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째날은 근로자의 날 휴일이었죠. 가족들이 오랜만에 백화점으로 나들이갔습니다. 가정의 달을 맞이해 여기저기 다양한 행사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쇼핑의 마지막은 식품관 장보기. 이날 오후에 이마트에 갈 일이 있어 식품관에서는 꼭 필요한 몇 가지만 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 첫 재사용봉투를 사용할 때가 왔어요. 바로바로 그 주인공은 오렌지였습니다~ 시식해보니 달콤새콤한 맛이 제대로인 블랙라벨 오렌지가 착한 가격이었어요. 그 외 계란, 아이들 젤리 2개가 식품관에서 산 전부였어요.

쇼핑하면서 제게 비닐봉투를 권한 수가 3번 있었습니다. 한번은 오렌지를 담을 때였구요. 두번과 세번째는 계산할 때였어요. 처음에는 종이봉투를 구매하겠냐고 물어서 장바구니 쓸거라니까 계란을 비닐봉투에 한 번 더 넣고, 남은 쇼핑물들을 다른 봉투에 넣더라구요. 계란이 깨지면 가방이 더러워질 수 있으니까 미리 배려한 것이고, 장바구니에 정리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친절임은 알겠으나 백화점 식품관은 대형마트보다도 비닐봉투 남발이 심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전 당당히 괜찮아요라고 말하고 3장의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았어요.

이 날 백화점의 다양한 행사로 받은 아이의 블럭 장난감은 제가 뜬 코바늘 재사용봉투에 넣어 아이에게 들려주었어요. 아이 손목에 꼭 맞고 내용물이 쏟아지지 않으니 아이도 참 좋아하네요. :)

그리고 아래가 제 첫 쇼핑의 결과입니다. 동물복지유정란은 기획가로 판매되고 있던 20구짜리가 아닌 15구짜리로 샀어요. 기획제품은 비닐포장이 한번 더 되어있었거든요. 계산했다는 표시를 비닐봉투가 아닌 양파망과 계란포장에 붙여주니 뿌듯했습니다. 상단에 있는 종이 상자는 백화점에서 기획한 선착순으로 구매할 수 있는 건데 종이 장난감이에요. 내용물도 종이인데 포장 박스도 점선대로 잘라 자동차를 조립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레고 블럭은 아이가 이벤트 참여해 받은 것이랍니다. 본인이 들겠다고 해서 코바늘 봉투에 넣어 주었던 그것이에요. 

오후에도 이마트에 갈 일이 있어 짧은 시간 동안 또 쇼핑을 하게됐어요. 이마트에서는 고무장갑, 우유, 아이와 제 속옷을 샀죠. 아이러니한 건 왜 기획이라고 더 싸게 내놓은 제품들은 더 많은 비닐포장이 되어있는 걸까요. 고무장갑의 경우 고리가 달린 2+1 제품이 기획으로 판매해 구매했는데, 두짝씩 한번 3장, 그리고 세 켤레 모두 묶어 한번, 총 4장의 비닐봉투 포장을 했더라구요. 우유는 팩 제품 두 개를 묶어 하나의 비닐봉투에 넣었는데 이 포장엔 분리수거 표시조차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음에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너무 좁았어요. 가격을 포기하고 비닐포장이 안 된 제품을 산다해도, 대안으로 선택한 그 업체의 제품이 환경을 고려해 비닐포장을 안한 게 아니고 단지 영업이나 마케팅을 안한 것 뿐이라고 생각하니 선택하는 데 주저하게 되더라구요. 제가 이마트에서 장 본 4가지 모두 비닐포장이었습니다. 제 속옷은 지퍼 비닐봉투에 담겨있었고 아이의 속옷은 종이 상자이나 투명 비닐 필름이 접착되어 있어 종이 재활용도 못하도록 되어 있었죠.

그래서 오늘은 첫 재사용봉투 개시라는 의미가 있는 날인 동시에 안타까움도 많이 느꼈던 날이었어요. 그러다보니 두번째 쇼핑 결과물은 부끄러워 사진조차 남기지 못했죠. 평소보다 저렴하게 잘 샀는데, 평소보다 비닐은 두 배 더 나왔어요. 어서 빨리 시정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이상 첫 재사용봉투를 사용한 IDEA MOUTH였습니다.

 

P.S. 링크된 인스타그램을 통해 챌린지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해드리고 있어요. :)   

플라스틱의 발명은 '당구' 때문?

