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역시나 블랙 프라이데이

매년 11월 넷째주 금요일.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부터 미국은 연말 최대 규모의 쇼핑 기간에 돌입합니다. 블랙 프라이데이의 ‘Black(검다)’이라는 표현은 상점들이 장부에 적자(Red ink) 대신 흑자(Black ink)를 기록했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1960년대 필라델피아에서 추수감사절 다음날의 극심한 교통체증을 비유했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구요.[각주:1]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기업들의 한 해 매출 2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행사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시작된 블랙 프라이데이는 유럽 전역과 아시아까지 널리 퍼지고 있지요. 우리나라도 2015년부터 소비 부흥 정책의 일환으로 블랙 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한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실시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그 범위와 영역을 확대하도록 정부에서 지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었죠. 

전 세계가 소비의 축제인 '블랙 프라이데이'에 열광하고 있는 반면, 다른 모습도 있습니다. 강박적인 소비, 넘치는 플라스틱 패키지, 버려지는 사용가능한 물건들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그린 프라이데이(Green Friday)'가 바로 그것이죠.

어디서 들어봄직한 이 네이밍은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프로모션과 마케팅, 사회공익활동의 일환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을-겨울의 빅세일 기간인 블랙 프라이데이와 대비해 봄 기간의 빅세일 기간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기도 하고, 친환경활동과 연계한 사회공헌 및 마케팅활동의 네이밍으로도 사용된바있죠. 어찌보면 평범할 수 있는 이 네이밍이 올해는 좀 더 특별하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Le Green Friday!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에서 유래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반면, 그린 프라이데이는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17년에 ENVIE라는 폐기물 재활용 사회적기업에 의해 창안된 이 운동은 2018년 파리시의 지원을 받으며 REFER(폐기물 재활용 기업), Altermundi(공정무역 기업), Dreamact(윤리적인 소비 기업), Ethiquable(공정무역 조합), Emmaus(빈곤 퇴치 조직)이 합류하며 공식적인 시민활동으로 자리매김합니다. 그린 프라이데이의 문제인식은 블랙 프라이데이가 제조품의 과잉 생산과 과소비로 재생 불가능한 오염 물질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 운동에 참여하는 기업은 고객에게 평소와 동일한 금액을 청구하되, 당일 매출액의 15%를 협회에 기부하도록 합니다. 이 기부금은 세계 빈곤 퇴치, 환경 운동 등에 사용되죠. 시민들은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하는 업체 물건을 현명하게 판단하여 구매하고 과소비를 부축이는 소비 촉진 및 격려 활동을 거부하구요.  

Le Green Friday 홈페이지(www.greenfriday.fr)

올해 총 180개의 매장이 이 Le Green Friday에 동참했다고 합니다. 관련 조직과 매장에서는 리사이클링, 재사용 체험도 진행됐는데요. 수리하여 사용하고 환경을 생각한 제품을 체험하고, 윤리적인 소비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마련되어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참여 기업 중에는 플라스틱 대안 제품 판매 및 제조사들도 있었어요. 홈페이지 내 아래와 같은 지도에 나타난 표시를 클릭하면 각 지역과 매장에서의 그린 프라이데이 활동과 체험 프로그램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운동에 참여한 기업들 중에서는 아래와 같이 자체적으로 그린 프라이데이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SNS를 공유하기도 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설명해 수천명으로부터 지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패러다임의 변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이러한 운동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동안의 공통된 경제논리는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고 그 소비가 새로운 소비를 창출해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논리였죠. 그로 인해 블랙 프라이데이는 광박적인 소비, 과도한 쓰레기라는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구요. 특히 쓰레기 대란을 경험하고 플라스틱에 질식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합리적 소비, 알맞은 생산, 쓰레기의 최소화로 패러다임이 옮겨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소비 촉진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제 막 블랙 프라이데이를 권장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좀 먼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의 노력에도 좀처럼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는 현 상황에서, 블랙 프라이데이의 부작용을 이야기하고 그린 프라이데이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은 너무 앞서나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성적 시각에서 현명한 소비를 하자는 비판적인 목소리는 나라를 불문하고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멀쩡히 잘 사용하고 있는 TV를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바꾸기보다는 바꾸더라도 기존 제품을 재사용,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거나 기존 제품을 오래 사용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보다 현명하다는 것은 모두들 아는 사실일 겁니다. 그리고 누구나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고 나에게 딱맞는 물건을 소비하는 것이 정말 멋진 소비라는 것두요.

이 운동의 또 다른 의미는 현명한 소비에 부합하는 기업들을 단결시키고 부각시키는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공정무역, 윤리적 소비, 친환경제품, 수공예 및 핸드메이드, 재사용 및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 업체 등이 그린 프라이데이라는 운동 안에 모여 한 목소리를 내고 블랙 프라이데이와 비교되는 활동으로 이를 지지하는 소비자들로부터 마케팅 효과도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죠. 아직 초기여서 효과가 있다고 확신해 말하기는 다소 이르지만 앞으로 이 활동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다면 분명 마케팅 효과가 수치로 나타날 수 있을 겁니다.

이제 막 이러한 업체들이 자생하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사정을 돌이켜볼 때, 그린 프라이데이는 앞으로 시도해볼만한 활동인 것 같습니다. 서울새활용플라자 등이 주축이 되어 그린 프라이데이와 비슷한 날을 정하고 전국적으로 이 활동에 동참할 기업들을 모집하고 이 기업들을 찾아볼 수 있는 지도를 제작해 배포하고, 한 날 전국적으로 동시에 축제와 같은 활동을 하는 것. 가능하지 않을까요? '달 시장', '모두의 시장'과 같은 대안 마을장터가 한 날 전국적으로 행사를 개최하는 데 이 컨셉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에서도 올해 본격적으로 시범을 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될 것이 기대됩니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이제 막 활성화되려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몇 년안에 그린 프라이데이는 가치있는 소비를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살포시 기대해봅니다.

P.S. 여담 : 베네딕트 컴버배치 팬 인스타그램의 사진 한 장

사실 이 정보를 알기에 앞서 제가 애정하는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의 팬 인스타그램에 아래와 같은 사진이 올라왔어요. 올 12월 20일에 개봉하는 그린치라는 애니메이션에 베네딕트가 그린치 목소리역을 맡았는데요. 관련해 몇몇 인터뷰에서 베네딕트는 과대포장과 소비, 플라스틱 적게 사용해야한다는 말을 남겼어요. 본인은 크리스마스 트리를 사지 않고 매년 재사용하고 있으며 그 중 하나는 콜라 캔으로 만든 거라고 했구요.(인터뷰 바로가기) 그와 일맥해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이해 쇼핑하기 전 3R(Reduce, Reuse, Recycle)을 기억하자는 메시지가 팬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거에요. 스타와 관심사가 통하는 것은 참 신나는 일이죠. 그래서 블랙 프라이데이와 연계해 유사한 내용을 검색하다가 알게된 게 바로 프랑스의 그린 프라이데이 운동이었답니다. 우리도 함께 기억해요. 아직 남은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기간동안, 아니 연말연시 세일까지 Reduce(적게 사용하고), Reuse(재사용하고), Recycle(철저히 재활용하기)! :)



  1. 다음백과 '블랙 프라이데이' 참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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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지난지 벌써 6일이나 지났어요. 이 포스트를 할로윈 전에 꼭 써야지라고 마음먹었는데 너무나 바쁜 10월이어서 이제서야 올립니다. 저희 집은 10월이 일년 중 가장 바빠요. 가족들의 생일들이 모여있기도 하고, 아이들 원 행사도 이 달에 몰려 있어서 그래요. 그중에서도 아이들 마음을 설레게 하는 건 할로윈입니다. 다른나라 전통에 왜 난리냐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요, 멋진 코스튬과 무서운 괴물 이야기, 달콤한 Treat or Trick 장난은 아이들에게 분명 매력적인 놀이인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에도 할로윈 모임이 두 번 있었어요. 하루는 키즈카페를 빌려 친구들과 파티를 했고 하루는 저희 집에서 할로윈 분위기로 꾸며 파티를 했죠. 의상은 2만원선에서 아이가 원하는 드레스를 인터넷으로 사줬어요. 머리띠와 요술봉까지 한 세트인 멋진 마녀 복장인데 가격까지 저렴하니 참 만족 스러웠죠. 하지만 이 의상은 말그대로 코스튬인걸요. 두 날 외에, 집에서 공주 놀이할 때를 제외하곤 거의 입지 않아요. 소재는 폴리에스터 100%입니다.

