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트에서는 제품과 패키지의 생산에서 소멸까지의 과정을 도식화하여 보여드렸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 지 고민해보자고 말씀드렸죠. 오늘은 '소비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플라스틱 이슈, 혹은 환경 이슈는 누구나 그 문제성를 인식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는 지구 공통체적인 선(善)이며, 의무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슈는 보신탕 취식과 같이 문화적인 이슈도 아니며 채식 선호와 같은 취향적 이슈도 아닙니다. 지구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고, 미세먼지를 걱정하고, 쓰레기 문제를 겪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환경 이슈 측면에서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글로벌 동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행동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사소한 것까지 꼼꼼하게 나누어 분리수거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쇼핑할 때 더 많은 비닐봉투를 서비스 차원에서 요구하죠. 비닐봉투를 더 많이 요구한다고 해서 이 사람이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다고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환경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실천하는 사람일수도 있고 다른 가치를 환경보다는 우위에 두나 환경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블로그에 직접 글을 쓰자 마음 먹기 전에도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지만 편리한 생활에 더 가치가 있던 사람이었죠. 어느날 내가 재활용한 게 헛수고였고 아파트 한쪽 벽에 분리수거 더미로 가득 쌓였을 때야 그 심각성을 깨달았죠. 그런 계기를 통해 지금 생활에 대해 반성하고 습관을 바꿔야겠다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플라스틱 이슈와 관련해 여러 내용을 접하고 외국 사례도 찾아보면서 느꼈던 여러가지 중 하나는 지구를 위한 좋은 행동 메시지들이 참 많이도 다닌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느꼈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걸 실천할 사람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분리수거 잘하세요.', '플라스틱 남발하면 해양생물이 죽어요', '지구를 위한 7가지 실천하세요' 등 어떻게 행동하면 된다는 말은 넘쳐나는데 그 '누구'라는 주어가 '당신(You)'라는 말로 두리뭉실하게 생략되었다는 겁니다. 대부분 이런 이슈에 관심이 있다면 이렇게 해봐라라는 식이죠.

나는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까'를 결정하기 전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 저에게는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며칠을 고민하여 다음과 같은 그림을 그려보았습니다.

당신은 편의지향적입니까, 행동지향적입니까?

앞서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환경 이슈에 대해 앞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는 글로벌 동지입니다. 우리 모두가 환경을 보존하고 지켜야 함을 인지하고 있다고 전제했을 때, 지금의 실천 행동과 성향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행동지향성'과 '편의지향성'을 기준으로 잡았습니다. 본인이 환경이슈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고 불편도 감수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상적 행동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환경이슈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나 지금의 습관을 양보하고 바꾸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면 당신은 "친환경 쇼퍼"가 될 수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 제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극적 인내자"이거나 "현실 타협 비판가"가 많은 것 같습니다. "소극적 인내자"는 본인이 아는 인식과 지식 선에서 실천을 하는 사람들로 분리수거를 성실하게 실천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죠. "현실 타협 비판가"는 '소극적 인내자'와 달리 이러한 재활용 체계가 소비자의 변화 없이 거대한 시스템 상에서 먼저 제대로 구축되어야한다고 주장하는 부류입니다. 배달음식을 먹을 때 포장 패키지가 정부 차원에서 관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로, 분리수거에 대해서는 형식적으로 접근하나 분명 환경이슈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습니다.

