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털어놓건데 저는 아직도 플라스틱 칫솔을 사용하고 있고, 플라스틱 튜브에 담긴 치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제로웨이스트가 되고자 노력하기 전 저렴하다고 쟁여놓은 것들이 남아있었기도 하고, 치약같은 경우 명절마다 선물로 들어오는 것들을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계속 플라스틱 칫솔과 치약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칫솔은 지금 쟁여두었던 것들을 모두 사용하고 나면 대나무 칫솔로 바꿀 것입니다. 칫솔의 경우 칫솔대에 대해서는 고민할 여지가 없으나 구매 시점이 되면 칫솔모에 대해서는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할 생각입니다. 

치약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습니다. 한달에 한번 꼴로 발생하는 치약 플라스틱 튜브 쓰레기를 바라보며 한달에 한번 또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었구나 후회하게 되죠. 패키지에는 분명 '플라스틱 분리배출' 표시가 되어있지만 사실 치약 튜브는 재활용되기 어렵습니다. 구조상 내부까지 깨끗하게 세척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현재로서는 남김없이 치약을 깨끗이 사용하고 과사용하지 않는 등 최소한의 실천만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 경우 지금의 플라스틱 튜브 치약에 대해서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만 제외하고는 만족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성분과 관련해 의견도 분분하고, 불소의 불필요성과 유해성에 대한 논란도 있으나 제 경우 성분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 타입이죠. 그래서 처음 대안을 찾았을 때, 시중 브랜드 치약과 성분은 유사하면서 플라스틱 패키지가 아닌 것을 알아봤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없더군요. 어느 책에서 알루미늄 재질 튜브 치약이 있다는 걸 참고해 그 브랜드를 구매할까 알아봤는데, 현재는 모두 플라스틱 튜브로 바뀐 후더라구요. 치약 업계에서 플라스틱 튜브는 편리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검증받은 패키지로 이미 확고하게 자리매김되어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메탈 튜브를 사용하는 몇몇 브랜드를 알게 되었습니다. 화장품 브랜드 Aesop에서 나오는 치약이 그렇고 프리미엄 치약이라 불리는 Davids 치약이 그러한데요. 이 브랜드들은 환경을 고려해 플라스틱 튜브가 아닌 재사용가능한 메탈재질을 채택했죠. 전성분 또한 동물복지와 탄소발자국을 고려한 친자연적인 재료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식으로 판매되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해외직구를 통해서 구입할 수밖에 없어요. 또 이러한 메탈 튜브 치약들도 뚜껑은 플라스틱입니다.

이미지 출처 : Google.com

플라스틱 튜브 치약의 대안으로 많이 언급되는 타입으로 고체치약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 고체치약에 대해 알았을 때는 Lush 정도에서만 판매했었는데 최근에는 참 많은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어요. 하지만 전 플라스틱 치약의 합리적인 대안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대부분의 고체치약은 물 없이 씹어서 양치질을 한다는 컨셉으로 간편성과 휴대성을 강조해 대부분 소포장으로 제작되거든요. 소비자가 처음부터 대용량으로 고매한 후 본인이 가지고 있는 공병이나 패키지로 소분해 가지고 다닌다면 모를까 제품 구입부터 소포장으로 된 고체치약을 구매하는 것은 플라스틱 튜브 치약을 구매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였어요. 그렇다고 고체치약을 플라스틱이 아닌 다른 재질의 병에 담아 파는 곳은 없었습니다.

제가 아는 곳 중 플라스틱 패키지 없이 고체치약을 판매하는 곳은 Anything but Plastic(바로가기)이라는 블로그가 운영하는 쇼핑몰인데요. 이곳에서는 종이 패키지에 불소가 함유된 고체 치약을 판매합니다. 블로그에서는 불소가 함유되어있고 시중 민트향 플라스틱 튜브 치약과 가장 가까운 느낌의 고체치약임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어요. 이 곳에서 판매하는 고체치약은 Denttabs 제품인데, 정작 Denttabs가 정식으로 운영하는 쇼핑몰엔 플라스틱통에 담긴 고체치약만 판매하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고체지약 제조업체로부터 대용량이라도 종이 패키지 포장으로의 구매가 가능하다면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 www.anythingbutplastic.co.uk

