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생활을 해보자라고 마음 먹은 후 블로그를 운영한 지 약 3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3개월의 고비가 찾아왔어요. 요즘 저의 상태는 마음과 실천의 이질적 분리라고 할 수 있어요.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으로는 갈등하는 상황, 어떻게 해야할 지는 알겠는데 그렇게 하지는 못하는 상황이죠. 

하나, 유별나다는 평가에 대한 두려움.

플라스틱의 남발, 해악성에 대해 관심이 늘다보니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이 부분을 언급하게 되요. 그리고 제가 제 성격을 아니 이 대화가 상대방에게 불편할 지 몰라 조심하게 되죠. 마치 정치나 종교얘기처럼 말이에요. 한편 플라스틱의 해악성, 실태에 대한 제 언급이 상대방에게 어떤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을 지모른다는 이상적인 시나리오도 꿈꿉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이슈에 대한 중요도가 다르듯이 반응도 다르죠. 제가 블로그를 운영하며 처음 글을 쓸 때도, 이 부분을 이해했다고 믿었기 때문에 환경 이슈에 대한 성선설-누구나 환경 이슈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나 후천적 영향으로 실천이 어렵다, 환경 이슈의 중요성을 알기에 체감하지 못하는 사소한 한 가지라도 친환경적인 실천을 누구나 하고 있다는 제 나름의 해석-을 언급했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 상처받지 말아야 한다 다짐을 했음에도, 실제로 이러한 대화가 진행되면 상처받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제게 상처가 된 반응 중 하나는 "OO은 플라스틱 안 쓰지"와 같은 말이었어요. 저는 보편타당한 상식을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OO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저를 별종인 사람으로 판단하는 꼬리표같은 말로 바뀐 거였죠. 이 말이 제게 왜 불편할까 생각하니 여러가지가 복합적인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제 설득이 먹히지 않은 데에 대한 허무함이고, 또 하나는 상대방을 설득하기에 부족한 제 어중간한 상황-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겠다 말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상당 부분이 플라스틱인 것-에 대한 자책, 그리고 제 스스로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인정하는 용기의 부족이 아닌가 싶습니다.

둘,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용기.

만약 제가 온 집안의 플라스틱을 모두 없애고 대체안을 모두 마련한 다음 시작했다면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선택한 방법이, 가지고 있는 플라스틱들과 재사용 및 재활용으로 타협하고, 어쩔 수 없는 플라스틱 소비는 허용하다보니 오히려 스트레스가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실천의 속도가 더디다고 생각하니 답답하기만 하구요. 저는 열심히 실천한다고 생각했는데 시선을 어디에 돌려도 플라스틱은 도처에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 실천은 갈등의 연속입니다.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 수집에 대한 실천은 참 어렵습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자'는 제 오래된 신념이면서 6살 딸 아이도 아는 상식인데, 너무나 사람들은 쉽게 쓰레기를 만들고 버립니다. 가령 저희 아파트 놀이터에는 하교길 아이들이 버린 것 같은 과자봉지며 어른들의 담배꽁초가 자주 눈에 띄입니다. 미화원 분들이 일일이 청소하시는데도 말입니다. 그렇게 보이는 쓰레기를 '쓰레기네'하고 줍고 말면 쉬울텐데, 그 쓰레기를 보고 드는 첫 감정이 비상식적인 행동에 대한 분노와 짜증이다보니 오히려 손이 안가는 것 같습니다. 

셋, Out of Control.

7월은 일년 중 가장 바쁜 달입니다. 연이은 생일과 행사로 마음과 시간을 써야할 곳이 많죠. 그러다보니 부딪히는 일상에서 순발력있게 플라스틱을 거부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됩니다.

주문제작한 딸 아이 생일 답례 케이크는 투명하고 예쁜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있었습니다. 두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페어에 갔을 때 받아온 대부분의 기념품들은 비닐과 플라스틱이었구요. 올 여름 제 나름대로 열심히 거부하고 있는 홍보용 플라스틱 부채는 벌써 두 개나 집에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고민고민하여 야심차게 들여놓은 새 물건을 택배로 받아보니 거대한 부피의 스티로폼 포장이 제 마음을 짓눌렀죠.

실천이 깔끔하게 No Plastic 결과로 되돌아 오는 경우가 적다보니 더욱 지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러한 제 현실에 단비같은 책이 있었어요.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산드라 크라우트바슐 지음 / 류동수 옮김 / 양철북)」라는 책인데, 요즘의 제 심경을 어찌 그리 잘 아는 지, 제가 이 책의 저자인양 공감하며 읽었어요. 저자가 일년 반 동안의 좌충우돌 상황을 담담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과정을 거쳐 어느 경지에 올랐기 때문이겠죠. 제가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심정을 너무나 잘 담았더라구요. 이 책의 끝맺음 말은 저를 따뜻하게 위로합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그런 의욕을 유지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조언 한마디만 더. 한두 가지의 작은 태도 변화로 시작해서 서서히 그러나 확고하게 더 넓은 영역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좋다. 경험상 이런 일은 재미가 있고 기분이 좋으면 스트레스와 양심의 가책을 갖고 할 때보다 훨씬 더 잘, 그리고 더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처음부터 목표를 너무 크게 잡으면 실패하기 쉽다. 그리고 의욕이 저하되었을 때는 멋진 자연의 품에 안겨 자신의 행동의 동인이 무엇이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그것과 서로 잘 어울리는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지금 제게 필요한 건 반성과 자책보다는 여백과 여유인 것 같습니다.


