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눈에 띄는 소식이 하나 있었습니다. 국내 최초 '녹색특화매장'이 시범운영된다는 뉴스였는데요, 올가홀푸드 방이점이 제 1호 매장으로 지정되었는 내용이었어요. '녹색특화매장'은 환경부가 운영하는 '녹색매장'을 확장·발전시킨 개념으로, 환경을 생각하는 녹색소비문화 확산을 위해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한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매장이라고 합니다.

 

올가 방이점 '친환경 생활용품 존'

(서울=연합뉴스) 올가홀푸드가 19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올가 방이점에서 국내 최초 '녹색특화매장' 시범운영 기념식을 가졌다고 이날 밝혔다. '녹색특화매장'은 환경부가 운영하는 '녹색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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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에 기념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문을 연 올가홀푸드 방이점을 다녀왔습니다. 올가홀푸드 방이점은 전국 올가 매장 중 가장 크다고 해요. 몇년 전에 방문한 적이 있고, 당시 예쁜 외관과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녹색특화매장으로 지정되면서 3R(Refill, Recycle, Reduce)의 제로웨이스트 철학을 반영해 리뉴얼되었다고 하기에 매우 반가웠지요. 3R은 Refill(필요한 만큼만 리필 구매), Recycle(100%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패키지 만들기), Reduce(플라스틱 사용량 감소)를 뜻합니다. 1년 전부터 알맹시장을 필두로 전국 곳곳에 리필샵이 자생하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 먹거리 매장 중 선두 그룹인 올가에서 리필 스테이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궁금했습니다. 어떤 제품을, 어떤 형태로, 다양하게 운영하는 지. 그래서 주말을 맞이해 리필 용기들을 한아름 가지고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가장 먼저 무포장 야채코너가 눈에 뜁니다. 파프리카, 애호박, 오이, 무 등 다양한 유기농 및 친환경 인증 야채와 채소들이 예쁘게 담겨있었어요. 특이한 것은 각 농산물 가격표 옆의 인증서였는데요. 글자가 작아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유기농 또는 친환경 인증 내용을 담은 것 같았습니다. 뭔가 건강한 신뢰의 아우라가 느껴졌죠.

마침 당근을 사야하기에 하나를 프로듀스백에 담습니다. 셀프 저울 이용방법에는 용기를 올려놓고 영점을 맞추라는 내용이 가장 먼저 적혀있었어요. 알아서 척척 잘하지만, 혹시나 어려워하지 않을까 직원분이 달려와 주십니다. :)

오른쪽 과일 코너에도 포장이 안된 과일들이 바구니에 먹음직스럽게 놓여있었어요. 배의 경우 스티로폼 재질 보호재가 끼워져 있었지만, 필요한 만큼만 담아서 살 수 있으니 좋았습니다. 아직 프로듀스백이나 개인 용기 이용이 낯설기에 군데군데 종이봉투를 둔 것이 눈에 띄었어요. 롤비닐보다 보기는 좋았지만, 이마저도 사용하지 않도록 프로듀스백이 일상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패키지로 판매하는 과일의 경우 아래와 같은 종이박스에 담았는데 어찌나 예쁘던지. 비닐이 아니어도 내용물을 어느 정도 볼 수 있으니 분리배출도 쉽고 플라스틱 쓰레기도 발생시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비닐 덮개 없는 과일 상자 포장과 더불어 패키지에 대해 신경 쓴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였습니다. 건조 멸치의 경우에는 곡물 껍질을 원료로 만든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었구요. 생선과 고기를 담는 트레이는 옥수수 전분으로, 비닐은 슈가랩을 이용하고 있었어요. 풀잎 모양의 Zero Waste 표시가 있는 제품은 이러한 노력이 담긴 올가만의 제품입니다.

