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있는 집이라면 냉장고에 필수로 구비해 놓는 것 중 하나가 우유죠. 저희 집도 일주일에 두 아이가 1리터정도 마시고 그외 두유나 주스도 우유팩 재질로 된 음료를 구비해놓습니다. 제 경우, 같은 음료일 경우 플라스틱 포장보다는 종이팩 제품을 선호하는 편인데요, 그 이유는 잘만 배출한다면 이 종이팩이 일반 플라스틱 음료통보다 재활용이 잘 되기 때문입니다.

종이팩이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종이팩, 우유팩, 두유팩, 테트라팩 등으로 부르는 이 포장의 정식 이름은 카톤팩(Carton Pack)입니다. 카톤팩은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내지가 은색의 알루미늄 처리로 된 것은 아셉틱 카톤팩(Aseptic Carton)이라 따로 불립니다. 카톤팩(Gable Top Carton)은 일반적으로 우유포장에 가장 많이 쓰이는 지붕형 상부구조를 가진 종이용기로 베이스 페이퍼(Base Paper) 양면에 폴리에틸렌 수지(PE)가 도포되어 있습니다. 재활용시에는 폴리에틸렌 수지(PE)를 제거하면서 베이스페이퍼를 재생지의 원료로 하여 화장지, 벽지 등으로 사용합니다. 아셉틱 카톤팩은 벽돌모양의 육면체로 주로 우유나 두유, 쥬스, 음료, 소주용으로 사용되는 직육면체의 종이용기입니다. 이 카톤팩은 베이스페이퍼, 알루미늄 호일, 폴리에틸렌 등 비교적 복합적인 재질로 만들어지고 보존 기간이 길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 : 음식물 포장에 사용되는 종이팩, 안전한지 궁금하다 / 조선닷컴 2014.8.26.(바로가기)

이 종이팩이 테트라팩으로 불리는 이유는 이 회사가 카톤팩을 상용화했기 때문입니다. 1940년대에는 병우유가 광범위하게 판매되었는데, 제작비가 많이들고 깨지기 쉽고 소독처리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테트라팩 설립자인 루벤 라우싱 박사는 유리병을 대신해 우유를 담을 수 있는 포장용기를 고안해냈는데, 10여년간의 연구 끝에 1952년 새로운 소재로 만들어진 우유팩인 테트라 클래식(Tetra Classic)을 생산하게 되었다고 해요. 이 발명품은 1959년까지 약 10억 개의 우유팩을 생산하게 될정도로 큰 성과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이후 라우싱은 '바로 먹을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시장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1961년에는 기존의 테트라팩에 알루미늄 호일층을 넣은 무균기술인 아셉틱 기술(Aseptic Technology)를 선보이게 됩니다. 아셉틱 기술은 외부의 빛과 산소, 세균 침투 등을 완벽하게 차단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유통기한도 늘릴 수 있게 되었죠.[각주:1]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 주한미국대사관이 주최한 포장기기 산업전시회를 통해 처음으로 카톤팩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고 해요. 1977년 서주우유가 카톤팩을 처음으로 수입해 사용하기 전까지는 국내 유제품 대부분이 유리병이나 폴리비닐을 사용하였습니다. 1979년 11월 (주)한국팩키지가 국내 최초로 카톤팩 생산설비를 도입하면서 우유팩의 국산화가 시작되었죠. 현재는 삼륭물산, 한국팩키지, 에버그린패키징코리아(비상장), 삼영화학 등 4개 기업이 과점 형태로 카톤팩을 생산하고 있어요. 아셉틱 카톤팩은 테트라팩과 SIG콤비블록코리아 2곳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떠한 종이팩이든 포장 귀퉁이에서 이 패키지 제조사 이름을 확인할 수 있어요.

종이팩은 왜 분리배출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종이팩은 약 7만톤. 해마다 20년생 나무 140만 그루가 베어지는 숫자라고 합니다. 100% 수입해야하는 종이팩 원지로 연간 77억원이 지출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종이팩의 70%가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에요.  종이팩은 일반 폐지와 달리 고급 천연펄프와 코팅된 PE필름, 알루미늄 등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재활용되기 위해서는 별도 선별이 필요해요. 종이팩은 재활용 과정을 거치면 화장지, 벽지 등으로 재활용되요. 아셉틱 카톤팩의 경우 외국에서는 책상, 의자, 보도블록, 방음재 단열재 등의 소재로도 재활용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체계에서는 일반 폐지와 혼합 수거되어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분리배출표시를 보면 아래와 같이 '종이'와 '종이팩'이 분리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곳에서 이를 분리배출하도록 하고 있지 않아요. 저희 아파트 단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이팩은 어떻게 분리배출해야 할까요?