플라스틱의 발견, 발명에는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867년을 플라스틱의 원년으로 보는데, 당구가 유행했던 1860년대에 당구공(상아재)이 부족해 대체 발명품에 상금이 걸렸다고 합니다. 1869년 미국의 하얏트 형제는 연구 중 우연히 니트로 셀룰로오드와 장뇌(녹나무를 증류하면 나오는 고체 성분으로 화약과 방충제의 원료로 쓰이는 물질)를 혼합하면 매우 단단한 물질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천연수지로 만든 최초의 플라스틱이고, 하얏트 형제는 1870년에 자신들이 만든 플라스틱을 ‘셀룰로이드’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냈다고 합니다. [각주:1]반면 영국의 플라스틱 역사협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1862년 영국 버밍엄시에서 열린 대 영박람회에 셀룰로스계 소재가 출품되어 ‘우수제품상’을 수상하고 표창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고, 이것이 지구상에 출현한 첫번째 플라스틱이라 판단해 1862년을 플라스틱 원년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썩지 않는 장점의 이면

플라스틱은 기존 재질들의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이상적인 대체제였습니다. 플라스틱은 금속이나 도자기에 비해 비중이 작기 때문에 가볍고 강한 제품을 만들 수 있고, 투명성이 있고 착색이 자유로워 디자인을 적용하기 쉽습니다. 단열성과 절연성, 방습성이 뛰어나 다방면의 기술에 이용할 수 있고, 성형이 자유로워 정밀한 제품도 만들 수 있죠. 하지만 저비용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점, 녹슬거나 썩지 않는다는 점은 플라스틱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도 처리 곤란의 쓰레기가 된 현실의 이유이기도 하죠. 영국 BBC 자료에 따르면, 플라스틱 발명 이후 현재까지 약 91억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됐는데 그 중 9%만 재활용이 되었고 나머지 69억톤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69억톤 중에서도 소각된 12%를 제외한 79%는 땅과 바다에 쌓이고 있죠. 지금의 추세라면 2050년에는 지금보다 1.5배 더 많은 약 132억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지구에 매립될 예정이라고 해요. 지금도 태평양에는 한반도 7배 크기의 쓰레기섬(GPGP)이 떠 다니고 있습니다. [각주:2]

 

플라스틱의 종류와 분류

플라스틱의 원료는 석유죠. 석유에서 추출된 나프타(조제 가솔린)가 석유화학 공장에 보내져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되는데, 에틸렌이나 프로틸렌 등 화학 반응 기술을 같은 물질의 분자와 분자를 결합시켜 합성수지 또는 중합체(폴리마)를 만듭니다. 이 합성수지는 분말이나 덩어리 형태인데 이를 다루기 쉽도록 일단 녹여서 필요한 첨가제(가공하기 쉽거나 제품에 뛰어난 성질 을 주거나 하는 것)을 넣고 가공기계인 압출기(컴파운딩기) 장치를 통해 생산된 펠렛(Pellter)을 포장하여 성형공장으로 출하합니다. 일반적으로 합성수지는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원료를 말하고 제품화 된 것을 플라스틱이라고 부릅니다. 플라스틱의 종류는 공업적으로 열을 가했을 때 발생되는 유동(流動)에 따라 크게 열가소성(熱加塑性) 플라스틱과 열경화성(熱硬化性) 플라스틱으로 구분되는데, 그 중 PE, PP, PVC, PS, ABS를 5대 범용수지라고 불립니다.[각주:3] 소비자들은 분리배출표시에 의해 플라스틱임을 접할 수 있죠. 페트를 포함해 7가지의 플라스틱으로 구분되는데 일상에서는 '플라스틱' 하나 또는 '페트'와 '플라스틱' 두 가지로 구분해 배출되고 있습니다. 