 

10월이 다가오면서 큰 아이는 본능적으로 할로윈의 달이 다가왔다는 걸 알고는 요즘 푹 빠져 있는 애니메이션 <리나는 뱀파이어>의 리나가 되고 싶다 했죠. 구글링을 해봐도 국내에는 리나 의상이 없어요. 해외직구로 구매할 수 있으나 대부분 폴리에스터 100%의 코스튬뿐입니다. 그래서 엄마는 딸에게 '만들어줄게'라는 약속을 하고 말았죠... 머릿속에서만은 의상이 뚝딱하고 나왔으니까요. 

10월 첫날부터 엄청난 구글링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 사이 처음 찜해놓은 면 재질의 무지 핫핑크 반팔티는 계절이 바뀌어 절판됐죠. 특히 원피스는 마음에 드는 것 찾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리나는 반팔을 입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겨울이 곧 올 것처럼 추웠거든요. 마음 같아서는 천 사다가 재단해 만들어주고 싶으나 아직 제 미싱 솜씨가 그정도까지는 아니어서 답답했죠. 그러다가 자주 들르는 아동복사이트에 신상품이 올라왔는데 심플한 검정 원피스였어요. 소재는 코튼 60%, 폴리 40%. 한참 망설였지만 그동안의 구글링이 너무나 힘들었던 탓에 타협하고 말았습니다.

절판된 핫핑크 분홍 면 반팔티가 눈에 아른거리는 중에, 마침 들른 유니클로에서 5천원에 세일하는 가오리형태의 분홍티를 찾았어요. 아이의 요구대로 뱀파이어의 푸른 피부를 상징하는 푸른색 히트택도 구매했죠. 하지만 집에 돌아와 소재를 확인해보니 폴리에스터, 레이온, 폴리우레탄의 조합이네요. 기능성 옷들일수록 가격은 더 비싸면서 소재는 왜 죄다 플라스틱일까요. 가격이 합리적인 면 소재 옷 찾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대신 집에서 만드는 소품들은 플라스틱 소재가 아닌 걸로 해주자 마음먹었죠. 먼저 원피스에 넣는 거미줄 모양은 면사로 재봉틀 작업해 완성했구요. 제 오랜 검은색 면 나시티를 잘라 목걸이를 만들고 오래된 머리띠의 살에 면과 울이 혼용된 실로 박쥐 모양 머리띠를 만들었죠. 박쥐 틀을 고정시키기 위해 낡은 끈에 포함된 철사를 이용했어요. 머리띠의 분홍 머리끈 부분은 면으로 된 자수실을 여러개 겹쳐 코바느질했습니다. 리나의 파란 장갑은 면사로 된 어린이용 목장갑을 사서 손가락 부분을 자르고 손바느질하여 만들었구요. 그 외 바지와 양말, 부츠는 기존 아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사용했어요.

완성하면 요런 모습이 됩니다. 삐뚤빼뚤 솜씨가 부끄럽지만,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리나는 뱀파이어> 의상이 만들어졌습니다.

딸 아이는 이 옷을 입고 서울랜드 할로윈 페스티벌을 누볐고, 두 번의 친구들과의 할로윈 파티도 참석했죠. 그리고 할머니 생신날 가족 모임에서도, 동생 어린이집 체육대회에서도, 그냥 일주일에 한 번씩 유치원 갈 때도 입고 가요.

 

100% 친환경소재로 할로윈 코스튬을 만드는 것은 비록 실패했지만, 한번 버리고 말 코스튬이 아닌 생활복을 만들어 쓰레기를 줄이고, 머리띠나 목걸이 등 소품은 기존 낡은 것들을 재사용해 자원을 아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딸 아이가 만족하고 좋아하해주니 그것만큼 보람있는 것은 또 없네요.

지난해와 달리 올해 할로윈 행사를 치루며 느끼는 풍경은 사뭇 달랐어요. 제 친구들도 몇 번의 할로윈을 치루면서 할로윈 때문에 구매하는 코스튬이 너무 약하고 불편하고 실용성이 낮다는 데 공감하고 있었어요. 제 친구들은 이왕 사는 옷, 일상에서도 병행해 입을 수 있는 디자인으로 꼼꼼히 따지더라구요. 활동성이 좋고 내구성이 좋은 걸로. 그리고 지난해 코스튬을 잘 활용해 다른 느낌의 의상으로 재사용하기도 하구요.

아래는 그런 친구들 중 하나가 아이를 위해 만들어 준 마녀 빗자루에요. 검정색 티셔츠로 마대 자루를 감고 여러 셔츠를 길게 잘라 빗자루처럼 묶었는데 한쪽의 별 포인트까지 낡은 옷으로 모양냈어요. 이렇게 멋진 마녀 지팡이 보신 적 있나요? 이 친구가 손재주가 뛰어나긴한데, 마트 매대에서 몇 천원에 살 수 있는 플라스틱 빗자루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급스럽고 멋진 할로윈 소품이었어요. 사진에는 없지만 이 친구의 아이는 검정색 마녀 복장을 하고 왔는데, 기존 검정색 밸리 의상을 이용해 기성복으로 멋진 마녀 복장을 완성했더라구요.

할로윈 전통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10월이 되면 정말 많은 폴리에스터 코스튬들이 온라인, 오프라인에 쏟아집니다. 한번 입고 버린다고 생각하니 플라스틱 섬유 쓰레기양이 만만치 않습니다. 지구를 위해 옷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1. 좋은 소재의 옷을 구매하고 2. 오래 아껴 입고 3.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솜씨 없는 저도 조금이나마 실천하기 위해 코스튬을 만들어보는 시도를 했어요. 이미 지난 할로윈이지만 내년엔 함께 플라스틱 코스튬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데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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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 마음 먹고, 한동안 집에 있는 모든 플라스틱을 버리고 싶은 충동에 빠졌죠. 제 쓰임을 다하지 못한 플라스틱을 처분하는 것은 또 다른 쓰레기를 양산하는 것 뿐이다라고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한동안은 정말 모든 플라스틱이 괴물이라 생각될 정도로 멀리하고 싶었어요. 가장 눈에 밟혔던 건 총천연색의 아이들 장난감. 제가 심사숙고하여 골랐던 것들이기도 하고 선물로 받아 쉽게 보내지 못하는 장난감들 모두 플라스틱 소재였어요. 이별하고 싶어도 손에서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애들이었죠.

하지만 이러한 갈등 속에서 꼭 처분해야할 플라스틱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식기들이었어요. 장난감들과 달리 아이들의 입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이것만은 꼭 처분하겠다 마음 먹었고 실행했죠. 우리집의 모든 플라스틱 식기들을 봉투에 담아 보니 보시다시피 한가득이었어요. 나눔접시, 시리얼그릇, 물통, 숟가락, 포크 등인데 이렇게나 많습니다.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하다는 제품들도 꽤 있었는데 식기들은 대부분 멜라닌 수지, 물컵과 물병은 대부분 PP였죠. 아기용 숟가락 몇 개는 실리콘 제품도 있었구요. 그 중 이케아에서 산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접시들은 후에 미술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남겨두고, 물컵 네 개는 양치용으로 남겨두었습니다. 

이와 함께 부엌에서 플라스틱인 것들을 추려보니 가장 먼저 손에 잡힌 건 이 인덱스 도마였어요. 그리고 밥솥과 함께 사은품으로 받은 플라스틱 주걱 두개. 두 물건 모두 잔 상처들이 많았는데, 그 플라스틱 가루들이 우리들 입속에 들어왔을 거라 생각하면 꺼림직스럽습니다. 도마는 나무도마로, 주걱도 옻칠이 된 나무 주걱으로 바꿨습니다.

이렇게 한 바탕 수선을 부린 후 창고 한 켠에 두었어요. 남편은 플라스틱이라 해도 쓰임이 있을 지 모르니 기분 따라 버리면 후회할거라 경고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두달이 지난 것 같아요. 다행히 플라스틱 식기들이 없어져도 대안은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기존 엄마와 아빠를 위한 브런치용 나눔접시는 아이들의 주 식사용 식기로 사용하게 됐구요. 시리얼 그릇과 파스타 등 일품요리를 담는 그릇도 사기 그릇이 있었구요. 사진에는 없지만 비록 플라스틱 뚜껑이나 스테인레스 도시락통과 식기도 있었구요. 