 

 

그리고 가장 기대했던 리필 스테이션으로 갔어요. 이곳에는 '에코스토어' 브랜드 제품들이 입점되어 있는데, 리필 스테이션에는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 2종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어요. 저와는 친숙한 브랜드가 아니지만, 지인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 온 친환경 세제 브랜드로 특히 젖병세정제가 아기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 인기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반은 리필하는 공간, 반은 에코스토어 완제품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제가 자주 방문한 지역 리필샵에는  주방세제, 구연산, 베이킹소다, 과탄산소다, 소프넛 등이 리필 가능하도록 판매하고 있기에, 다소 부족한 느낌은 들었어요. 리필을 화두에 내세운 만큼 무언가 새로운 대안이 있길 바랐나봐요. 가령 샴푸나 트리트먼트 등 욕실제품도 리필이 가능한...

리필샵을 이용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능숙하게 저울을 만지고 가져온 빈 통에 세제를 담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해요. 세제가 너무 찔끔찔끔 나오는 거에요. 담당하시는 직원분이 달려오셔서 여러가지 긴급조치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10분 동안 겨우 350g 담았어요. 아래 오른쪽 사진처럼요. 

이건 아니다 싶어, 직원분께 수도꼭지를 교체하거나 통 내부 막힌 부분을 뚫어야겠다 말씀 드렸고, 수도꼭지 아래에 리필통을 놓을 수 있는 받침대가 있어야지 무겁게 세제가 담길 동안 고객이 계속 들고 있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전달했어요.  더이상 리필은 포기. 다음을 기약하며 나왔습니다.

올가 방이점만의 독특한 점 하나는 나물 반찬 코너입니다. 제철 나물로 만든 건강한 반찬을 담아서 구매할 수 있는데, 개인 용기로 반찬을 리필하면 할인 혜택도 준다고 하니 이용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 경우 과거 대형마트 반찬 코너에서 개인 용기를 내밀었다가, 위생과 안전 문제로 담아줄 수 없다고 거절 당한 경험이 있기에 이런 적극적인 용기 사용 안내문이 정말 반갑더라구요.

이 매장의 다소 아쉬운 점은 친환경 기성품 코너가 작은 거에요. 정부가 인정한 친환경 제품들만 모아놓은 코너가 있는데, 이러한 기성품들은 한살림이나 생협이 훨씬 종류가 많고 다양한 것 같아요. 

또 항상 느끼는 거지만 친환경 인증이라는 제도하에 물티슈, 일회용 식기들, 플라스틱 트레이에 담긴 소량의 제품들이 메인에 진열되는 것은 제로웨이스트 방향성에는 맞지 않다고 봅니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생분해 소재 대안 수세미는 있으나 천연 수세미는 없고. 인증 받은 물티슈는 있지만 소창 행주나 다회용 대안품은 없었어요. 

제로웨이스트를 평소 실천하시는 분들이 운영하는 제로웨이스트샵은 진정성은 가득하지만 규모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유통업체의 제로웨이스트샵은 규모는 있으나 생활 속에서 부딪히고 깨닫는 세세한 고민과 철학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저는 100%는 무리더라도 매장의 50% 이상이 플라스틱이나 비닐, 과대포장 없이 진열되어 있고, 제로웨이스트 생활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진 매장을 기대한 것 같아요. 매장을 나오면서 올가의 도전이 소규모로 분투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샵 운영자분들과 맥을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한 리필스테이션을 찾는 고객들이 훨씬 많아져, 트레이에 담긴 세제보다 리필해서 쓰는 세제가 더 인기가 있고 일상화되는 바람을 해봅니다. 용기를 가져오는 용기가 일상화되고, 트레이나 포장재는 선택 중 최후의 선택이 되기를 또한 기대하구요.

이 매장을 1호로 전국에 제로웨이스트 고민을 진정하게 담은 녹색특화매장들이 많이 생기고 번창하면 좋겠습니다. 올가 방이점의 철학이 담긴 현수막 사진으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합니다. 나를 위해, 지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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