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 마음 먹고, 한동안 집에 있는 모든 플라스틱을 버리고 싶은 충동에 빠졌죠. 제 쓰임을 다하지 못한 플라스틱을 처분하는 것은 또 다른 쓰레기를 양산하는 것 뿐이다라고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한동안은 정말 모든 플라스틱이 괴물이라 생각될 정도로 멀리하고 싶었어요. 가장 눈에 밟혔던 건 총천연색의 아이들 장난감. 제가 심사숙고하여 골랐던 것들이기도 하고 선물로 받아 쉽게 보내지 못하는 장난감들 모두 플라스틱 소재였어요. 이별하고 싶어도 손에서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애들이었죠.

하지만 이러한 갈등 속에서 꼭 처분해야할 플라스틱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식기들이었어요. 장난감들과 달리 아이들의 입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것만은 꼭 처분하겠다 마음 먹었고 실행했죠. 우리집의 모든 플라스틱 식기들을 봉투에 담아 보니 보시다시피 한가득이었어요. 나눔접시, 시리얼그릇, 물통, 숟가락, 포크 등인데 이렇게나 많습니다.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하다는 제품들도 꽤 있었는데 식기들은 대부분 멜라닌 수지, 물컵과 물병은 대부분 PP였죠. 아기용 숟가락 몇 개는 실리콘 제품도 있었구요. 그 중 이케아에서 산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접시들은 후에 미술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남겨두고, 물컵 네 개는 양치용으로 남겨두었습니다. 

이와 함께 부엌에서 플라스틱인 것들을 추려보니 가장 먼저 손에 잡힌 건 이 인덱스 도마였어요. 그리고 밥솥과 함께 사은품으로 받은 플라스틱 주걱 두개. 두 물건 모두 잔 상처들이 많았는데, 그 플라스틱 가루들이 우리들 입속에 들어왔을 거라 생각하면 꺼림직스럽습니다. 도마는 나무도마로, 주걱도 옻칠이 된 나무 주걱으로 바꿨습니다.

이렇게 한 바탕 수선을 부린 후 창고 한 켠에 두었어요. 남편은 플라스틱이라 해도 쓰임이 있을 지 모르니 기분 따라 버리면 후회할거라 경고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두달이 지난 것 같아요. 다행히 플라스틱 식기들이 없어져도 대안은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기존 엄마와 아빠를 위한 브런치용 나눔접시는 아이들의 주 식사용 식기로 사용하게 됐구요. 시리얼 그릇과 파스타 등 일품요리를 담는 그릇도 사기 그릇이 있었구요. 사진에는 없지만 비록 플라스틱 뚜껑이나 스테인레스 도시락통과 식기도 있었구요. 

다만 컵은 에스프레소잔 크기의 사기컵을 새로 구매하려다가 아직은 위험하다고 판단해 옻칠한 고무나무컵을 구매했어요. 평소에는 스테인레스 수저를 사용하나 요거트와 같이 스텐 숟가락이 적합하지 않은 음식을 먹을 때를 대비해 올리브나무 숟가락도 구매했습니다. 컵은 인터넷, 숟가락은 다이소에서 구매했어요.

다이소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 드리자면, 저 숟가락은 다른 나무 숟가락을 구매한 후 반품하고 더 큰 매장에서 다시 찾아 구매한 거에요. 그 전에 구매한 건 올리브나무 재질이었는데 겉이 맨들맨들하니 티스푼으로 참 근사했죠. 가격도 천원으로 매우 착했구요. 하지만 집에 와서 꼼꼼이 살펴보니 재질에 "아카시아 나무(폴리우레탄 칠)"이라고 적혀 있는 거에요.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니스칠을 한 거였죠. 플라스틱이 싫어서 나무 숟가락을 구매했는데, 그 숟가락에 플라스틱 칠이 되어 있으니 많이 당황할 수밖에요. 혹시 저와 같은 이유로 나무 소재 식기를 찾는다면 재질을 꼼꼼히 살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천연 방수 처리인 옻칠도 방법과 도료에 따라 퀄리티가 다르더라구요. 하물며 옻칠과 니스칠은 가격면에서, 식품 적합성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산 것은 아래 제품입니다. 받침 종이에 비닐코팅도 없고, 그 흔한 플라스틱껍데기 철끈 대신 마끈으로 상품을 묶은 착한 포장이 인상적이죠. 튀니지 원목 핸드메이드 제품이라 모양과 크기가 조금씩 다르고 투박한 느낌이 납니다. 이런 원목 제품은 방수 처리가 안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한 후 세척 후 바로 말려야해요. 그리고 식용유로 기름칠을 수시로 해주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어요. 비록 플라스틱 제품이 선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다이소이지만, 나무식기 등의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고 아래와 같이 플라스틱 프리, 친환경적인 제품들도 보석같이 발견할 수 있어, 오히려 대형 마트보다 낫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다이소가 트렌드에 빠른 거겠죠, 소비자인 우리가 더 많이 이런 제품들을 찾으면 더 많은 착한 제품들을 매장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식기와 더불어 수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아이들의 수저들은 대부분 손잡이가 플라스틱이었어요. 그립감이 좋기도 하고 아이들을 혹하게 하는 캐릭터 그림을 넣는 최적의 방법이기 때문이겠죠. 마음 같아서는 바디 전체가 스테인레스로 된 수저들만 남기고 처분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했다면 아마 저 수저통에 아이들용은 단 두 벌밖에 남지 않았을 거에요. 아이들의 성화와 입에 직접적으로 들어가지는 않기 때문에 이것까지 버린다면 플라스틱 거부가 아니라 혐오인 것 같아 당분간 놔두게 되었어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저 숟가락들의 역할이 끝날 때 재질별로 잘 분리수거하여 보내려구요. 이렇게 한바탕 정리해보니 수저통도 한결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참 아이러니한 게, 알록달록 식기들을 버리면서 아이들이 찾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이들은 의외로 잘 적응합니다. 오히려 새로 생긴 나무 컵과 숟가락에 호기심을 보이고 색상 가지고 본인 것, 동생 것을 나누고 실랑이하지요. 캐릭터에 집착하는 건 아이들이 아니라 엄마였던 것 같아요. 사기 식기도, 나무 컵도 깨뜨리지 않고 잘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자라준 아이들이 참 고맙습니다. 더불어 두 아이 모두 더이상 빨대 없이도 음료를 흘리며 먹지 않을 수 있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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