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 맥주의 분리배출은 명확하게 '캔류로 분리배출'입니다. 우리나라의 캔류 분리배출 비율은 80%로 매우 높은 편인데, 실제 알루미늄캔 재활용 비율은 30% 미만이라고 합니다.(출처 : 머니투데이 2020.5.25. 기사

오랜만에 마신 맥주 "파울라너 뮌히너 헬"의 뒷면 정보란을 우연하게 보게 됐습니다. 독일 뮌헨 지역에서 제조되어 유럽과 호주, 우리나라 등 세계 각지로 수출되기에, 이 제품의 뒷면에는 다양한 국가들의 필수 정보들이 총 망나되어 인쇄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수입맥주를 마실 때 한 번쯤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이 표시는 무엇인지, 이 나라는 왜 이런 라벨을 사용하는 지...

오늘은 제가 마신 "파울라너 뮌히너 헬" 뒷면 정보를 통해 다양한 나라의 픽토그램 정보와 환경 정책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좌측 픽토그램을 살펴보면, "Münchener Bier" 표시와 PGI로고가 같이 있습니다. 이는 EU의 PGI 법에 의해 보호되는 독일에서 생산된 맥주라는 표시라고 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위키피디아 내용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요. (참고 : 위키피디아 Münchener Bier)

 

PANT 1 KR 마크는 EUIPO(the European Union Intellectual Property Office)가 인증한 음료사업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무언가 재활용을 의미할 것 같은 표기였는데 단순히 허가받은 음료 및 주류 사업이라는 표시였어요.

 

이 로고는 많이 보셨을 겁니다. Triman 로고라고 불리는 이 마크는 프랑스에서 사용하는 분리배출 표기입니다. 무언가를 (쓰레기통에) 던지는 제스처를 취하는 사람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3개의 화살표는 분류 옵션을 상징하고 로고를 닫는 원형 화살표는 재활용 행위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이 기호는 2015년부터 모든 포장 및 재활용 가능한 제품에 의무화되었습니다. 포장에 이 로고가 보이면 재활용이 가능하며 분류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보통 이 로고는 아래와 같이 몇 개의 픽토그램과 같이 인쇄하는데, 좌측 캔 모양 픽토그램은 재질을 의미하고 우측 BAC DE TRI가 적힌 픽토그램은 모든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를 버리는 쓰레기통에 넣으라는 의미입니다. (참고 : GRUPPO MOURIZI 홈페이지)

덤으로 함께 알아보는 유럽의 대표 재활용 로고들입니다.

그린 도트(Green Dot)는 독일의 폐기물법 포장 조례 도입 이후 1991년 듀얼시스템-독일사(DSD)가 처음 도입한 로고입니다. 이 로고는 정확히 말하면 그린 도트 라이선스에 가입했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그린 도트 제도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 폐기물법에 의해 회사가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를 수거해야 합니다.

 

왼쪽은 영국에서 사용하는 재활용 마크인데요, "Widely Recycled"는 영국 전역의 75% 이상이 수거하는 포장재에 적용합니다. 같은 "Widely Recycled" 표시지만 상단에 "Rinse(헹굼)" 표시가 있는 것도 있습니다. 식품 트레이와 같은 포장재는 다른 재활용품이 오염되지 않도록 헹구어서 배출한다는 의미입니다. 

우측 상단의 표시는 크로아티아의 빈용기 보증금 반환 픽토그램입니다. 이 표시가 있는 재활용품은 구매한 소매점에 가서 50LP로 교환할 수 있어요. 크로아티아는 플라스, 캔, 병 보증금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 중 하나입니다. 이런 보증금제도는 자국 제품에 한해 시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수입맥주에도 적용된다는 점이 신기했습니다. 좌측은 2016년 제도 시행과 함께 배포된 홍보물인데, 초기에는 개수제한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개인당 하루 최대 80병으로 개수를 제한한다고 해요. 포장재는 꼭 깨끗하게 비우고, 눌리지 않은 상태로 반납해야 합니다. (참고 : komunalac-garesnica.hr)

 

 

 

그 밑에는 호주 정부의 정보인데요. "DrinkWise.org.au" 사이트에서 음주에 대한 정보를 얻으라는 메시지와 "Standard Drinks for Australia" 픽토그램이 있습니다. 픽토그램 안에는 1.9라는 숫자가 적혀있는데요, 호주에서 사용하는 이 Standard Drinks는 10g의 순수 알코올을 기준으로 그 것보다 알코올 도수가 얼마나 높은 지를 말해줍니다. 1.9는 기준보다 1.9배 알코올 도수가 높다는 뜻이지요. (참고 : http://www.health.gov.au)

세계 공통으로 임산부에게 음주는 위험하다는 경고 표시도 함께 게시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국가에서 임산부 위험 경고 메시지를 넣는데, 아래의 라벨은 호주와 뉴질랜드 정부가 권장하는 기준입니다. (참고 : http://www.foodstandards.gov.au)

하단에는 the 10c refund mark가 있는데요, 이 또한 호주 정부의 방침입니다. 호주는 재활용 가능한 모든 것에 이 환불제도 표시를 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어요.  Container Deposit Legislation(CDL)이라고 불리는 이 법안은 1977년 남호주주에서 처음 시행한 후 전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테즈메니아주가 2024년에 마지막으로 이 제도를 시행한다고 하네요.

자료 조사를 하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어떤 주는 지자체에서 환불하는 곳을 지정해 관리하기도 했지만, 매우 다양한 기업들이 고객차원에서 편리하게 자원을 교환할 수 있도록 민간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우리나라 수퍼빈처럼 기계를 대여하는 방식으로 사업하는 곳도 있었고, 자체 멤버십 제도를 통해 모인 금액을 더 쉽게 관리할 수 있게 돕거나 사회환원 방식으로 유도하는 등 다양한 사업 아이템들이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수입맥주캔 뒷면만 보아도 세계가 보이지 않나요? 세계화 속에서 우리는 먼 나라의 주류를 손쉽게 구매하는 현실에 살지만, 정보들을 읽고나니 한편으로 허탈하기도 합니다. 

지난해 11월 7일 환경부는 1회용품 규제 조치를 철회했습니다. 환경부의 '1회용품 계도기간 종료에 따른 향후 관리 방안'에 따르면 종이컵은 사용 규제 품목에서 완전히 제외했고, 플라스틱 빨대는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했으며, 비닐봉투는 과태료 부과를 철회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공병 보증금 반환제를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캔이나 플라스틱으로 확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최근 민간이나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자원을 배출하면 리워드 형태로 현금이나 상품권을 지급하는 형태가 확산되고 있지만요.

빈용기에 대해서는 보증금제도를 시행하는 곳이 많았지만, 일회용컵 보증금을 법으로 규정해 시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환경부의 철회 조치는 매우 퇴보하는 느낌을 주었지요. 시민의 자율적인 동참을 요구하는 캠페인은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몇년 남지 않은 지구 시간에 더욱 강경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에, 자꾸만 엉거주춤하는 우리나라 제도와 정치가 답답하기만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오늘 시원한 맥주를 드신다면, 함께 환경 정보도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죠. 올해는 코로나-19 이슈가 있어 규모가 축소된 것 같지만 많은 기업들이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저 또한 전단지에서 본 행사 하나가 눈에 띄어 참여했죠.

PP소재 용기 5점 이상을 기부하면 플라스틱 화분을 만드는 데 사용하고, 기부 참여 리워드로 친환경 타이벡 소재 에코백을 준다는 것이었어요. 에코백이면 에코백이지 "친환경 타이벡 소재"라고 하니 호기심이 생겼고, 마침 모아 둔 플레이도우 통들이 PP 재질이라 가지고 갔어요. (여담이지만, 모아둔 약통도 PP소재라 같이 챙겨갔는데 이건 용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퇴짜 맞았답니다. ㅜㅜ) 리워드로 받은 "친환경 타이벡 소재 에코백"은 아래와 같았어요.

 

 

알고보니 2019년 이니스프리에서 주관한 행사에서 제공받았던 에코백과 같은 소재였고, 이제야 이 소재의 이름이 타이벡이라는 걸 배우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이 소재의 에코백은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만 같았고 불투명하고 두꺼운 비닐봉투 느낌이었거든요. 매끈한 듯 거칠거리는 질감도 제 취향은 아니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유행처럼 이 소재를 사용한 소비재들이 눈에 많이 띄는 겁니다. 특히 "친환경"을 타이틀로 건 행사에서요. 패션잡화 쪽에서도 친환경을 표방한 제품라인을 선보이면서 이 소재를 적극 이용하는 것을 보았어요.

거슬러 올라 생각해보니 제가 경험한 최초의 타이벡은 놀이공원 입장 시 팔목에 채워주는 팔찌형 입장권이었어요. 종이처럼 생긴 것이 더운 여름에도 축축해지지 않았고 다 놀고 난 후 벗겨내기도 쉽지 않았죠. 그 정도로만 사용되었던 소재가 친환경으로 각광받다니 세상이 변함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타이벡은 정말 친환경 소재일까?

타이벡은 어떤 소재?

타이벡은 한마디로 특수 부직포 소재입니다. 타이벡은 표기할 때 꼭 Tyvek®로 표기하는데 듀폰(DuPont™)사에서 특허를 낸 합성소재이기 때문입니다. 종이같이 생겼지만 고밀도 폴리에틸렌 섬유로 별도의 화학물질 첨가 없이, 오직 열과 압력에 의해 만들어진 신소재 부직포라고 합니다.