다만 컵은 에스프레소잔 크기의 사기컵을 새로 구매하려다가 아직은 위험하다고 판단해 옻칠한 고무나무컵을 구매했어요. 평소에는 스테인레스 수저를 사용하나 요거트와 같이 스텐 숟가락이 적합하지 않은 음식을 먹을 때를 대비해 올리브나무 숟가락도 구매했습니다. 컵은 인터넷, 숟가락은 다이소에서 구매했어요.

다이소 에피소드를 하나 말씀 드리자면, 저 숟가락은 다른 나무 숟가락을 구매한 후 반품하고 더 큰 매장에서 다시 찾아 구매한 거에요. 그 전에 구매한 건 올리브나무 재질이었는데 겉이 맨들맨들하니 티스푼으로 참 근사했죠. 가격도 천원으로 매우 착했구요. 하지만 집에 와서 꼼꼼이 살펴보니 재질에 "아카시아 나무(폴리우레탄 칠)"이라고 적혀 있는 거에요.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니스칠을 한 거였죠. 플라스틱이 싫어서 나무 숟가락을 구매했는데, 그 숟가락에 플라스틱 칠이 되어 있으니 많이 당황할 수밖에요. 혹시 저와 같은 이유로 나무 소재 식기를 찾는다면 재질을 꼼꼼히 살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천연 방수 처리인 옻칠도 방법과 도료에 따라 퀄리티가 다르더라구요. 하물며 옻칠과 니스칠은 가격면에서, 식품 적합성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산 것은 아래 제품입니다. 받침 종이에 비닐코팅도 없고, 그 흔한 플라스틱껍데기 철끈 대신 마끈으로 상품을 묶은 착한 포장이 인상적이죠. 튀니지 원목 핸드메이드 제품이라 모양과 크기가 조금씩 다르고 투박한 느낌이 납니다. 이런 원목 제품은 방수 처리가 안되어 있기 때문에 사용한 후 세척 후 바로 말려야해요. 그리고 식용유로 기름칠을 수시로 해주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어요. 비록 플라스틱 제품이 선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다이소이지만, 나무식기 등의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고 아래와 같이 플라스틱 프리, 친환경적인 제품들도 보석같이 발견할 수 있어, 오히려 대형 마트보다 낫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다이소가 트렌드에 빠른 거겠죠, 소비자인 우리가 더 많이 이런 제품들을 찾으면 더 많은 착한 제품들을 매장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식기와 더불어 수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아이들의 수저들은 대부분 손잡이가 플라스틱이었어요. 그립감이 좋기도 하고 아이들을 혹하게 하는 캐릭터 그림을 넣는 최적의 방법이기 때문이겠죠. 마음 같아서는 바디 전체가 스테인레스로 된 수저들만 남기고 처분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했다면 아마 저 수저통에 아이들용은 단 두 벌밖에 남지 않았을 거에요. 아이들의 성화와 입에 직접적으로 들어가지는 않기 때문에 이것까지 버린다면 플라스틱 거부가 아니라 혐오인 것 같아 당분간 놔두게 되었어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저 숟가락들의 역할이 끝날 때 재질별로 잘 분리수거하여 보내려구요. 이렇게 한바탕 정리해보니 수저통도 한결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참 아이러니한 게, 알록달록 식기들을 버리면서 아이들이 찾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아이들은 의외로 잘 적응합니다. 오히려 새로 생긴 나무 컵과 숟가락에 호기심을 보이고 색상 가지고 본인 것, 동생 것을 나누고 실랑이하지요. 캐릭터에 집착하는 건 아이들이 아니라 엄마였던 것 같아요. 사기 식기도, 나무 컵도 깨뜨리지 않고 잘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자라준 아이들이 참 고맙습니다. 더불어 두 아이 모두 더이상 빨대 없이도 음료를 흘리며 먹지 않을 수 있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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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전까지만 해도 저희집은 일회용 물걸레 청소포를 사용했습니다. 보통은 한장씩 뽑아쓰는 형태를 사용했는데, 가장 최근에 사용했던 것은 의도치 않았지만 위와 같이 한장씩 뜯어쓰는 형태였어요. 플라스틱의 남발에 대해 문제의식이 생긴 후 이 일회용 청소포는 제게 죄책감이 되었습니다. 내 집안 깨끗이 한다고 플라스틱 섬유가 포함된 부직포 쓰레기를 매번 한두개씩 지구에 쏟아내는 아이러니함을 느꼈죠. 하나씩 뽑아쓸 때마다 죄책감이 하나씩 들춰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비닐 개별 포장이 된 청소포를 뜯을 때는 오죽했을까요. 있는 것을 안쓰자니 자원낭비고 쓰자니 견딜 수 없는 마음의 불편함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결국 타협안은 마음에 드는 청소용 걸레 대안을 마련할때까지만 사용하는 거였죠.

청소용 걸레는 말그대로 걸레이기때문에, 걸레를 위해 돈을 쓴다는 게 내키지가 않았어요. 이것도 돌이켜보니 아이러니인데, 일회용 청소포 사는 데는 돈을 쓰면서 막상 걸레를 마련하는데는 아까움을 느낀다니 참 이상하죠. 제가 정한 청소용 걸레 대안의 기준은 세 가지. "하나, 면 소재여야 한다. 둘,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한다. 셋, 비용을 최소화한다."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중에서 몇 천원씩 파는 면 소재의 청소용 면포들은 포기했어요. 그것들을 사기위한 비용 발생도 아쉬웠지만, 대부분의 면포들이 비닐포장되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온 것이 아이들의 철 지난 옷들이었어요. 특히 작은 아이는 여러 곳에서 물려받아 최종 종착지가 된 티셔츠들이 꽤 되거든요. 크기가 작아진 것도 그렇지만, 워낙 활동적이어서 물감이며 싸인펜이며 초콜릿 자국, 케첩 자국이며 물려입기도 재사용하기도 애매한 것들이 많았죠. 그래서 이걸로 청소용 걸레를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렴풋이 중학교 시절 실습했던대로 네 귀퉁이를 막는 걸레 형태를 만들었어요. 하지만 시행착오 끝에 제게 맞는 밀대용 청소 걸레를 만드는 법을 알게되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면 100%의 아이 웃도리를 잘 편 후 겨드랑이 밑을 일자로 절단합니다. 긴팔, 반팔 관계 없어요. 티셔츠 말고 내복도 좋습니다. 주머니나 다른 소재 무늬가 있어도 괜찮아요. 그런 후 절단한 부분의 1센티 아래 정도를 일자로 박음질해줍니다. 저는 집에 재봉틀이 있어서 한 번 일자박기로 드르륵 박아주면 되는데, 손바느질도 괜찮습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요.

 

포인트는 그렇게 박음질한 후 박음질 안된 다른 쪽에 손을 넣어 뒤집어 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좌우 양쪽은 오버로크되거나 단 처리가 되어있고 한쪽은 막혀진 형태가 돼요. 거추장스러운 태그는 가위로 바짝 잘라주면 됩니다. 이렇게 청소용 걸레가 완성됐어요. 뒤집는 이유는 오랜 사용으로 낡아진 겉면보다 안쪽면의 상태가 양호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주머니나 무늬 등의 영향을 받지 않아 사용 시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이 날 한 시간도 안되어 철 지난 아이 옷으로 다섯개의 걸레 면포를 만들었어요.  

  

완성된 면포는 물을 묻힌 후 꼭 짜서 기존 사용했던 밀대에 끼워넣으면 됩니다. 3M 표준형 밀대에 90~100사이즈 아이옷이 꼭 맞네요. 저는 이렇게 끼운 상태로 밀대질을 하는데, 걸레가 아래로 밀려들어와 뽀독거리는 소리가 불편하다면 열린 부분을 집게로 꽂아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집안을 한 바퀴 다 돌고 온 걸레의 모습이에요. 이후 상하만 바꿔 밀대에 껴서 또 사용해도 되고 밀대에서 뺀 후 반으로 접어 손걸레로 사용할 수도 있어요. 걸레이다 보니 사용 후에는 먼지를 털어내고 애벌빨래한 후 다른 면 제품들과 같이 세탁기에 돌리면 됩니다. 너무 더럽다 싶을 때에는 과탄산소다 한 스푼 넣고 푹 삶아주면 깨끗해집니다. 