P.S.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 '올바른 소비'를 위한 팁의 일부는 실천하고자 하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공유합니다.

<물건을 구매할 때 항상 유념해야 할 사항들>

- 대규모로 광고하는 제품들은 특히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 품목별로 자기가 구입하는 제품을 정해 둔다. 

- 포장이 간결한 제품을 선택한다.

- 물건을 담아 올 용기와 천 쇼핑백 또는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닌다. 

- 공짜로 주는 비닐봉지는 반드시 거부한다.

- 가능한 한 천연재료, 특히 자기 지역에서 난 것을 선택한다.

- 합성소재를 피할 수 없을 때에는 품질과 내구성이 좋고 필요할 경우 수선도 가능한 제품을 선택한다.

- '더 적은 것이 더 많은 것'이라는 격언을 항상 염두에 둔다.

- '옛' 해법을 더올려 본다.

- 각종 세제의 사용량을 감각적으로 부족하다 싶을 만큼 줄인다.

- 식료품이나 기타 소비재를 자기가 사는 곳 바로 인근에서 살 수 있는지 항상 확인한다.

- 필요하다면 공동구매를 적극 조직한다.


P.S. 혹시 저와 같은 고민이신 분이 계실까요? 그런 분들 중 이 책을 읽어보고 싶으시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제가 읽은 책이지만 드림하고 싶습니다.




지난 7월 1일 플라스틱 어택의 코스튬으로 만들었던 빨대 별이에요. 당시 저희 집은 200ml 종이팩 두유를 박스채 배달해서 마시고 있었는데요. 종이팩 하나하나에 붙어있는 빨대들을 과거에는 편리하다고 생각해 잘 사용했지만, 빨대를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실천한 후에는 이 빨대들이 처치곤란한 물건이 되었습니다. 혹시 모를 어느 날을 위해 비닐 포장채로 뜯어 모아놓고 있는데, 가끔 규칙을 어기고 편리를 찾을 때면 어김없이 5분의 역할을 다하고 분리배출 대상이 되어버리는 빨대가 나옵니다. 이러한 플라스틱 빨대는 부피도 작고 세척도 어려워 분리배출해도 재활용이 잘 되지 않아요. 그래서 더이상은 빨대가 부착된 소포장 두유는 마시지 않겠다고 마음 먹고, 우리 집에서는 마지막으로 사용된 이 빨대들을 나름 기념함과 동시에 이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작은 소품을 만들었어요.

빨대로 별을 만드는 방법은 몇가지가 있는데, 의외로 이렇게 만드는 방법은 잘 안알려진 것 같아 소개해 드릴게요.

이름하여 "지구를 위한 아름다운 이☆(별)"입니다.

준비물로는 같은 길이와 굵기의 구부러진 빨대 5개가 필요해요. 두유팩, 주스팩에 붙은 빨대로 만들면 손목에 낄 수 있는 크기가 되고 카페에서 사용하는 구부러진 빨대는 그보다 더 커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하얀색이지만 각자가 가지고 있는 빨대 디자인에 따라 색상과 무늬도 달라 질 것입니다.

방법은 초간단해요. 5개의 빨대를 같은 방향으로 차례로 연결해주세요. 빨대의 한쪽 끝부분을 아래처럼 접어서 넣으면 쉽게 잘 들어 갑니다. 5개의 빨대를 모두 연결하면 아래 오른쪽과 같은 오각형 모양이 돼요.

 

그런 다음 아래 동영상처럼 비틀며 접은 후 한 쪽 별 모양 끝을 뒤쪽으로 넣으면 끝! 완전 쉽죠~!

플라스틱 어택 코스튬 때에는 행사 의미를 좀 더 부각시키고 팔찌로서 내구성을 보완하기 위해 빨대끼리 곂치는 부분에 마이쮸 개별 포장 비닐을 줄 삼아 묶었어요.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한다면 이대로도 괜찮다고 생각됩니다. 비트는 과정에서 빨대의 주름 부분이 꼬였다면 꼬인 빨대를 잡고 살짝 돌려주면 꼬인 것이 풀려요.

여러개의 빨대 별을 만들고 낚시줄을 끼워 모빌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구요, 유산지나 천을 덮고 납작하게 만들어 북마크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아요. 참 쉽게 만들 수 있는 별이지만 클래식한 맛이 살아있습니다. 딸 아이에게 마술이라며 빨대 5개로 순식간에 별을 만드니 매우 신기해하고 재밌어했어요. 6세 아이도 금방 배워서 따라 만들더라구요.

매일 버려지는 빨대가 아깝다면. 빨대와의 의미있는 이별을 준비한다면, 이런 방법의 재활용은 어떨까요? 

