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앞두고, 쓸킷 매니저들이 꼭 한번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 동안 모아온 색연필들 양이 꽤 많아져, 꼭 둥근 지구 모양 리크레용을 만들어 쓸모를 찾아보자고. 이런 아이디어야 처음 지구 리크레용 키트를 기획할 때부터 있었지만, 많은 양을 작업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마음가짐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에 이제서야 시도합니다.
지구를 생각해 보길 바라는 마음
지구 리크레용은 모양에서 알 수 있듯이 "지구를 생각하자"는 메시지를 담고자 만들었습니다. 1972년 아폴로 17호가 달에 착륙해 보낸 지구의 사진은 환상적인 푸른 빛이었다고 해요. 지구가 마치 파란대리석같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 블루마블( Blue Marble)은 오랫동안 우리의 머리와 마음에 각인된 지구의 모습이 됩니다. 반면 기후위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를 '붉은 지구'라 표현하고 경각심을 느끼기도 하죠. 물론 푸른색의 지구의 모습을 리크레용으로 똑같이 만들 필요는 없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다양한 생명들이 다양한 개성을 뽐내며 어우러져 살고 있기에, 그 색을 몇가지로 정형화하는 건 의미가 없어보입니다.
소중한 지구 느낌
쓸킷은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범지구적 시각으로 사람들의 시점을 옮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바쁜 현대생활 속에서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지구에 대해 짬을 내어 생각하기란 어려워요. '맞아, 난 지구인이지.', '지구가 왜? 무슨 문제가 있어?', '지구가 변하고 있다고?'와 같이 마음의 공간이 생기길 바랐죠.
특히 아이들에게 소중한 지구 느낌이라는 걸 오감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몰드에서 막꺼낸 지구 리크레용을 손 위에 올리면 미열이 남아있습니다. 아이들은 "예뻐요"라는 말 다음에 "따뜻해요"라는 말이 나오죠.
3g의 색을 위한 7g의 플라스틱
하나의 지구 리크레용을 만드는데 7~9개의 색연필이 들어갑니다. 10월부터 한 달 동안 작업한 지구 리크레용 수가 240개 정도이니, 총 2,160개의 플라스틱 돌돌이 색연필을 사용한 셈입니다. 하나의 플라스틱 색연필의 무게는 약 10g이에요. 심을 빼고 난 포장의 무게는 7g. 즉 3g의 색연필 목적을 위해 두 배 이상의 플라스틱을 소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색연필의 플라스틱 포장은 분리배출해도 재활용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대안이 있다면 플라스틱 포장의 색연필은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게 기후위기 해결에 도움이 될 거에요. 종이말이 색연필이나, 깎아쓰는 색연필을 사용하는 게 어떨까요?
뽑기캡슐을 재사용해 보냅니다.
안전하게 리크레용을 보낼 방법을 고민하다가, 뽑기캡슐을 재사용했어요. 이 뽑기캡슐을 모으는데 오렌지팟 위례중앙점 사장님께서 도와주셨습니다. 사장님은 평소에도 뽑기캡슐이 일반쓰레기와 혼재되어 버려지는 게 안타까워 뽑기캡슐만 모으는 통을 기계 옆에 두세요. 흔쾌히 뽑기캡슐을 모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뽑기캡슐이 일회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게 안타까워, 지구 리크레용 오너먼트와 함께 보냅니다. 뽑기캡슐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구요. 투명한 성질을 이용해 캡슐 안에 조명이나 피규어를 넣어도 멋진 오너먼트가 될거에요. 그리고 시즌이 끝나면 이 캡슐안에 지구 리크레용을 담아 내년 크리스마스를 위해 보관하면 어떨까요?
지난 9월 24일에는 환경분야의 주목할 만한 제소 사건이 있었습니다. 미국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Exxon Mobil Corporation)이 플라스틱 재활용과 관련해 거짓 정보로 소비자들을 기만했다며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제소했습니다. 플라스틱 재활용이 그리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쉽게 재활용할 수 있는 것처럼 속였다는 것입니다.
플라스틱 환경공해에 관해 미국 주 정부가 석유업체를 상대로 제소한 것은 처음이라 의미가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법무장관 롭 본타(Rob Bonta)는 성명에서 “엑손은 지난 수십년 간 플라스틱 재활용을 통해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와 공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대중 들을 확신시키는 기만적 행위를 해 왔다”면서 “그들 스스로도 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엑손은 지구와 우리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사상 최대 순익 기록을 경신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래는 롭 본타 장관과 PBS의 인터뷰 동영상입니다.
오는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에서 매우 중요한 회의가 개최됩니다. 2022년 3월 5차 유엔환경총회 결의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마지막 회의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UN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주기를 다루는 방식으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킬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들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입니다.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사용이 절대적으로 줄어야하는데, 석유를 주원료로 하는 플라스틱 산업은 갈수록 성장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만든 플라스틱 절반 이상이 2000년 이후 생산한 거라고 하죠. 그에 따른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도 증가 추세입니다. 보통 플라스틱의 자연분해 기간은 100~500년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100년도 채 안된 최초의 플라스틱은 여전히 썩지 않고 우리 주변에 있다는 말이기도 하구요. 소멸과 탄생의 순환이 아닌 축적의 법칙이 플라스틱 시대에 적용된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 재활용의 환상을 믿습니다. 과학자들은 플라스틱을 다시 석유 상태로 돌리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죠. 가장 상식적인 대책은 안쓰는 것일 겁니다. 안쓰는 것도 불가능이라면 덜 쓰는 방법으로라도 실천을 해야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환영할 일이며, 꼭 필요한 일입니다. 플라스틱의 전 주기를 두고 전 세계가 머리를 대고 고민한다고 하니 고무적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서의 우리나라 입장
안타깝게도 5차 정부간협상회의(INC)를 개최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은 애매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다생산 국가이며 동시에 다소비 국가라고 합니다. 정부는 생산감축 등 근본적 접근보다 플라스틱의 온전한 재활용, 재생원료 대체재 육성, 일회용품 감량 등을 주요 추진과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나날이 높아지는 현시점에서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행동하는 시민사회의 '1123 부산 플라스틱 행진'
시민사회에서는 부산 회의 개최에 앞서 '부산 플라스틱 행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섯가지 우리의 목소리를 담아 회의 참가국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외치고자 합니다. 홈페이지에서는 오프라인으로, 온라인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저 또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위한 서명에 동참했고, 감축이로 신청해 마음을 보태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공감하는 분들이라면 꼭 홈페이지에 들러 마음을 더해주세요. 1123 부산 플라스틱 행진 홈페이지 바로가기
저는 기일정이 있어 가지 못하지만, 부산에 계신 독자분들은 함께 행진에 동참해주셔도 좋겠습니다.
