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말하기엔 부족하지만 최근에 여러가지 플라스틱 없는 생활에 변화가 있었어요.

하나.

생수를 끊었어요. 남편이 저렴하게 구매했던 생수 쿠폰이 5월 말로 만료가 됐어요. 남은 걸 모두 소진하는데 조금 더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쿠폰 만료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약 24통의 생수가 공중으로 사라졌어요. 아쉬운 건 돈이고, 바람직한 건 더 빨리 생수와 이별할 수 있게 된거죠. ㅎㅎ; 아래는 환경의 날을 앞두고 인스타그램에 beachdonkkrillmyvibe(바로가기)라는 분이 올린 그림이에요. 일회용컵, 일회용빨대, 일회용봉투, 플라스틱생수 이 네가지를 바다를 위해 꼭 근절해야할 것들로 말했죠. 이 삽화를 처음보고 굉장히 공감했어요. 그리고 생수와 작별함으로써 이 네가지를 모두 실천하게 되었네요. 참으로 뿌듯합니다.

생수 대신 어떻게 식수를 해결하냐구요? 처녀 시절, 제가 했던 방식으로 돌아갔어요. 수돗물 끓여 마시기. 찬장 높은 곳에 처박아 두었던(...) 낡은 스테인레스 주전자를 다시 꺼냈고, 매일 아침 물을 끓입니다. 삐~하는 물 끓임 소리가 다시 정겹게 느껴져요. 친정엄마한테 배운대로 뚜껑을 닫고 펄펄 끓인 후 뚜껑을 열고 5분 정도 더 끓입니다. 그러면 수돗물의 불순물들이 기화되어 날아간다 그러네요. 남편은 끓인 수돗물의 비릿한 쇠맛이 싫다고 해요. 남편 물에는 티백을 넣어줘야겠어요.

작은 생수병 7개는 여름철 보냉제겸 외출 시 마시기 위해 냉동고에 저장해놨어요. 올해 말까지 수돗물을 끓여먹어보고 계속 이렇게 할 건지, 정수기를 들여 놓을 건지 결정할 것 같아요. 6월 어느날, 이렇게 생수와 작별을 고했습니다. 


둘.

자연모로 된 첫 세척솔을 구매했어요.

홈플러스에서 데려온 맥주병이 재사용가능하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물병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500ml 크기가 한끼 식사 용 물로 적당합니다. 다만 좁은 병 입구에 저희 집 세척솔이 들어가질 않습니다. 오일병 하나도 예전에 비었는데 솔이 들어가지를 않아 세척 못한 채 몇 개월 두고 있구요. 이참에 플라스틱모가 아닌 자연모로 된 세척솔을 구매하자고 마음 먹었는데, 마침 모던하우스에서 적당한 걸 발견했어요. 생각보다 부피가 커서 저희 집 병들 입구에 들어갈까 의심했는데, 다행히 꼭 맞습니다. 세제를 묻혀 거품을 내고 병 안 구석구석 닦은 후 헹궜는데 완벽히 투명하게 잘 닦였을 때의 그 쾌감. 건조된 돈모는 나일론모처럼 뻣뻣한데, 물을 묻히고 세제를 묻히니 신기하게도 엄청 부드러워지네요. 앞으로 애정하며 사용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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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마로 바꿨어요. 결혼 때부터 사용해온, 근 7년이 다 된 플라스틱 인덱스 도마를 처분하고 새 도마로 갈아타려고 생각하던 중이었어요. 이왕이면 나무도마. 그 중 캄포도마가 눈에 아른거렸는데 가격이 너무도 사악했죠. 마침 근처 모던하우스에서 홍송으로 만든 양면 나무도마를 발견했어요. 가격도 캄포도마의 1/4 수준인데 세일 기간이라 더 저렴하게 데려왔죠. 역시 나무도마의 칼 소리는 경쾌합니다. 실력있는 쉐프가 된 것 같은 기분좋은 착각도 빠집니다.

처음으로 플라스틱 인덱스 도마로 바꿨던 기억이 떠올라요. 당시 항균기능이 뛰어나고 용도대로 골라서 사용할 수 있고 흠집이 안난다하여 신혼 살림으로 당시에는 고가였던 인덱스 도마를 구입했었거든요. 기대감에 정말 조심조심 처음 칼질을 했는데, 도마에 칼 흠집이 생겨 속이 상했던 게 기억이 나요. 반대로 오랜만에 나무도마를 사용하면서 흠집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전혀 흠집이 남지 않습니다. 기대효과인걸까요, 이게 사실인걸까요. 앞으로 오래오래 잘 사용하겠습니다.  

넷.

장난감이 들어있는 킨더조이와 작별했어요. 저 또한 피규어들을 좋아하고 약간의 수집병도 있어서, 아이들이 마트 스낵코너를 지나갈 때 킨더조이 사달라고 하면 무심결에 들어줬었어요. 매일 사주는 것도 아니고, 편의점이나 동네 수퍼보다는 마트가 저렴하니까, 장난감 퀄리티도 아주 나쁘지는 않으니까 몇개월에 한번정도 사주었죠. 남편은 이런 저를 기준없다 비판했어요. 장난감을 사주는 거냐, 간식을 사주는 거냐 그러면서요. 

이번에는 아이들에게 킨더조이를 사주면서 왠지모를 찝찝한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는데, 그 이유를 찾았어요. 그건 바로 아이에게 초콜릿도 장난감도 아닌 플라스틱을 사주고 있었다는 깨달음이었죠. 

큰 아이에게 물었어요.

"엄마는 이제까지 네게 초콜릿을 사줬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니까 플라스틱을 사준 것 같아. 장난감도 플라스틱, 포장도 플라스틱, 숟가락도 플라스틱, 포장 비닐도 플라스틱. 이 작은 킨더조이 하나에 플라스틱이 초콜릿보다도 훨씬 많아. 플라스틱을 많이 쓰면 바다랑 지구가 아프다고 말했었지? 그래서 앞으로는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초콜릿말고 제대로 된 초콜릿을 사주고 싶어. S는 어떻게 생각해?"

쿨하게 큰 아이는 대답합니다.

"그러세요."

맞아요. 엄마가 항상 문제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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