이상 IDEA MOUTH였습니다.


어제(7월 10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기업 뉴스가 있었는데요, 바로 스타벅스의 일회용 빨대 퇴출 계획 발표였습니다. 스타벅스는 2020년까지 전 세계 2만8천여개 매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대신에 차가운 음료를 주문하는 고객에게는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전용 리드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이 리드는 본사 매장 한 곳에서 시범 사용된 후 현재는 니트로 제품과 콜드브로 폼 음료에 한해 미국과 캐나다의 8천여개 매장에 적용되고 있는데, 프라푸치노를 제외하고 차가운 음료의 보편적인 형태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스타벅스 연구진들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이 리드는 크림 제품과 니트로 제품을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프라푸치노의 경우 종이나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 빨대를 고객이 원할 경우에만 제공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클로즈드 룹 파트너즈와 진행하고 있는 NextGen Cup Challenge는 계속될거라고 합니다. 스타벅스는 궁극적으로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기존 리드와 빨대 구조를 빨대 없는 리드 형태의 디자인으로 만들었고 이는 빨대 없이 마시는 차가운 음료로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고 있죠. NextGen Cup Challenge는 용기 전체가 재활용 가능하고 차가운 음료 뿐만 아니라 뜨거운 음료에도 적합한 대안을 모색한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스타벅스 코리아도 '그리너(Greener) Starbucks Korea'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 푸른 스타벅스를 가꿔가겠다는 의미로 제품(Greener Product), 사람(Greener People), 매장(Greener Place) 등 3가지 분야에서 진행된다고 하는데요. 우선 플라스틱 빨대 퇴출과 비닐 포장재 감축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안에 종이 빨대를 도입하여 시범운영을 거친 뒤 전국 1,180개 매장에 순차적으로 도입한다고 발표했어요. 현재 스타벅스 코리아에서 1년 동안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빨대는 약 1억8,000만개로, 종이 빨대 도입 시 연간 지구 한 바퀴에 해당하는 총 37,800km 길이, 126톤 무게의 플라스틱이 절감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합니다. 제품 포장을 위해 일부 사용해 왔던 비닐 포장재도 친환경 소재 포장재로 바뀌고, 빨대 비닐은 종이 포장재로 대체했으며, 각종 MD 제품을 포장하는 에어캡(일명 뽁뽁이)도 종이 포장재 등으로 바꿔 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재 매장 내 상시 비치하고 있는 플라스틱 커피 스틱은 친환경 소재의 스틱으로 대체를 검토하고 고객 요청 시에만 제공할 예정이며, 여러 잔의 테이크아웃 시 제공되던 4컵 캐리어와 비닐 봉투도 재고가 소진되는대로 종이 소재 포장재로 대체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또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개인 컵 사용 고객 혜택을 강화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개인 컵 사용 시 제공하는 300원 할인 혜택과 더불어 ‘에코 보너스 스타’ 제도를 추가 도입해 올해 안에 시행할 예정인데, 이 스타벅스 리워드 회원 고객은 개인 컵 사용 시 300원 할인 혹은 별 한 개 추가 적립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수정한다고 합니다.

기업의 노력이 계속되는데 소비자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요. 개인 텀블러를 휴대하고, 매장에서는 머그컵으로. 스타벅스도 궁극적으로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대안이라고 밝힌 것처럼,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습관도 지구를 위해 필요합니다. 스타벅스의 환경을 위한 노력을 응원하고, 우리 소비자들도 지구를 위해 함께 노력해요~ :)


예전 포스트(바로가기)에서 아이스팩이 재활용도 안되고 모두 쓰레기로 버려야 해서 골칫거리라고 언급한 바있습니다. 그리고 마켓컬리 등 몇몇 기업이 아이스팩을 수거한다고 소개해드렸는데요. 오늘(7월 9일) 현대홈쇼핑과 현대mall이 홈쇼핑 업계에서는 최초로 아이스팩을 수거하고 재사용하는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벤트 페이지 바로가기>>>

현대홈쇼핑이 1년에 사용하는 아이스팩은 약 300만개라고 합니다. 홈쇼핑 업계에서 사용하는 아이스팩은 약 1천만개로 추정되구요. 가정에 배달한 뒤 따로 회수하는 시스템이 없어 한 번 사용 후 대부분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는데, 아이스팩 안의 젤리같은 성분은 1%의 폴리머와 99%의 물로 구성되어 있지만 하수구에 버릴 경우 폴리머가 수질을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현대홈쇼핑이나 Hmall에서 냉동식품을 구입한 후, 받게된 아이스팩은 모은 후 현대mall 이벤트 페이지에서 수거 신청을 하면 10개는 2천원, 20개는 5천원, 30개는 1만원의 hpoint를 적립해준다고 하네요. 7월 한달 간 응원 댓글을 적어준 분들 중 20명에게는 배스킨라빈스 파이트 사이즈 아이스크림도 추첨을 통해 증정한다고 합니다.