마지막 회의인만큼, 그 어느 회의보다 눈에 띄는 성과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부산 플라스틱 행진을 응원합니다.
자유로운 영혼의 음악가 복태와 한군이 치앙마이에서 배워온 수선 바느질로 여러 사람들과 배움을 나누며 살아온 이야기.
치앙마이 바느질에 관심이 생기며 수선하는 생활의 기쁨을 함께 느낍니다. 치앙마이 가고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요. 음악가다운 위트 하나! 마지막에 죽음의 바느질을 하며 듣기에 좋은 음악 리스트가 포함되어 있어요.
가장 마음에 와닿는 문구.
p.240 도쿄에서 내가 할 줄 아는 건 회사 일뿐이었어요. 복잡한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마트에 진열된 식료품을 사 먹고. 평생을 누군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맞춰 살아가면 되잖아요. 어디든 대도시는 그럴 거예요. 서울도 그렇죠? 편리하긴 하죠. 여기서는 내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나무로 집을 지을 줄도 불을 지며 밥을 할 줄도 몰랐으니까요. 내손으로 꾸릴 수 있는 삶의 기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배우고 싶었어요. 시작이 직조였죠. 천을 만드는 법은 아주 어려워서 지금도 매일매일이 도전이에요. 아, 도쿄에서는 안하던 운전도 배웠어요. 여기는 교통 인프라가 열악해서요. 그럼에도, 어떤 일을 제대로 돌아가게 하려면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이 좋아요.
12월 27일 수요일, 한살림 성남용인지부 위례 지역모임으로 "논 이야기와 볏짚공예"에 참석했어요. 플라스틱 빗자루와 청소기가 보편화된 일상에서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흘깃 봤던 빗자루는 참 멋져보였죠. 볏짚을 만져볼 기회조차 없는 도시 사람에게, 이 빗자루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몰라요. 그리고 그걸 내 손으로 직접 만든다 하니 설레기까지 합니다.
한살림 논살림위원회 활동가님께서 벼의 한살이와 논살림위원회가 가꾸는 논에 대해 이야기해주셨어요. 아래는 "올개심니"라고 한 해 동안 벼농사를 지어 일찍 수확한 벼를 가장 먼저 조상에게 바치고 제사 지내는 풍속 할 때 사용하는 벼 이삭인데 풍요를 상징한다 합니다.
한 켠에 놓인 볏집들을 보며, 얼마나 많은 빗자루가 탄생할까 기대했는데, 저 볏짚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홰기라고 이삭이 달렸던 줄기만 뽑아서 쓰기 때문에 저 많은 양에서 빗자루에 쓰일 홰기는 매우 적었습니다.
한 시간 동안 볏짚에서 뽑아낸 홰기가 저 정도에요. 미니 빗자루를 만들기위해서는 모인 홰기 양의 굵기가 500원 정도여야 한다는데, 정말 열심히 했음에도....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밖에 되지 않아요. ㅜㅜ 논살림 위원회 활동가님들의 원조로 겨우 빗자루 만들 양을 마련합니다.
모은 홰기는 4등분한 후 이삭 부분의 키를 맞춰주는 작업을 해요. 물론 마지막에 다듬기 과정이 있지만, 이 때 잘해야 버려지는 양을 최소화할 수 있어요.
홰기를 뽑아낸 볏짚은 버리느냐. 아니죠! 왼쪽 사진처럼 조리개를 만들 수도 있고 새끼를 꼬아 여러 곳에 이용할 수 있어요. 초가지붕, 짚신, 바구니, 마루 깔개, 망태기, 메주를 묶는 끈 등 활용도가 참 많답니다. 그 외에 겨울철 소의 여물이 되고, 삭혀 거름으로도 씁니다.
인고의 과정을 거쳐 완성한 제 빗자루랍니다. 매듭이 보이지 않게 끈 묶는 법을 배워 완성했어요. 아래부터 조금씩 두껍게 끈을 감아야 예쁘게 됩니다. 빗자루처럼 이삭 부분이 펼쳐지려면 물을 뿌린 후 최대한 꺾듯 펼쳐줘야하는데 이 부분이 많이 어렵더라구요. 물을 뿌리기 때문에 지끈보다는 좀 더 질긴 마끈이나 면사가 작업하기 수월했어요. 마지막으로 빗자루 끝을 다듬어 주고 손잡이 남은 부분을 잘라 주면 완성됩니다.
각자의 개성을 담은 빗자루들끼리 모아 단체 사진을 찍었어요. 정성이 담긴 귀한 빗자루 소중히 잘 사용하겠습니다.