별거 아닌 아이디어지만, 분리수거장 헌옷수거함에 내놓기도 민망한 옷들을 재활용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일회용 청소포와 작별할 수 있게 되어서 또 좋구요. 잘려진 짜투리 부분은, 제 경우 따로 모았다가 아이의 물감 팔레트를 닦거나 창틀을 닦을 때 사용합니다. 버려짐이 없어 참 좋은 재활용아이디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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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에는 코엑스 C홀에서 개최된 <2018 대한민국 친환경대전(Eco-Expo Korea 2018)>에 다녀왔어요. 친환경대전은 친환경 착한 소비생활 문화 확산을 통한 친환경 산업 및 시장 활성화를 위한 비즈니스의 장이라는 취지로 2005년부터 환경부가 주최하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가 주관하는 행사입니다. 올해에는 "보고, 느끼고, 즐기는 '착한소비' 페스티벌"이란 주제로 개최됐는데요, '(보고)지속가능한 환경, 친환경 생활의 지혜', '(느끼고)안전하고 똑똑한 소비', '(즐기는)몸으로 보고 느끼고 즐기는 친환경 생활', '지속가능한 디자인페어'와 같이 4가지 섹션으로 부스가 나뉘어 구성되었습니다.  

출처 : 2018 대한민국 친환경대전 홈페이지(바로가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환경부가 운영하는 '미세먼지 바로알기' 부스를 만나게 되는데요. 미세먼지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집안의 미세먼지를 게임으로 잡아보는 놀이도 하고, 공기정화 천연이끼인 스칸디아모스로 액자도 만들어보는 체험을 한 후 개인의 다짐을 적은 스티커를 붙이는 구성으로 되어있어요. 

 

 

 

아래 왼쪽은 집안의 미세먼지 잡기 게임을 잘해서 받은 키트에요. 미세먼지 많은 날 유용한 물건들이 담겨있는데 비타민C는 먼저 발견한 아이들이 야금야금. 공기정화 이끼 액자는 다행히 모양 그대로 집에 와 무심히 책장 한 칸에 자리잡았지요.

 

시간을 내어 전체 부스를 나름 꼼꼼이 살펴보며 돌아다녔다고 생각되지만, 기업부스에서는 제 관심사에 들만한 내용이 많이 없었어요. CO2를 절감한 가전제품, 친환경 페인트 등 어떤 측면에서는 과연 친환경적인가 의구심이 되는 제품 홍보부스도 꽤 있었거든요. PVC 홍보 부스가 그랬어요. 폴리염화비닐이 다양한 영역에 꼭 필요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세계가 플라스틱 때문에 질식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서 PVC 홍보부스가 친환경영역에 들어와 있다는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어요. 

물론 눈에 띄는 소규모 업체들도 많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잡화 브랜드인 리틀파머스는 자체 제작한 비건 레더(Vegan Leather) 제품을 선보였구요, 최근에 옻칠에 관심이 많아 알게된 '구채옻칠' 브랜드도 참가했더라구요. 그리고 등고선 모양으로 종이모형을 만든 '콘타모'라는 브랜드는 약 3센치 높이의 종이모형 만들기 제품도 선보였는데 정말 신기했어요. '페이퍼 가든'이라는 브랜드는 폐지를 모아 엽서나 카드를 만드는데 카드에 물을 주면 카드 속에 있는 씨앗이 발아하는 수제카드를 선보였어요. 수제 카드라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지만 특별한 날 특별한 선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갑이 열릴 뻔한 순간이 많았지만 과소비라 생각하여 참았는데, 비즈랩 DIY세트는 구매할 수 밖에 없었어요. '손끋비' 이름 참 예쁘지 않나요. 제가 알고 있는 국내 천연밀랍랩은 두 곳인데, 이 날 새로운 브랜드를 알게 되었어요. 사장님말씀으로는 부산에서 지난해부터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직 홍보가 덜되었다고 그러시더라구요. 대부분의 브랜드가 완제품을 판매하는데 아이들과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키트를 만들었다는 것이 인상깊어 지갑을 열고 말았네요. 집에 비즈랩 만드려고 사놓은 밀랍이 있음에도 불구하구요. :)

  

친환경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게 느껴진 기업 부스들과 달리 '(즐기는)몸으로 보고 느끼고 즐기는 친환경 생활' 영역은 최근 친환경 놀이와 체험의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뜻깊었다고 생각됐어요. 큰 아이도 같이 왔더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이 자주 들더라구요. 흙 물감을 이용해 스텐실 기법으로 액자를 만드는 체험부스도 있었구요.

  

두꺼운 코팅지의 낡은 책을 버리지 않고 팝업북으로 만들어 보는 체험도 있었어요. 책의 주요 그림을 오려내고 짜투리 종이로 입체적인 효과를 만드는데, 이야기를 한 장의 스토리로 압축해낸다는 점에서 교육적인 효과도 있고 나만의 그림책을 만든다는 점에서 멋진 활동이라 생각되었어요. 집에 있는 책 가운데 뜯어져 곧 버릴 것 같은 책들을 가지고 아이와 작업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업사이클링이 대세이긴한가봅니다. 많은 체험부스가 낡은 물건들을 새롭게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었는데요, '같이공방'은 아이와 함께하는 놀이라는 컨셉으로 '집에서 보물 찾기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특히 캔뚜껑을 이용해 머리핀을 만드는 것은 집에서 큰 아이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는 업사이클 환경교구인 '업사이클 아트박스'를 개발해 선보였는데요. 자투리 가죽으로 만든 카드 목걸이, 코팅종이인 영화 포스터로 만든 연필, 유리조각으로 만든 바다유리 목걸이, 유리공병으로 만든 무드 조명 등을 만날 수 있었고 일부는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었어요. 이 패키지의 포장재는 매쉬원단이어서 부스 관계자분께 물어보니 광고판의 뒷면은 매쉬소재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데 이를 수거해서 만들었다고 하네요. 

 

 

그 외에도 빨대를 재활용해 천장에 거는 화분을 만드는 체험도 있었고, 커피원두를 담는 자루를 업사이클한 가방, 플라스틱을 업사이클한 줄넘기 등 다양한 제품들과 체험기회를 접할 수 있었어요.

 

 

커피 찌꺼기를 점토로 만들어 판매하는 업체에서는 직접 점토로 동물들을 만들어보는 체험 부스를 운영했어요. 하얀점토가 일반적인 것을 감안하면 검정 점토는 참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저도 직접 만들어봤는데요, 북극곰 틀에 점토를 찍은 후 채색을 했는데 북극곰은 하얀색이라는 틀을 못버리고 가슴에 반달 무늬 넣어 반달곰으로 완성했답니다.

 

 

'달촌 허니비' 부스에서는 밀랍초 만드는 체험을 했는데요. 긴 밀랍에 초심을 놓은 후 둘둘 말면 완성되는 초 간단 방법인데 포인트 장식으로 벌 장식을 꽂아줬어요. 이 부스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체험을 도와주는 도우미 학생들이 모두 청소년들이었기 때문이에요. 가장 열정적이고 신나하며 체험객을 모집하고 설명하는 모습에서 에너지를 얻고 가는 기분이 들었어요.

 

몇몇 부스에서는 환경과 관련한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가분들도 만날 수 있었는데, '초록콩깍지'의 김성현 작가님이 그 중 한 분이셨어요. 모아이 조각상을 모티브로 작업하시는데 그 분의 모아이 작품 엽서 뒤에는 이런 글귀가 써 있어요. "우리는 다양한 흔적을 남깁니다. 우리가 선조들의 흔적과 함께하듯 후손들도 우리가 남긴 흔적과 함께할 것입니다. 우리가 남긴 흔적 중엔 쓰레기도 있습니다. 우리가 떠난 뒤에도 오랜시간 그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둘러앉아 두런두런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종이 의자도 알고보니 핵 상징 방사능 표식이었어요. 과거에는 핵맹 작가모임으로 전시도 하셨다고 해요. 작품의 모티브에 대해,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음에 드는 작품 사진 엽서도 얻고 브로셔도 얻었습니다.

 

'친환경생활지원센터'에서는 우리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환경 표시에 대해 설명해주셨어요. 이날 배운 것 중 하나는 바로 저탄소인증제도인데요. 아래와 같은 표시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보신적 있다 하시겠지만 가운데 O모양 열매에 화살표가 들어있는 제품은 흔하지 않다고 해요. '탄소성적표지 제도'는 2009년부터 실시하는 제도인데,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 과정까지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제품에 표기하고 저탄소 배출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고 해요. 총 3단계로 인증이 이루어지는데, 1단계는 탄소배출량 인증이라고 제품의 전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 양으로 환산하여 제품을 인증하는 첫 단계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 제품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은 이렇다라고 공개함으로써 앞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활동에 동참함을 선언하는 거래요. 2단계는 배출량 인증을 받은 제품 가운데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동종제품 평균보다 적은 제품에 부여한다고 해요. 즉 이 표시를 단 제품이 진정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노력하고 기여하는 제품인 것이죠. 3단계는 탄소중립제품 인증인데, 저탄소제품 인증을 받은 제품 가운데 탄소 배출량을 탄소배출권 구매 또는 기타 감축활동을 통해 상쇄함으로써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 제품에 부여하는 인증이라고 합니다. 아직까지 3단계에 다달은 제품은 없다고 알고 있어요. 이 날 전시된 제품 중에서 2단계 표시를 부착한 제품은 단 하나였구요.  