'분리수거'와 관련해 이 부류들의 행동을 정의하자면 "이상적 행동가"는 재활용되지 않는 제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습관을 변화하면서 적극적인 대안책을 적용합니다. 예를 들어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의 폐해를 알고 나서는 아예 빨대로 음료를 마시는 행위를 거부하죠. "친환경 쇼퍼"는 본인의 소비 과정에서 환경을 중요 선택 기준으로 가져갑니다. 구매 시 재활용 가능한 제품을 구매하거나 일회용 대안 제품을 구매하고, 지나치게 비환경적인 제품은 거부하죠.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의 폐해를 알았을 때 이 부류는 종이 빨대나 스테인레스 빨대 등 대안 제품을 소비합니다. "소극적 인내자"의 경우 본인에게 더 중요한 다른 가치에 의해 소비를 하되 정해진 규칙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합니다. 가격이 가장 저렴하여 비닐포장과 저가 플라스틱을 구매했더라도 분리수거는 철저하게 지키죠. 일회용 빨대를 사용하지만 모두 세척해 여러개를 묶어서 플라스틱류에 정확하게 분리배출합니다. "현실 타협 비판가"는 가격이든 취향이든 원하는 제품을 편리하게 구매하고 적당선에서 분리수거를 실천하되 체계에 대해 문제제기합니다. 일회용 빨대를 이용하고 매장에 분리수거통이 있으면 하고 아니면 쓰레기통에 버리되, 이러한 규칙은 소비자가 쉽게 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그림에 비춰볼 때 저는 "소극적인 인내자"였습니다. 그리고 동기부여 후 '행동지향성'은 점점 높아지는데 '편의지향성' 측면에서 전 "이상적 행동가"를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블로그에서는 "이상적 행동가"와 "친환경 쇼퍼"가 할 수 있는 실천 사항 모두를 다뤄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 나는 잘하는데 넌 왜그래.

우리 부부를 생각해보면 전 "소극적 인내자"인 반면 남편은 "현실 타협 비판가"에 더 가까웠습니다. 한가지 에피소드를 들자면 결혼 직후 '식수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서로 논의를 했죠. '소극적 인내자'였던 전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건 못 믿겠고 생수는 패트를 처리해야 하니 끓여서 먹자고 했죠. '현실 타협 비판가'였던 남편은 수도세, 끓이는 노력 등을 모두 고려할 때 생수를 사서 먹는 게 가격 면에서 합리적이고 분리수거만 잘하면 편리하다라고 했습니다. 결국 우리 부부는 생수를 사서 마시게 됐죠. 그리고 어김없이 생기는 생수 페트병을, 남편은 그냥 플라스틱 분리수거함에 넣고 끝냅니다. 반면 전 라벨을 떼고 뚜껑의 불투명 고리부분까지 제거한 후 납작하게 버리죠. 그러다보니 남편에게 잔소리를 할 때가 있습니다. 그 잔소리가 넘치다보니 지금의 분리수거는 많은 부분 제 차지가 되었구요.

'왜 나는 이정도 하는데 저 사람은 아무것도 안하지,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해봤자 저 사람 때문에 분리수거가 안되잖아'. '난 일회용품 줄이기 위해 배달 음식 안먹는데 옆집 총각은 매일 편의점 도시락과 배달음식이야. 저거 분리수거는 잘하나'. 가족끼리도 갈등이 생기는데 이웃, 타인과도 부딪히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조금 시선을 바꿔 '저 사람도 환경보호는 알고 있을 거야. 다른 실천을 하겠지'라던가 '저 사람은 아직 동기부여가 안된 것 뿐이야. 잠재적 행동가이니 언젠가 바뀔 수 있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인 나를 이해하는 것은 내게 맞는 환경을 위한 일을 결정하는 데도 좋은 지침

정확하게 분리수거하는 방법과 같은 정보는 '소극적 인내자'에게는 도움이 되나 '현실 타협 비판가'에게는 지겨운 잔소리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분리수거 체계를 개선하거나 패키지를 통일화하는 서명운동에 '현실 타협 비판가'는 쉽게 동의할 수 있습니다. 환경단체에서는 환경이슈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많은 이슈를 만듭니다. 환경이라는 거대 이슈에서 행동성이 낮은 사람들을 적극적인 행동가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의 생활에서 어떤 가치가 상위인지 알고 이를 적용해보는 시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향유고래의 배속에 플라스틱이 가득한 퍼포먼스는 환경 가치를 상위에 둔 사람들에게는 심각하게 느껴지지만, 다른 이슈에 더 관심이 많아 행동을 주저하는 '소극적 인내자'나 '현실 타협 비판가'들에게는 뉴스 중 하나일 뿐입니다. 엄마들에게 BPA의 발암유발가능성과 같은 건강 이슈가 충격적이었던 것처럼, 트렌디한 사람에게는 그것에 맞는 동기부여를 생성하는 게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제 블로그를 통해 공개되는 제 습관이며 내용들이 당신에게 자극이나 동기가 되면 참 좋겠지만 압박감이나 죄책감은 되지 않길 바랍니다. 제가 만나본 사람들(소비자) 중에서 환경이슈에 대해서는 악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난 아무것도 안한다 창피해하며 말해도 그 사람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최소 한가지 이상의 환경을 위한 좋은 습관이 있었습니다.