블로그 샵에서는 플라스틱 튜브 치약의 대안이 왜 필요한 지 자세한 설명이 담겨있어요,(바로가기)

이러한 서칭과 정보 수집 후 제가 시도했던 대안은 유리병에 담긴 치약이었습니다. 이런 치약의 선두주자격인 영국 브랜드 Georganics(홈페이지 바로가기)의 치약을 해외배송해서 사용했죠. 제로웨이스트들과 플라스틱 프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인스타그램에 너무나 자주 등장하는 브랜드였기에 어떤 것인지 정말 궁금했구요. 치약 가격 만큼이나 비싼 배송비를 지불하고서라도 한번 써보기로 했습니다. 유리병에 담긴 가루 치약과 유리병에 담긴 명주 치실도 함께 구매했죠. 

영국에서 날라왔음에도 군더더기 하나 없는 포장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해외의 경우 상품보다 큰 택배 상자도 쓰레기를 더 많이 발생시킨다하여 제품 크기에 꼭 맞는 종이상자 포장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였어요. 그 흔한 비닐 뽁뽁이 없이 타국에서 날아온 유리병은 상처 하나 없었습니다.

 

치약에는 작은 대나무 소재 스페츌라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걸로 콩알만큼 치약을 떠 칫솔에 묻혀 사용하면 됩니다. 가루치약의 경우 물을 묻힌 치약을 직접 가루치약에 넣어 가루를 묻혀 사용하죠.

이 치약은 불소가 함유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스피아민트향이라 해도 우리가 흔히 접하는 강한 화학적인 민트향은 아닙니다. 시중 치약과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차이는 거품입니다. 이 치약은 거품이 나지 않다보니 칫솔질하는 도중에 치약이 거울에 많이 튀는 불편함은 있어요. ㅜㅜ 강한 민트향의 입안 가득히 품어지는 인공적인 상쾌함은 없지만 세정력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치약이 떨어졌을 때 해외배송을 통해 유리병 치약을 구입하는 것은 이상적인 대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선 비행기를 타고 오기 때문에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더 많은 탄소발자국을 남기구요. 또 재사용하지 않은 공병은 남발되는 플라스틱과 같은 쓰레기 문제를 발생시키죠. 

이럴 때는 정말 해외 제로웨이스트샵에 자리잡고 있는 리필샵(Refill Shop)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느끼게됩니다. 유통상의 문제만 없다면 세제, 치약 등은 대용량에서 조금씩 덜어서 용량별로 구매하는 리필 시스템이 있다면 편리하겠는데 말이죠.

제 경우 현재의 플라스틱 튜브 치약을 모두 소진한 후에는 치약을 DIY로 제작해 공병에 담아 사용할 계획입니다. Georganics의 치약이 남편도 저도 그리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수제로 만드는 대안 치약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코코넛오일, 베이킹소다 등 치약 제조에 사용하는 재료들은 제가 다른 이유에서 주기적으로 구입하는 항목이기 때문에 대용량으로 구입할 수 있다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구요. 

정리해보자면 현재로서 선택할 수 있는 플라스틱 튜브 치약의 대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메탈 튜브 치약

 - 장점 : 플라스틱 튜브보다 재활용 가능성이 높음.

 - 단점 : 대부분의 제품은 해외직구를 해야 함. / 뚜껑은 여전히 플라스틱 재질임. / 메탈 재질 분리배출 시 충분한 세척과정이 필요함.


2. 고체 치약(씹는 치약)

 - 장점 : 기존 치약과 가장 유사한 향과 성분으로 거부감이 가장 적음.

 - 단점 : 대부분이 휴대성을 강조해 플라스틱 포장된 소량으로만 판매됨.


3. 유리병 포장 치약

 - 장점 : 공병은 재사용하여 사용할 수 있음. / 알루미늄 뚜껑 사용 시 플라스틱 없는 치약 대안이 될 수 있음.

 - 단점 : 국내에 판매되는 유리병 치약은 전무한 상황이어서 필요 시 해외구매해야 함. / 재사용되지 않는 유리병 또한 쓰레기 문제를 유발함.


4. 죽염과 코코넛오일, 베이킹소다 등으로 직접 제조

 - 장점 :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재료로 제조해 사용할 수 있음.

 - 단점 : 각 재료 구입 시 발생하는 포장재와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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