 경각심을 느끼기도 하죠. 물론 푸른색의 지구의 모습을 리크레용으로 똑같이 만들 필요는 없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다양한 생명들이 다양한 개성을 뽐내며 어우러져 살고 있기에, 그 색을 몇가지로 정형화하는 건 의미가 없어보입니다.

지구 리크레용 키트에 들어있는 활동지.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기분은 어떨까를 상상하며 만들었어요.

소중한 지구 느낌

쓸킷은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범지구적 시각으로 사람들의 시점을 옮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바쁜 현대생활 속에서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지구에 대해 짬을 내어 생각하기란 어려워요. '맞아, 난 지구인이지.', '지구가 왜? 무슨 문제가 있어?', '지구가 변하고 있다고?'와 같이 마음의 공간이 생기길 바랐죠. 

특히 아이들에게 소중한 지구 느낌이라는 걸 오감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몰드에서 막꺼낸 지구 리크레용을 손 위에 올리면 미열이 남아있습니다. 아이들은 "예뻐요"라는 말 다음에 "따뜻해요"라는 말이 나오죠. 

3g의 색을 위한 7g의 플라스틱

하나의 지구 리크레용을 만드는데 7~9개의 색연필이 들어갑니다. 10월부터 한 달 동안 작업한 지구 리크레용 수가 240개 정도이니, 총 2,160개의 플라스틱 돌돌이 색연필을 사용한 셈입니다. 하나의 플라스틱 색연필의 무게는 약 10g이에요. 심을 빼고 난 포장의 무게는 7g. 즉 3g의 색연필 목적을 위해 두 배 이상의 플라스틱을 소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색연필의 플라스틱 포장은 분리배출해도 재활용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대안이 있다면 플라스틱 포장의 색연필은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게 기후위기 해결에 도움이 될 거에요. 종이말이 색연필이나, 깎아쓰는 색연필을 사용하는 게 어떨까요?

색연필 심을 분리하기 위해 모아놓은 플라스틱 돌돌이 색연필들

분류 작업을 끝낸 색연필 심. 부피가 1/4 수준으로 줄어들어요.

뽑기캡슐을 재사용해 보냅니다.

안전하게 리크레용을 보낼 방법을 고민하다가, 뽑기캡슐을 재사용했어요. 이 뽑기캡슐을 모으는데 오렌지팟 위례중앙점 사장님께서 도와주셨습니다. 사장님은 평소에도 뽑기캡슐이 일반쓰레기와 혼재되어 버려지는 게 안타까워 뽑기캡슐만 모으는 통을 기계 옆에 두세요. 흔쾌히 뽑기캡슐을 모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뽑기캡슐이 일회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게 안타까워, 지구 리크레용 오너먼트와 함께 보냅니다. 뽑기캡슐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구요. 투명한 성질을 이용해 캡슐 안에 조명이나 피규어를 넣어도 멋진 오너먼트가 될거에요. 그리고 시즌이 끝나면 이 캡슐안에 지구 리크레용을 담아 내년 크리스마스를 위해 보관하면 어떨까요?

https://youtu.be/YactrMPml1A?si=g3tHUBNHy6iW5azE

 

https://youtu.be/BYQLdR_jhg0?si=eoDXQ39kX9dSJi_7

아! 지구 리크레용은 색연필로 만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색이 나옵니다. 둥근 모양을 굴리며 특별한 색칠놀이를 즐기시는 것도 좋아요. 올 겨울 여러분들의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리스, 가랜드에 지구 리크레용이 함께하기를 바라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이 글은 쓸킷 블로그(blog.naver.com/sslkit)에 같이 게시합니다.

 

반응형

비록 이제야 이 곳에 이름을 꺼내지만.
2020년 7월 1일 (주)지구친구를 창업하고, “쓸킷”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지 어느덧 5년차에 접어듭니다.

언제나 생각과 고민과 걱정이 많은 INFJ 저이지만, 어쨌든 조직을 꾸려나가는 한 사람으로서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입니다. 거대한 미로 숲에서 요리 조리 방향을 바꾸어 열심히 달려왔건만, 앞에는 출구가 보일 지, 탄탄대로일 지, 막힌 곳일 지 알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세상은 더 이상 창업 새내기로 봐주지 않고, 매출이라는 수치가 성적표로 굳어졌습니다. 부끄럽게도 제 성적표는 F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더욱 마음이 복잡한 것이겠지요.

얼마 전 현재 있는 공간을 연장 계약했습니다. 약 2년의 시간을 번 셈이기도 하고, 중요한 데드라인이 약 2년으로 정해진 셈이 되었지요. 동시에 그 동안 벌려 놓은 것들을 차분히 정리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나 미로에서 빠져나갈 힌트를 발견할까 기대하면서도, 혹시나 이 페이지를 접어야 할 때 후회를덜 하기 위해서도.

오늘은 헌 색연필로 만든 지구 모양 오너먼트를 이용해 작업실 창 한 쪽을 꾸몄습니다. 제가 입주한 공간은 공영주차장과 붙어있어요. 오며가며 사람들이 봐주길 기대하며, 어디에 배치할까 고민했지요.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눈요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