타이벡은 종이 같은 질감을 주지만 잘 찢어지지 않고 방수 성질을 가지고 있어 보호복, 의료용 포장재 등에 많이 이용되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의료용 보호복으로도 이 소재를 이용해 많이 제작되고 있다고 합니다. 내구성도 높고 부드러운 재질이라 생활잡화의 원단으로도 각광받고 있어요. 일반 부직포나 종이보다도 먼지가 적게 나오기 때문에 침구류에도 사용된다고 해요. (출처 : 듀폰 타이벡 블로그)

타이벡이 친환경 소재로 불리는 이유는?

타이벡이 친환경으로 불리는 첫번째 이유는 화학물질 첨가가 없기 때문입니다. 레이온 등 많은 플라스틱 섬유들이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첨가하여 만들지만 이 소재는 오직 열과 압력으로만 제작된다고 합니다. 두번째 이유는 먼지 발생이 적어 건강하다는 거죠. 방수, 방습, 멸균 등의 효과도 생활과 산업 곳곳에서 대안제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튼튼하여 오래 쓰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고 합니다. 일반 비닐이나 종이보다 내구성이 좋아 반복해 사용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100% HDPE(폴리에틸렌)으로만 제작되었기 때문에 사용한 후에 HDPE 소재만 따로 모아 다시 자원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합니다.

현실에서는 과연...

처음 '친환경 소재 타이벡'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소재가 HDPE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내심 재사용된 HDPE 소재이길 바랐습니다. 비닐봉투로 상징화된 HDPE는 가벼운 특징 상 플라스틱으로 모아 재활용되기 어렵고,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우 "비닐"로 따로 분리배출하고 있으며 이렇게 모인 비닐은 대부분 난방연료로 사용된다고 알고 있어요. 

그렇게 일회용으로 버려지는 HDPE를 모아 더 튼튼한 소재의 천으로 만들고 사용처를 넓힌 리사이클 소재라면 '친환경'에 걸맞는 소재임을 백번도 인정했을 거에요. 하지만 자료를 찾아봐도 과거 그러한 캠페인을 한 흔적이 있는 듯 보였지만, 현재 판매되고 있는 타이벡 소재가 리사이클링 소재는 아님을 알게됐죠.

더군다가 많은 제로웨이스트 블로거들이 타이벡의 '친환경' 타이틀에 저와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00% 재활용 가능한 소재라 하더라도 타이벡 소재만 모을 수 있는 현실적 상황이 따라와주지 않는다면 이 소재는 재활용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니까요. (참고 : Loving the Earth? Avoid Tyvek® Wristbands and Other Tips for a Climate-Friendly Event)

결국 타이벡도 플라스틱입니다. 경량성, 방수성, 내구성 모두 기준 HDPE 소재의 공통된 특징일 뿐이죠. 그래서 저는 듀폰사의 타이벡 소재를 '친환경'으로 홍보하는 것이 불편합니다. 타이벡 소재 에코백도 여느 비닐봉투와 마찬가지로 바다에 버려지면 가짜 해파리처럼 둥둥 떠다니고, 땅에 버려지면 수백년 동안 썩지 않아요.

이 소재를 만든 듀폰사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함은 아닙니다. 하지만 "친환경"이라는 말에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시는 많은 분들이 속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듀폰사와 테프론

이 타이벡을 만든 듀폰사와 관련된 이야기가 최근에 영화화된 적이 있습니다. 배우이자 환경 운동가인 마크 러팔로가 제작/주연을 한 <다크워터스>가 그 영화인데요. 눌러붙지 않는 프라이펜의 대명사인 테팔 프라이펜을 탄생하게 만든 테프론 프라이펜의 유해성을 파헤친 실화 바탕 영화죠.

과불화옥탄산(PFOA, PerFluoro Octanoic Acid), C8로 알려진 이 인공 화합물은 들러붙지 않는 프라이팬의 코팅제 '테프론' 속 화학물질입니다. 듀폰사는 이를 사용한 자사 제품이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다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했으며 폐기물을 무단 방류까지 했습니다. 그 결과 마을 주민과 공장 직원들은 심각한 중증 질환을 앓게되고, 기형아 출산도 이어지게 됩니다. 듀폰사는 이 사실을 40년 넘게 은폐해왔습니다. 2017년 미국 법정에서 듀폰사가 6억7100만 달러(약 8천억원) 배상을 선고 받으며 세상에 알려지게 됐죠.  

이 PFOA 독성에 대한 영화 속 대화 중 하나가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만약 이걸 마신다면요?" (빌럿)
"마치 타이어를 삼키면 어떠냐고 묻는 셈인데, 그러고 싶어요?" (화학전문가)

(참고 : 중앙일보 <들러붙지 않는 프라이팬의 배신…"생명체 99% 오염시켰다">)

 다크워터스 영화소개 바로가기 >>

들러붙지 않는 프라이펜으로 유명한 브랜드 테팔은 이 테프론 프라이팬에서 시작합니다. 낚시 도구에 사용했던 테프론 코팅을 주방 프라이팬에 사용해본 것을 계기로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을 생산해 판매하게 되고 명실상부한 주방도구로서의 입지를 굳혔죠. (출처 : 테팔의 역사)

https://youtu.be/HKDYck7gKE8

당시 듀폰사는 260도 이상 가열하면 테프론에서 해로운 물질이 나올 수 있으나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260도 이상 가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테팔 프라이펜으로 알려진 테프론 코팅 프라이펜은 빈 상태로 2분만 가열해도 380~390도까지 이르고 유해한 가스 입자를 배출한다고 하네요.  

'무해함'과 '친환경'의 온도 차이

우리는 경험으로 화학기업의 '무해'와 '친환경'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의미와 다르다는 것을 그동안 많이 체험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이슈가 그렇고 일회용 생리대가 그렇고, 이 테프론 프라이펜도 유사한 이슈라고 생각됩니다.

타이벡 소재가 테프론 소재처럼 유해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습니다. 여타 플라스틱보다 화학물질을 덜 사용했으니 다른 플라스틱 소재보다는 나은 선택이라는 것이 아마도 맞는 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에코백을 만드는 데 있어서 굳이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제 기준에서는 오래 사용해도 결국 썩지 않는 쓰레기가 되는 이 소재보다는 손으로 대강 짠 면실 에코백이 '친환경'이라고 보여집니다.

기업의 '친환경'이라는 수식어가 제로웨이스트의 기준과 상이함을 다시한번 느낍니다.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한다면, 지구에 덜 해가되는 방법을 고민한다면 일상에서 사용하는 '친환경' 수식어를 꼼꼼이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상 노모어였습니다. :)

 

 

 

 

 

 

 

솔직히 털어놓건데 저는 아직도 플라스틱 칫솔을 사용하고 있고, 플라스틱 튜브에 담긴 치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제로웨이스트가 되고자 노력하기 전 저렴하다고 쟁여놓은 것들이 남아있었기도 하고, 치약같은 경우 명절마다 선물로 들어오는 것들을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계속 플라스틱 칫솔과 치약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칫솔은 지금 쟁여두었던 것들을 모두 사용하고 나면 대나무 칫솔로 바꿀 것입니다. 칫솔의 경우 칫솔대에 대해서는 고민할 여지가 없으나 구매 시점이 되면 칫솔모에 대해서는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할 생각입니다. 

치약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습니다. 한달에 한번 꼴로 발생하는 치약 플라스틱 튜브 쓰레기를 바라보며 한달에 한번 또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었구나 후회하게 되죠. 패키지에는 분명 '플라스틱 분리배출' 표시가 되어있지만 사실 치약 튜브는 재활용되기 어렵습니다. 구조상 내부까지 깨끗하게 세척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현재로서는 남김없이 치약을 깨끗이 사용하고 과사용하지 않는 등 최소한의 실천만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 경우 지금의 플라스틱 튜브 치약에 대해서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만 제외하고는 만족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성분과 관련해 의견도 분분하고, 불소의 불필요성과 유해성에 대한 논란도 있으나 제 경우 성분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 타입이죠. 그래서 처음 대안을 찾았을 때, 시중 브랜드 치약과 성분은 유사하면서 플라스틱 패키지가 아닌 것을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없더군요. 어느 책에서 알루미늄 재질 튜브 치약이 있다는 걸 참고해 그 브랜드를 구매할까 알아봤는데, 현재는 모두 플라스틱 튜브로 바뀐 후더라구요. 치약 업계에서 플라스틱 튜브는 편리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검증받은 패키지로 이미 확고하게 자리매김되어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메탈 튜브를 사용하는 몇몇 브랜드를 알게 되었습니다. 화장품 브랜드 Aesop에서 나오는 치약이 그렇고 프리미엄 치약이라 불리는 Davids 치약이 그러한데요. 이 브랜드들은 환경을 고려해 플라스틱 튜브가 아닌 재사용가능한 메탈재질을 채택했죠. 전성분 또한 동물복지와 탄소발자국을 고려한 친자연적인 재료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식으로 판매되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해외직구를 통해서 구입할 수밖에 없어요. 또 이러한 메탈 튜브 치약들도 뚜껑은 플라스틱입니다.