현대홉쇼핑은 8월 1일부터 '아이스팩 회수' 신청을 받아 2일 이내에 택배 업체 직원이 찾아가 수거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모인 아이스팩은 세척과 재냉동 과정을 거쳐 식품 협력업체에 전달한다고 합니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개당 500원 정도 하는 아이스팩 구입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고 하네요. 시범적으로 고객 1천명의 신청을 받아 운영한 뒤 올해 안에 아이스팩 회수를 전면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일차적으로는 자사 아이스팩이 대상이지만 향후 점진적으로 타사 아이스팩도 수거 대상에 포함시킨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해당 이벤트 게시판에는 소비자들의 응원 댓글이 많이 달렸는데요, 대부분 이러한 친환경 행보에 대해 공감하고 칭찬하는 내용이었어요. 현대홈쇼핑, Hmall을 시작으로 이러한 아이스팩 회수 및 재사용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면 좋겠습니다.



저희 집 식탁 위에는 항상 미용티슈와 물티슈가 놓여있습니다. 필요할 때 손 쉽게 사용하기 위해 이런 꾸러미가 방마다 놓여있구요. 티슈는 코 풀 때, 가볍게 입 닦을 때 주로 사용하고 물티슈는 아이들 흘린 거 치울 때, 식탁 닦을 때, 바닥에 흘린 거 닦을 때 등 여러 용도로 사용하고 있어요. 일회용컵, 일회용봉투, 일회용빨대, 플라스틱 생수에 이어 7월에는 어떤 변화를 도전할까 고민했을 때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이 바로 이 티슈들. 언제부터인가 우리 가족이 소비하는 생활용품 중 필수품이 되었는데 그만큼 우리 집 쓰레기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티슈 사용량이 다른 집들보다 많아요. 물티슈의 경우 10개 들이 한 박스를 사면 짧으면 한 달, 길면 두 달만에 모두 소진하고 말죠. 그래서 도전이 주저주저했어요. 티슈를 포기하면 그 대체제를 무엇으로 해야할 지 고민했죠. 월초에 갑자기 심해진 비염으로 티슈 없이 어떻게 살지 막막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계획을 구체적으로 잡아봤습니다.

우선 처음은 나부터 미용티슈와 물티슈를 사용하지 말자. 그 후 헹주 대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티슈를 없애고, 걸레 대용으로서 사용하고 있는 티슈를 끊고 마지막에는 화장실 용도 빼고 모든 티슈를 우리 집에서 없애자라구요. 이렇게 계획을 단계적으로 세운 이유 중 하나는 대체제때문입니다. 헹주용 티슈 대신에 소창 재질 행주, 걸레용 티슈 대신에 낡은 옷들 리폼한 걸레로 결정했는데 그 대체제를 위해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고민이 많이 들었거든요. 가령 앞으로 계속 사용할 헹주를 완제품으로 살 것인가 만들어 쓸 것인가의 고민과 같은 거죠. 걸레도 걸레 용도로 사는 것이야 당장 실천할 수 있겠지만 걸레에 비용과 자원을 사용한다는 것이 선뜻 용납이 안갔습니다. 걸레는 모든 천의 재활용 최종단계라고 생각됐거든요. 그래서 아직 저희 집에 남아있는 곽티슈와 키친타올, 물티슈를 다 쓰는 시점을 D-Day로 결정하고 각각의 티슈들이 끝을 보일 때까지 대체제를 마련하겠다고 계획했어요. 

첫 단계인 미용티슈와 물티슈 사용하지 않기의 대체제는 집에 많이 있는 가재손수건들입니다. 저희 집에는 아이 출산 때 열심히 모아둔 가재손수건들이 50장 정도 있어요. 정말 제 돈 한 푼 안들이고 오로지 사은품과 선물로 받은 것들인데도 양이 많죠. 출산 때에는 필수품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쟁여두었는데 물티슈에 의존하다보니 50장 중 정말 사용하는 것은 서너개 정도입니다. 이 가재손수건을 활용해 식탁 풍경을 아래처럼 바꿨어요.

이건 물티슈케이스인데요, 과거 캡 없는 물티슈를 샀을 때 사은품으로 딸려온 거에요. 디자인은 그닥 마음에 들지 않지만 튼튼한 대체제인 건 맞는 것 같아요. 아래처럼 가재손수건을 길게 접은 후 반으로 포개줘요. 그리고 한 쪽면을 맞물듯이 지그재그로 쌓아주면 톡 잡아 당길 때마다 딸려오게 됩니다. 

   

일반 티슈처럼 톡 뽑아 쓰고 다 쓰면 뒤집어 뚜껑을 연 뒤 채워넣으면 되요.

휴대용도 마찬가지에요. 마침 홈패션 수업 첫 시간에 매직파우치(생리대 파우치)를 만들었어요. 하지만 전 생리컵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리 필요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같은 방법대로 손수건을 접어 넣어놓고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뽑아씁니다. 파우치에 약 5개 정도 들어가네요. 손수 열심히 만들었는데 때마침 필요한 곳이 생기니 기분이 좋은 것 있죠. 