종이팩의 확실한 분리배출 방법은 주민센터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지역마다 보상기준이 조금씩 다른데 보통 종이팩 1kg에 재생지로 만든 두루마리 화장지 1롤을 교환해줍니다. 서울시 기준은 제 다른 포스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바로가기) 저희 동네의 경우 1kg은 1L 종이팩 35개, 500ml 55개, 200ml 100개와 동일한 기준이라고 하고 이 경우 화장지 1롤로 교환해줍니다. 

이 수량이 될 때까지 종이팩을 모아두는 건 번거로운 일이긴 합니다. 매번 헹구고 말리는 것도 귀찮은 일일 수 있구요. 제 어릴적에는 학교에서 우유팩을 모았는데 당시 엄마는 우유를 마신 후 바로 씻어 건조대에 널라고 교육하셨어요. 엄마는 손으로 접착면을 잡아 살짝 힘을 주면 본래 그러했던 것처럼 찣어진 곳 없이 정말 반듯하게 종이팩을 펴냈는데, 저는 항상 엉망이었죠. 아직도 도구 없이 우유팩을 예쁘게 잘라서 펴내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종이팩을 모으게 된 지난 3년간 저만의 방법이 생겼는데, 소개해드릴게요.

우선 전 먼저 종이팩을 잘라서 펴낸 후 물로 씻고 말립니다. 먼저 헹군 후 종이팩을 자르면 접는 면 등에 이물질이 남아있는 걸 발견해 재세척하게 되어서 순서를 펴고 헹군다로 수정했어요. 대부분의 우유팩, 두유팩은 접착선이 네 기둥의 한 곳에 있습니다. 저는 이 선을 따라 가위로 자르고 바닥 3면을 자르면 우측처럼 바닥면이 한쪽 세로면에만 붙여진 모양으로 펴집니다. 이후 물로 헹군 후 말려요.

어떤 두유팩은 아래처럼 접착면이 가운데에 있는 경우가 있어요. 이 때는 윗부분의 접는 부분을 날개 모양처럼 편 후 납작하게 만들고 5mm정도 윗부분을 잘라요. 이 때 윗부분을 뎅강 잘라내지 말고 남겨두는데요, 작은 부분이나마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게 하기 위한 제 나름의 방법입니다.

 

그리고는 가운데 접착선을 따라 가위로 자른 후, 바닥면은 따로 가위질 할 필요 없이 양쪽으로 벌려주면 우측처럼 평평하게 펴집니다. 그 후 물로 헹궈서 남은 음료를 없애주면 되요. 두유처럼 끈적거리는 고형물이 남았다면 수세미나 솔로 긁어서 떼어내주면 되구요. 간혹 플라스틱 뚜껑이 달리 주스나 우유팩이 있습니다. 이 때는 플라스틱 뚜껑만 떼어내서(힘줘서 뚜껑부분을 잡아당겨도 되고 둥글게 가위로 잘라도 되요) 종이가 붙은 플라스틱은 종량제쓰레기봉투에, 종이가 붙지 않은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으로 분리배출하면 됩니다.

 

이렇게 헹군 종이팩은 아래처럼 건조대에서 물기를 뺀 후 찬장에 크기 별로, 종류 별로 모아놓죠. 그리고 화장지 1롤 교환이 가능한 수량이 차면 노끈이나 고무줄(아래는 낡은 고무장갑을 자른 고무줄)로 묶어서 큰 에코백에 모아둡니다. 1L와 500ml는 해당 수량대로 묶으면 되는데, 200ml는 100개를 한번에 묶는 것이 조금 어려워서 저는 50개씩 묶어두었어요. 

  

그리고 일년에 한번, 예전에 사용했던 부직포 재질로 된 분리수거 가방에 종류별로 담아 주민센터에 가져가요. 올해는 6월 초에 가까운 주민센터에 가서 종이팩을 배출하고 왔어요. 담당자에게 전달하고 인수했다는 사인을 하면 화장지로 교환해줍니다. 이 날 제가 가져간 것은 200ml 50개씩 4묶음과 1000ml 35개 3묶음. 그래서 총 5개의 두루마리화장지로 교환해왔습니다.

 

올해가 3년차, 리워드는 작지만 보람은 커요.