이미지 출처 : Google.com

플라스틱 튜브 치약의 대안으로 많이 언급되는 타입으로 고체치약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 고체치약에 대해 알았을 때는 Lush 정도에서만 판매했었는데 최근에는 참 많은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어요. 하지만 전 플라스틱 치약의 합리적인 대안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대부분의 고체치약은 물 없이 씹어서 양치질을 한다는 컨셉으로 간편성과 휴대성을 강조해 대부분 소포장으로 제작되거든요. 소비자가 처음부터 대용량으로 고매한 후 본인이 가지고 있는 공병이나 패키지로 소분해 가지고 다닌다면 모를까 제품 구입부터 소포장으로 된 고체치약을 구매하는 것은 플라스틱 튜브 치약을 구매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였어요. 그렇다고 고체치약을 플라스틱이 아닌 다른 재질의 병에 담아 파는 곳은 없었습니다.

제가 아는 곳 중 플라스틱 패키지 없이 고체치약을 판매하는 곳은 Anything but Plastic(바로가기)이라는 블로그가 운영하는 쇼핑몰인데요. 이곳에서는 종이 패키지에 불소가 함유된 고체 치약을 판매합니다. 블로그에서는 불소가 함유되어있고 시중 민트향 플라스틱 튜브 치약과 가장 가까운 느낌의 고체치약임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어요. 이 곳에서 판매하는 고체치약은 Denttabs 제품인데, 정작 Denttabs가 정식으로 운영하는 쇼핑몰엔 플라스틱통에 담긴 고체치약만 판매하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고체지약 제조업체로부터 대용량이라도 종이 패키지 포장으로의 구매가 가능하다면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 www.anythingbutplastic.co.uk

블로그 샵에서는 플라스틱 튜브 치약의 대안이 왜 필요한 지 자세한 설명이 담겨있어요,(바로가기)

이러한 서칭과 정보 수집 후 제가 시도했던 대안은 유리병에 담긴 치약이었습니다. 이런 치약의 선두주자격인 영국 브랜드 Georganics(홈페이지 바로가기)의 치약을 해외배송해서 사용했죠. 제로웨이스트들과 플라스틱 프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인스타그램에 너무나 자주 등장하는 브랜드였기에 어떤 것인지 정말 궁금했구요. 치약 가격 만큼이나 비싼 배송비를 지불하고서라도 한번 써보기로 했습니다. 유리병에 담긴 가루 치약과 유리병에 담긴 명주 치실도 함께 구매했죠. 

영국에서 날라왔음에도 군더더기 하나 없는 포장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해외의 경우 상품보다 큰 택배 상자도 쓰레기를 더 많이 발생시킨다하여 제품 크기에 꼭 맞는 종이상자 포장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였어요. 그 흔한 비닐 뽁뽁이 없이 타국에서 날아온 유리병은 상처 하나 없었습니다.

 

치약에는 작은 대나무 소재 스페츌라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걸로 콩알만큼 치약을 떠 칫솔에 묻혀 사용하면 됩니다. 가루치약의 경우 물을 묻힌 치약을 직접 가루치약에 넣어 가루를 묻혀 사용하죠.

이 치약은 불소가 함유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스피아민트향이라 해도 우리가 흔히 접하는 강한 화학적인 민트향은 아닙니다. 시중 치약과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차이는 거품입니다. 이 치약은 거품이 나지 않다보니 칫솔질하는 도중에 치약이 거울에 많이 튀는 불편함은 있어요. ㅜㅜ 강한 민트향의 입안 가득히 품어지는 인공적인 상쾌함은 없지만 세정력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치약이 떨어졌을 때 해외배송을 통해 유리병 치약을 구입하는 것은 이상적인 대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선 비행기를 타고 오기 때문에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더 많은 탄소발자국을 남기구요. 또 재사용하지 않은 공병은 남발되는 플라스틱과 같은 쓰레기 문제를 발생시키죠. 

이럴 때는 정말 해외 제로웨이스트샵에 자리잡고 있는 리필샵(Refill Shop)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느끼게됩니다. 유통상의 문제만 없다면 세제, 치약 등은 대용량에서 조금씩 덜어서 용량별로 구매하는 리필 시스템이 있다면 편리하겠는데 말이죠.

제 경우 현재의 플라스틱 튜브 치약을 모두 소진한 후에는 치약을 DIY로 제작해 공병에 담아 사용할 계획입니다. Georganics의 치약이 남편도 저도 그리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수제로 만드는 대안 치약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코코넛오일, 베이킹소다 등 치약 제조에 사용하는 재료들은 제가 다른 이유에서 주기적으로 구입하는 항목이기 때문에 대용량으로 구입할 수 있다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구요. 

정리해보자면 현재로서 선택할 수 있는 플라스틱 튜브 치약의 대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메탈 튜브 치약

 - 장점 : 플라스틱 튜브보다 재활용 가능성이 높음.

 - 단점 : 대부분의 제품은 해외직구를 해야 함. / 뚜껑은 여전히 플라스틱 재질임. / 메탈 재질 분리배출 시 충분한 세척과정이 필요함.


2. 고체 치약(씹는 치약)

 - 장점 : 기존 치약과 가장 유사한 향과 성분으로 거부감이 가장 적음.

 - 단점 : 대부분이 휴대성을 강조해 플라스틱 포장된 소량으로만 판매됨.


3. 유리병 포장 치약

 - 장점 : 공병은 재사용하여 사용할 수 있음. / 알루미늄 뚜껑 사용 시 플라스틱 없는 치약 대안이 될 수 있음.

 - 단점 : 국내에 판매되는 유리병 치약은 전무한 상황이어서 필요 시 해외구매해야 함. / 재사용되지 않는 유리병 또한 쓰레기 문제를 유발함.


4. 죽염과 코코넛오일, 베이킹소다 등으로 직접 제조

 - 장점 :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재료로 제조해 사용할 수 있음.

 - 단점 : 각 재료 구입 시 발생하는 포장재와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 

 

지난 글 주방엔 천연 수세미, 욕실엔 천연 스펀지. 에서는 목욕 시 사용하는 타올이나 샤워볼 모두 플라스틱 섬유로 만들어졌고 습식 환경인 우리나라 욕실에서는 자주 새 것으로 갈아줘야 세균 번식 등을 막을 수 있다 언급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활용되지 않는 샤워볼이나 타올은 썩지 않는 쓰레기가 된다고 말씀드렸죠. 당시 저는 아이들에게는 천연 스펀지인 해면 스펀지를 사용하도록 했고 저는 코바늘로 뜬 면사 샤워볼을 사용했어요. 천연 해면 스펀지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바람직한 샤워볼 대체품이죠. 거품이 잘 나고 잘 마르기 때문에 정말 잘 사용하고 있어요.

반면 코바늘 샤워볼, 샤워타올은 불편한 점이 많았어요. 실이다보니 물과 비누를 많이 흡수하고 거품이 생각만큼 잘 나지 않고 결정적으로 마르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두 개를 번갈아 건조시켜 사용해야 했어요. 물론 장점도 있습니다. 면사로 짰기 때문에 다른 면 소재 천들과 함께 끓는 물에 삶을 수 있어서 꼼꼼이 청결하게 관리할 수 있었죠.

그러다가 헹주 만들다 남은 짜투리천을 이용해 샤워볼을 만들었는데 보기에도 그럴싸하고 사용해보니 생각보다 좋더라구요. 아래 사진이 제 첫 소창 샤워볼입니다. 거품도 잘 나고 소창 천이 얇으니 그 전 코바늘 샤워볼보다 건조시간이 훨씬 짧았어요. 약 한 달 동안 이 샤워볼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이 것과 교환해 사용할 두 번째 샤워볼을 만들었어요. 처음 만들었던 것의 단점을 보완해서요.

첫번째 샤워볼은 전반적으로는 만족스러웠지만 몇 가지 개선 사항이 있었는데 보기 좋았던 퍼프가 물에 젖으면 쪼그라드는데 본래의 원형 모양을 잃어버렸어요. 또 당시 길이를 25cm 정도로 해서 만들었는데 물이 묻으니 천의 볼륨감이 사라져 조금 불편하더라구요. 그래서 두번째 샤워볼은 천의 길이는 길게, 폭은 좁게 하여 모양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은 샤워볼이 완성됐어요. 왼쪽이 이번에 만든 샤워볼, 오른쪽이 위 샤워볼의 지금 모습입니다. 

오늘은 제 두번째 샤워볼 만든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소창천이 필요해요. 전 삼베로도 만드려고 삼베도 준비했어요. 길이는 150cm 정도, 폭은 저는 10~15cm 정도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전 접어서 5cm가 되도록 폭을 잡았는데 1~2cm 정도 더 크게 하는 게 만들기 편한 것 같아요. 끈도 필요한데요. 길이는 20cm 정도로 삶아 쓰실 경우 면으로 된 끈이 적합합니다. 전 오래된 유니클로 파자마에 썼던 끈이 면이라 이걸 이용했는데 적당한 끈이 없다면 면사로 사슬뜨기를 해서 끈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아요. 부가적으로 필요한 건 포켓에 끼울 수 있는 형태의 볼펜 또는 집에 있다면 고무줄 넣는 기구(제가 가지고 있다는 걸 까먹어서 이번엔 안썼는데 있었다면 도움이 됩니다. 다이소에서 살 수 있어요). 