 

7월 1일 처음 시작한 후 사실 요 며칠간은 엉망진창이었어요. 감기에 비염까지 너무 힘들어서 손수건은 손수건대로 미용티슈는 미용티슈대로 엄청 썼거든요. 외출해서도 손수건이 동이 나면 티슈 동냥을 하기도 했죠. 코 묻은 더러운 것을 어서 빨리 내게서 멀리 보내고 싶은 욕망은 너무나 오랫동안 제 몸에 켜켜이 베어 있었습니다. 많다고 생각했던 50개 손수건이 금방 동이 납니다. 더럽다는 생각에 손으로 애벌빨래를 하고 세탁기로 또 세탁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세탁량이 늘었어요. 다행히 손수건 재질이 얇다보니 금새 마릅니다.

이런 생활에 대해 의도는 찬성하나 이 정도까지 해야해라고 말하는 남편과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하나. 제가 이렇게 하겠다 이야기했더니 남편의 말. "손수건이 오히려 비위생적이야. 코 풀고 몇 분 지나면 세균 번식하잖아. 그것보다는 티슈로 풀고 버리는 게 낫지." 이 말에 잠깐 머뭇거렸던 저를 후회했는데요. 열심히 곱씹어 보니 우선 콧물이 더럽다는 인식이 우리에게 너무도 뿌리 깊이 박혀있다는 데 좀 놀랐습니다. 콧물은 외부 유해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고 연약한 조직들이 마르지 않고 촉촉하게 유질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점액질로 물과 단백질, 염분으로 구성되어있는 미끌미끌한 액상 형태의 물질입니다. 감기에 걸리면 점액의 분비량이 증가하게 되고 끈적거리게 되는데, 몸에 침투한 바이러스와 세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방어하기 위해 점액이 보호벽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 점액은 수분이 주이고 염분과 당단백질 등으로 되어 있으며 여러 백혈구가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또 항균물질, 항바이러스 물질 및 기타 면역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비강내에 침입한 세균은 점액층의 여러가지 살균물질로 처리되어 콧물의 균배양검사에서도 거의 균을 발견치 못하게 된다고 하네요. 콧물은 더러운 것이 아니라 불편한겁니다. 몸에 묻었다고 바이러스가 옮겨다니고 그런 건 아니란거죠. 그럼 무엇으로 닦느냐는 선택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전 베어낸 나무로 만든 고급 천연펄프 미용티슈 대신 가재손수건을 사용하겠습니다.

둘. 아침에 남편이 아침밥을 먹고 가재손수건을 사용하려다가 한 말. "입만 닦고 나갈 건데 손수건 쓰려니 아까워. 티슈 주면 안돼?" 이 말도 시간이 지난 후 곱씹게 되었어요. 입만 닦는 가벼운 행동을 하는데 있어서 티슈를 더 선호한다는 게 놀라웠죠. 그 반대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입만 닦을 건데 바로 쓰레기가 되는 티슈 사용하기가 아까워. 손수건으로 닦고 저녁 때 다시 쓸게"라는 말이 본래 더 맞는 게 아닐까요? 남편의 입장은 다른 측면에서 이해는 돼요. 티슈는 버리면 끝이지만 손수건은 조금이든 많이든 오염이 되면 빨아야 하고, 그 노동을 해야하는 제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랬겠죠.  

비단 남편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손수건을 신사 또는 숙녀의 기본 에티켓이라 여겨졌던 시기는 과거로 취급받습니다. 휴대용티슈는 물론이고, 물티슈의 종류도 정말 많아졌죠. 비데용 물티슈, 클렌징 티슈, 여성용 물티슈, 손 전용 티슈, 엉덩이 전용 티슈, 살균 티슈 등. 티슈도 용도에 맞게 가지고 다닐 때 센스있다고 얘기 듣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제 선택인 손수건은 구식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전 클래식이라 읽고 다가오는 에코시대의 복고 에티켓이라 주장할겁니다. ㅎㅎ   

7월의 도전은 정확히 말하자면 "휴대용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자"입니다. 외출 시 손수건을 사용하면 2점, 물티슈나 티슈를 사용하게 되면 -2점. 이렇게 점수를 메기고 리워드를 주려고 해요. 물티슈는 오직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한 둘째 아이의 변 처리를 위해서만 사용하려고 해요. 이 약속이 잘 지켜질 수 있을까요? 그나저나 손수건 잡아먹는 이 코감기부터 얼른 나아야할텐데 말이죠. ㅜㅜ


참으로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어요. 미션 장소는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내 홈플러스. 제가 사는 곳에서 지하철로 1시간 30분 떨어진 거리죠. 쇼핑하는 기분으로 가족 모두가 같이 가려했는데, 거리가 너무 멀고 비가 많이 내려, 결국 엄마만 가기로 결정했어요. 많이 소심한 성격에 긴장했는 지, 전 날 밤은 잠이 잘 안오더라구요.

이 날의 드레스 코드는 화이트 티셔츠에 비닐봉지, 플라스틱으로 꾸미기. 어떤 걸 준비해갈까하다 아이들 미술재료로 모아 둔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목걸이를 만들었어요. 연두색은 작은 아이의 액상분유 뚜껑, 주황색은 큰 아이의 녹즙 뚜껑인데 날짜 보이시죠? 벌써 몇해 묵은 것들입니다. 만드는 방법은 엄청 쉬운데 현장에서의 반응 또한 좋았던 아이템이었어요. 색상 배치가 괜찮아서인지 언뜻 보면 병뚜껑인지 모르셨던 분들도 계셨구요.

