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샤워할 때 거품을 내기 위해 어떤 걸 사용하시나요? 일반적으로 홑겹 형태의 샤워타올이나 공 모양의 샤워볼을 많이 사용합니다. 저희 집 욕실에도 얼마전까지 샤워볼이 걸려있었어요. 바디워시 구매 시 사은품으로 받은 것이었죠. 아이들이 아기였을 때에는 대나무 섬유 소재의 샤워타올을 이용했는데, 제 경우 거품도 잘 나지 않고 물이 흡수되면 무거워져서 만족도가 떨어졌죠. 민감한 아이들 피부에는 오히려 맨손으로 비누칠을 해주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큰 아이가 네살 때 즈음 부터는 손으로 비누칠을 해주었어요.

샤워볼의 경우 색상과 크기만 다를 뿐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열이면 열, 리에스터로 만들어졌죠. 샤워타올도 마찬가지, 나일론 또는 폴리에스터이고 우리가 흔히 스펀지라 알고 알고 있는 것은 폴리우레탄입니다. 모두 플라스틱이죠. 때타올로 유명한 이태리타올은 비스코스 레이온이란 재생섬유로 만들어졌는데, 식물성 소재인 셀룰로오스로 만들어 지기는 하나 가공과정에서 많은 환경 오염을 야기하여 문제가 되고 있죠.

2017년에 모 방송사에서 샤워볼 세균이 변기보다 많다고 해 화제가 된 적이 있어요. 그 이유는 샤워볼의 그물망 섬유에 낀 때가 잘 빠지지 않아 습식 화장실 조건에서 세균 번식이 더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거죠. 피부과 전문의 J. 매튜 나이트(J. Matthew Knight)는 그렇기 때문에 맨손 비누칠을 추천했고 샤워볼을 사용해야 한다면 최소 두 달에 한 번은 샤워볼을 교체하길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두 달에 한 번, 일년에 6개의 플라스틱 샤워볼이 쓰레기로 나온다고 생각해보세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위생을 고려해 정석대로 한다면 어마어마한 샤워볼이 지구에 버려지는 셈이 됩니다.

이런 위생적인 문제도 있고, 미세섬유의 해양 오염 문제도 있고해서 욕실의 샤워볼을 교체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가장 먼저 시도했던 방법은 면사로 수세미를 떴듯이 면사로 샤워볼을 뜨는 거였죠. 모양은 그럴싸했으나 제 경우 면사 샤워볼은 실패작이었어요. 물을 흡수하니 아주 무거워졌고 비누 먹는 하마 마냥 비누도 오히려 많이 들어갔어요. 결정적인 실패 이유는 건조였어요. 습식 화장실에서는 며칠이 지나도 샤워볼은 축축한 채 마르지 않았죠.

그래서 면사로 헹굼용 수세미를 만들듯이 구멍을 크게 하여 떠보았는데 건조의 문제점도 거품이 적게 나는 문제점도 개선되었지만 면사 특유의 습한 환경에서의 변색 문제는 어쩔 수 없었어요. 샤워 후 꼭 짜 햇볕에 말려주거나 삶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죠. 

그러던 중, 작은 아이의 기저귀 사은품으로 함께 도착한 것이 바로 이거였어요. 천연 해면 스펀지! 모양은 꼭 잘못 찍어낸 인조 스펀지 같습니다만 물을 묻혀보면 보송보송한 게 플라스틱 스펀지의 까칠거림이 전혀 없어요. 조직이 촘촘한 것 같다고 할까요. 정말 거품도 잘 일어나는데 일반 샤워볼과는 다른 잔거품이 생깁니다. 그리고 건조력은 정말 최고인 것 같아요. 잘 헹군 후 꼭 짜서 동봉된 스테인레스 집게로 집어 걸어두면, 물 떨어짐도 없이 서너 시간이면 완벽하게 건조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도 이 신기한 샤워도구를 애용합니다.

 

사실 해면 스펀지는 동어반복이에요. 해면의 영어 이름이 Sponge거든요. 만화영화 스펀지밥을 보면서 해양동물들 사이에 왠 수세미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주인공 스펀지밥은 인공 스펀지가 아닌 천연 해면을 의인화한 거라네요.

해면에 대해 잠깐 알아보면, 해면은 다세포동물 중 가장 하등한 몸의 구조를 가진 동물인데 대부분 바다에서 서식하고 있고 그 종류가 매우 많다고 합니다.해면은 18세기 전에는 식물이라고 알려져있었데요. 운동을 하지 않고 소화기관과 감각기관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죠. 18세기 초 체내의 깃세포가 운동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때부터 동물로 분류하게 되었죠. 그래서 해면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해면동물이라 부르기도 하나봐요.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해면 종류는 목욕해면류(Euspongia officinalis, bath sponge)뿐이래요. 목욕해면은 색이 검고 한천질의 물질과 각질상섬유(角質狀纖維)의 불규칙한 골격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을 건조시켜 염산에 넣어 잡물을 제거하고 옥살산[蓚酸]으로 탈색한 다음 수산화나트륨(가성소다)으로 선황색(鮮黃色)으로 만들어 물에 씻어 건조하면 우리가 접하게 되는 목욕용 스펀지가 된다고 해요. 타이완, 필리핀, 카리브해, 북아메리카의 플로리다주 등에서 생산되고 있으나 품질은 지중해의 것을 최상품으로 친다고 하네요.[각주:1]

천연 해면 스펀지 사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바로 남획에 대한 건데요, 미용용도로 마구 잘라낸 해면이 바다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주장이 있어요. 해면 특성상 아무리 많이 잘려져도 잘린 부분의 1/3 정도는 다시 성장한다고 해요. 그만큼 자생력이 강한 생물이라는 거죠.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면을 생산하는 플로리다의 경우 매년 약 6만파운드(약 2만7천kg)의 천연 해면을 수확하는데, 이 양은 2차 세계 대전 이전의 1/10 수준 정도밖에 안된다고 하네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리스, 로마 시대때부터 사용하다보니 지중해의 해면이 많이 줄었는데 인조 스펀지가 개발된 이후 다시 개수가 늘었다고 합니다. 천연 해면 스펀지 생산 비용보다 인조 스펀지 생산 비용이 워낙 저렴하다보니, 이러한 남획 우려는 아직은 기우같습니다. 해면의 생존을 가르는 건 지구온난화 문제가 남획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심각하다고 합니다.[각주:2] 더불어 플라스틱에 의한 해양 오염도 해면의 생존을 위협하겠죠.

천연 해면 스펀지는 지금의 플라스틱 샤워볼, 샤워타올을 대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연소재이고 가공과정이 단순하면서 독성이 매우 낮고 쓰레기를 매우 적게 생산해내는 프로세스이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에서는 각질제거용으로 한 뷰티 전문 방송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후 점차 사용이 늘고 있는 추세인데 Non Plastic 측면에서는 바람직해 보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용한 천연 해면은 일반 샤워볼이나 샤워타올보다 고가이다 보니, 저희집에서는 아이들만 이 천연해면을 사용합니다. 저와 남편은 면사 코바늘 샤워타올을 이용하고 있구요. 조만간 출산하는 지인들이 많은데 출산 선물로 플라스틱 포장 없는 바스 비누와 함께 이 천연 해면 스펀지를 사줄 계획이에요. 플라스틱 없는 욕실을 구상하고 계신다면 천연 해면 스펀지도 함께 고려해보세요~ :)

  1. 출처 : 두산백과 '해면' http://www.doopedia.co.kr [본문으로]
  2. 출처 : Are natural sea sponges greener than synthetic shower poufs? / mother nature network, 2009.3.2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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