 

천을 재단하면 아마 천 조각을 두서너개 연결해야 할거에요. 길게 반으로 접기 전에 조각을 먼저 연결해줘요. 1cm 정도 포갠 후 양쪽 0.2cm 정도 박음질을 해주면 됩니다. 만약 각 천의 가장자리에 실밥이 빠질 경우 1cm 시접을 접은 후 작업 해주세요. 제 경우 조각의 폭 가장자리는 마감된 부분이라 따로 시접을 주지는 않았어요.

그런 후 길게 반으로 접은 후 1cm 안쪽으로 박음질을 합니다. 이 때 1cm 시접을 먼저 접은 후 다림질로 다려 모양을 잡고 0.2cm 정도 바짝하게 박음질을 해도 괜찮아요. 폭이 5cm 정도거나 삼베까지 뻑뻑한 천일 경우 뒤집을 때 많이 힘들거든요. 뒤집는 과정을 생략하기 위해서는 시접을 먼저 접고 박음질하는 방법을 추천 드려요. 사진 찍어 놓은 것이 없어 악필의 그림 설명 들어갑니다. ㅎㅎ;

아래는 막 박음질이 끝난 소창천과 삼베천입니다. 전 박음질을 한 후 뒤집는 방법을 썼는데요. 뒤집을 때는 두 손가락을 넣어 속을 조금씩 잡아당기면서 뒤집어 가는데 구멍이 좁다보니 인내심을 시험할 만큼 힘들었어요. 이 때 위의 고무줄 끼우는 기구를 사용하면 편합니다. 천의 끝부분에 기구를 끼운 후 터널을 통과하는 방법으로 하면 손가락으로 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수월하게 하실 수 있을거에요.

 

그런 후 고무줄 끼우는 도구 또는 아래와 같이 포켓에 끼울 수 있도록 되어있는 볼펜에 끈을 묶어 천 가운데를 통과시킵니다. 볼펜을 이용할 시에는 아래 사진처럼 포켓에 꽂는 부분에 끈을 묶어서 사용하면 됩니다. 그 다음 곱창의 모양을 동그랗게 잡은 후 두 개의 끈을 묶어요. 그리고 5cm 정도 차이를 두고 위쪽을 묶은 후 남은 끈을 잘라내면 완성됩니다.

 

짠! 왼쪽은 삼베천으로, 오른쪽은 소창천으로 만든 샤워볼이 완성됐어요. 소창천이 훨씬 길기 때문에 곱창이 더 풍성하게 보이죠.

 

아래 왼쪽은 만든 첫 날 욕실에 걸어둔 거에요. 그리고 오른쪽은 약 일주일 사용 후 욕실에 걸린 모양입니다. 풍성했던 곱창의 모양이 많이 찌그러진 건 맞아요. 그래도 처음 만든 샤워볼처럼 축 처지지는 않네요. 세척력을 비교해 봤는데 소창, 삼베 모두 거품 정말 잘 납니다. 살에 닿는 느낌은 좀 다른데, 소창 샤워볼은 가제손수건에 비누칠을 한 느낌이라면 삼베 샤워볼은 때타올에 더 가까워요. 건조력은 확실히 삼베가 좋습니다. 저희 화장실의 경우 완전히 마르는데 하루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사용 후 건조한 곳에 말리거나 바람에 말리면 더욱 위생적일 것 같습니다.

 

요런 식으로 두 개 정도 만들어 하루씩 번갈아 사용하고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삶아 주면 좋을 것 같아요. 플라스틱 없는 욕실 만들기! 샤워볼, 샤워타올 바꾸기로부터 시작됩니다. :)





지난 포스트 "친환경 아크릴수세미는 정말로 친환경일까?(바로가기)"에서 아크릴 또는 폴리에스터 실로 만든 수세미는 미세 플라스틱 섬유를 발생 시키고 바다로 흘러들어가 바다생물의 화학적 오염까지 일으킨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또한 그 대안으로 본래의 수세미로 돌아가는 것과 면, 마와 같은 천연 소재 실로 수세미를 뜨자고 말씀드렸죠.

이 포스트와 함께 제가 처음으로 뜬 면사 수세미를 보여드렸고, 그 이후에도 계속 이 면사 수세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세정력도 좋고 거품도 잘 날 뿐더러, 삶아 쓸 수 있어 위생적이라는 점에서 나날이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어머님, 친정엄마, 주변 지인들에게도 면사 코바늘 수세미를 선물로 드리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입니다. 면사가 주는 은은한 색감과 무늬가 고급스럽다는 의견도 있었고, 삶아 쓸 수 있다는 점이 좋다는 의견도 있었죠. 

저는 주방세제를 묻혀 사용하는 수세미와 헹굼용 수세미를 구분해 사용합니다. 면사 수세미를 사용하기 전에는 세제를 묻혀 거품을 내는 세정용으로 아크릴수세미를, 헹굼용으로는 옥수수소재로 된 망사형 수세미를 사용하고 있었죠. 소재가 '플라스틱'이라는 점만 빼면 꽤 괜찮은 조합이었습니다.

면사 수세미의 장점은 거품이 잘 나고 부드럽게 닦이는 반면, 건조 시간이 길고 거품이 잘 안 빠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물흡수력이 낮고 빨리 건조되는 소재로 헹굼용 수세미를 뜨게 되었죠. 면사의 굵기를 다르게, 여러 패턴으로 시도해봤는데 마음에 드는 헹굼용 수세미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마 소재가 건조가 빠르고 표면이 거칠어 수세미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마사 수세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면사와 마사 두 개의 수세미를 한 팀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 주방에는 면사, 마사 수세미와 함께 루파라 불리는 진짜 수세미 세 가지가 걸려있는데요. 주방 위생의 첫번째 조건은 건조라고 생각해, 사용이 끝나면 물기를 꼭 짜서 바람 부는 창가에 매달아 놓고 이주에 한 번 꼴로 과탄산수소를 넣어 삶아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제가 사용하고 있는 루파 수세미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아는 오이목 수세미 본래의 모양대로 자른 것이 아니라 압착시킨 거라 거품이 잘 나고 세정력은 좋으나 건조 시간이 매우 길다는 약점이 있어요. 그래서 탄 자국을 제거하는 등 강도 높은 설겆이의 세제용으로만 사용하고 있죠. (그 이상의 상황에서는 철수세미를...)

서론이 길었는데요, 오늘의 본론은 제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면사와 마사 수세미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제 코바늘은 독학으로 조금씩 깨우쳐 이제 막 중수 정도에 도달한 실력인지라 만드는 방법이 꽤나 쉽습니다. 즉, 이제 막 코바늘을 쥐기 시작한 분도 조금만 노력하신다면 훌륭히 만드실 수 있다는 거죠. 제 가이드가 미흡했다면 언제든지 면담 환영합니다.

하나, 세정용 면사 수세미 뜨기

면사 수세미는 24합 또는 18합 정도가 적합한 것 같습니다. 유기농이면 더더욱 좋겠지만 최소한 순면 100%로 선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구매해 사용한 실은 아래의 것인데, 매듭이 단단해 보푸라기도 생기지 않고 튼튼합니다. 아래 실은 18합이고, 위 직접 뜬 수세미는 24합입니다. 

세정용 수세미의 핵심은 굴곡인 것 같습니다. 접합면이 많을수록 거품이 잘 나고 잘 닦이거든요. 저는 크런치 스티치(Crunch Stitch)로 수세미를 떴는데요, 보통 파우치나 가방 패턴으로 많이 사용하나 수건, 마른행주 등으로도 자주 응용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이 코바늘 무늬가 수세미에 적합한 이유는 양면이 모두 똑같은 무늬이고 파도무늬 같은 굴곡감이 세정력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실력으로 그려 본 도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 아래 2코씩 총 4코가 한개의 앞·뒤 무늬가 되는 형태인데요. 핵심은 원하는 길이대로 짝수 사슬코를 먼저 뜬 후 사슬코 하나를 기둥코로 만들고 빼뜨기와 긴뜨기를 번갈아 뜨는 것입니다. 저는 20개의 사슬코로 시작하는데 가로 세로 10개의 무늬를 만들고 사슬코 10개로 고리를 만들죠.


도안이 어려운 분은 아래 동영상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둘, 헹굼용 마사 수세미 뜨기

제가 사용한 마사는 아래와 같은 황마얀입니다. 100% 마 소재에 두께감이 있는 실을 찾다보니 아래의 것을 선택하게되었는데 앞으로 다른 Hemp사로 수세미를 더 떠볼 계획입니다. 저 1개 얀으로 약 4개 정도의 수세미를 만들 수 있는데 비용면에서 부담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마사 수세미는 헹굼용이기 때문에 세제가 남지 않고 잘 건조되어야 하는데요. 통기성을 고려해 만든 헹굼용 면사 수세미와 비교했을 때 그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 처음 사용했을 때는 감탄을 금치 못했죠. 만들 때에는 워낙 실이 뻣뻣해 손이 좀 뻐근했지만, 완성품에 물을 묻히고 사용하다보니 많이 부드러워집니다. 이 걸로 헹구면 사기 그릇이나 유리 그릇이 뽀득뽀득 씻겨지는 것이 눈에 보였어요. 

만드는 방법은 너무 쉽습니다. 사슬코와 한길긴뜨기를 번갈아 해 사각형을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포인트인데요. 면사보다 1센티 정도 크게 제작해야 사용하면서 크기가 얼추 맞게 됩니다. 물이 닿으면 크기가 줄어들거든요.