마지막으로 제가 고대했던 체험은 바로 '면생리대 만들기'였어요. 저는 생리컵을 사용하고 있지만 혈량이 많은 날에는 일회용생리대를 병행해 사용하고 있거든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일회용생리대를 모두 소진하면 제가 만든 면생리대로 바꿀 계획이에요. 그래서 여러 면생리대 만드는 법을 알아보고 있는데 이 곳에서도 마침 체험 행사가 있었어요. 이 곳에서 배운 방법은 분리형 생리대로 속에 가재손수건이나 소창을 덧대어 사용하는 형태였어요. 융천을 사용해보니 보드라운 느낌이 참 좋더라구요. 미리 일차 바느질이 된 것을 완성하는 것인데 그래도 30분정도 들어 생리대를 완성했어요. 패턴은 피자매연대 홈페이지에서 받을 수 있어요.(바로가기 >> http://bloodsisters.net/)

 

 

이렇게 한 바탕 돌고 나면 아래와 같이 스탬프도 받고 스탬프 완성 선물도 받습니다. 꼼꼼한 부스 도우미분들덕에 공짜 스탬프는 없었어요. 필히 체험 또는 가이드를 들어야지만 받을 수 있는 스탬프에요. 하지만 긴 노력 끝에 받은 선물은 플라스틱 재질 My Bottle 물병... :( 저희 집에 무려 5개나 있어서 베이킹소다 담는 통으로 사용하고 있다구요. 신기하게도 제게는 불필요한 물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물건일 수 있잖아요. 밀랍초 체험하는 동안 어느 분이 어디서 받았냐고 물으시길래 선물로 드리고 왔어요. 그 분은 저보다 더 유용하게 사용하실거라 믿습니다.

아래는 사전등록자 선착순 100명에게 준 선물이에요. 나무섬유로 만든 손수건인데 종이 마크가 선명하게 찍힌 포장은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아래는 YWCA의 에너지절약 체크리스트를 완성하면서 받은 손수건 선물. 요즘 저에게 가장 필요한 물건이죠. 플라스틱 포장이 안타깝지만 손수건 선물은 반갑습니다. ㅎㅎ


이렇게 약 3시간의 방문이 끝났어요. 캐릭터페어나 유아교육전 등 대형 행사를 일년에 두어번 다녀서, 그에 비교한다면 참 작은 규모지만, '친환경'의 큰 틀 안에서 환경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 지 체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특히 올해 행사는 비닐봉투 사용을 하지 않기로 해 남발되는 포장지가 없었구요. 곳곳에 둔 친환경 인증 받은 정수기 옆에는 그 흔한 종이컵도 없었죠. 행사장의 크기가 말해주듯이 친환경 산업이 아직 크지 않아요. 정말 좋은 취지와 아이디어를 가진 업체들도 영세하기 때문에 이런 기회가 아니면 쉽게 대중들을 만나기 어렵죠. 가끔 아이러니한 제품이나 부스를 만날 수는 있어요. 친환경 인증을 받은 종이 연필인데 포장은 플라스틱인... 피드백이 필요해요. 구매가 동반된 진실된 피드백. 좋은 취지의 작은 기업들이 성장하고 그 기업들이 많아져야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도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많이 접하고 배운 행사였고, 다양한 곳에서 묵묵히 지구와 환경을 위해 한번 더 생각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동질감을 느낀 자리였어요. 내년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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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성남지역은 평범한 소시민들이 옹기종기 모인 동네입니다. 강남과 분당, 판교와 위례 사이에 끼어 어느덧 오래된 동네, 또는 구시가지라고 불리우는 곳이죠. 신식 아파트로 변모하는 다른 동네와 달리 아직도 다세대 가구가 골목을 마주보는 풍경이 익숙한 동네이기도 합니다. 주변의 나름 부자 동네들 사이에 있어 상대적으로 문화의 혜택이 적은 곳이기도 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시 차원의 지원도 늘고 해서 동네 도서관도 많아지고 복지시설도 늘고 있는 추세인데, 태평동에 '에코벨리커튼'이란 멋진 문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건 최근에 알게 되었어요.

태평동 문화예술공간인 '오픈스페이스 블록스'가 기획/추진한 이 프로젝트는 좁은 골목 옥상을 가로지른 그늘막 아래 마을 어르신들이 모여 골바람에 열기를 식히는 모습을 보며 태평동 골목을 그늘막이 있는 '생활 속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 시켜보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고 해요. 2017년에 처음 진행됐는데, 첫 회에는 80여 일간 100여개의 장막을 설치했다고 해요. 올해에는 규모를 확대하여 300개의 장막을 걸었다고 합니다.[각주:1]

출처 :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사실 8월 31일까지 태평동 골목마다 에코밸리커튼이 휘날린다하여 그 모습을 아이들과 꼭 보고 싶었는데, 며칠 사이 폭우로 일찍 철거하여 거짓말한 엄마가 되어버렸죠. 오늘 문화의 날 행사도 폭우로 취소된다 말이 많았는데 다행히 개최되었어요. 태평3동 주민센터(최근에 행정복지센터로 이름을 바꿨지요.) 앞 작은 광장에 부스가 차려졌는데, 작은 마을 행사임에도 참 알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중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찔끔농부' 부스. 새하얀 머리의 어머님과 딸이 운영하셨는데 씨와 거름을 동글게 뭉친 씨앗볼을 나눠주는 '씨앗볼 던지기' 캠페인을 하고 있었어요. 공터에 이 씨앗볼을 던져두면 알아서 자연의 비와 바람을 맞고 자란다는 컨셉인데, 무심한 듯 참 자연스러운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종이에 둘둘말아 씨앗볼 네개를 골고루 싸주셨는데 우선은 저희 집 베란다 난간에 심어볼 계획이에요.

역시 아이들에게는 페이스페인팅 인기가 최고지요. 연륜이 넘치신 분이었는데, 다른 행사에서 젊은 알바 언니들이 해주는 것과 차원이 다른 페이스페인팅을 받았어요. 큰 아이는 백조, 작은 아이는 돌고래. 안타깝게도 비때문에 오래 지속되진 못했지만, 두 아이 모두 백점 만점을 주었답니다.

한 켠에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진행되는 무대가 마련됐어요. 그 중 마리오네뜨 공연을 보여준 분은 김솔이란 마리오네뜨 장인분이신데, 멀리 부산에서 올라오셨다고 합니다. 삶에 대한 철학을 담고 있는 할아버지 마리오네뜨들이 나와 다양한 음악을 연주했는데, 아이도 어른도 눈을 뗄 수 없었죠.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한 나무반지는 참 쉽고도 의미있는 체험이었어요. 거칠게 제작된 반지를 사포질로 맨들맨들하게 만들고 오일을 발라 마무리하는 건데, 6세 큰 아이가 전 과정을 모두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했지만 정말 근사한 작품이 탄생했죠.

그 외에도 괴불노리개 만들기 체험, 다육화분 만들기, 업 사이클링 체험 등 전체 부스 수는 열개 남짓이었지만 이 날 주제인 '마을이 지구를 살린다'에 맞게 지역 활동가들이 지구를 위한 체험행사를 알차게 준비하셨더라구요. 아이들이 조금 더 컸다면, 날씨가 좋았다면 더 열심히 체험했을텐데 참 아쉬웠죠. 

그리고 이 곳에서 알게된 성남에서만 해당되는 친환경 꿀 팁!!

하나. 우산 분리배출방법! 우산 살과 천을 분리해서 살은 고철로, 천은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성남환경운동연합에 고장난 우산을 가져가면 고쳐준다고 하네요.

  

둘. 우유팩을 모아 주민센터에 가면 화장지로 교환해주죠. 성남환경운동연합도 화장지 교환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그 기준이 상대적으로 후합니다. 1L 우유팩 10개, 500ml 20개, 200ml 40개 기준으로 화장지 하나씩 교환해준다고 하네요. 