오늘 수업을 주도해주신 강사님이 "논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습지'이다"라고 수업의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논 주변은 더운 여름에도 약 3~5도 정도 온도가 낮다고 합니다. 논은 훌륭한 탄소 저장고와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고마운 존재죠. 그리고 다양한 곤충들과 생명이 사는 우주이기도 하구요. 그러한 논이 비닐하우스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비닐하우스는 기본적으로 평평한 바닥에 세워야 하는데, 많은 농가가 수익창출을 위해 논을 없애고 비닐하우스를 세우는 추세라고 해요. 그만큼 지구 온도를 조절하는 습지역할의 논이 사라지고, 그 속의 생명들도 사라지고 있구요. 한철 사용한 비닐하우스는 썩지 않는 쓰레기가 되고, 이를 소각하면 그만큼의 이산화탄소와 유해물질이 발생하게 됩니다.
단순히 쌀을 만드는 수단으로서 벼가 아닌, 지구와 호흡하며 사람과 생명에게 이로운 우리 조상들의 벼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강사님이 인용하신 주자의 말이 매우 깊이 와닿았습니다.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죠. 올해는 코로나-19 이슈가 있어 규모가 축소된 것 같지만 많은 기업들이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저 또한 전단지에서 본 행사 하나가 눈에 띄어 참여했죠.
PP소재 용기 5점 이상을 기부하면 플라스틱 화분을 만드는 데 사용하고, 기부 참여 리워드로 친환경 타이벡 소재 에코백을 준다는 것이었어요. 에코백이면 에코백이지 "친환경 타이벡 소재"라고 하니 호기심이 생겼고, 마침 모아 둔 플레이도우 통들이 PP 재질이라 가지고 갔어요. (여담이지만, 모아둔 약통도 PP소재라 같이 챙겨갔는데 이건 용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퇴짜 맞았답니다. ㅜㅜ) 리워드로 받은 "친환경 타이벡 소재 에코백"은 아래와 같았어요.
알고보니 2019년 이니스프리에서 주관한 행사에서 제공받았던 에코백과 같은 소재였고, 이제야 이 소재의 이름이 타이벡이라는 걸 배우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이 소재의 에코백은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만 같았고 불투명하고 두꺼운 비닐봉투 느낌이었거든요. 매끈한 듯 거칠거리는 질감도 제 취향은 아니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유행처럼 이 소재를 사용한 소비재들이 눈에 많이 띄는 겁니다. 특히 "친환경"을 타이틀로 건 행사에서요. 패션잡화 쪽에서도 친환경을 표방한 제품라인을 선보이면서 이 소재를 적극 이용하는 것을 보았어요.
거슬러 올라 생각해보니 제가 경험한 최초의 타이벡은 놀이공원 입장 시 팔목에 채워주는 팔찌형 입장권이었어요. 종이처럼 생긴 것이 더운 여름에도 축축해지지 않았고 다 놀고 난 후 벗겨내기도 쉽지 않았죠. 그 정도로만 사용되었던 소재가 친환경으로 각광받다니 세상이 변함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타이벡은 정말 친환경 소재일까?
타이벡은 어떤 소재?
타이벡은 한마디로 특수 부직포 소재입니다. 타이벡은 표기할 때 꼭 Tyvek®로 표기하는데 듀폰(DuPont™)사에서 특허를 낸 합성소재이기 때문입니다. 종이같이 생겼지만 고밀도 폴리에틸렌 섬유로 별도의 화학물질 첨가 없이, 오직 열과 압력에 의해 만들어진 신소재 부직포라고 합니다.
타이벡은 종이 같은 질감을 주지만 잘 찢어지지 않고 방수 성질을 가지고 있어 보호복, 의료용 포장재 등에 많이 이용되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의료용 보호복으로도 이 소재를 이용해 많이 제작되고 있다고 합니다. 내구성도 높고 부드러운 재질이라 생활잡화의 원단으로도 각광받고 있어요. 일반 부직포나 종이보다도 먼지가 적게 나오기 때문에 침구류에도 사용된다고 해요. (출처 : 듀폰 타이벡 블로그)
타이벡이 친환경 소재로 불리는 이유는?
타이벡이 친환경으로 불리는 첫번째 이유는 화학물질 첨가가 없기 때문입니다. 레이온 등 많은 플라스틱 섬유들이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첨가하여 만들지만 이 소재는 오직 열과 압력으로만 제작된다고 합니다. 두번째 이유는 먼지 발생이 적어 건강하다는 거죠. 방수, 방습, 멸균 등의 효과도 생활과 산업 곳곳에서 대안제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튼튼하여 오래 쓰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고 합니다. 일반 비닐이나 종이보다 내구성이 좋아 반복해 사용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100% HDPE(폴리에틸렌)으로만 제작되었기 때문에 사용한 후에 HDPE 소재만 따로 모아 다시 자원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현실에서는 과연...
처음 '친환경 소재 타이벡'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소재가 HDPE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내심 재사용된 HDPE 소재이길 바랐습니다. 비닐봉투로 상징화된 HDPE는 가벼운 특징 상 플라스틱으로 모아 재활용되기 어렵고,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우 "비닐"로 따로 분리배출하고 있으며 이렇게 모인 비닐은 대부분 난방연료로 사용된다고 알고 있어요.
그렇게 일회용으로 버려지는 HDPE를 모아 더 튼튼한 소재의 천으로 만들고 사용처를 넓힌 리사이클 소재라면 '친환경'에 걸맞는 소재임을 백번도 인정했을 거에요. 하지만 자료를 찾아봐도 과거 그러한 캠페인을 한 흔적이 있는 듯 보였지만, 현재 판매되고 있는 타이벡 소재가 리사이클링 소재는 아님을 알게됐죠.
결국 타이벡도 플라스틱입니다. 경량성, 방수성, 내구성 모두 기준 HDPE 소재의 공통된 특징일 뿐이죠. 그래서 저는 듀폰사의 타이벡 소재를 '친환경'으로 홍보하는 것이 불편합니다. 타이벡 소재 에코백도 여느 비닐봉투와 마찬가지로 바다에 버려지면 가짜 해파리처럼 둥둥 떠다니고, 땅에 버려지면 수백년 동안 썩지 않아요.