저보다 코바늘 고수님들이 워낙 많으시기 때문에, 더 나은 방법을 고안해내시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이 도안과 방법을 공유하는 제 바람은 단 하나, 천연 소재 실로도 훌륭한 수세미를 뜰 수 있으니 더 이상 아크릴실과 폴리에스터실을 친환경이라 믿고 수세미를 뜨는 건 그만하자는 것이죠. 색감이 좋은 면사들도 아주 많습니다. 수세미뜨기 고수분들은 다양한 면사와 마사실로 분명 효과적이고 멋진 수세미를 만드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제 막 수세미뜨기로 입문하시는 코바늘 러버분들도, 공방지기 또는 실 판매자의 '친환경' 홍보 문구에 더이상 현혹되지 마시고 첫 코바늘 입문은 천연 소재로 하시기를 강추하는 바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의 코바늘 수세미를 만들고 사용해보면서, 좋은 아이디어와 노하우가 생기면 공유할게요. 행복한 뜨개질하시길 바라고, 상쾌한 설겆이하시길 또한 바랍니다.

     



여러분은 어떤 용기의 샴푸를 사용하시나요? 저희 집은 핸드워시도 샴푸도 클렌징오일도 모두 펌프식을 사용하고 있어요. 한 번 쓸 용량만 적당히 나오고 용기를 흔들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등 장점이 많아서 선호했죠. 분리배출할 때도 용기의 분리배출표시를 보고 정확히 배출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O.M.G. 이러한 펌프식 용기의 경우 재활용 가능성을 현저히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분리배출 방법을 바꾸게 되었고, 더 나아가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찾게 되었어요.

오늘은 다 쓴 펌프식 샴푸병 분리배출 방법을 알아볼게요. 아래 왼쪽이 이번에 분리배출해야 할 펌프식 용기에요. 이 날 샴푸와 컨디셔너 모두 다 사용해서 분리해보았는데, 두 개 모두 구조는 똑같고 잘 나온 이미지를 선별해 사용해서 사진이 섞였습니다. 용기의 뒷면에는 오른쪽 사진처럼 분리배출 표시가 되어 있어요. 저 분리배출 표시만 보면 마치 용기 채 페트로 분리해도 될 것만 같죠. 저는 펌프 뚜껑 부분과 용기를 분리한 후 용기는 헹구고, 라벨을 떼어서 플라스틱으로 배출했었어요. 그런데 용기 자체야 저급 플라스틱으로라도 재활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저 펌프부분은 거의 대부분 매립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 이유는 펌프의 OTHER이 다른 여러 플라스틱이 섞였다는 의미도 있지만 펌프를 가능하게 만드는 용수철(스프링)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저와 함께 샴푸병을 꼼꼼이 분해해 보겠습니다. 1) 먼저 다 쓴 용기는 헹궈주세요. 샴푸의 경우 자린고비 아빠 이야기처럼 물을 넣고 두서번 더 샴푸할 때 사용하면 거의 헹궈져요. 컨디셔너는 물과 섞이지 않고 분리되기 때문에 뜨거운 물에 헹구었구요. 2) 용기와 펌프를 분리해 주세요. 분리하기 전에 바닥에 종이나 천을 까는게 좋아요. 펌프에 남아있던 액체가 흐를 수 있거든요. 펌프는 뚜껑 쪽 부분을 힘있게 잡아 당기면 아래 가운데 사진처럼 용수철 하나가 튀어 나옵니다. 아래 투명한 빨대 부분도 잡아당기면 아래 오른쪽처럼 총 4개의 구조로 분리될 수 있어요. 제가 지금까지 분리해본 펌프는 대부분 용수철이 잘 분리되었는데, 일부 용기는 용수철이 플라스틱 내부에 있어서 분리가 어렵기도 하나봅니다. 용수철은 '철'로 뚜껑부분은 '플라스틱'으로 배출하면 무방합니다. 어려운 것은 펌프 중간 부분과 빨대 같은 호스 부분이에요.

  

펌프 중간 부분은 딱 보아도 다양한 재질의 플라스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뒤집어서 속을 보면 하늘색 부분이 보이는 데 이것은 또 스폰지 같이 말랑한 재질의 플라스틱이더라구요. 이 부분도 분리해보려 노력했지만 장비가 '가위'인 저로서는 불가능했어요. 이건 거의 확실하게 매립행입니다. 빨대 부분은 재질이 투명한 것이 실리콘이나 폴리우레탄일 수 있는데 확실하게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재활용이 안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재질들을 어디에 배출해야 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에요. 재활용이 안되니 종량제봉투에 버리는 게 맞을까요. 플라스틱이긴 하고 분리배출 표시도 그러하니 플라스틱으로 배출하는 게 맞을까요? 이런 고민을 소비자가 해야한다는 것 자체도 화가 나네요... 저는 분리배출표시에 따라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했어요.

3) 용기도 라벨을 분리합니다. 다행히 이 용기는 손톱으로 긁어서 떼어낼 수 있었어요. 라벨은 PP라고만 표시가 되어 있는데 '비닐류'로 배출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용기 앞부분은 라벨이라 손으로 떼어내니 괜찮지만 뒷면은 용기에 바로 인쇄되어 있었어요. 아마도 이 용기는 저급 중에 저급의 페트로 분류되어 재활용될 듯한데, 짙은 유색의 페트인데다가 뒷면은 용기에 직접 프린팅되어 있거든요. 저급의 페트는 시장성이 없어 이 또한 재활용이 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분리를 마친 용기는 다음과 같아요. 왼쪽은 용기의 앞, 오른쪽은 뒤쪽입니다.

 

저렇게 분해 한 후 대롱과 펌프 부분은 한번 더 헹구었습니다. 축적된 샴푸가 씻겨나왔어요. 이후 용기는 '페트', 펌프 속 용수철은 '철', 펌프의 다른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또는 OTHER 또는 종량제 봉투', 라벨은 '비닐류' 요렇게 분리배출하면 됩니다.

그럼 재활용이 거의 되지 않는 펌프식 용기를 대체할 현명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펌프식 용기가 아닌 일반 용기를 사용하고, 펌프가 필요하다면 재사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예전에 사용했던 애티튜드 세제는 캡형 용기였는데 다량으로 구입하면 펌프를 하나 증정했었어요. 펌프를 끼워 편리하게 사용하고 후에 용기는 플라스틱으로 배출, 펌프는 다음 세제 사용 시 재사용했지요. 제 경우 후에 다른 브랜드의 캡형 유아 거품목욕제를 샀는데, 다행히 그 펌프가 그 용기에도 딱 맞아 요긴하게 쓴 기억이 납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기성 제품들이 펌프를 포함한 채 판매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을 가능한 구매하고 꼭 필요할 시에는 기존에 사용했던 펌프를 깨끗이 씻어 재사용하는 것도 방법인 것 같습니다.

더 좋은 방법은 용기에 담아서 사용해야 하는 액상 제품 대신 고체나 가루 제품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최근 러쉬같은 환경친화적 코스메틱 기업들을 중심으로 샴푸, 로션 등을 고체 형태로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어요. 치약도 튜브형태가 아닌 가루나 껌같은 고체 형태로 팔기도 하구요. 저 또는 펌프식 컨디셔너를 다 사용한 후 러쉬의 고체 컨디셔너 제품으로 바꿨습니다.(관련 글 바로가기) 플라스틱 용기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건강한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인위적 화학물질을 거부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샴푸를 사용하지 않는 '노푸(No Poo)' 운동도 있구요, 복잡한 코스메틱 라인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고 있어요. 

아직 저희집에는 앞으로 분리배출해야 할 펌프식 용기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바형 컨디셔너를 사용하며 드는 생각 중 하나는 '분리배출 안해서 참 좋다'입니다. 그래서 수분크림을 거의 다 사용해서 이번에 새로 구매한 것도 바형 세럼이구요.

분리배출, 전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재활용될 수 없는 시스템 속에서 기업의 형식적인 분리배출표시는 마음을 무겁게 만들죠. 플라스틱 하나라도 자원으로 재탄생하길 바라는 마음의 선한 분리배출 노력이 무시되는 현실도 화가나구요. 어서 빨리 소비자가 환경에 대해 덜 죄책감 느낄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정부는 지난 4월 26일 이마트 등 5개 대형마트와 MOU를 체결하고 '1회용 비닐쇼핑백, 과대포장 없는 점포' 만들기에 함께 노력하기로 협의했습니다. 이 협약을 통해 비닐롤백 사용량을 줄이고, 이중포장을 개선하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코팅·유색 트레이(회접시 등)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혔죠. 그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난 지금, 여러분들은 대형마트의 변화를 체감하고 계십니까?

대형마트에서 한 달에 최소 두번 쇼핑하고, 어느새 채소를 구매할 때의 기준이 비닐포장이냐 아니냐가 된 제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협의의 실천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한 번은 비닐포장이 안 된 야채를 하나도 찾을 수 없던 적도 있었고, 속비닐 대신 제가 가져온 재사용봉투 대신 비닐롤백 사용을 권장하는 판매원도 만난 적도 있습니다. 회사 차원의 협약이 판매자 개개인까지 전달되는 데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겠지만, 호기롭게 시작한 협약의 결과가 획기적으로 반영되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떨칠 수가 없습니다. 