 

제가 사는 곳에서 이 행사장까지 아주 가까운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멋진 행사와 활동을 이제야 알았나 후회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메인인 에코벨리커튼을 못봤다는 게 참 아쉬웠는데, 내년을 기약해야겠죠. ㅜㅜ

성남시 태평동 문화예술공간인 '오픈스페이스 블록스'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홈페이지(http://openspaceblocks.com/)에 방문해보세요. :)




  1. 참고글 : https://pccekorea.blog.me/22134251556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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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샤워할 때 거품을 내기 위해 어떤 걸 사용하시나요? 일반적으로 홑겹 형태의 샤워타올이나 공 모양의 샤워볼을 많이 사용합니다. 저희 집 욕실에도 얼마전까지 샤워볼이 걸려있었어요. 바디워시 구매 시 사은품으로 받은 것이었죠. 아이들이 아기였을 때에는 대나무 섬유 소재의 샤워타올을 이용했는데, 제 경우 거품도 잘 나지 않고 물이 흡수되면 무거워져서 만족도가 떨어졌죠. 민감한 아이들 피부에는 오히려 맨손으로 비누칠을 해주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큰 아이가 네살 때 즈음 부터는 손으로 비누칠을 해주었어요.

샤워볼의 경우 색상과 크기만 다를 뿐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열이면 열, 리에스터로 만들어졌죠. 샤워타올도 마찬가지, 나일론 또는 폴리에스터이고 우리가 흔히 스펀지라 알고 알고 있는 것은 폴리우레탄입니다. 모두 플라스틱이죠. 때타올로 유명한 이태리타올은 비스코스 레이온이란 재생섬유로 만들어졌는데, 식물성 소재인 셀룰로오스로 만들어 지기는 하나 가공과정에서 많은 환경 오염을 야기하여 문제가 되고 있죠.

2017년에 모 방송사에서 샤워볼 세균이 변기보다 많다고 해 화제가 된 적이 있어요. 그 이유는 샤워볼의 그물망 섬유에 낀 때가 잘 빠지지 않아 습식 화장실 조건에서 세균 번식이 더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거죠. 피부과 전문의 J. 매튜 나이트(J. Matthew Knight)는 그렇기 때문에 맨손 비누칠을 추천했고 샤워볼을 사용해야 한다면 최소 두 달에 한 번은 샤워볼을 교체하길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두 달에 한 번, 일년에 6개의 플라스틱 샤워볼이 쓰레기로 나온다고 생각해보세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위생을 고려해 정석대로 한다면 어마어마한 샤워볼이 지구에 버려지는 셈이 됩니다.

이런 위생적인 문제도 있고, 미세섬유의 해양 오염 문제도 있고해서 욕실의 샤워볼을 교체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가장 먼저 시도했던 방법은 면사로 수세미를 떴듯이 면사로 샤워볼을 뜨는 거였죠. 모양은 그럴싸했으나 제 경우 면사 샤워볼은 실패작이었어요. 물을 흡수하니 아주 무거워졌고 비누 먹는 하마 마냥 비누도 오히려 많이 들어갔어요. 결정적인 실패 이유는 건조였어요. 습식 화장실에서는 며칠이 지나도 샤워볼은 축축한 채 마르지 않았죠.

그래서 면사로 헹굼용 수세미를 만들듯이 구멍을 크게 하여 떠보았는데 건조의 문제점도 거품이 적게 나는 문제점도 개선되었지만 면사 특유의 습한 환경에서의 변색 문제는 어쩔 수 없었어요. 샤워 후 꼭 짜 햇볕에 말려주거나 삶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죠. 

그러던 중, 작은 아이의 기저귀 사은품으로 함께 도착한 것이 바로 이거였어요. 천연 해면 스펀지! 모양은 꼭 잘못 찍어낸 인조 스펀지 같습니다만 물을 묻혀보면 보송보송한 게 플라스틱 스펀지의 까칠거림이 전혀 없어요. 조직이 촘촘한 것 같다고 할까요. 정말 거품도 잘 일어나는데 일반 샤워볼과는 다른 잔거품이 생깁니다. 그리고 건조력은 정말 최고인 것 같아요. 잘 헹군 후 꼭 짜서 동봉된 스테인레스 집게로 집어 걸어두면, 물 떨어짐도 없이 서너 시간이면 완벽하게 건조되는 것 같아요. 아이들도 이 신기한 샤워도구를 애용합니다.

 

사실 해면 스펀지는 동어반복이에요. 해면의 영어 이름이 Sponge거든요. 만화영화 스펀지밥을 보면서 해양동물들 사이에 왠 수세미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주인공 스펀지밥은 인공 스펀지가 아닌 천연 해면을 의인화한 거라네요.

해면에 대해 잠깐 알아보면, 해면은 다세포동물 중 가장 하등한 몸의 구조를 가진 동물인데 대부분 바다에서 서식하고 있고 그 종류가 매우 많다고 합니다.해면은 18세기 전에는 식물이라고 알려져있었데요. 운동을 하지 않고 소화기관과 감각기관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죠. 18세기 초 체내의 깃세포가 운동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때부터 동물로 분류하게 되었죠. 그래서 해면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해면동물이라 부르기도 하나봐요.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해면 종류는 목욕해면류(Euspongia officinalis, bath sponge)뿐이래요. 목욕해면은 색이 검고 한천질의 물질과 각질상섬유(角質狀纖維)의 불규칙한 골격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을 건조시켜 염산에 넣어 잡물을 제거하고 옥살산[蓚酸]으로 탈색한 다음 수산화나트륨(가성소다)으로 선황색(鮮黃色)으로 만들어 물에 씻어 건조하면 우리가 접하게 되는 목욕용 스펀지가 된다고 해요. 타이완, 필리핀, 카리브해, 북아메리카의 플로리다주 등에서 생산되고 있으나 품질은 지중해의 것을 최상품으로 친다고 하네요.[각주:1]

천연 해면 스펀지 사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바로 남획에 대한 건데요, 미용용도로 마구 잘라낸 해면이 바다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주장이 있어요. 해면 특성상 아무리 많이 잘려져도 잘린 부분의 1/3 정도는 다시 성장한다고 해요. 그만큼 자생력이 강한 생물이라는 거죠.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면을 생산하는 플로리다의 경우 매년 약 6만파운드(약 2만7천kg)의 천연 해면을 수확하는데, 이 양은 2차 세계 대전 이전의 1/10 수준 정도밖에 안된다고 하네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리스, 로마 시대때부터 사용하다보니 지중해의 해면이 많이 줄었는데 인조 스펀지가 개발된 이후 다시 개수가 늘었다고 합니다. 천연 해면 스펀지 생산 비용보다 인조 스펀지 생산 비용이 워낙 저렴하다보니, 이러한 남획 우려는 아직은 기우같습니다. 해면의 생존을 가르는 건 지구온난화 문제가 남획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심각하다고 합니다.[각주:2] 더불어 플라스틱에 의한 해양 오염도 해면의 생존을 위협하겠죠.

천연 해면 스펀지는 지금의 플라스틱 샤워볼, 샤워타올을 대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연소재이고 가공과정이 단순하면서 독성이 매우 낮고 쓰레기를 매우 적게 생산해내는 프로세스이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에서는 각질제거용으로 한 뷰티 전문 방송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후 점차 사용이 늘고 있는 추세인데 Non Plastic 측면에서는 바람직해 보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용한 천연 해면은 일반 샤워볼이나 샤워타올보다 고가이다 보니, 저희집에서는 아이들만 이 천연해면을 사용합니다. 저와 남편은 면사 코바늘 샤워타올을 이용하고 있구요. 조만간 출산하는 지인들이 많은데 출산 선물로 플라스틱 포장 없는 바스 비누와 함께 이 천연 해면 스펀지를 사줄 계획이에요. 플라스틱 없는 욕실을 구상하고 계신다면 천연 해면 스펀지도 함께 고려해보세요~ :)

  1. 출처 : 두산백과 '해면' http://www.doopedia.co.kr [본문으로]
  2. 출처 : Are natural sea sponges greener than synthetic shower poufs? / mother nature network, 2009.3.2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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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트 "친환경 아크릴수세미는 정말로 친환경일까?(바로가기)"에서 아크릴 또는 폴리에스터 실로 만든 수세미는 미세 플라스틱 섬유를 발생 시키고 바다로 흘러들어가 바다생물의 화학적 오염까지 일으킨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또한 그 대안으로 본래의 수세미로 돌아가는 것과 면, 마와 같은 천연 소재 실로 수세미를 뜨자고 말씀드렸죠.

