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에는 코엑스 C홀에서 개최된 <2018 대한민국 친환경대전(Eco-Expo Korea 2018)>에 다녀왔어요. 친환경대전은 친환경 착한 소비생활 문화 확산을 통한 친환경 산업 및 시장 활성화를 위한 비즈니스의 장이라는 취지로 2005년부터 환경부가 주최하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가 주관하는 행사입니다. 올해에는 "보고, 느끼고, 즐기는 '착한소비' 페스티벌"이란 주제로 개최됐는데요, '(보고)지속가능한 환경, 친환경 생활의 지혜', '(느끼고)안전하고 똑똑한 소비', '(즐기는)몸으로 보고 느끼고 즐기는 친환경 생활', '지속가능한 디자인페어'와 같이 4가지 섹션으로 부스가 나뉘어 구성되었습니다.  

출처 : 2018 대한민국 친환경대전 홈페이지(바로가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환경부가 운영하는 '미세먼지 바로알기' 부스를 만나게 되는데요. 미세먼지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집안의 미세먼지를 게임으로 잡아보는 놀이도 하고, 공기정화 천연이끼인 스칸디아모스로 액자도 만들어보는 체험을 한 후 개인의 다짐을 적은 스티커를 붙이는 구성으로 되어있어요. 

 

 

 

아래 왼쪽은 집안의 미세먼지 잡기 게임을 잘해서 받은 키트에요. 미세먼지 많은 날 유용한 물건들이 담겨있는데 비타민C는 먼저 발견한 아이들이 야금야금. 공기정화 이끼 액자는 다행히 모양 그대로 집에 와 무심히 책장 한 칸에 자리잡았지요.

 

시간을 내어 전체 부스를 나름 꼼꼼이 살펴보며 돌아다녔다고 생각되지만, 기업부스에서는 제 관심사에 들만한 내용이 많이 없었어요. CO2를 절감한 가전제품, 친환경 페인트 등 어떤 측면에서는 과연 친환경적인가 의구심이 되는 제품 홍보부스도 꽤 있었거든요. PVC 홍보 부스가 그랬어요. 폴리염화비닐이 다양한 영역에 꼭 필요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세계가 플라스틱 때문에 질식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서 PVC 홍보부스가 친환경영역에 들어와 있다는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어요. 

물론 눈에 띄는 소규모 업체들도 많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잡화 브랜드인 리틀파머스는 자체 제작한 비건 레더(Vegan Leather) 제품을 선보였구요, 최근에 옻칠에 관심이 많아 알게된 '구채옻칠' 브랜드도 참가했더라구요. 그리고 등고선 모양으로 종이모형을 만든 '콘타모'라는 브랜드는 약 3센치 높이의 종이모형 만들기 제품도 선보였는데 정말 신기했어요. '페이퍼 가든'이라는 브랜드는 폐지를 모아 엽서나 카드를 만드는데 카드에 물을 주면 카드 속에 있는 씨앗이 발아하는 수제카드를 선보였어요. 수제 카드라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지만 특별한 날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갑이 열릴 뻔한 순간이 많았지만 과소비라 생각하여 참았는데, 비즈랩 DIY세트는 구매할 수 밖에 없었어요. '손끋비' 이름 참 예쁘지 않나요. 제가 알고 있는 국내 천연밀랍랩은 두 곳인데, 이 날 새로운 브랜드를 알게 되었어요. 사장님말씀으로는 부산에서 지난해부터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직 홍보가 덜되었다고 그러시더라구요. 대부분의 브랜드가 완제품을 판매하는데 아이들과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키트를 만들었다는 것이 인상깊어 지갑을 열고 말았네요. 집에 비즈랩 만드려고 사놓은 밀랍이 있음에도 불구하구요. :)

  

친환경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게 느껴진 기업 부스들과 달리 '(즐기는)몸으로 보고 느끼고 즐기는 친환경 생활' 영역은 최근 친환경 놀이와 체험의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뜻깊었다고 생각됐어요. 큰 아이도 같이 왔더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자주 들더라구요. 흙 물감을 이용해 스텐실 기법으로 액자를 만드는 체험부스도 있었구요.