소비자 개개인의 실천은 저처럼 현실에서 부딪힙니다. 애호박을 사고 싶은데 마트 내 대부분의 애호박은 비닐포장에 꽉 끼워져 낱개로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하나면 충분한 오이도 랩에 칭칭 감긴 5개 들이로만 구입하도록 해놓습니다. 제 경험상 마트에서 포장 없이 살 수 있는 채소는 감자, 당근, 가끔 시금치와 같은 제철 나물과 버섯 한 종류 뿐입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 대형마트가 정부와 함께 비닐쇼핑백과 과대포장 없는 점포 만들기에 동참하는 지도 모릅니다. 소비자들은 정책이 시행되기 때문에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니기 시작한 게 아닙니다. 어느 날 마트에서 비닐봉투가 유상으로 바뀌고 대여 장바구니가 생기면서 장바구니의 필요성을 체감하게 된 거죠. 마찬가지입니다. 고무장갑 5개가 하나씩 사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선택하는 거지, 이중포장되어 5개들이를 사는 것이 아닙니다.

업체들은 협약을 이행하는 게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생산부터 이중포장되어 들어오는 제품들, 1인가구의 증가 등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상품 구성, 변화를 거부하는 일부 소비자들의 항의 등으로 이러한 변화를 적용시키는 게 어렵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약속을 하지 말았어야죠.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은 유통과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비닐봉투와 비닐포장을 거부하는 전세계적인 움직임입니다. 영국에서 처음 시작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이 운동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아시아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죠. 첫 ‘플라스틱 어택’ 캠페인이 벌어졌던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Tesco)는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2025년까지 100% 재활용되거나 생분해되는 재질의 포장재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구요. 유럽 시장 점유율 1위인 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Carrefour)도 ‘플라스틱 어택’ 캠페인에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하고 “프랑스에서 플라스틱 포장재 자원이 100% 순환되는 시스템을 조성하기 위한 국가 조약을 제정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고 합니다.[각주:1]

지난 4월13일 영국 버밍엄에서 개최된 플라스틱어택 현장

이러한 흐름을 타고 오는 7월 1일 서울에서도 플라스틱 어택 행사가 개최됩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평소처럼 마트에서 쇼핑하고 쇼핑 후 불필요한 포장을 매장에게 돌려주고 본인이 가져온 용기에 다시 포장해 가는 거죠. 6월 28일 21시까지 사전 신청을 받고 있고, 정확한 장소와 지침 등은 개별 연락드린다고 합니다. 신청서 작성은 이곳 >>> http://bit.ly/plasticattack_seoul_0701 

 출처 : 플라스틱 어택 서울_페이스북 페이지(바로가기)

IDEA MOUTH도 이번 행사에 동참합니다. 처음 참여하는 행사라 기대와 걱정이 반반이지만, 무분별한 비닐봉투 사용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죠. 많은 분들이 함께하면 정말 좋겠습니다. 

출처 : 6월 2일 프랑스에서 진행된 플라스틱 어택 사진(바로가기) 

  1. 출처 : 포장 쓰레기에 손님이 뿔났다, 유럽에서 확산 중인 ‘플라스틱 어택’ /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2018.6.5. [본문으로]

아이 있는 집이라면 냉장고에 필수로 구비해 놓는 것 중 하나가 우유죠. 저희 집도 일주일에 두 아이가 1리터정도 마시고 그외 두유나 주스도 우유팩 재질로 된 음료를 구비해놓습니다. 제 경우, 같은 음료일 경우 플라스틱 포장보다는 종이팩 제품을 선호하는 편인데요, 그 이유는 잘만 배출한다면 이 종이팩이 일반 플라스틱 음료통보다 재활용이 잘 되기 때문입니다.

종이팩이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종이팩, 우유팩, 두유팩, 테트라팩 등으로 부르는 이 포장의 정식 이름은 카톤팩(Carton Pack)입니다. 카톤팩은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내지가 은색의 알루미늄 처리로 된 것은 아셉틱 카톤팩(Aseptic Carton)이라 따로 불립니다. 카톤팩(Gable Top Carton)은 일반적으로 우유포장에 가장 많이 쓰이는 지붕형 상부구조를 가진 종이용기로 베이스 페이퍼(Base Paper) 양면에 폴리에틸렌 수지(PE)가 도포되어 있습니다. 재활용시에는 폴리에틸렌 수지(PE)를 제거하면서 베이스페이퍼를 재생지의 원료로 하여 화장지, 벽지 등으로 사용합니다. 아셉틱 카톤팩은 벽돌모양의 육면체로 주로 우유나 두유, 쥬스, 음료, 소주용으로 사용되는 직육면체의 종이용기입니다. 이 카톤팩은 베이스페이퍼, 알루미늄 호일, 폴리에틸렌 등 비교적 복합적인 재질로 만들어지고 보존 기간이 길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 : 음식물 포장에 사용되는 종이팩, 안전한지 궁금하다 / 조선닷컴 2014.8.26.(바로가기)

이 종이팩이 테트라팩으로 불리는 이유는 이 회사가 카톤팩을 상용화했기 때문입니다. 1940년대에는 병우유가 광범위하게 판매되었는데, 제작비가 많이들고 깨지기 쉽고 소독처리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테트라팩 설립자인 루벤 라우싱 박사는 유리병을 대신해 우유를 담을 수 있는 포장용기를 고안해냈는데, 10여년간의 연구 끝에 1952년 새로운 소재로 만들어진 우유팩인 테트라 클래식(Tetra Classic)을 생산하게 되었다고 해요. 이 발명품은 1959년까지 약 10억 개의 우유팩을 생산하게 될정도로 큰 성과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이후 라우싱은 '바로 먹을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시장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1961년에는 기존의 테트라팩에 알루미늄 호일층을 넣은 무균기술인 아셉틱 기술(Aseptic Technology)를 선보이게 됩니다. 아셉틱 기술은 외부의 빛과 산소, 세균 침투 등을 완벽하게 차단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유통기한도 늘릴 수 있게 되었죠.[각주:1]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 주한미국대사관이 주최한 포장기기 산업전시회를 통해 처음으로 카톤팩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고 해요. 1977년 서주우유가 카톤팩을 처음으로 수입해 사용하기 전까지는 국내 유제품 대부분이 유리병이나 폴리비닐을 사용하였습니다. 1979년 11월 (주)한국팩키지가 국내 최초로 카톤팩 생산설비를 도입하면서 우유팩의 국산화가 시작되었죠. 현재는 삼륭물산, 한국팩키지, 에버그린패키징코리아(비상장), 삼영화학 등 4개 기업이 과점 형태로 카톤팩을 생산하고 있어요. 아셉틱 카톤팩은 테트라팩과 SIG콤비블록코리아 2곳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떠한 종이팩이든 포장 귀퉁이에서 이 패키지 제조사 이름을 확인할 수 있어요.

종이팩은 왜 분리배출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종이팩은 약 7만톤. 해마다 20년생 나무 140만 그루가 베어지는 숫자라고 합니다. 100% 수입해야하는 종이팩 원지로 연간 77억원이 지출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종이팩의 70%가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에요.  종이팩은 일반 폐지와 달리 고급 천연펄프와 코팅된 PE필름, 알루미늄 등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재활용되기 위해서는 별도 선별이 필요해요. 종이팩은 재활용 과정을 거치면 화장지, 벽지 등으로 재활용되요. 아셉틱 카톤팩의 경우 외국에서는 책상, 의자, 보도블록, 방음재 단열재 등의 소재로도 재활용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체계에서는 일반 폐지와 혼합 수거되어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분리배출표시를 보면 아래와 같이 '종이'와 '종이팩'이 분리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곳에서 이를 분리배출하도록 하고 있지 않아요. 저희 아파트 단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이팩은 어떻게 분리배출해야 할까요?

종이팩의 확실한 분리배출 방법은 주민센터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지역마다 보상기준이 조금씩 다른데 보통 종이팩 1kg에 재생지로 만든 두루마리 화장지 1롤을 교환해줍니다. 서울시 기준은 제 다른 포스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바로가기) 저희 동네의 경우 1kg은 1L 종이팩 35개, 500ml 55개, 200ml 100개와 동일한 기준이라고 하고 이 경우 화장지 1롤로 교환해줍니다. 

이 수량이 될 때까지 종이팩을 모아두는 건 번거로운 일이긴 합니다. 매번 헹구고 말리는 것도 귀찮은 일일 수 있구요. 제 어릴적에는 학교에서 우유팩을 모았는데 당시 엄마는 우유를 마신 후 바로 씻어 건조대에 널라고 교육하셨어요. 엄마는 손으로 접착면을 잡아 살짝 힘을 주면 본래 그러했던 것처럼 찣어진 곳 없이 정말 반듯하게 종이팩을 펴냈는데, 저는 항상 엉망이었죠. 아직도 도구 없이 우유팩을 예쁘게 잘라서 펴내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종이팩을 모으게 된 지난 3년간 저만의 방법이 생겼는데, 소개해드릴게요.

우선 전 먼저 종이팩을 잘라서 펴낸 후 물로 씻고 말립니다. 먼저 헹군 후 종이팩을 자르면 접는 면 등에 이물질이 남아있는 걸 발견해 재세척하게 되어서 순서를 펴고 헹군다로 수정했어요. 대부분의 우유팩, 두유팩은 접착선이 네 기둥의 한 곳에 있습니다. 저는 이 선을 따라 가위로 자르고 바닥 3면을 자르면 우측처럼 바닥면이 한쪽 세로면에만 붙여진 모양으로 펴집니다. 이후 물로 헹군 후 말려요.

