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떤 용기의 샴푸를 사용하시나요? 저희 집은 핸드워시도 샴푸도 클렌징오일도 모두 펌프식을 사용하고 있어요. 한 번 쓸 용량만 적당히 나오고 용기를 흔들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등 장점이 많아서 선호했죠. 분리배출할 때도 용기의 분리배출표시를 보고 정확히 배출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O.M.G. 이러한 펌프식 용기의 경우 재활용 가능성을 현저히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분리배출 방법을 바꾸게 되었고, 더 나아가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찾게 되었어요.

오늘은 다 쓴 펌프식 샴푸병 분리배출 방법을 알아볼게요. 아래 왼쪽이 이번에 분리배출해야 할 펌프식 용기에요. 이 날 샴푸와 컨디셔너 모두 다 사용해서 분리해보았는데, 두 개 모두 구조는 똑같고 잘 나온 이미지를 선별해 사용해서 사진이 섞였습니다. 용기의 뒷면에는 오른쪽 사진처럼 분리배출 표시가 되어 있어요. 저 분리배출 표시만 보면 마치 용기 채 페트로 분리해도 될 것만 같죠. 저는 펌프 뚜껑 부분과 용기를 분리한 후 용기는 헹구고, 라벨을 떼어서 플라스틱으로 배출했었어요. 그런데 용기 자체야 저급 플라스틱으로라도 재활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저 펌프부분은 거의 대부분 매립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 이유는 펌프의 OTHER이 다른 여러 플라스틱이 섞였다는 의미도 있지만 펌프를 가능하게 만드는 용수철(스프링)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저와 함께 샴푸병을 꼼꼼이 분해해 보겠습니다. 1) 먼저 다 쓴 용기는 헹궈주세요. 샴푸의 경우 자린고비 아빠 이야기처럼 물을 넣고 두서번 더 샴푸할 때 사용하면 거의 헹궈져요. 컨디셔너는 물과 섞이지 않고 분리되기 때문에 뜨거운 물에 헹구었구요. 2) 용기와 펌프를 분리해 주세요. 분리하기 전에 바닥에 종이나 천을 까는게 좋아요. 펌프에 남아있던 액체가 흐를 수 있거든요. 펌프는 뚜껑 쪽 부분을 힘있게 잡아 당기면 아래 가운데 사진처럼 용수철 하나가 튀어 나옵니다. 아래 투명한 빨대 부분도 잡아당기면 아래 오른쪽처럼 총 4개의 구조로 분리될 수 있어요. 제가 지금까지 분리해본 펌프는 대부분 용수철이 잘 분리되었는데, 일부 용기는 용수철이 플라스틱 내부에 있어서 분리가 어렵기도 하나봅니다. 용수철은 '철'로 뚜껑부분은 '플라스틱'으로 배출하면 무방합니다. 어려운 것은 펌프 중간 부분과 빨대 같은 호스 부분이에요.

  

펌프 중간 부분은 딱 보아도 다양한 재질의 플라스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뒤집어서 속을 보면 하늘색 부분이 보이는 데 이것은 또 스폰지 같이 말랑한 재질의 플라스틱이더라구요. 이 부분도 분리해보려 노력했지만 장비가 '가위'인 저로서는 불가능했어요. 이건 거의 확실하게 매립행입니다. 빨대 부분은 재질이 투명한 것이 실리콘이나 폴리우레탄일 수 있는데 확실하게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재활용이 안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재질들을 어디에 배출해야 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에요. 재활용이 안되니 종량제봉투에 버리는 게 맞을까요. 플라스틱이긴 하고 분리배출 표시도 그러하니 플라스틱으로 배출하는 게 맞을까요? 이런 고민을 소비자가 해야한다는 것 자체도 화가 나네요... 저는 분리배출표시에 따라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했어요.

3) 용기도 라벨을 분리합니다. 다행히 이 용기는 손톱으로 긁어서 떼어낼 수 있었어요. 라벨은 PP라고만 표시가 되어 있는데 '비닐류'로 배출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용기 앞부분은 라벨이라 손으로 떼어내니 괜찮지만 뒷면은 용기에 바로 인쇄되어 있었어요. 아마도 이 용기는 저급 중에 저급의 페트로 분류되어 재활용될 듯한데, 짙은 유색의 페트인데다가 뒷면은 용기에 직접 프린팅되어 있거든요. 저급의 페트는 시장성이 없어 이 또한 재활용이 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분리를 마친 용기는 다음과 같아요. 왼쪽은 용기의 앞, 오른쪽은 뒤쪽입니다.

 

저렇게 분해 한 후 대롱과 펌프 부분은 한번 더 헹구었습니다. 축적된 샴푸가 씻겨나왔어요. 이후 용기는 '페트', 펌프 속 용수철은 '철', 펌프의 다른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또는 OTHER 또는 종량제 봉투', 라벨은 '비닐류' 요렇게 분리배출하면 됩니다.

그럼 재활용이 거의 되지 않는 펌프식 용기를 대체할 현명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펌프식 용기가 아닌 일반 용기를 사용하고, 펌프가 필요하다면 재사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예전에 사용했던 애티튜드 세제는 캡형 용기였는데 다량으로 구입하면 펌프를 하나 증정했었어요. 펌프를 끼워 편리하게 사용하고 후에 용기는 플라스틱으로 배출, 펌프는 다음 세제 사용 시 재사용했지요. 제 경우 후에 다른 브랜드의 캡형 유아 거품목욕제를 샀는데, 다행히 그 펌프가 그 용기에도 딱 맞아 요긴하게 쓴 기억이 납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기성 제품들이 펌프를 포함한 채 판매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제품을 가능한 구매하고 꼭 필요할 시에는 기존에 사용했던 펌프를 깨끗이 씻어 재사용하는 것도 방법인 것 같습니다.

더 좋은 방법은 용기에 담아서 사용해야 하는 액상 제품 대신 고체나 가루 제품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최근 러쉬같은 환경친화적 코스메틱 기업들을 중심으로 샴푸, 로션 등을 고체 형태로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어요. 치약도 튜브형태가 아닌 가루나 껌같은 고체 형태로 팔기도 하구요. 저 또는 펌프식 컨디셔너를 다 사용한 후 러쉬의 고체 컨디셔너 제품으로 바꿨습니다.(관련 글 바로가기) 플라스틱 용기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건강한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인위적 화학물질을 거부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샴푸를 사용하지 않는 '노푸(No Poo)' 운동도 있구요, 복잡한 코스메틱 라인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고 있어요. 

아직 저희집에는 앞으로 분리배출해야 할 펌프식 용기들이 많이 남아 있지만, 바형 컨디셔너를 사용하며 드는 생각 중 하나는 '분리배출 안해서 참 좋다'입니다. 그래서 수분크림을 거의 다 사용해서 이번에 새로 구매한 것도 바형 세럼이구요.

분리배출, 전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재활용될 수 없는 시스템 속에서 기업의 형식적인 분리배출표시는 마음을 무겁게 만들죠. 플라스틱 하나라도 자원으로 재탄생하길 바라는 마음의 선한 분리배출 노력이 무시되는 현실도 화가나구요. 어서 빨리 소비자가 환경에 대해 덜 죄책감 느낄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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