  

두꺼운 코팅지의 낡은 책을 버리지 않고 팝업북으로 만들어 보는 체험도 있었어요. 책의 주요 그림을 오려내고 짜투리 종이로 입체적인 효과를 만드는데, 이야기를 한 장의 스토리로 압축해낸다는 점에서 교육적인 효과도 있고 나만의 그림책을 만든다는 점에서 멋진 활동이라 생각되었어요. 집에 있는 책 가운데 뜯어져 곧 버릴 것 같은 책들을 가지고 아이와 작업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업사이클링이 대세이긴한가봅니다. 많은 체험부스가 낡은 물건들을 새롭게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었는데요, '같이공방'은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라는 컨셉으로 '집에서 보물 찾기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특히 캔뚜껑을 이용해 머리핀을 만드는 것은 집에서 큰 아이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는 업사이클 환경교구인 '업사이클 아트박스'를 개발해 선보였는데요. 자투리 가죽으로 만든 카드 목걸이, 코팅종이인 영화 포스터로 만든 연필, 유리조각으로 만든 바다유리 목걸이, 유리공병으로 만든 무드 조명 등을 만날 수 있었고 일부는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었어요. 이 패키지의 포장재는 매쉬원단이어서 부스 관계자분께 물어보니 광고판의 뒷면은 매쉬소재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데 이를 수거해서 만들었다고 하네요. 

 

 

그 외에도 빨대를 재활용해 천장에 거는 화분을 만드는 체험도 있었고, 커피원두를 담는 자루를 업사이클한 가방, 플라스틱을 업사이클한 줄넘기 등 다양한 제품들과 체험기회를 접할 수 있었어요.

 

 

커피 찌꺼기를 점토로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에서는 직접 점토로 동물들을 만들어보는 체험 부스를 운영했어요. 하얀점토가 일반적인 것을 감안하면 검정 점토는 참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저도 직접 만들어봤는데요, 북극곰 틀에 점토를 찍은 후 채색을 했는데 북극곰은 하얀색이라는 틀을 못버리고 가슴에 반달 무늬 넣어 반달곰으로 완성했답니다.

 

 

'달촌 허니비' 부스에서는 밀랍초 만드는 체험을 했는데요. 긴 밀랍에 초심을 놓은 후 둘둘 말면 완성되는 초 간단 방법인데 포인트 장식으로 벌 장식을 꽂아줬어요. 이 부스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체험을 도와주는 도우미 학생들이 모두 청소년들이었기 때문이에요. 가장 열정적이고 신나하며 체험객을 모집하고 설명하는 모습에서 에너지를 얻고 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몇몇 부스에서는 환경과 관련한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가분들도 만날 수 있었는데, '초록콩깍지'의 김성현 작가님이 그 중 한 분이셨어요. 모아이 조각상을 모티브로 작업하시는데 그 분의 모아이 작품 엽서 뒤에는 이런 글귀가 써 있어요. "우리는 다양한 흔적을 남깁니다. 우리가 선조들의 흔적과 함께하듯 후손들도 우리가 남긴 흔적과 함께할 것입니다. 우리가 남긴 흔적 중엔 쓰레기도 있습니다. 우리가 떠난 뒤에도 오랜시간 그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둘러앉아 두런두런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종이 의자도 알고보니 핵 상징 방사능 표식이었어요. 과거에는 핵맹 작가모임으로 전시도 하셨다고 해요. 작품의 모티브에 대해,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음에 드는 작품 사진 엽서도 얻고 브로셔도 얻었습니다.

 