주민센터에 종이팩을 가져간 지 올해가 3년째에요. 3년 전, 종이팩은 따로 분류해야 재활용이 되고 그 방법이 주민센터인 것을 처음 알고는 그 때부터 모으기 시작했죠. 사실 노력에 비해 리워드가 크진 않아요. 1년 동안 모아온 종이팩을 5개의 화장지로 바꾸고, 그 화장지는 일주일이면 없어지니까요. 아마도 환경문제가 아닌 리워드에 관심이 있었다면 시작하지 못했을거에요. 처음 종이팩을 들고 주민센터에 갔을 때가 생각나는데, 당시 저는 당연히 무게를 잴 줄 알고 말린채로 가방에 담아 갔었어요. 그런데 담당자가 무게가 아닌 용량별 숫자를 세어오라고 하더라구요. 현장에서 용량별로 나누어 보니 몇 백개를 가져갔음에도 화장지 두롤밖에 바꿀 수 없었어요. 당시에는 내가 이렇게 열심히 정리해왔는데 수량이 안된다고 화장지 두 롤만 주는 건 너무 인색한 것 같았고 이런 대접받으면서 고생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저도 모르게 그 후에 나오는 종이팩들도 속을 갈라 헹구고 있더라구요. 

3년차가 되니 조금 더 능숙한 부분도 있어요. 우선 주민센터에 가시기 전에 전화로 꼭 문의하세요. 그 이유는 주민센터마다 교환 기준과 교환장소가 조금씩 다르기때문에 확인이 필요하구요, 주민센터에서 교환용으로 구비한 화장지가 남아 있는지도 알아야하기 때문이에요. 이번에 안 사실인데, 주민센터는 수거된 종이팩을 재활용업자에게 팔고 그 비용으로 기성 재생화장지를 구매해서 주민들에게 나눠줍니다. 막연히 주민센터가 모아서 재생화장지 업자에게 직접 교환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종이팩 수거가 많은 달은 늦게 가게되면 화장지를 받지 못할 수가 있어요. 

3년차가 되도 아직 이해 안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저희 동네 주민센터는 무게로 측정하지 않고 수량으로 세라고 가이드를 주고 있어요. 담당 공무원에게 무게로 재면 수량 안세도 되고 더 편할 텐데 왜 수량을 일일이 기입해야 하는 거냐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종이팩마다 크기와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라는거에요. 이 대답이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데, 패키지가 더 다양화된 지금 세상에서 모든 우유팩이 천편일률처럼 200ml, 500ml, 1000ml가 아니잖아요. 저희가 자주 마시는 두유는 한 팩에 190ml거든요. 같은 200ml라 해도 납작한 패키지도 있고 높이가 높은 패키지도 있어요. 그렇다면 수량보다 무게로 수집하는 것이 더 정확한 기준이 아닌가요? 또 하나는 주민센터 다른 업무를 보러 가는 것과 달리 항상 불청객이 된 불편한 기분이 드는 것입니다. 화장지 교환 업무는 공무원들의 본업이 아닌 잔업이기 때문에 창구에서 일일이 담당자를 찾아 물어야했고, 담당자도 자주 바뀌었고(어떤 경우 공익근무요원), 이 업무 창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근무영역과 창구영역의 경계에서 어정쩡하게 업무를 처리해야했어요.

'종이팩-화장지 교환 캠페인'은 2012년에 처음 시작됐어요.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이 내용을 아는 분들은 적은 것 같아요. 주민센터도 많은 업무 중 작은 영역이라 더이상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것 같구요. 개인적 식견으로 이 캠페인은 분리배출의 이상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고 봅니다. 분리배출 경로가 명확하고, 분리배출 가이드도 명확할뿐아니라, 화장지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불량으로 배출한 종이팩을 자체 검수(세척이 안 된 것 등은 도로 가져가야해요)할 수 있으니 재활용률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겠죠. 내가 잘 분리배출하더라도 타인이 엉망으로 배출한 것 때문에 전체가 재활용되지 못하는 현재의 분리수거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개인이 고생은 좀 하지만 고생한 만큼 100% 종이자원으로 재활용되는 것은 확실하니까요. 

그 과정이 번거로운 건 인정하기 때문에 주변에 강요는 안합니다. 다만 이 글을 읽은 분이라면, 종이팩의 재활용률을 보다 높이고 싶으시다면, 지금부터라도 씻고, 말리고, 펴서 납작하게 해 주민센터로 분리배출하시는 건 어떨까요?


  1. https://brunch.co.kr/@qeemche/13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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