지하철에서 열차기다리며 간밤에 만든 빨대별도 사진찍었어요. 저 별은 나름 제 야심작이었는데,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아름답게 이별하는 방법이랄까..두유팩에 붙어있는 빨대 5개로 만든 건데 플라스틱오염 퇴출 1호인 플라스틱 일회용 빨대와 이제 작별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연결고리 부분은 아이들이 사랑하는 마이쮸 개별 비닐포장으로 묶었어요. 나름 팔찌입니다.

의미 듬뿍 담아 소품 준비하고서는 정작 현장에서는 소소하게 치장하고 손바닥에 '비닐, OUT' 적은 뒤 소심하게 셀카 한 장만.... 남편에게 인증샷으로 보내니 남편 왈 "무슨 죄 지었냐고....". O.M.G.

그 날 약 30명 정도가 와주셨어요. 약속 장소에서 OT받고 매장 내부로 들어가서 자유롭게 쇼핑하고 야외 집결지에서 포장을 모두 뜯고 가져온 용기에 담은 후 같이 구호를 외치는 여정이었죠. 생각보다 많은 취재 인원에 깜짝 놀랐어요. 가장 핫한 퍼포먼스를 보여 준 참가자에 대한 관심은 아래 사진 정도. 지나가시는 분들, 오늘도 영화 촬영왔냐고... 

저 취재 열기의 주인공은 바로 이분이십니다. 강렬하게 플라스틱 비닐봉지 과대포장 OUT 메시지를 몸으로 보여주고 계시는데, 많은 매체에 이분의 사진이 실렸어요.

이 후 야외 집결지에서 각자 산 물건들의 플라스틱 포장을 모두 뜯어 한 데 모았구요, 각자 가져온 용기에 다시 담았어요.

 

그리고 함께 모여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칩니다. 여러 메시지가 있었지만 가장 강렬했던 건 역시 "껍데기는 가라!".

전 어디있냐구요? 저 뒤 "포장재 가이드라인 마련하라" 팻말을 들고 있는 게 접니다. 사진도 소심하게.

아래 왼쪽 사진은 이 날 제가 장 본 것들이에요. 돌아가는 길도 먼 길이라 신선제품은 거의 못샀어요. 과일, 야채, 설탕, 아이들 간식, 그리고 제가 애정하는 그롤쉬맥주. 그롤쉬맥주는 친환경 병 디자인으로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제작되었어요. 저희 집에서는 500ml 플라스틱 생수병 대신 저기에 담아 놓고 외출 시 하나씩 가져가죠. 저런 모양의 병을 돈 주고 사려면 약 5천원인데 행사 가격으로 세 병에 9천5백원 정도에 샀어요. 맥주도 먹고 병도 얻고 일석이조 아닌가요. 그롤쉬는 홈플러스에서만 팝니다, 제 경험으로는요. 

제가 속도가 너무 느리고 현장 분위기에 정신이 없어서, 깜박하고 현장에서 포장재 벗기고 용기에 담는 사진을 못 건졌어요. 무거운 짐을 이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결국 남편에게 SOS쳐서 중간에 만나 차로 돌아왔죠. 집에 돌아와 축 쳐져있다가 겨우 정신 차린 후 장 본 사진을 찍어보니 참기름이 어디로 도망갔네요. 젤리는 아이들이 벌써 반 이상 먹어 버렸구요... 이렇게 플라스틱 어택@서울의 하루가 지났습니다.

 

다행히 여러 매체에서 관심을 가져줘서 노출이 많이 된 것 같아요. 더구나 이 날 밤 11시에 SBS 스페셜에서 <식탁 위로 돌아온 미세 플라스틱>을 방영해 사람들의 관심도 부쩍 늘어난 것 같아요. 이 날 현장에서 만난 분들은 환경단체 소속이신 분도 있었지만 대부분 자발적으로 동참한 사람들이었어요. 블로그 이웃분들이나 인스타그램 팔로워분들도 계셨는데 얼굴을 모르니 지나고 나서 이분도 여기 계셨구나 알게됐습니다. 이 날 제 개인적으로 뽑은 베스트 드레서였던 루비아님은 제가 즐겨 방문하는 네이버 블로그 이웃님이셨어요. 저보다도 더 생생하게 현장 분위기를 담아 후기를 작성하셨더라구요.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바로가기>>)

이런 행사 참여는 처음인지라, 많이 긴장되었지만 관심을 같이 하는 동지애가 느껴지는 현장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행사는 과거형의 뉴스거리일 뿐이겠지만, '맞아, 플라스틱 포장 너무 심해. 바꿔야해'라고 한 분이라도 공감 해주신다면 하루 고생을 보상하는 활력소가 될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좋은 경험이었고, 이름모를 어느 분들에게는 좋은 자극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No More Plastic!!!