어떤 두유팩은 아래처럼 접착면이 가운데에 있는 경우가 있어요. 이 때는 윗부분의 접는 부분을 날개 모양처럼 편 후 납작하게 만들고 5mm정도 윗부분을 잘라요. 이 때 윗부분을 뎅강 잘라내지 말고 남겨두는데요, 작은 부분이나마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게 하기 위한 제 나름의 방법입니다.

 

그리고는 가운데 접착선을 따라 가위로 자른 후, 바닥면은 따로 가위질 할 필요 없이 양쪽으로 벌려주면 우측처럼 평평하게 펴집니다. 그 후 물로 헹궈서 남은 음료를 없애주면 되요. 두유처럼 끈적거리는 고형물이 남았다면 수세미나 솔로 긁어서 떼어내주면 되구요. 간혹 플라스틱 뚜껑이 달리 주스나 우유팩이 있습니다. 이 때는 플라스틱 뚜껑만 떼어내서(힘줘서 뚜껑부분을 잡아당겨도 되고 둥글게 가위로 잘라도 되요) 종이가 붙은 플라스틱은 종량제쓰레기봉투에, 종이가 붙지 않은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하면 됩니다.

 

이렇게 헹군 종이팩은 아래처럼 건조대에서 물기를 뺀 후 찬장에 크기 별로, 종류 별로 모아놓죠. 그리고 화장지 1롤 교환이 가능한 수량이 차면 노끈이나 고무줄(아래는 낡은 고무장갑을 자른 고무줄)로 묶어서 큰 에코백에 모아둡니다. 1L와 500ml는 해당 수량대로 묶으면 되는데, 200ml는 100개를 한번에 묶는 것이 조금 어려워서 저는 50개씩 묶어두었어요. 

  

그리고 일년에 한번, 예전에 사용했던 부직포 재질로 된 분리수거 가방에 종류별로 담아 주민센터에 가져가요. 올해는 6월 초에 가까운 주민센터에 가서 종이팩을 배출하고 왔어요. 담당자에게 전달하고 인수했다는 사인을 하면 화장지로 교환해줍니다. 이 날 제가 가져간 것은 200ml 50개씩 4묶음과 1000ml 35개 3묶음. 그래서 총 5개의 두루마리화장지로 교환해왔습니다.

 

올해가 3년차, 리워드는 작지만 보람은 커요.

주민센터에 종이팩을 가져간 지 올해가 3년째에요. 3년 전, 종이팩은 따로 분류해야 재활용이 되고 그 방법이 주민센터인 것을 처음 알고는 그 때부터 모으기 시작했죠. 사실 노력에 비해 리워드가 크진 않아요. 1년 동안 모아온 종이팩을 5개의 화장지로 바꾸고, 그 화장지는 일주일이면 없어지니까요. 아마도 환경문제가 아닌 리워드에 관심이 있었다면 시작하지 못했을거에요. 처음 종이팩을 들고 주민센터에 갔을 때가 생각나는데, 당시 저는 당연히 무게를 잴 줄 알고 말린채로 가방에 담아 갔었어요. 그런데 담당자가 무게가 아닌 용량별 숫자를 세어오라고 하더라구요. 현장에서 용량별로 나누어 보니 몇 백개를 가져갔음에도 화장지 두롤밖에 바꿀 수 없었어요. 당시에는 내가 이렇게 열심히 정리해왔는데 수량이 안된다고 화장지 두 롤만 주는 건 너무 인색한 것 같았고 이런 대접받으면서 고생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저도 모르게 그 후에 나오는 종이팩들도 속을 갈라 헹구고 있더라구요. 

3년차가 되니 조금 더 능숙한 부분도 있어요. 우선 주민센터에 가시기 전에 전화로 꼭 문의하세요. 그 이유는 주민센터마다 교환 기준과 교환장소가 조금씩 다르기때문에 확인이 필요하구요, 주민센터에서 교환용으로 구비한 화장지가 남아 있는지도 알아야하기 때문이에요. 이번에 안 사실인데, 주민센터는 수거된 종이팩을 재활용업자에게 팔고 그 비용으로 기성 재생화장지를 구매해서 주민들에게 나눠줍니다. 막연히 주민센터가 모아서 재생화장지 업자에게 직접 교환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종이팩 수거가 많은 달은 늦게 가게되면 화장지를 받지 못할 수가 있어요. 

3년차가 되도 아직 이해 안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저희 동네 주민센터는 무게로 측정하지 않고 수량으로 세라고 가이드를 주고 있어요. 담당 공무원에게 무게로 재면 수량 안세도 되고 더 편할 텐데 왜 수량을 일일이 기입해야 하는 거냐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종이팩마다 크기와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라는거에요. 이 대답이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데, 패키지가 더 다양화된 지금 세상에서 모든 우유팩이 천편일률처럼 200ml, 500ml, 1000ml가 아니잖아요. 저희가 자주 마시는 두유는 한 팩에 190ml거든요. 같은 200ml라 해도 납작한 패키지도 있고 높이가 높은 패키지도 있어요. 그렇다면 수량보다 무게로 수집하는 것이 더 정확한 기준이 아닌가요? 또 하나는 주민센터 다른 업무를 보러 가는 것과 달리 항상 불청객이 된 불편한 기분이 드는 것입니다. 화장지 교환 업무는 공무원들의 본업이 아닌 잔업이기 때문에 창구에서 일일이 담당자를 찾아 물어야했고, 담당자도 자주 바뀌었고(어떤 경우 공익근무요원), 이 업무 창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근무영역과 창구영역의 경계에서 어정쩡하게 업무를 처리해야했어요.

'종이팩-화장지 교환 캠페인'은 2012년에 처음 시작됐어요.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이 내용을 아는 분들은 적은 것 같아요. 주민센터도 많은 업무 중 작은 영역이라 더이상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것 같구요. 개인적 식견으로 이 캠페인은 분리배출의 이상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고 봅니다. 분리배출 경로가 명확하고, 분리배출 가이드도 명확할뿐아니라, 화장지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불량으로 배출한 종이팩을 자체 검수(세척이 안 된 것 등은 도로 가져가야해요)할 수 있으니 재활용률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겠죠. 내가 잘 분리배출하더라도 타인이 엉망으로 배출한 것 때문에 전체가 재활용되지 못하는 현재의 분리수거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개인이 고생은 좀 하지만 고생한 만큼 100% 종이자원으로 재활용되는 것은 확실하니까요. 

그 과정이 번거로운 건 인정하기 때문에 주변에 강요는 안합니다. 다만 이 글을 읽은 분이라면, 종이팩의 재활용률을 보다 높이고 싶으시다면, 지금부터라도 씻고, 말리고, 펴서 납작하게 해 주민센터로 분리배출하시는 건 어떨까요?


  1. https://brunch.co.kr/@qeemche/139 [본문으로]

코바늘뜨기를 취미로 하는 많은 사람들이 수세미뜨기로 처음 코바늘뜨기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수세미뜨기만 취미로 하기도 하구요. 저 또한 제가 직접 만들지는 않았지만 주변 분들이 취미로 만든 수세미를 선물로 받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설거지를 하다가 문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알록달록하고 심지어 반짝이기까지 한 이 실로 만든 이 수세미가 정말 '친환경'일까? 아크릴 수세미에서 가끔씩 떨어지는 섬유 조각들은 이렇게 하수구로 흘러들어가도 되는 걸까?

우리가 알고 있는 수세미실, 행주실은 대부분 폴리에스터 100% 또는 아크릴 100%입니다. 대부분의 판매자가 '친환경 수세미실'이란 타이틀을 걸고 이 실을 팔지요. 그들이 말하는 친환경적인 이유는 강력한 흡수력과 탈수력,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함을 듭니다. 세제를 덜 사용해도 되고, 심지어 사용하지 않아도 깨끗하게 씻긴다고 말하지요. 반영구적으로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라고도 소개하구요.

그 이유가 어느 측면에서는 맞긴 맞습니다만, 시각을 달리하면 다르게 보입니다.  

우리가 수세미 실로 사용하는 아크릴섬유(acrylic fiber)는 폴리아크릴로나이트릴 등의 중합체를 원료로 해서 만드는 석유계 합성섬유입니다. 쉽게 말해 플라스틱 섬유죠. 플라스틱의 특성상 가볍고 투명하고 색상이 다양한 섬유로의 장점도 가진 반면, 오랫동안 썩지않기도 하죠. 

강력한 흡수력의 진실 : 아크릴, 이런 석유계 플라스틱은 기름을 흡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사용할 때에는 그릇의 기름들이 바로 흡착되어 세제 없이도 설거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죠. 하지만 아크릴 섬유의 흡수성은 때와 세균, 기름, 오염물질은 흡착시키지만 이것을 배출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사용하면 오염물질 포화상태가 됩니다. 이 때의 아크릴수세미로 설겆이하는 것은 더러운 걸레로 설겆이하는 것과 같아요. 

탈수력의 진실 : 아크릴 섬유는 세균, 오염물질 흡착이 잘되는 반면 물 흡수력은 아주 낮습니다. 설거지를 한 후 잘 짜서 걸어놓아도 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셨을 거에요. 섬유에 물이 흡수가 안되고 겉돌아 그 물들이 바로 떨어지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조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죠.

