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트 "친환경 아크릴수세미는 정말로 친환경일까?(바로가기)"에서 아크릴 또는 폴리에스터 실로 만든 수세미는 미세 플라스틱 섬유를 발생 시키고 바다로 흘러들어가 바다생물의 화학적 오염까지 일으킨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또한 그 대안으로 본래의 수세미로 돌아가는 것과 면, 마와 같은 천연 소재 실로 수세미를 뜨자고 말씀드렸죠.

이 포스트와 함께 제가 처음으로 뜬 면사 수세미를 보여드렸고, 그 이후에도 계속 이 면사 수세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세정력도 좋고 거품도 잘 날 뿐더러, 삶아 쓸 수 있어 위생적이라는 점에서 나날이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어머님, 친정엄마, 주변 지인들에게도 면사 코바늘 수세미를 선물로 드리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입니다. 면사가 주는 은은한 색감과 무늬가 고급스럽다는 의견도 있었고, 삶아 쓸 수 있다는 점이 좋다는 의견도 있었죠. 

저는 주방세제를 묻혀 사용하는 수세미와 헹굼용 수세미를 구분해 사용합니다. 면사 수세미를 사용하기 전에는 세제를 묻혀 거품을 내는 세정용으로 아크릴수세미를, 헹굼용으로는 옥수수소재로 된 망사형 수세미를 사용하고 있었죠. 소재가 '플라스틱'이라는 점만 빼면 꽤 괜찮은 조합이었습니다.

면사 수세미의 장점은 거품이 잘 나고 부드럽게 닦이는 반면, 건조 시간이 길고 거품이 잘 안 빠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물흡수력이 낮고 빨리 건조되는 소재로 헹굼용 수세미를 뜨게 되었죠. 면사의 굵기를 다르게, 여러 패턴으로 시도해봤는데 마음에 드는 헹굼용 수세미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마 소재가 건조가 빠르고 표면이 거칠어 수세미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마사 수세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면사와 마사 두 개의 수세미를 한 팀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 주방에는 면사, 마사 수세미와 함께 루파라 불리는 진짜 수세미 세 가지가 걸려있는데요. 주방 위생의 첫번째 조건은 건조라고 생각해, 사용이 끝나면 물기를 꼭 짜서 바람 부는 창가에 매달아 놓고 이주에 한 번 꼴로 과탄산수소를 넣어 삶아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제가 사용하고 있는 루파 수세미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아는 오이목 수세미 본래의 모양대로 자른 것이 아니라 압착시킨 거라 거품이 잘 나고 세정력은 좋으나 건조 시간이 매우 길다는 약점이 있어요. 그래서 탄 자국을 제거하는 등 강도 높은 설겆이의 세제용으로만 사용하고 있죠. (그 이상의 상황에서는 철수세미를...)

서론이 길었는데요, 오늘의 본론은 제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면사와 마사 수세미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제 코바늘은 독학으로 조금씩 깨우쳐 이제 막 중수 정도에 도달한 실력인지라 만드는 방법이 꽤나 쉽습니다. 즉, 이제 막 코바늘을 쥐기 시작한 분도 조금만 노력하신다면 훌륭히 만드실 수 있다는 거죠. 제 가이드가 미흡했다면 언제든지 면담 환영합니다.

하나, 세정용 면사 수세미 뜨기

면사 수세미는 24합 또는 18합 정도가 적합한 것 같습니다. 유기농이면 더더욱 좋겠지만 최소한 순면 100%로 선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구매해 사용한 실은 아래의 것인데, 매듭이 단단해 보푸라기도 생기지 않고 튼튼합니다. 아래 실은 18합이고, 위 직접 뜬 수세미는 24합입니다. 

세정용 수세미의 핵심은 굴곡인 것 같습니다. 접합면이 많을수록 거품이 잘 나고 잘 닦이거든요. 저는 크런치 스티치(Crunch Stitch)로 수세미를 떴는데요, 보통 파우치나 가방 패턴으로 많이 사용하나 수건, 마른행주 등으로도 자주 응용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이 코바늘 무늬가 수세미에 적합한 이유는 양면이 모두 똑같은 무늬이고 파도무늬 같은 굴곡감이 세정력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실력으로 그려 본 도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 아래 2코씩 총 4코가 한개의 앞·뒤 무늬가 되는 형태인데요. 핵심은 원하는 길이대로 짝수 사슬코를 먼저 뜬 후 사슬코 하나를 기둥코로 만들고 빼뜨기와 긴뜨기를 번갈아 뜨는 것입니다. 저는 20개의 사슬코로 시작하는데 가로 세로 10개의 무늬를 만들고 사슬코 10개로 고리를 만들죠.


도안이 어려운 분은 아래 동영상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둘, 헹굼용 마사 수세미 뜨기

제가 사용한 마사는 아래와 같은 황마얀입니다. 100% 마 소재에 두께감이 있는 실을 찾다보니 아래의 것을 선택하게되었는데 앞으로 다른 Hemp사로 수세미를 더 떠볼 계획입니다. 저 1개 얀으로 약 4개 정도의 수세미를 만들 수 있는데 비용면에서 부담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마사 수세미는 헹굼용이기 때문에 세제가 남지 않고 잘 건조되어야 하는데요. 통기성을 고려해 만든 헹굼용 면사 수세미와 비교했을 때 그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 처음 사용했을 때는 감탄을 금치 못했죠. 만들 때에는 워낙 실이 뻣뻣해 손이 좀 뻐근했지만, 완성품에 물을 묻히고 사용하다보니 많이 부드러워집니다. 이 걸로 헹구면 사기 그릇이나 유리 그릇이 뽀득뽀득 씻겨지는 것이 눈에 보였어요. 

만드는 방법은 너무 쉽습니다. 사슬코와 한길긴뜨기를 번갈아 해 사각형을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포인트인데요. 면사보다 1센티 정도 크게 제작해야 사용하면서 크기가 얼추 맞게 됩니다. 물이 닿으면 크기가 줄어들거든요.

저보다 코바늘 고수님들이 워낙 많으시기 때문에, 더 나은 방법을 고안해내시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이 도안과 방법을 공유하는 제 바람은 단 하나, 천연 소재 실로도 훌륭한 수세미를 뜰 수 있으니 더 이상 아크릴실과 폴리에스터실을 친환경이라 믿고 수세미를 뜨는 건 그만하자는 것이죠. 색감이 좋은 면사들도 아주 많습니다. 수세미뜨기 고수분들은 다양한 면사와 마사실로 분명 효과적이고 멋진 수세미를 만드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제 막 수세미뜨기로 입문하시는 코바늘 러버분들도, 공방지기 또는 실 판매자의 '친환경' 홍보 문구에 더이상 현혹되지 마시고 첫 코바늘 입문은 천연 소재로 하시기를 강추하는 바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의 코바늘 수세미를 만들고 사용해보면서, 좋은 아이디어와 노하우가 생기면 공유할게요. 행복한 뜨개질하시길 바라고, 상쾌한 설겆이하시길 또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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