이 소재를 만든 듀폰사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하지만 "친환경"이라는 말에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시는 많은 분들이 속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듀폰사와 테프론
이 타이벡을 만든 듀폰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최근에 영화화된 적이 있습니다. 배우이자 환경 운동가인 마크 러팔로가 제작/주연을 한 <다크워터스>가 그 영화인데요. 눌러붙지 않는 프라이펜의 대명사인 테팔 프라이펜을 탄생하게 만든 테프론 프라이펜의 유해성을 파헤친 실화 바탕 영화죠.
과불화옥탄산(PFOA, PerFluoro Octanoic Acid), C8로 알려진 이 인공 화합물은 들러붙지 않는 프라이팬의 코팅제 '테프론' 속 화학물질입니다. 듀폰사는 이를 사용한 자사 제품이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다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했으며 폐기물을 무단 방류까지 했습니다. 그 결과 마을 주민과 공장 직원들은 심각한 중증 질환을 앓게되고, 기형아 출산도 이어지게 됩니다. 듀폰사는 이 사실을 40년 넘게 은폐해왔습니다. 2017년 미국 법정에서 듀폰사가 6억7100만 달러(약 8천억원) 배상을 선고 받으며 세상에 알려지게 됐죠.
당시 듀폰사는 260도 이상 가열하면 테프론에서 해로운 물질이 나올 수 있으나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260도 이상 가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테팔 프라이펜으로 알려진 테프론 코팅 프라이펜은 빈 상태로 2분만 가열해도 380~390도까지 이르고 유해한 가스 입자를 배출한다고 하네요.
'무해함'과 '친환경'의 온도 차이
우리는 경험으로 화학기업의 '무해'와 '친환경'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의미와 다르다는 것을 그동안 많이 체험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이슈가 그렇고 일회용 생리대가 그렇고, 이 테프론 프라이펜도 유사한 이슈라고 생각됩니다.
타이벡 소재가 테프론 소재처럼 유해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여타 플라스틱보다 화학물질을 덜 사용했으니 다른 플라스틱 소재보다는 나은 선택이라는 것이 아마도 맞는 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에코백을 만드는 데 있어서 굳이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제 기준에서는 오래 사용해도 결국 썩지 않는 쓰레기가 되는 이 소재보다는 손으로 대강 짠 면실 에코백이 '친환경'이라고 보여집니다.
기업의 '친환경'이라는 수식어가 제로웨이스트의 기준과 상이함을 다시한번 느낍니다.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한다면, 지구에 덜 해가되는 방법을 고민한다면 일상에서 사용하는 '친환경' 수식어를 꼼꼼이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무척 더운 토요일이었어요. 두 달 전쯤 사전 예약을 했던 비 존슨 초청 강연이 열리는 날이었죠. 신반포역 근처의 덜위치 컬리지에 도착. 이 곳은 작은 영국이더라구요. 외국인학교라 어느 정도 분위기는 예상했지만 다양한 인종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영어... 참 이국적인 느낌이었죠. 이날은 본교 400주년 기념일인 동시에 서초구에서 개최하는 첫 세계인의 날이라고 해요. 이 작은 영국 내부는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입구에서 간단히 등록을 하고 들어갔더니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나는 쓰레기없이 살기로 했다' 책 판매부스였어요. 2013년도에 출간해 절판되었다가 비 존슨 내한 기념으로 재인쇄하게 됐는데요. 강연 전에 책을 읽어야지 하고 주변 도서관에 알아봤는데 결국 제 차례가 돌아오지 않아 아쉬웠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이렇게 아주 많이 만나네요. 책은 미리미리 구매하기!
행사 소개 팜플렛에 제로웨이스트 마켓이 함께 열린다고 적혀 있어 찾아갑니다. 많은 부스가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나라 대표적인 제로웨이스트 브랜드는 모두 있었어요. '매거진 쓸', '더 피커', '예고은', '다시쓰는 그랩', 'Gachi Soap', 'FRUTO', 'WasteUpso', 'Fresh Bubble' 등이 있었어요. 공기정화 식물도 함께 팔고 있었고, 'WasteUpso'는 포장지 없는 컨셉 스토어를 지향하듯이 일부 제품들에 한해 가져온 용기에 담아주는 행사를 하고 있었어요. 모든 부스에서 지갑을 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꽁뜨' 매대에서 핸드메이드 생리대 책을 한권 사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Fresh Bubble' 부스에서는 소프넛 사용에 대해 실용적인 조언을 얻고, 'Gachi Soap' 부스에서는 샘플 비누를 얻었습니다. 이런 셀러들이 있어 참 고맙고 다행이에요. 좋은 제품들이 더 널리 사용되기를 살포시 기대해봅니다.
그 와중에 비 존슨이 친히 제로웨이스트 마켓을 방문해주셨어요. 각 부스를 돌며 같이 사진도 찍고 판매되는 물건도 구경하고 그랬죠. 부스의 사람들 눈이 반짝였어요. 영웅을 직접 만나는 기분으로... 저 또한 어부지리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비 존슨을 만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네요.
마켓이 그리 크진 않았기에 한 바퀴 천천히 돌아도 시간이 꽤 많이 남았어요. 4층 강연장으로 이동해 출석 인증 도장 손등에 쾅 찍고 대기. 점점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2시부터 입장 시작. 강연 전까지 매거진 쓸 광고와 지상파 방송의 플라스틱 관련 다큐멘터리 클립이 상영됩니다. 일찍 강연장에 들어온 저는 내빈석 다음으로 가장 앞 자리에 앉을 수 있었어요.
