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블로그를 쉬었습니다. 아이들 방학 핑계로 바빠졌다가, 몇 가지 일 벌린 것들이 생겨서 정신 없다가, 문득 고개들어 보니 꽃이 피네요. 그렇다고 플라스틱을 덜 사용하고 대안을 찾는 일은 소홀히 한 건 아니에요.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는 것은 트위터나 인스타그램과 달리 시간과 정성이 몇 배는 들기에 그런 짬을 만들지 못했던 것이죠. 이제 생활이 조금 안정되어 밀린 포스트들을 하나씩 풀어보고자 합니다.

그 사이 블로그를 오픈한 지 일년이 지났어요. 일년을 실천하면서 든 생각 중 하나는, 누구나 실천을 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착하고 좋은 상품을 많이 알리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는 것이었죠. 유럽, 영국, 미국, 호주, 대만 등 우리보다 제로웨이스트나 플라스틱 대안에 대한 고민이 많은 나라들에서는 대안체에 대해서도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에 늦게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시작하더라도 보다 쉽게 대안을 찾을 수 있어요. 구매가 이루어져야 시장이 만들어지고,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실천가들의 선택폭이 넓어지고, 그래야 정말 일상 생활에서 Non Plastic 제품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형마트에서 면생리대를 이제야 만날 수 있는 것처럼, 몇년 후에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Non Plastic 제품들이 마트에 가득하길 바라봅니다.   

그래서 올해는 한 달에 한번 정도 이제 막 제로웨이스트 또는 No More Plastic 실천을 시작하는 분들을 위해 좋은 제품들을 사용해보고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어요. 제 경우, No More Plastic 실천을 한다고 해서 지금까지 썼던 플라스틱 물건들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대안체들로 한순간에 채워버리는 선택을 한 것도 아니고, 아무리 플라스틱이라 해도 그 역할과 소명을 다한 후 대체제를 신중하게 고르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한번에 드리지는 못합니다. 구매하기 전에 1) 진짜 필요한 건지, 2) 사지 않고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지, 3) 만들어 쓸 수는 없는 지 따진 후에 구매한다는 제 나름의 기준이 있기에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보다는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제품들을 소개해 드리고 싶은 게 제 마음입니다. 신중하고 느리게 선택한 만큼 솔직하고 자세하게 그 후기를 전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은 이제야 올리지만... 4월에 소개드리려 했던 제품은 아임낫띵의 황마로 만든 낙엽 수세미입니다.

앞 서 두번의 포스트를 통해 일명 수세미실이라 불리는 아크릴사, 폴리에스테르사로 수세미를 뜨는 것이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그 대안으로 전 수세미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요. 일년 전 산 마끈으로 만든 수세미는 지인들 선물로 대부분 나가고 제 건 두 벌반 남겼는데, 마지막 마 수세미도 끈이 끊어져 버리게 됐고, 시어머님 친구분이 주신 수세미를 대신 사용하고 있던 차였죠.

이 제품을 처음 알게된 것은 인스타그램에서였어요. 어느날 낙엽 모양의 수세미를 보게 됐는데, 그 브랜드 이름이 '아임낫띵'이래요. 이 센치한 이름이 낙엽 수세미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거에요. 정말로 인생무상을 느끼게 하는 낙엽 가득한 가을 어느 날이 떠올랐죠. 마침 황마 수세미도 없고 그 패턴도 궁금하여 낙엽수세미 DIY 패키지를 구매하게 됐어요.

판매처가 저희 집에서 두 정거장 거리이기에 배송비도 아끼고 탄소발자국도 줄일 겸 직접 받겠다했는데, 다른 일정으로 차 끌고 나왔다가 도착지점에서 주차를 못해 헤매게 돼 오히려 미세먼지발생 주범자가 되었다는.

택배 배송할 때는 종이상자에 담아주시는데, 직접 온 전 종이봉투에 담아주셨어요. 포장이 군더더기 없지요. 포장 포인트인 유칼립투스잎은 직접 키운 것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하십니다.

그렇게 받아온 즉시 낙엽 수세미 하나를 완성합니다. 보통 마끈 한 타래로 열 개 정도 뜬다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코바늘이 굵었던 건지 전 15개의 수세미를 떴어요. 마끈이 거칠다보니 좀 손이 아픈데, 마끈 한 타래 다 쓰는데 이틀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동봉된 가이드 외에도 동영상을 공유해 주셔서 코바늘 초보자도 쉽게 뜰 수 있을 거에요. 

15개 중 잘 만든 것 같은 8개는 종이봉투를 재활용해 네임택을 만들어 달고 친구들에게 선물했어요. 그리고 남은 7개는 두고두고 쓰기 위해 잘 쟁여두었죠.

이제 설겆이 할 시간. 처음 이 수세미를 사용할 때는 주방비누를 썼기 때문에 비누를 비벼 거품을 내 사용했어요. 거품이 잘 생깁니다. 면사 수세미보다 지속력도 길구요. 그래서 예전에는 마수세미를 헹굼용으로 썼는데 이 때부터 거품용으로 사용하게 됐어요. 주방비누에서 소프넛으로 갈아탄 후에도 그렇게 사용하고 있는데 설겆이 결과에 꽤 만족스럽습니다.

뜨개질한 수세미는 내구성이 좋아요. 제가 헹굼용으로 떴던 마수세미보다 조직이 촘촘해서 잘 끊어지지도 않습니다. 첫 수세미를 3월 말부터 사용했는데 아직까지 튼튼하게 잘 사용하고 있어요. 

촘촘한 만큼 두께감이 있어서 잘 마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마소재는 건조력도 좋네요.  제가 뜬 면사수세미가 더 얇은데 마수세미가 훨씬 더 빨리 마릅니다.

요즘 전, 소프넛 우린 물에 이 마수세미를 적셔 설겆이를 하고 면사 수세미로 헹굽니다. 설겆이 후에는 꼭 짜서 걸어두고, 3주에 한번 꼴로 삶아주고 있어요. 색상 때문인지, 소재 때문인지 면사 수세미보다도 때가 덜 끼고 잘 지워지는 것 같습니다.  

남은 수세미는 올 일년 풍족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 낙엽수세미가 떨어질 때쯤, 마끈 한 타래를 사서 그 후 일년을 사용할 낙엽수세미를 뜨고 있겠죠. 이렇게 좋은 대안을 가지고 있고, 그 방법을 안다는 건 참 마음을 든든하게 만듭니다.

참고로 말씀드릴 것은, 만약 직접 낙엽수세미를 뜨신다면 고리부분을 본인이 갖고 있는 건조 고리 크기에 맞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거에요. 저희 집 건조 고리는 가로 폭이 0.3cm 정도 되는데, 도안대로 떴더니 걸 때 조금 불편하더라구요. 고리 구멍이 작다고 생각되시면 서너코 정도 더 떠서 고리를 만들길 추천드려요. 뜨개에 자신 없는 분들은 사이트에서 완제품도 구매할 수 있으니 참고 바라구요. 구매좌표는 바로 여기에요. >>>>>> http://imnothing.kr/

센치한 황마 수세미로 착한 설겆이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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