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소비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포장이 플라스틱인가 아닌가가 되어버린 생활입니다. 빨리 모든 생활을 non plastic으로 바꿔버리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꼼꼼이 따져보고 천천히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우선 무언가를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대체할 방법이 있는 지 머리를 굴리고 정보를 찾아보죠. 그러다보면 제가 찾는 대안이 플라스틱일 때가 많아요. 차이점은 플라스틱을 구매한다가 아니라 집에 있는 플라스틱을 재사용한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주방도, 욕실도, 세탁실도 변화가 눈에 확 띄는 건 아닙니다.

얼마 전부터 제가 사용하고 있는 세탁세제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저희 가족은 넬리 또는 토니네추럴을 필요 시점의 가격사정에 맞춰 인터넷 주문해 사용하고 있었어요. 두 세제 모두 순한 재료로 유아 세탁세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죠. 또한 철재 케이스에 담겨있고 플라스틱이라면 스푼하나와 세제를 담은 비닐봉투 정도이지만, 인터넷 배달을 하면 항상 박스와 뽁뽁이 처리가 불편하죠. 그래서 이 정도 플라스틱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천연세제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되어 시도해보게 됐어요.

베이킹소다, 구연산, 과탄산소다 3종은 항상 구비되어 있지요. 저희 집 3총사는 요렇게 사은품으로 받은 마이보틀에 담아 사용하고 있어요. 스푼 없이 뚜껑을 열어 솔솔 뿌려 사용하죠. 구연산과 베이킹소다는 주방에 두고 청소 시 사용하고, 과탄산소다는 욕실에 두고 얼룩제거 시 주로 사용해요. 오늘의 용량은 셋 중 가장 적게 남아있는 과탄산소다를 기준으로 개량했어요.

준비물은 간단합니다. 베이킹소다, 구연산, 과탄산소다 3종에 EM발효액과 계면활성제만 있으면 돼요. EM발효액은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도 있고 원액을 사서 집에서 발효할 수도 있지만 가까운 주민센터에 가면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우유팩을 화장지로 교환하러 주민센터에 들르는 참에 EM발효액도 받아왔어요. EM발효액의 EM은 Effective Microorganisms(유용미생물)란 뜻으로 효소, 유산균, 누룩균, 광합성 세균, 방선균 등의 미생물을 이용해 악취제거, 수질정화, 금속 등 산화 방지, 음식물 발효 등의 역할을 하는 미생물 중 하나라고 합니다. 주민센터에서는 주거생활 악취제거용으로 이 EM발효액을 무상으로 배포하고 있어요.

천연세탁세제 레시피에 들어가는 계면활성제로 코코베타인이나 LES이 가장 많이 언급되나 최근에 그 유해성이 논란이 되어서 대체할 재료를 찾느라 조금 애먹었어요. 코코베타인과 LES 모두 가격이 저렴하고 세정이 잘 되어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두 성분 모두 발암유발성이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대안으로 제가 찾은 건 라우릴글루코사이드인데 비석유계 천연원료로 만들어진 친환경 계면활성제로 화장품에서 점차 세제로 쓰임새가 확장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재료의 비율은 베이킹소다 1kg : 과탄산소다 1kg : 구연산 0.8kg : EM발효액 50ml : 계면활성제 25ml. 이 비율이 보편적인 레시피인 것 같아요. 저는 처음이고 과탄산소다가 200g 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위 비율을 1/5로 줄여 만들었죠. 그랬더니 아래 스테인레스 보울에 적당히 담길 만큼의 양이 만들어졌습니다. 다섯가지 재료를 모두 섞으면 거품이 일어나요. 주걱이나 장갑낀 손으로 잘 섞은 후 2~3일 정도 건조시키면 됩니다. 중간중간 잘 마르라고 뒤섞여 주구요.

3일째되는 날인 오늘, 바싹하게 말려진 가루를 통에 담았어요. 800ml 용량의 통인데 이 통의 3/4가량 담겼습니다. 저 통은 예전 넬리 세제 프로모션 때 받은 세제 용기인데 플라스틱이지만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저 스푼은 식기세척기 세제 살 때 같이 동봉됐던 눈금 스푼인데 이 또한 유용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세탁력! 마침 아이들이 흘린 음식들로 많이 더러워진 식탁 의자 방석을 빨아야해서 이 세제로 시험해보았어요. 오래된 얼룩 빼고 대부분 잘 지워졌고 향기도 괜찮았어요. EM발효액과 라우릴글루코사이드가 아직 많이 남았기에 당분간은 과탄산소다와 구연산, 베이킹소다만 사서 세제를 만들어 쓸 계획이에요. 첫 시도를 위해 제가 구매한 것은 라우릴글루코사이드 100ml 뿐이었구요, 인터넷으로 2천5백원에 구매했어요. 이 가격에 600g정도의 세제를 얻었다면 경제적인건가요?

만드는 방법이 너무 쉬워서 만드는 동안 제가 하는 방법이 맞는 건지 의심이 되긴 했죠. 한편 모두 세탁 잘되라 도와주는 재료들인데 세탁이 안될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시험 세탁까지 마치고 그 결과가 마음에 들어 뿌듯합니다.   

이상 IDEA MOUTH였습니다. 빨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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