2시 30분에 식이 시작됩니다. 시작과 함께 비 존슨을 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와 달리, 제1회 서초구 세계인의 날 기념식이 먼저 시작됩니다. 국민의례와 내빈 소개, 서초구청장과 덜위치컬리지학장의 인삿말이 이어집니다. 비 존슨의 강연으로 오롯이 한 시간이 채워지길 기대했는데, 10분으로 예정되었던 개회식은 점점 더 길어지네요. 덜위치컬리지 학생들의 환경관련 메시지가 끝나자 비로소 강연이 시작됩니다.
비 존슨은 하얀 바지에 하얀 티, 그위에 멜빵을 한 의상에 높은 굽의 샌들을 신고 나왔어요. 한 손에는 텀블러, 한 손에는 하얀 면포를 들고 무대에 섰죠. 면포 안에는 2018년 그녀의 집에서 나온 쓰레기 전부를 담은 유리병이 있었어요. 후에 소개하기를 그녀의 의상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웃들 중 한 가지 조합이고, 샌들은 얼마전 중고 시장에서 구입한 거라고 합니다.
강연 사진은 아래 한 장이 전부에요. 그녀가 요청했죠. 이 소중한 순간을 사진 찍는 데 허비하지 말고 자기 이야기에 귀 기울여 달라고. 아래 사진은 강연 시작 직전 무대 세팅을 점검하는 비 존슨이랍니다.
강연 내용은 책의 축약 버전입니다. 책에서 강조했던 5R(Refuse, Reduce, Reuse, Recycle, Rot)을 실제 경험담과 함께 재미있게 소개합니다. 그녀의 외모 콤플렉스인 얇은 입술을 보완하기 위한 플라스틱 없는 화장품으로 쐐기풀류를 직접 입술에 발라 본 이야기, 화장지 대신 이끼류를 모아 사용하려 했던 이야기, 식초로 머리를 헹구는 노푸 생활을 6개월 정도 하다가 남편이 더 이상 냄새를 못참겠다하여 그만 두게 된 이야기 등 현재의 그녀가 있기까지 그녀가 겪었던 엉뚱한 듯한 경험담이 청중들을 즐겁게 합니다.
주방에서, 침실에서, 아이들방에서, 옷방에서, 창고에서 What If(만약에)를 염두에 두고 남겼던 물건들을 과감히 포기하니 쓸레기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삶의 질도 유쾌해졌다고 말합니다. 공간에 돌보던 시간과 노력을 가족과 취미, 추억에 투자하게 됐다는 얘기도 했죠. 또한 그녀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데 있어서 '유연함'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유연함이란 실천에는 단 한가지만의 해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의 유연함입니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버터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는 것은 좋은 경험이긴 하나 오히려 생활을 낭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하죠. 노동의 고통을 줄이고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유연함이죠. 이는 제로웨이스트 이슈와 관련해 상대방과의 대화에서도 발현됩니다. 환경과 실천에 대해 각기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어요. 이견을 존중하되 본인만의 신조를 유지하는 것, 이것도 바람직한 유연함이라 할 수 있죠.
강연 내내 그녀의 프랑스 악센트가 섞인 유머에 함께 웃다가, 핵심내용에 대해서는 같이 진지해졌죠. 그녀는 깐깐했고,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그녀의 미소는 많은 것을 경험해 본 사람만 보일 수 있는 거였죠. 직접 청중의 질문에 답하는 Q&A 시간에 그녀는 더욱 돋보였습니다. 누군가 학교에서의 제로웨이스트 교육 방법에 대해 물었어요.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죠.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 가와 별개로 어른들의 행동은 그런 교육과 이질적일 때가 많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치는 가를 논의하기 전에 어른이 먼저 실천해야 한다(의역한 것이라 내용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제 고민 중 하나인 학용품에 대한 조언도 있었습니다. 매 학기 구매해야 하는 학용품 리스트가 많은데, 이 학용품들은 1년만 사용되고 버려집니다. 어른들은 아주 쉽게 매장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사고, 다음 해에 또 사죠. 매년 준비해야 할 학용품이 같다면 1학년 때부터 교육기간 내내 사용할 수 있는 학용품을 사도록 학교에서 유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클리어파일의 경우 튼튼한 종이로 끼워 쓸 수 있거나 금속으로 된 제품도 있거든요. 저 또한 아이의 유치원 3년 내내 준비해야 했던 싸인펜과 크레파스, 색연필 등이 모두 플라스틱 재질이라 마음이 몹시 불편했던 기억이 있어 매우 공감했습니다.
그녀는 본인의 제로웨이스트 홈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게 된 이유 중 하나가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우리는 '환경보호'라는 키워드에 노출되었고, 이 시대에 '환경'은 하나의 클리셰가 되어버렸죠. 비 존슨은 본인의 강연에서 '환경'이라는 단어는 두 번 정도밖에 언급하지 않는다고 해요. 가족과의 행복, 건강함, 삶의 질 상승 등의 측면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이야기 했기 때문에 더 많은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어쩜 이렇게 멋있을 수 있을까요. 하나의 확고한 실천을 만들기 위해서 수십번, 수백번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에, 그녀의 노고를 존경합니다. 그간의 실천들을 5R과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 요약 설명할 수 있다는 건 반복적인 경험과 엄청난 시행착오, 강한 의지가 아니면 실현되기 힘들었을거에요.
이렇게 본 행사가 끝나고 1층 사인회 현장으로 갑니다. 제가 좀 눈치가 빠른 편이어서 이 곳에서 하겠거니 하고 서있는데 어느새 그게 줄이 되어버렸어요. 어떨결에 가장 처음으로 비 존슨의 사인을 받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도 비 존슨의 멋짐이 부각되는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주최측은 여느 사인회와 마찬가지로 싸인용 네임펜을 준비해 놓았어요. 비 존슨은 자신이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재사용 가능한 펜을 꺼내며 그 일회용 펜을 사양했지요.