이 포스트와 함께 제가 처음으로 뜬 면사 수세미를 보여드렸고, 그 이후에도 계속 이 면사 수세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세정력도 좋고 거품도 잘 날 뿐더러, 삶아 쓸 수 있어 위생적이라는 점에서 나날이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어머님, 친정엄마, 주변 지인들에게도 면사 코바늘 수세미를 선물로 드리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입니다. 면사가 주는 은은한 색감과 무늬가 고급스럽다는 의견도 있었고, 삶아 쓸 수 있다는 점이 좋다는 의견도 있었죠. 

저는 주방세제를 묻혀 사용하는 수세미와 헹굼용 수세미를 구분해 사용합니다. 면사 수세미를 사용하기 전에는 세제를 묻혀 거품을 내는 세정용으로 아크릴수세미를, 헹굼용으로는 옥수수소재로 된 망사형 수세미를 사용하고 있었죠. 소재가 '플라스틱'이라는 점만 빼면 꽤 괜찮은 조합이었습니다.

면사 수세미의 장점은 거품이 잘 나고 부드럽게 닦이는 반면, 건조 시간이 길고 거품이 잘 안 빠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물흡수력이 낮고 빨리 건조되는 소재로 헹굼용 수세미를 뜨게 되었죠. 면사의 굵기를 다르게, 여러 패턴으로 시도해봤는데 마음에 드는 헹굼용 수세미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마 소재가 건조가 빠르고 표면이 거칠어 수세미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마사 수세미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면사와 마사 두 개의 수세미를 한 팀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 주방에는 면사, 마사 수세미와 함께 루파라 불리는 진짜 수세미 세 가지가 걸려있는데요. 주방 위생의 첫번째 조건은 건조라고 생각해, 사용이 끝나면 물기를 꼭 짜서 바람 부는 창가에 매달아 놓고 이주에 한 번 꼴로 과탄산수소를 넣어 삶아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제가 사용하고 있는 루파 수세미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아는 오이목 수세미 본래의 모양대로 자른 것이 아니라 압착시킨 거라 거품이 잘 나고 세정력은 좋으나 건조 시간이 매우 길다는 약점이 있어요. 그래서 탄 자국을 제거하는 등 강도 높은 설겆이의 세제용으로만 사용하고 있죠. (그 이상의 상황에서는 철수세미를...)

서론이 길었는데요, 오늘의 본론은 제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면사와 마사 수세미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제 코바늘은 독학으로 조금씩 깨우쳐 이제 막 중수 정도에 도달한 실력인지라 만드는 방법이 꽤나 쉽습니다. 즉, 이제 막 코바늘을 쥐기 시작한 분도 조금만 노력하신다면 훌륭히 만드실 수 있다는 거죠. 제 가이드가 미흡했다면 언제든지 면담 환영합니다.

하나, 세정용 면사 수세미 뜨기

면사 수세미는 24합 또는 18합 정도가 적합한 것 같습니다. 유기농이면 더더욱 좋겠지만 최소한 순면 100%로 선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구매해 사용한 실은 아래의 것인데, 매듭이 단단해 보푸라기도 생기지 않고 튼튼합니다. 아래 실은 18합이고, 위 직접 뜬 수세미는 24합입니다. 

세정용 수세미의 핵심은 굴곡인 것 같습니다. 접합면이 많을수록 거품이 잘 나고 잘 닦이거든요. 저는 크런치 스티치(Crunch Stitch)로 수세미를 떴는데요, 보통 파우치나 가방 패턴으로 많이 사용하나 수건, 마른행주 등으로도 자주 응용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이 코바늘 무늬가 수세미에 적합한 이유는 양면이 모두 똑같은 무늬이고 파도무늬 같은 굴곡감이 세정력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실력으로 그려 본 도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 아래 2코씩 총 4코가 한개의 앞·뒤 무늬가 되는 형태인데요. 핵심은 원하는 길이대로 짝수 사슬코를 먼저 뜬 후 사슬코 하나를 기둥코로 만들고 빼뜨기와 긴뜨기를 번갈아 뜨는 것입니다. 저는 20개의 사슬코로 시작하는데 가로 세로 10개의 무늬를 만들고 사슬코 10개로 고리를 만들죠.


도안이 어려운 분은 아래 동영상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둘, 헹굼용 마사 수세미 뜨기

제가 사용한 마사는 아래와 같은 황마얀입니다. 100% 마 소재에 두께감이 있는 실을 찾다보니 아래의 것을 선택하게되었는데 앞으로 다른 Hemp사로 수세미를 더 떠볼 계획입니다. 저 1개 얀으로 약 4개 정도의 수세미를 만들 수 있는데 비용면에서 부담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마사 수세미는 헹굼용이기 때문에 세제가 남지 않고 잘 건조되어야 하는데요. 통기성을 고려해 만든 헹굼용 면사 수세미와 비교했을 때 그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 처음 사용했을 때는 감탄을 금치 못했죠. 만들 때에는 워낙 실이 뻣뻣해 손이 좀 뻐근했지만, 완성품에 물을 묻히고 사용하다보니 많이 부드러워집니다. 이 걸로 헹구면 사기 그릇이나 유리 그릇이 뽀득뽀득 씻겨지는 것이 눈에 보였어요. 

만드는 방법은 너무 쉽습니다. 사슬코와 한길긴뜨기를 번갈아 해 사각형을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포인트인데요. 면사보다 1센티 정도 크게 제작해야 사용하면서 크기가 얼추 맞게 됩니다. 물이 닿으면 크기가 줄어들거든요.

저보다 코바늘 고수님들이 워낙 많으시기 때문에, 더 나은 방법을 고안해내시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겁니다. 이 도안과 방법을 공유하는 제 바람은 단 하나, 천연 소재 실로도 훌륭한 수세미를 뜰 수 있으니 더 이상 아크릴실과 폴리에스터실을 친환경이라 믿고 수세미를 뜨는 건 그만하자는 것이죠. 색감이 좋은 면사들도 아주 많습니다. 수세미뜨기 고수분들은 다양한 면사와 마사실로 분명 효과적이고 멋진 수세미를 만드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제 막 수세미뜨기로 입문하시는 코바늘 러버분들도, 공방지기 또는 실 판매자의 '친환경' 홍보 문구에 더이상 현혹되지 마시고 첫 코바늘 입문은 천연 소재로 하시기를 강추하는 바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의 코바늘 수세미를 만들고 사용해보면서, 좋은 아이디어와 노하우가 생기면 공유할게요. 행복한 뜨개질하시길 바라고, 상쾌한 설겆이하시길 또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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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휴가는 친정에서 길게 보내기로 했습니다. 남편의 여름휴가와 작은 아이의 어린이집 방학 기간까지 붙여 2주간 있게 되었죠. 휴가가 기대한 것만큼 낭만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하루 들른 고성에서 휴대폰을 분실하는 바람에 남은 1.5주를 반강제적인 휴대폰 없는 생활로 지내야했고, 그로 인해 몇가지 골치아픈 꼬인 일들이 발생했고, 돌아오기 며칠 전에는 밤 중에 지네에 물려 시골집에 대한 낭만이 잠시 사그러들기도 했죠. 

수도권의 여름은 찜통같다했지만 다행히 친정은 남해바다와 인접하고 지리산 가까이에 위치해서 아주 덥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더운 한낮에는 그 흔하던 모기도 숨어있어서 마루에 발담그고 앉아있으면 이런 천국은 따로 없다고 느낄 정도였지요. 하지만 한낮의 운전은 아무리 빵빵하게 에어콘을 틀어도 너무 힘이 들었어요. 숨이 턱 막혔죠.

휴가에 대한 원래의 포부는, 시골에 가니 가능한 플라스틱 없이 살아보자였습니다. 하지만 친정임에도 제 집은 아니고, 이 공간에 손님으로 오다보니 최선을 다하는 걸로 만족하게 되나봅니다. 외출 시에는 항상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가져갔고, 친정엄마를 위해 면사로 뜬 수세미와 네트백도 선물로 드렸죠. 

그리고 휴가 도중에 만난 반가운 소식. 환경부가 일회용 플라스틱컵 남용에 대한 본격적인 단속을 실시하면서 제가 방문한 프랜차이즈점들은 뭔가모를 긴장감이 많이 느껴졌어요. 수도에서 먼 남쪽 지방이었지만 소규모 점포에도 일회용컵 사용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었고, 어색하지만 유리컵과 머그컵 사용을 물어보는 곳도 꽤 있었구요. 특히 박물관, 과학관 등 공영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카페의 경우 텀블러 할인 혜택은 물론이고 아주 잘 된 메뉴얼에 따라 서빙하고 있었죠. 