(좌) 국제 플라스틱 분류 기준 (우) 우리나라 분리배출표시제 기준

이러한 표시제는 분리배출의 의미 외에도 안전한 플라스틱을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의 판단 기준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1-PET(PETE, 페트)는 일회용 음료병에 주로 사용되는데 아무리 깨끗하게 세척했다 해도 유독물질이나 박테리아 번식이 가능하므로 절대 재사용하면 안됩니다. 2-HDPE(고밀도 폴리에틸렌)는 약간 뿌연 색으로, 잘 깨지지 않아 플라스틱병, 세제통, 장난감 등에 사용되고 인체에 무해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3-V(PVC, 염화비닐)은 투명하고 기름에 잘 견뎌 샐러드유나 식초, 샴푸용기 등으로 사용됩니다. 70˚C 이상에서는 용기가 변형되고 발암물질 판정 성분이 있다는 논란이 있습니다. 4-LDPE(저밀도 폴리에틸렌)은 신축성이 좋아 비닐봉지, 비닐장갑, 종이컵 안쪽 코팅제로 사용됩니다. 독성 화학물질로부터는 안전한 편이나 일회용 환경오염의 가장 큰 주범으로 지적받고 있죠. 5-PP(폴리프로필렌)은 지퍼락통, 포장용 죽 통, 반찬통으로 사용됩니다. 100˚C에도 잘 견뎌 전자렌지 사용도 가능하고 비교적 안전한 플라스틱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6-PS(폴리스티렌)은 투명하고 단단해 일회용 숟가락과 포크, 접시 등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가볍고 저렴하나 열이 가해지면 발암물질이 나올 수 있어 식품이나 음료를 장시간 보관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7-OTHER는 신소재이거나 2개 이상의 플라스틱 소재가 복합된 경우입니다.

플라스틱의 발암물질

플라스틱 원료는 그 자체로도 유해성 논란이 있지만, 최근에 더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제품 성형과정에 포함된 다양한 종류의 첨가제들이 환경호르몬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비스페놀 A(PBA)와 프탈레이트계의 가소제인데, 이런 물질들은 서서히 외부로 유출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열, 기름에 약해 가열하거나 기름 등에 노출될 때 더 쉽게 유출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 물질이 유출되면서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환경호르몬이 다량 방출하게 됩니다.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은 아직까지 비스페놀A가 검출이 확인되지 않아 환경호르몬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플라스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환경호르몬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플라스틱에는 환경호르몬 발생 가능성 있는 물질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012년 WHO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적으로 사용되는 800여 종의 화합물이 내분비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을 건강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용기와 포장지에 표시된 재질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식기와 같이 식생활에서 플라스틱을 사용할 때에는 환경호르몬이 검출안되는 안전한 제품인지, 고온에 견디는 재질인지 확인하고 'BPA Free' 여부를 꼭 확인합니다. 또 안전한 플라스틱 제품이라해도 장시간 음식을 보관하거나 너무 뜨거운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의 보관은 피해야하고, 반복하여 사용할 제품으로는 유리 용기를 선택하는 것이 보다 낫습니다.[각주:4]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우선 실천은 '현명한 재사용'

무지했을 때는, 똑같이 석유에서 추출된 재료로 만든 것인데 한꺼번에 큰 통에 넣어 휙휙 저어 녹이면 될 것을 왜 어려워할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인간의 욕망이 복잡하고 다양한 만큼 다난한 과정을 거쳐 태어났고, 인간 세상이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만큼이나 질긴 목숨을 보여줍니다. 플라스틱의 위험성은 비단 썩지 않고 많은 수량으로 그대로 쌓인다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인체와 자연에 접촉해  환경호르몬과 같은 독성물질을 내뿜는다는 것이죠.

지금 당장 집안의 플라스틱을 모두 치워버리고 싶지만, 그렇다고 모든 플라스틱을 거부하는 것은 현명하지도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이미 플라스틱은 거부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 일상을 잠식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플라스틱은 말 그대로 '버리면 쓰레기'이거든요. 내 주변에서 치운 플라스틱은 고대로 지구 저편 어딘가에 쌓입니다. 그렇게 쌓인 플라스틱을 우린 몇 세대가 지나 대면하게 될거에요.

지금으로써 플라스틱을 대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구매 및 사용은 최소화하되 지금 가지고 있는 플라스틱을 잘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찬장에 가득한 플라스틱 반찬용기는 세제통으로, 플라스틱 재질의 컵은 아이들 물감놀이 용품으로 사용하는 것처럼요. 재사용(Reuse)을 통해 접근하면 당장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No More Plastic!

  

  1. 참고 : 당구공, 플라스틱을 낳다 / 2016.5.20./ 더퍼스트미디어(www.thefirstmedia.net) [본문으로]
  2. 참고 : Plastic Pollution Primer and Action Toolkit /Earth Day 2018 / Earth Day Network [본문으로]
  3. 참고 : 플라스틱의 종류와 특성(플라스틱 바로알기 內) / 2011.9.26. /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본문으로]
  4. 참고 : [팩트체크] 전자레인지용 플라스틱 포장 용기, 사용해도 괜찮을까요? / 2017.6.7. /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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