전 책 두 권을 준비했어요. 하나는 개인 소장용으로, 하나는 아파트 내 도서관에 기증할 마음에서였죠. 각 책에 'to' 다음 뭐라 적어달라 해야 할 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두 권의 책을 내미는 순간 비 존슨은 이렇게 말했어요. "전 제 책이 보관용이 되길 원하지 않고 함께 나누길 바란다. 그래서 개인 이름을 사인에 넣지 않는다". 제가 참 생각이 짧았던 것을 느꼈죠. 그녀는 제 이름 대신에 함께 나누자는 메시지를 적어줬어요. 강연 끝나고까지 절 감동시키네요.
그녀는 쓰레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실천하였고, 그렇게 비우는 동안 행복을 얻었죠. 이 강연은 제로웨이스트라는 행보에 발을 들인 지 이제 막 1년이 되어가는 저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유연성'이란 키워드는 해법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조금씩 지쳐가는 저에게 위로를 주었고, '나눔'이란 키워드는 앞으로 실천해가는 참 좋은 아이디어가 되었죠.
오랫동안 블로그를 쉬었습니다. 아이들 방학 핑계로 바빠졌다가, 몇 가지 일 벌린 것들이 생겨서 정신 없다가, 문득 고개들어 보니 꽃이 피네요. 그렇다고 플라스틱을 덜 사용하고 대안을 찾는 일은 소홀히 한 건 아니에요.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는 것은 트위터나 인스타그램과 달리 시간과 정성이 몇 배는 들기에 그런 짬을 만들지 못했던 것이죠. 이제 생활이 조금 안정되어 밀린 포스트들을 하나씩 풀어보고자 합니다.
그 사이 블로그를 오픈한 지 일년이 지났어요. 일년을 실천하면서 든 생각 중 하나는, 누구나 실천을 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착하고 좋은 상품을 많이 알리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는 것이었죠. 유럽, 영국, 미국, 호주, 대만 등 우리보다 제로웨이스트나 플라스틱 대안에 대한 고민이 많은 나라들에서는 대안체에 대해서도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에 늦게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시작하더라도 보다 쉽게 대안을 찾을 수 있어요. 구매가 이루어져야 시장이 만들어지고,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실천가들의 선택폭이 넓어지고, 그래야 정말 일상 생활에서 Non Plastic 제품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형마트에서 면생리대를 이제야 만날 수 있는 것처럼, 몇년 후에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Non Plastic 제품들이 마트에 가득하길 바라봅니다.
그래서 올해는 한 달에 한번 정도 이제 막 제로웨이스트 또는 No More Plastic 실천을 시작하는 분들을 위해 좋은 제품들을 사용해보고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어요. 제 경우, No More Plastic 실천을 한다고 해서 지금까지 썼던 플라스틱 물건들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대안체들로 한순간에 채워버리는 선택을 한 것도 아니고, 아무리 플라스틱이라 해도 그 역할과 소명을 다한 후 대체제를 신중하게 고르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한번에 드리지는 못합니다. 구매하기 전에 1) 진짜 필요한 건지, 2) 사지 않고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지, 3) 만들어 쓸 수는 없는 지 따진 후에 구매한다는 제 나름의 기준이 있기에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보다는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제품들을 소개해 드리고 싶은 게 제 마음입니다. 신중하고 느리게 선택한 만큼 솔직하고 자세하게 그 후기를 전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은 이제야 올리지만... 4월에 소개드리려 했던 제품은 아임낫띵의 황마로 만든 낙엽 수세미입니다.
앞 서 두번의 포스트를 통해 일명 수세미실이라 불리는 아크릴사, 폴리에스테르사로 수세미를 뜨는 것이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그 대안으로 전 수세미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요. 일년 전 산 마끈으로 만든 수세미는 지인들 선물로 대부분 나가고 제 건 두 벌반 남겼는데, 마지막 마 수세미도 끈이 끊어져 버리게 됐고, 시어머님 친구분이 주신 수세미를 대신 사용하고 있던 차였죠.
이 제품을 처음 알게된 것은 인스타그램에서였어요. 어느날 낙엽 모양의 수세미를 보게 됐는데, 그 브랜드 이름이 '아임낫띵'이래요. 이 센치한 이름이 낙엽 수세미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거에요. 정말로 인생무상을 느끼게 하는 낙엽 가득한 가을 어느 날이 떠올랐죠. 마침 황마 수세미도 없고 그 패턴도 궁금하여 낙엽수세미 DIY 패키지를 구매하게 됐어요.
판매처가 저희 집에서 두 정거장 거리이기에 배송비도 아끼고 탄소발자국도 줄일 겸 직접 받겠다했는데, 다른 일정으로 차 끌고 나왔다가 도착지점에서 주차를 못해 헤매게 돼 오히려 미세먼지발생 주범자가 되었다는.
택배 배송할 때는 종이상자에 담아주시는데, 직접 온 전 종이봉투에 담아주셨어요. 포장이 군더더기 없지요. 포장 포인트인 유칼립투스잎은 직접 키운 것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하십니다.
그렇게 받아온 즉시 낙엽 수세미 하나를 완성합니다. 보통 마끈 한 타래로 열 개 정도 뜬다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코바늘이 굵었던 건지 전 15개의 수세미를 떴어요. 마끈이 거칠다보니 좀 손이 아픈데, 마끈 한 타래 다 쓰는데 이틀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동봉된 가이드 외에도 동영상을 공유해 주셔서 코바늘 초보자도 쉽게 뜰 수 있을 거에요.
15개 중 잘 만든 것 같은 8개는 종이봉투를 재활용해 네임택을 만들어 달고 친구들에게 선물했어요. 그리고 남은 7개는 두고두고 쓰기 위해 잘 쟁여두었죠.