반영구적 사용의 진실 : 아크릴수세미를 사용하다보면 어느 순간 세정력이 확실히 떨어진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오염물질의 포화상태가 된 것인데요, 이를 처음 상태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면과 달리 삶는다고 흡착된 오염물질이 사라지지 않아요. 방법은 버리고 새 것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즉 아크릴수세미도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몇 개월 사용 후 쓰레기통행(재활용도 안되요)이 되고 결국 "반영구적"으로 썩지않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된다는 거죠.

앞선 포스트에서 우리가 입는 합성섬유 옷의 마이크로 섬유가 바다로 흘러들어가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그것이 바다생물의 화학적 오염까지 일으킨다고 설명한 바있습니다. 아크릴수세미 또한 그러한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설거지 하는 과정 중에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마이크로 섬유가 하수구로 흘러들어가고, 강과 바다의 오염물질도 함께 흡착한 채 해양생물들의 먹이가 되거나 끈적끈적한 플라스틱 쓰레기로 부유하며 생태계를 교란시키죠.

결론적으로 아크릴수세미는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습니다.

아크릴수세미가 친환경으로 부각받았던 것은 2005년 전후였어요. 일부 주부들 사이에서 세제를 적게 사용하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아크릴실로 수세미뜨기가 유행하면서 지금의 트렌드가 된 것이죠. 돌이켜보면 그 때는 지금의 플라스틱 오염에 대해 무지했던 시기였습니다. 2018년의 친환경은 플라스틱을 빼지 않고서는 이야기할 수가 없을 정도로 됐으니까요.

코바늘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외국에도 정말 많아요. 반면 아크릴수세미를 친환경 수세미라 생각하고 사용하길 권장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는 듯 합니다. 외국의 코바늘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에서도 아크릴실로 수세미를 만드는 것에 대한 논쟁이 다수 있었습니다. 일부는 효과를 봤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의견은 '아크릴실은 수세미로 적합하지 않다'입니다. 그럼 어떤 실이 수세미로 가장 적합하냐는 의견에 대해 대부분 면(cotton)이라고 말합니다. 이와 함께 코바늘 수세미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도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그 방법 중 하나는 굴곡을 잘게 또는 많이 만들어 그릇에 닿는 면적을 높여 세척력을 높이거나, 구멍을 많이 만들어 건조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아크릴 수세미뜨기가 화려한 색상, 멋진 모양을 만드는 데 중점이 되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 키워드 '친환경 코바늘 수세미'로 검색 시 영어권은 대부분 '면사'로 만든 수세미 이미지가 검색된 반면, 한국어는 대부분 '아크릴실'로 만든 수세미가 검색됨. 


그럼 지금의 아크릴수세미를 대안할 정말 친환경적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본래의 수세미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수세미가 수세미라 불리기 시작했던 기원, 루파라고도 불리는 이 오이과 열매 수세미를 말려 사용하는 것이 그 어떤 소재보다도 가장 친환경적입니다. 과거의 old한 이미지를 벗고 천연수세미가 플라스틱 섬유 수세미의 대안으로 최근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요. 온라인에서도, 한살림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구매할 수 있어요. 

출처 : 인체에 무해, 수세미열매로 설거지용 천연수세미 만들기 /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경남지원 블로그(바로가기)

코바늘 아크릴수세미의 대안으로는 면이나 마 소재와 같은 천연섬유로 수세미를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보통 설거지 할 때 거품을 내는 용도와 헹구는 용도 등 두 개 이상의 수세미를 사용하게 되는데, 다양한 소재로 본인에게 맞는 조합을 찾는 것도 코바늘을 하시는 분들께 재미를 줄 거라고 확신합니다. 저 또한 어제 처음으로 집에 있는 짜투리 면사로 제 첫 코바늘 수세미를 만들었어요. 구글 검색하면서 어떤 분이 본인이 해본 방법 중 가장 성능이 좋다라고 소개한 노하우를 참고해 만들어봤는데요. 어제 처음 사용해 본 결과, 거품도 잘 나고 흐트러짐 없이 잘 닦입니다. 건조할 때도 물이 뚝뚝 떨어지지 않아요. 반면 아크릴수세미보다는 건조시간이 오래걸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 번에는 마 소재로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모양도 망사형, 굴곡있는 다른 패턴으로 다양하게 떠 보려구요. 만드는 방법, 정말 환경에 좋은 친환경 수세미 사용후기도 차근차근 공유할게요.


오늘도 뽀득뽀득 상쾌한 설거지하세요~ :)




무언가 소비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포장이 플라스틱인가 아닌가가 되어버린 생활입니다. 빨리 모든 생활을 non plastic으로 바꿔버리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꼼꼼이 따져보고 천천히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우선 무언가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대체할 방법이 있는 지 머리를 굴리고 정보를 찾아보죠. 그러다보면 제가 찾는 대안이 플라스틱일 때가 많아요. 차이점은 플라스틱을 구매한다가 아니라 집에 있는 플라스틱을 재사용한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주방도, 욕실도, 세탁실도 변화가 눈에 확 띄는 건 아닙니다.

얼마 전부터 제가 사용하고 있는 세탁세제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저희 가족은 넬리 또는 토니네추럴을 필요 시점의 가격사정에 맞춰 인터넷 주문해 사용하고 있었어요. 두 세제 모두 순한 재료로 유아 세탁세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죠. 또한 철재 케이스에 담겨있고 플라스틱이라면 스푼하나와 세제를 담은 비닐봉투 정도이지만, 인터넷 배달을 하면 항상 박스와 뽁뽁이 처리가 불편하죠. 그래서 이 정도 플라스틱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천연세제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되어 시도해보게 됐어요.

베이킹소다, 구연산, 과탄산소다 3종은 항상 구비되어 있지요. 저희 집 3총사는 요렇게 사은품으로 받은 마이보틀에 담아 사용하고 있어요. 스푼 없이 뚜껑을 열어 솔솔 뿌려 사용하죠. 구연산과 베이킹소다는 주방에 두고 청소 시 사용하고, 과탄산소다는 욕실에 두고 얼룩제거 시 주로 사용해요. 오늘의 용량은 셋 중 가장 적게 남아있는 과탄산소다를 기준으로 개량했어요.

준비물은 간단합니다. 베이킹소다, 구연산, 과탄산소다 3종에 EM발효액과 계면활성제만 있으면 돼요. EM발효액은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도 있고 원액을 사서 집에서 발효할 수도 있지만 가까운 주민센터에 가면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우유팩을 화장지로 교환하러 주민센터에 들르는 참에 EM발효액도 받아왔어요. EM발효액의 EM은 Effective Microorganisms(유용미생물)란 뜻으로 효소, 유산균, 누룩균, 광합성 세균, 방선균 등의 미생물을 이용해 악취제거, 수질정화, 금속 등 산화 방지, 음식물 발효 등의 역할을 하는 미생물 중 하나라고 합니다. 주민센터에서는 주거생활 악취제거용으로 이 EM발효액을 무상으로 배포하고 있어요.

천연세탁세제 레시피에 들어가는 계면활성제로 코코베타인이나 LES이 가장 많이 언급되나 최근에 그 유해성이 논란이 되어서 대체할 재료를 찾느라 조금 애먹었어요. 코코베타인과 LES 모두 가격이 저렴하고 세정이 잘 되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두 성분 모두 발암유발성이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대안으로 제가 찾은 건 라우릴글루코사이드인데 비석유계 천연원료로 만들어진 친환경 계면활성제로 화장품에서 점차 세제로 쓰임새가 확장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재료의 비율은 베이킹소다 1kg : 과탄산소다 1kg : 구연산 0.8kg : EM발효액 50ml : 계면활성제 25ml. 이 비율이 보편적인 레시피인 것 같아요. 저는 처음이고 과탄산소다가 200g 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위 비율을 1/5로 줄여 만들었죠. 그랬더니 아래 스테인레스 보울에 적당히 담길 만큼의 양이 만들어졌습니다. 다섯가지 재료를 모두 섞으면 거품이 일어나요. 주걱이나 장갑낀 손으로 잘 섞은 후 2~3일 정도 건조시키면 됩니다. 중간중간 잘 마르라고 뒤섞여 주구요.

3일째되는 날인 오늘, 바싹하게 말려진 가루를 통에 담았어요. 800ml 용량의 통인데 이 통의 3/4가량 담겼습니다. 저 통은 예전 넬리 세제 프로모션 때 받은 세제 용기인데 플라스틱이지만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저 스푼은 식기세척기 세제 살 때 같이 동봉됐던 눈금 스푼인데 이 또한 유용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세탁력! 마침 아이들이 흘린 음식들로 많이 더러워진 식탁 의자 방석을 빨아야해서 이 세제로 시험해보았어요. 오래된 얼룩 빼고 대부분 잘 지워졌고 향기도 괜찮았어요. EM발효액과 라우릴글루코사이드가 아직 많이 남았기에 당분간은 과탄산소다와 구연산, 베이킹소다만 사서 세제를 만들어 쓸 계획이에요. 첫 시도를 위해 제가 구매한 것은 라우릴글루코사이드 100ml 뿐이었구요, 인터넷으로 2천5백원에 구매했어요. 이 가격에 600g정도의 세제를 얻었다면 경제적인건가요?

만드는 방법이 너무 쉬워서 만드는 동안 제가 하는 방법이 맞는 건지 의심이 되긴 했죠. 한편 모두 세탁 잘되라 도와주는 재료들인데 세탁이 안될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시험 세탁까지 마치고 그 결과가 마음에 들어 뿌듯합니다.   

이상 IDEA MOUTH였습니다. 빨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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