이번 달 처음 재사용빨대 사용을 도전하면서, 도전이 우려한 것보다 어려운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텀블러를 챙기면 자연스레 떠올랐기 때문에 외부에서 사용하는 것은 별 무리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실패의 날이 있었던 이유는 어처구니 없게도 제 텀블러에 꽂힌 일회용 빨대 때문이었어요. 일부 소형 매장에서 텀블러로 아이스음료를 주문하면 서비스 차원에서 텀블러에 일회용빨대를 꽂아주더라구요. 버거 포장 시 빨대가 필요없다고 말했음에도 바쁜 점원은 친절히 빨대를 넣어주기도 하구요.

재사용빨대는 집에서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아이들에게 우유나 주스를 따라줄 때도 예외가 없죠. 이번 달에는 집에서의 재사용빨대 사용은 일상적이라고 생각되어 리워드에 포함하지 않았는데 그런 구분 없이 표시를 하는 게 보다 공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빨대에 대해 난처한 점은 기존 빨대들이에요. 두유와 같이 소형팩들은 모두 하나씩 빨대가 포장되어 있는데, 이를 사용하냐 안하냐의 고민이 아직도 들고 있어요. 모아두자니 평생 빨대로서는 사용할 일들이 없을 것만 같은데, 사용하는 것도 망설여지구요. 그런 고민을 하고 있자니, 다음에는 절대 빨대가 붙은 소형팩은 사지 않겠다 다짐하게되죠.

또 하나의 작은 변화는 기존 아이의 빨대컵 가운데 더이상 못쓰는 컵들의 빨대 부분을 재사용빨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빨대컵의 빨대는 대부분 투명한 실리콘 재질인데 두께도 적당히 얇아서 두유팩 구멍에도 맞아요. 팩에 붙은 빨대를 사용하는 대신에 이 빨대를 대신 사용하고 있어요.

재사용빨대 사용 첫 달은 이러했습니다. 두번째 달은 첫 달보다 더 꼼꼼이 챙기려구요. 그와 동시에 남는 빨대를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할 방법을 찾아보아야겠습니다.


비닐봉투 대신 재사용봉투 사용하기 도전 두번째 달, 쇼핑패턴도 달라진 것 같아요. 쇼핑의 기준 중 하나가 '비닐포장 유무'가 되다보니 대형마트에서의 쇼핑량이 많이 줄었습니다. 야채나 과일도 리스트에 있는 것 중 비닐포장이 아닌 것만 골라사다 보니 한 번 쇼핑에서 구매하는 청과물의 수는 2~3개 정도에요. 그리고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썪어서 버리는 일이 없도록 재료 중심으로 요리하게 되었구요, 이러한 패턴이 쇼핑 비용도 덩달아 줄이는 효과를 미치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는 아파트단지내 들어선 시장에서 장을 봤어요. 시루에 키워 파는 콩나물을 재사용봉투에 담아왔죠. 여러군데 장사하러 다녔는데 콩나물을 비닐봉투에 안넣어가는 사람은 처음이라던 사장님 말이 기억이 나요. 저만 그렇게 느끼는 지 모르겠지만, 면으로 된 재사용봉투에 담긴 채소들이 더 오랫동안 신선한 것 같아요. 면이 어느정도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어 쉽게 무르지 않는 것 같은데 심리적인 것일수도 있습니다. ㅎㅎ 

 

또 하나는 비즈랩을 재사용봉투로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비즈랩은 특히 큰 아이의 요리수업 때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큰 아이가 참여하고 있는 요리수업은 매 시간마다 한 가지씩의 요리를 완성해서 집으로 가져가요. 안내문에는 용기를 집에서 가져오라 적혀있지만,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고 선생님도 포장지부터 가지고 갈 수 있는 용기(일회용 종이그릇, 호일그릇 등)와 담아갈 비닐봉지까지 모두 준비하시죠. 큰 아이는 첫 시간부터 용기를 가져갔어요. 다만 엄마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수업 후 집에 갈 때 가져갈 수 있도록 포장하는 것이라 선생님이 일차적으로 준비해 놓은 용기는 가져갈 수밖에 없더라구요. 요리 크기가 대부분 제각각이라 맞는 용기도 찾기 어렵고, 아이들은 완성한 그대로 집에 가져가길 원하잖아요. 용기 크기에 맞게 잘라가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죠. 대부분의 아이들은 선생님이 나눠 준 비닐팩에 요리를 담고 손잡이가 있는 비닐봉지에 담아 갑니다. 저희는 비즈랩을 뚜껑삼아 포장하여 컨버스백에 담아오죠. 지금까지의 네 번 요리 중 세번은 모두 그렇게 했는데, 한번은 비즈랩을 사용할 수가 없었어요. 그 이유는 그 날 요리가 또띠아 피자였는데 갓 구워내서 뜨거웠거든요. 빨리 자리를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서 비즈랩은 뜨거운 요리에는 적당하지 않아 그 날은 어쩔 수 없이 선생님이 주신 비닐팩에 담았죠. 담아서 가져오며 문득 생각이 드는 것은, 비즈랩은 비즈왁스가 녹을 수 있으니까 뜨거운 걸 피하는 건데 폴리프로필렌 재질의 비닐랩은 저 고온에서 전혀 영향을 안받을까라는 거였죠. 비닐팩에서 나오는 독성물질이 비즈왁스가 녹는 것보다 더 나은 걸까요.