이제 설겆이 할 시간. 처음 이 수세미를 사용할 때는 주방비누를 썼기 때문에 비누를 비벼 거품을 내 사용했어요. 거품이 잘 생깁니다. 면사 수세미보다 지속력도 길구요. 그래서 예전에는 마수세미를 헹굼용으로 썼는데 이 때부터 거품용으로 사용하게 됐어요. 주방비누에서 소프넛으로 갈아탄 후에도 그렇게 사용하고 있는데 설겆이 결과에 꽤 만족스럽습니다.
뜨개질한 수세미는 내구성이 좋아요. 제가 헹굼용으로 떴던 마수세미보다 조직이 촘촘해서 잘 끊어지지도 않습니다. 첫 수세미를 3월 말부터 사용했는데 아직까지 튼튼하게 잘 사용하고 있어요.
촘촘한 만큼 두께감이 있어서 잘 마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마소재는 건조력도 좋네요. 제가 뜬 면사수세미가 더 얇은데 마수세미가 훨씬 더 빨리 마릅니다.
요즘 전, 소프넛 우린 물에 이 마수세미를 적셔 설겆이를 하고 면사 수세미로 헹굽니다. 설겆이 후에는 꼭 짜서 걸어두고, 3주에 한번 꼴로 삶아주고 있어요. 색상 때문인지, 소재 때문인지 면사 수세미보다도 때가 덜 끼고 잘 지워지는 것 같습니다.
남은 수세미는 올 일년 풍족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 낙엽수세미가 떨어질 때쯤, 마끈 한 타래를 사서 그 후 일년을 사용할 낙엽수세미를 뜨고 있겠죠. 이렇게 좋은 대안을 가지고 있고, 그 방법을 안다는 건 참 마음을 든든하게 만듭니다.
참고로 말씀드릴 것은, 만약 직접 낙엽수세미를 뜨신다면 고리부분을 본인이 갖고 있는 건조 고리 크기에 맞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거에요. 저희 집 건조 고리는 가로 폭이 0.3cm 정도 되는데, 도안대로 떴더니 걸 때 조금 불편하더라구요. 고리 구멍이 작다고 생각되시면 서너코 정도 더 떠서 고리를 만들길 추천드려요. 뜨개에 자신 없는 분들은 사이트에서 완제품도 구매할 수 있으니 참고 바라구요. 구매좌표는 바로 여기에요. >>>>>> http://imnothing.kr/
제가 계획한 텀블러와 실리콘 빨대의 조합에 대해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합니다. 현충일에도 키즈카페에서 아이가 원하는 아이스 코코아를 텀블러에 실리콘빨대를 꽂아서 사용했어요. 일회용 플라스틱컵도 아끼고 남은 음료는 싸갈 수 있으니 편리합니다. 두 아이의 것을 모두 챙겨가려면 부피가 크지만 아이 키우는 엄마 가방은 작아지기 어려우니까 스스로 이해합니다. 최근에 유치원에서도 선생님이 비닐봉투 등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큰 아이는 이런 행동이 미션 수행 게임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지 수긍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합니다.
저는 저와 남편을 위해 스테인레스 재질을, 아이들을 위해서는 실리콘 재질을 선택했는데, 꽤 다양한 재사용빨대가 출시되어 있습니다. 제가 구매할 당시만 해도 직구 방법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온라인에서 비교적 쉽게 구입할 수 있어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의 심각성을 인지했기 때문이겠죠.
오늘은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의 대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플라스틱 일회용 빨대의 대안으로 크게 '일회용', '다회용', '반영구' 빨대로 나눌 수 있어요. 플라스틱이라는 소재가 썩지 않고 재활용되기 어렵기 때문에 일회용이되 소재를 대체하는 경우가 '대안용 일회용 빨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종이 빨대죠. 종이는 플라스틱보다는 재활용율이 현저히 높고 자연분해되는 시간도 짧습니다. 반면 일회용이기 때문에 플라스틱 빨대와 마찬가지로 평균 15분이면 쓸모가 사라져요. 또 많은 종이 빨대들은 물 사용에 적합하도록 플라스틱 방수 코팅이 되어 있습니다.
종이 빨대말고도 많이 언급되는 것은 먹는 빨대입니다. 아래 동영상은 파스타를 대롱 모양으로 만들어 빨대 대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바(Bar)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밀, 해초 등 식용소재로 만든 빨대들도 있습니다. 롤리웨어(Loliware)라는 영국의 스타트업 회사는 일차로 해초로 만든 먹는 컵을 런칭한 바 있는데 현재 INDIEGOGO를 통해 해초로 만든 먹는 빨대 런칭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하고 있습니다. (펀딩 바로가기>>)
일회용 빨대를 대안으로 찾는 경우는 소비자보다는 카페, 식당 등이 많습니다. 포장에서 빨대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맥도날드를 비롯해 세계적 기업들이 일회용 빨대 대체제를 마련하는 데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회용 빨대'는 여러번 사용할 수 있으나 품질 문제로 일정 횟수 사용 후에는 바꿔줘야 하는 경우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대나무 빨대에요. 친환경적이지만 나무의 특성상 곰팡이 발생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바꿔주어야 합니다. 대나무외에도 밀을 사용한 빨대도 있어요. 가장 널리 알려진 밀 빨대는 영국의 Ecostrawz라는 회사가 만든 것인데요, 50개에 3.5파운드(약 5천원) 정도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빨대의 기원이 밀 대롱을 이용해 술을 마신데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재료면에서는 가장 친환경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반영구적인 빨대'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 스테인레스 빨대, 실리콘 빨대, 유리 빨대죠. 이 모두 쉽게 성형이 가능해 일자형 말고도 ㄱ자로 휘어지는 제품으로도 제작할 수 있어요. 소독, 세척도 쉽고 품질 상 문제 발생 요인도 적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죠.