'친환경생활지원센터'에서는 우리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환경 표시에 대해 설명해주셨어요. 이날 배운 것 중 하나는 바로 저탄소인증제도인데요. 아래와 같은 표시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보신적 있다 하시겠지만 가운데 O모양 열매에 화살표가 들어있는 제품은 흔하지 않다고 해요. '탄소성적표지 제도'는 2009년부터 실시하는 제도인데,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 과정까지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제품에 표기하고 저탄소 배출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고 해요. 총 3단계로 인증이 이루어지는데, 1단계는 탄소배출량 인증이라고 제품의 전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 양으로 환산하여 제품을 인증하는 첫 단계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 제품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은 이렇다라고 공개함으로써 앞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활동에 동참함을 선언하는 거래요. 2단계는 배출량 인증을 받은 제품 가운데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동종제품 평균보다 적은 제품에 부여한다고 해요. 즉 이 표시를 단 제품이 진정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노력하고 기여하는 제품인 것이죠. 3단계는 탄소중립제품 인증인데, 저탄소제품 인증을 받은 제품 가운데 탄소 배출량을 탄소배출권 구매 또는 기타 감축활동을 통해 상쇄함으로써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 제품에 부여하는 인증이라고 합니다. 아직까지 3단계에 다달은 제품은 없다고 알고 있어요. 이 날 전시된 제품 중에서 2단계 표시를 부착한 제품은 단 하나였구요.  

마지막으로 제가 고대했던 체험은 바로 '면생리대 만들기'였어요. 저는 생리컵을 사용하고 있지만 혈량이 많은 날에는 일회용생리대를 병행해 사용하고 있거든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생리대를 모두 소진하면 제가 만든 면생리대로 바꿀 계획이에요. 그래서 여러 면생리대 만드는 법을 알아보고 있는데 이 곳에서도 마침 체험 행사가 있었어요. 이 곳에서 배운 방법은 분리형 생리대로 속에 가재손수건이나 소창을 덧대어 사용하는 형태였어요. 융천을 사용해보니 보드라운 느낌이 참 좋더라구요. 미리 일차 바느질이 된 것을 완성하는 것인데 그래도 30분정도 들어 생리대를 완성했어요. 패턴은 피자매연대 홈페이지에서 받을 수 있어요.(바로가기 >> http://bloodsisters.net/)

 

 

이렇게 한 바탕 돌고 나면 아래와 같이 스탬프도 받고 스탬프 완성 선물도 받습니다. 꼼꼼한 부스 도우미분들덕에 공짜 스탬프는 없었어요. 필히 체험 또는 가이드를 들어야지만 받을 수 있는 스탬프에요. 하지만 긴 노력 끝에 받은 선물은 플라스틱 재질 My Bottle 물병... :( 저희 집에 무려 5개나 있어서 베이킹소다 담는 통으로 사용하고 있다구요. 신기하게도 제게는 불필요한 물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일 수 있잖아요. 밀랍초 체험하는 동안 어느 분이 어디서 받았냐고 물으시길래 선물로 드리고 왔어요. 그 분은 저보다 더 유용하게 사용하실거라 믿습니다.

아래는 사전등록자 선착순 100명에게 준 선물이에요. 나무섬유로 만든 손수건인데 종이 마크가 선명하게 찍힌 포장은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아래는 YWCA의 에너지절약 체크리스트를 완성하면서 받은 손수건 선물. 요즘 저에게 가장 필요한 물건이죠. 플라스틱 포장이 안타깝지만 손수건 선물은 반갑습니다. ㅎㅎ


이렇게 약 3시간의 방문이 끝났어요. 캐릭터페어나 유아교육전 등 대형 행사를 일년에 두어번 다녀서, 그에 비교한다면 참 작은 규모지만, '친환경'의 큰 틀 안에서 환경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 지 체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특히 올해 행사는 비닐봉투 사용을 하지 않기로 해 남발되는 포장지가 없었구요. 곳곳에 둔 친환경 인증 받은 정수기 옆에는 그 흔한 종이컵도 없었죠. 행사장의 크기가 말해주듯이 친환경 산업이 아직 크지 않아요. 정말 좋은 취지와 아이디어를 가진 업체들도 영세하기 때문에 이런 기회가 아니면 쉽게 대중들을 만나기 어렵죠. 가끔 아이러니한 제품이나 부스를 만날 수는 있어요. 친환경 인증을 받은 종이 연필인데 포장은 플라스틱인... 피드백이 필요해요. 구매가 동반된 진실된 피드백. 좋은 취지의 작은 기업들이 성장하고 그 기업들이 많아져야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도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많이 접하고 배운 행사였고, 다양한 곳에서 묵묵히 지구와 환경을 위해 한번 더 생각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동질감을 느낀 자리였어요. 내년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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