환경오염의 문제는 심각하고 냉정하지만, 그걸 실천하는 우리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관대한 반성을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구를 위한 착한 소비 5 원칙

플라스틱 이슈에 있어서, 소비자가 어떤 유형의 누구이건 간에 어떤 방법을 선택을 하든 기본 가이드라인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 원칙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에서 소비자가 만나는 그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것들을 5가지로 요약한 것인데요. 우리가 흔히 아는 아.나.바.다 운동도 포함될 뿐더러 앞으로 구체적인 실천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 카테고리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래에 대한 세부 내용은 다음 기회에 자세히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IDEA MOUTH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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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48회 지구의 날입니다. 지구의 날은 1970년 4월 22일 미국 상원의원 게이로 닐슨(Gaylord Anton Nelson)이 하버드 대학생 데니스 헤이즈(Denis Hayes)와 함께 1969년 1월 28일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에서 있었던 기름유출 사고를 계기로 지구의 날 선언문을 발표하고 행사를 주최한 것에서 비롯된 기념일입니다.

올해 지구의 날이 특별한 이유는 그 주제 때문입니다. 이번 주제는 'End Plastic Pollution(플라스틱 오염을 끝내자)'인데요, 제 블로그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지요. 올해 48회를 맞은 지구의 날 행사 추진 기구 '지구의 날 네트워크'는 오는 2020년 50주년엔 기존의 지구 환경 협력을 한 차원 더 높이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지구를 질식시키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다뤄나가기로 했습니다. 이 기구는 플라스틱 사용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로 인해 우리 지구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며 올해 지구의 날은 플라스틱에 대한 인간의 태도와 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플라스틱 오염을 현저하게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죠. 이를 위해 전 지구적 플라스틱 오염을 규제하는 제도의 채택을 주도·지원하고, 시민을 교육과 동원을 통해 플라스틱 오염을 억제하고 줄이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행동을 요구하고, 개인 차원에서도 플라스틱의 사용을 거부·감축·재사용·재활용하는 `4R 운동’을 벌여나가기로 했습니다.

전업주부에게 주말은 직장인들이 가장 열근하는 평일 월요일이나 수요일과 같아서 어느 때보다 정신 없이 하루가 지나갑니다. 그러다보니 오늘이 지구의 날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조차 갖지 못했네요. 늦은 저녁에야 의미있는 일 한가지는 해야겠다 싶어서, '지구의 날 네트워크'에 접속했어요. 그리고 Sign Up! 또한 개인으로서 개최하는 행사로 '#NoMorePlastic' 블로그 오픈을 알렸어요. 조금 더 꼼꼼이 읽어야겠지만, '플라스틱 오염 입문서와 실천 툴킷'도 다운받았습니다.

오늘 국내에서도 많은 환경단체들과 기업들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아요. 물론 이런 단체들의 행사에 참여하고, 그 외 다른 방법으로 지구의 날의 의미를 실천했어도 좋구요. 만약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저와 같이 지구의 날 네트워크에 가셔서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접하고 함께 참여하겠다고 Sign Up 하시는 건 어떨까요?

지구의 날 네트워크 바로가기 >> www.earthday.org

 

End Plastic Pollution!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자!

Reduce! Refuse! Reuse! Recycle! Remove!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플라스틱 사용을 거부하고, 반복사용가능한 대체품을 이용하고,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을 이용하며, 플라스틱 오염 지역의 제거 활동에 동참하는 것! 이것이 지구의 날 네트워크가 제안하는 행동지침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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