쇼핑 패턴이 소량구매로 바뀜에 따라 재사용봉투를 사용한 횟수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매주 월요일 비즈랩으로 대체한 아이의 요리수업 비닐팩도 리워드에 포함했어요. 7월에는 더 잘할 수 있겠죠. :)



월말이 되면 더욱 정신 없이 바빠지네요. 월 초반의 강한 의지도 조금씩 흐릿해지는 것 같구요. 그래도 한 달 동안 내가 약속을 얼마나 잘 지켰나 돌이켜보면 뿌듯해집니다. 성실했구나, 자신을 위로하고. 열심히 살았구나, 자신을 토닥이죠.

텀블러 사용하기는 손에 많이 익은 듯 합니다. 외출 시 필히 텀블러를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가져가지 않을 시에는 머그컵을 요구하거나 커피의 욕망을 과감히 차단합니다. 약속을 지켰다 안지켰다 기록하는 방법으로 인스타그램에 실시간 사진으로 기록하는데, 텀블러 챙기는 것보다도 힘든 것은 사진 찍는 것인가 봅니다. 본래 사진을 찍는 것, 찍히는 것 모두 익숙하지 않기에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아래의 사진들은 지난 한 달의 텀블러 사용 기록 일부입니다. 6월이 의미가 있었던 건 지난 달 남편에 이어 주변 사람들에게 텀블러 사용을 권하게 됐다는 점이죠. 큰 아이와 요리 수업을 같이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수업 시간 동안 엄마들은 가장 가까운 커피점인 스타벅스에서 아이들을 기다리죠. 그러면서 자연스레 텀블러 사용의 장점을 공유하게 되었고, 한 엄마가 텀블러를 챙기더니, 다른 엄마도 텀블러를 가져오기 시작했어요. 제가 긍정 바이러스가 됐다니, 영광스럽고 뿌듯했어요. 그 외에도 백화점 무료 서비스 커피도 텀블러로 받는 도전을 했구요, 글로쉬 맥주병을 재사용해 플라스틱 생수병 대신 물병으로 사용하기도 했죠.

이러한 의미들의 연속이 텀블러 놓고 간 날이 전혀 없는 한 달을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7월에는 텀블러 사용 바이러스가 더욱 널리 퍼져나가면 좋겠어요. 7월은 Plastic Free의 달이니까요. :)

  

  

아울러 텀블러 사용하기 실천은 어느정도 자리잡았다고 생각되어 7월까지 진행하고 리워드 도전은 마치려고 합니다. 여러 장소와 상황에서의 텀블러 사용 모습은 인스타그램(@nomoreplastic_korea)에서 자주 보여드릴게요. 


지난 6월 20일에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4차 열린소통포럼이 있었어요. 이 날의 주제는 <재활용품, 자원이 될 것인가, 쓰레기가 될 것인가>였는데요, 제가 직접 참석한 것은 아니었지만 유투브로 생중계되었고 그 날 발표를 맡은 세 분의 영상은 추후에 편집되어 올라왔어요. 이병화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과장님은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재활용 폐기물 종합대책'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구요.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님은 자원순환 실현을 위한 방안을 전문가 입장에서 설명했어요. 세번째는 배민지 매거진 '쓸' 편집장님이 일상 실천을 돕기위한 민간 차원의 노력에 대해 발표했어요.

세 분들 모두 유익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홍수열 소장님 발표였어요. 다양한 외국 사례들을 많이 소개해주셨는데, 익히 알고 있던 내용도 있었지만 획기적이고 신기한 내용들이 많았어요. 택배 포장을 줄이기 위한 외국 업체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들은 멋지기까지 했구요. 소장님의 발표의 요점은 이겁니다. "생산과 유통 단계에서 혁신이 일어나야한다. 소비자와의 실천이 결부되면서 플라스틱 사용이 줄어든다. 소비자의 실천만 강요하면 안된다". 소비자가 "플라스틱 싫어"라고 말할 때 마음가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사회적 인프라이며, 그 구조는 생산과 유통에서의 혁신에서 일어난다는 의미였어요.

작금의 플라스틱 세상에서 우리 주변에 나타나야할 진정한 영웅은 기업과 유통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존이 노력하듯이, 러쉬가 노력하듯이. 대기업 가운데 No Plastic의 깃발을 들고 획기적인 대처를 하는 국내 기업이 나타난다면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이슈의 중요성을 알고 함께 동참할텐데 말이에요. 그리고 그 기업이 진짜 있다면 개인적으로 애용운동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한 발표 당 20분 정도에요, 주요 발표 부분을 캡쳐해서 올릴까도 생각했는데 발표가 지루하지 않고 발표자분들 호흡도 자연스럽고 집중하기에도 좋아서 URL을 공유드려요. 관심 있는 분들은 시간 내서 한 번 보세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