유리 빨대의 장점은 투명함과 찬 느낌, 고급스러움이지요. 투명하고 찬 느낌은 더운 여름 아이스음료와 잘 어울립니다. 대부분 내구성을 보완하여 제작됐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하나 빨대를 잘 씹는 아이들의 경우 주의가 필요해요.
스테인레스 빨대의 장점은 차가운 금속 재질에서 오는 청량감과 재질의 안전성이죠. 세척, 관리, 이동 시 보관도 가장 쉬워요. 반면 일부 사용자 가운데 쇠 냄새에 민감하신 분들은 불편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제 경우 텀블러에 스테인레스 빨대는 선호하지 않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로 쇠와 쇠가 만나 생기는 긁히는 음이 싫어서 인데, 유리 재질 자에 스테인레스는 참 어울리고 편리합니다. 모서리부분도 잘 다듬질되어 있어 날카롭지 않구요.
실리콘 빨대의 장점은 다칠 위험이 적고 다양한 컬러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무게도 가볍고 보관이나 이동도 아주 편리합니다. 하지만 앞서 다른 포스트에서 말했듯이 실리콘은 엄연히 말해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소재 측면에서의 이상적인 대체제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재질들의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을 보완한 제품들이 다수 출시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스테인레스 재질에 실리콘으로 보완한 제품이죠. 입이 닿는 부분과 컵이 닿는 부분에 실리콘을 부착해 소음과 상처(기스) 발생을 줄이고 위험도를 낮췄어요. FinalStraw는 접이식 빨대로 부피가 크다는 스테인레스 재질 빨대의 단점을 보완한 것으로 접어서 열쇠고리처럼 들고 다닐 수 있습니다. 현재 클라우드펀딩을 진행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얼리어답터(바로가기>>)에서 펀딩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네요.
지난 포스트에서 저는 '텀블러를 쓴다'는 첼린지 약속을 언급했습니다. 오늘은 그 실천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해요.
환경 이슈라는 것이 외부적인 동기부여가 있으면 좋긴 하지만, 외부에서 주는 리워드라는 것이 제한적이고 적거든요. 텀블러 300원 할인이 가난한 학생에게는 크게 느껴질 수 있으나, 여유있는 직장인에게는 작게 느껴질 수 있죠. 아직까지는 생존과 결부된 이슈라고 인지하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에 환경 이슈에 관심이 많다하면 개인의 선행, 기부활동, 취미 등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환경 이슈를 실천하고자 한다면 그 동기를 본인 스스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해낸 건 자신만의 리워드 노트를 써보는 거에요. 그 첫 도전(Challenge)을 '텀블러를 책기자!'는 것으로 정했구요.
제가 만든 리워드 노트의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약속을 지킨 날은 '성공(Success)', 못 지킨 날은 '실패(Failure)', 이와 더불어 '절충(Compromise)'이란 걸 두었어요. '텀블러를 챙기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성공'은 당연히 가방에 텀블러를 넣어 다니고 실제로 사용한 경우겠죠. '실패'는 가방에 텀블러를 넣어 가는 것을 잊어버렸고 결국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사용한 때일거구요.
'절충'은 이런 경우입니다. 깜박잊고 텀블러를 안가져와서 커피를 마시고 싶었음에도 꾹 참고 안먹었을 때. 텀블러는 안가져왔지만 다회용컵으로 마셨을 때.안가져와서 플라스틱컵으로 한 잔 마셨는데 다시 챙겨 나와 텀블러로 마셨을 때. 즉 해야함을 알았으나 실천이 미비했거나, 실천하지 않음을 알고 수정했거나, 실천을 지키기 위해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들은 아예 생각조차 안한 것 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과는 차별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리워드를 표시하는 방법은 자유롭습니다. ★, ♥ 기호 숫자로 표시할 수도 있구요, 천원, 이천원 금전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리워드 비용도 본인에게 맞춰 설정하면 되구요. 이 약속에서 성공 시 리워드를 2백원으로 했는데 다른 약속, 가령 장바구니를 챙기자는 약속을 실천할 때의 리워드는 3백원을 줄 수도 있는 거죠. 본인에게 긍정적 리워드가 맞다하면 성공 시 리워드를 실패 시 비용보다 높게 책정하면 되고, 부정적 리워드가 효과가 있을 것 같다하면 실패 시 내야하는 비용을 더 높게 책정하면 됩니다.
단, 절충에 대한 비용도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출도 하지 않는 날, 장을 보러가지 않아 텀블러나 장바구니를 생각할 필요가 없는 날과 본인이 못챙겼으나 약속을 기억해낸 날은 분명 다르니까요.
다음과 같이 이번 주 일주일의 리워드 달력을 짜보았어요.
17일이 시작일이었고, 그 날은 텀블러를 가져가 이용했기에 '성공'했습니다. 18일은 급하게 나가게 되서 텀블러를 잊었는데 딸 아이 주스를 사주면서 플라스틱 컵을 사용했기에 '실패'. 19일은 텀블러는 깜박 잊고 놓고 가 반성을 했고, 대신에 일정이 있는 동안 커피를 참았기 때문에 '절충'에 표시를 했습니다. 현재까지의 스코어는 0보다 나은 1이네요. ㅎㅎ
전 한 달간의 합계에다가 리워드 비용을 곱하려고 해요. 저는 '텀블러를 챙기자!'라는 약속에 대해 1점당 1천원의 리워드를 주기로 약속했어요. 예를 들어 한 달 동안 노트를 적어보니 총 합이 20이 나왔고 이 약속은 리워드는 1천원이니 총 2만원의 리워드 비용이 한 달 후 생기는 겁니다.
20점x1,000원=20,000원
그리고 저는 이 금액을 IDEA MOUTH 통장에 저금하렵니다. 내 실천에 대한 긍정적인 보상이 향후 얼마나 커져있을 지 저 또한 궁금해요. 앞으로 꾸준히 보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