집에 돌아온 주말은 연휴의 여운에서 허우적거리며, 만사 다 귀찮다는 태도로 보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서야, 이주간의 행적에 대한 소회를 풀고자 합니다.

하나. 곳곳에서 만난 아이디어

저는 모든 사람들, 환경문제에 관심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무의식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친환경적인 습관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한 선택이나 행동을 한 이유가 본래 환경을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해도, 어느 시각에서 보면 다분히 친환경적일 수 있죠. 

가장 먼저 발견한 아이디어는 액체류를 배송할 때 사용하는 비닐뽁뽁이를 화분으로 사용한 휴게소의 어느 가두매장이었어요. 포장재에 물을 담아 들꽃하나 꽂아놓은 것이 어찌나 제 눈에는 시크하게 보이던지. 저 포장재를 많이 사용하는 곳이라면 화분 아이디어를 활용해 최근 유행하는 플랜테리어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어요.

친정집을 가는 길에 시부모님이 여가생활을 즐기고 계시는 경상도 백운산 자락을 들렀어요. 해발 600m 고지의 이곳은 청정 그 자체였죠. 미세먼지 알림앱이 아무리 빨갛고 노랗다하더라도 이 곳은 모든 지수가 한 자리 수의 파랑이었어요. 하늘은 높고 공기는 맑고 시원하고. 장수풍뎅이가 시부모님의 컨테이너 주변에서 놀고 새벽에는 온갖 새들의 지저귐이 시끄러웠죠. 뻐꾹이, 소쩍새, 딱따구리 등 제가 아는 선에서의 새들은 모두 모아놓은 것 같았어요. 이곳에서의 하룻밤은 몸도 마음도 힐링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시부모님의 아이디어들은 곳곳에 숨어있었어요. 직접 아버님께서 만드신 다양한 나무가구부터, 이 곳에 오실적에 나뒹굴고 있던 물탱크를 샤워장으로 개조하셨구요. 특히 감탄했던 것은 생태화장실이었어요. 상하수도 설치가 안된 이 곳에서 변을 처리하기 위해 아버님은 생태화장실을 만드셨는데, 소변은 따로 모아 요소비료로 사용하시고, 대변은 톱밥으로 덮은 후 땅에 묻어 거름으로 사용하시고 계셨죠. 옛날 푸세식 화장실을 생각해 냄새와 파리를 걱정했는데, 정말로 신기하게도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어요. 투박한 솜씨이나 이렇게 친환경적인 화장실은 처음이라 참 놀랐지요.

친정 아버지도 전문적으로 배운 목수일은 아니지만 뭐든 뚝딱 만드시는데, 오래된 것과 자연의 것을 해치지 않고 조화롭게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금자리를 꾸미셨어요. 녹차나무로 울타리를 세우고, 그 지역 폐벽돌을 실어와 길을 만들고, 그 땅 오랫동안 박혀있던 바위를 살려 쉼터를 만드셨죠. 빠르고 쉬운 방법대신 택한 방법은 투박하지만 든든했고 자연스러웠습니다. 그 곳에서 노는 아이들은 정말 행복해 보였어요.


둘. 언제 어디서나 텀블러, 다회용 빨대, 손수건

소지품이 어쩔 수 없이 많아지는 여행길이지만, 텀블러와 빨대, 손수건은 여행의 필수 아이템이었어요. 텀블러는 냉커피를 오랫동안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정말 좋은 도구였고, 아이들의 남은 음료도 담아갈 수 있었죠. 아이들을 위한 실리콘 빨대 덕에 일회용 빨대를 거부할 수 있었어요. 손수건은 입을 닦고 코를 푸는 용도 외에도 여행 중 역할을 톡톡히 했는데요. 즉흥적인 바닥분수 물놀이로 젖은 아이들의 옷을 말리는데 요긴하게 사용했고, 무더위에 적셔 머리위에 올리면 더위도 이겨낼 수 있었어요. 여행 중간에 작은 아이와 제가 감기에 걸리는 바람에 적게 가져온 손수건이 아쉽긴 했지만 텀블러와 빨대, 손수건은 제게 필수품이 되어 버린 걸 알 수 있었어요.

고성 공룡박물관 카페는 그 곳 로고를 멋지게 새겨넣은 유리잔에 음료를 담아 나무 쟁반에 담아줬는데 그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너무 더워 전망대 이 카페까지 아무도 오지를 않아, 저희만 전세 내듯이 쉬었다 왔죠.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갔을 때 텀블러는 더욱 빛났어요. 무려 이곳에서는 개인컵을 가져오면 1천원이나 할인되었거든요!

그리고 항상 가방 깊숙히 넣어다니는 장바구니는 효자노릇을 했는데요. 친정엄마의 장보기에 따라가서도 일회용 봉투 사용을 만류하고 제 장바구니를 이용할 수 있었죠. 가볍고 큰데 튼튼하다는 엄마의 평가에 그 장바구니는 엄마께 드렸고, 간김에 네트백도 하나 떠 드렸습니다.

셋. #2 Minute Beach Clean

이번 여행에서 중요한 일정 중 하나는 물놀이였어요. 남쪽 바다를 가는데 해수욕을 안할 수 없잖아요. 친정 가까이에 계곡도 많답니다. 하지만 2주의 일정 동안 물놀이는 전혀 할 수 없었어요. 해가 너무 강해 오히려 해수욕장엔 사람이 너무 없었고, 반대로 계곡엔 관광객들이 넘쳐났죠.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이유로 물놀이는 친정 시골집에서만 하는 것으로 결정했죠. 외할아버지는 아이들을 위해 쉼터 크기에 꼭 맞는 풀장을 준비해주셨어요. 근처 계곡물로 채우니 여느 계곡들 부럽지 않은 개인 물놀이장이 완성되었습니다.

여행 중 읽고 있던 책 <No. More. Plastic.>의 저자는 #2minutebeachclean 운동의 창시자이고 바닷가 여행에서 2분만 투자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치우길 권장했죠. 저 또한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익히 잘 알고 있었기에 올 여름 바다에 간다면 꼭 #2minutebeachclean 운동에 동참하자라고 남편과 얘기했었어요. 유난히 더워 해수욕장 근처도 못간 이 여름에, 저의 첫 실천은 고성 공룡테마파트 안의 상족암에서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덥더라도 공룡발자국은 직접 봐야 한다 생각해 내려갔는데, 절경에 먼저 놀라고, 구석구석의 쓰레기들에 또 한 번 놀랐죠. 그 좁은 곳에, 그리고 우리가 보존해야할 유산인 곳에 왜이렇게 쓰레기가 많은 거죠. 가장 많았던 것은 근처 양식장에서 흘러 들어온 스티로폼 부표였구요. 생수통과 일회용 플라스틱컵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어요. 간혹 맥주패트두요. 이런 곳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을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터라, 제가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봉투인 아이 기저귀 담는 용도의 지퍼백에 담았는데, 씁쓸하더라구요.  

넷. 시골집의 낭만, 자연놀이

이번 여행에 아이들이 가져온 개인 장난감은 각각 한가지. 큰 아이는 최근에 생일로 받은 미미인형, 작은 아이는 캐릭터페어에서 사준 덤푸 다이제스트였죠. 하지만 아이들은 이 장난감들을 가져온 첫 날 빼고는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할아버지가 작업 후 땔감으로 모아둔 나무 조각들을 블럭 삼아 가지고 놀았고, 천지에 있는 감나무잎과 마른 대나무 가지로 발을 만들고 놀았죠.

그리고 시골집의 여름밤 백미인 봉숭아꽃 물들이기도 했어요. 저 어릴 적엔 엄마가 손톱에 올린 후 랩으로 감아주셨는데, 비닐과 플라스틱 없는 경험이 되라고 가지고 간 광목천으로 감싸고 면사로 묶어줬죠. 백반을 넣지 않아 색상이 진하진 않았지만 예쁜 색이 나왔습니다.

연휴 속에서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는데, 연휴가 끝나고 보니 그 시간이 참 빨리도 가버리네요. 가장 더울 때를 피해 갔다와서 서울이 그렇게 더웠나 싶을 정도로 현실감이 떨어진 듯합니다. 오랜만에 느끼는 선선한 이 밤이 너무도 소중하네요. 이번 여행은 플라스틱과 일회용에 대해 완벽한 휴가는 아니었어요. 그래도 제 스스로의 약속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었고, 그러한 생활에 익숙해진 제 모습이 많이 대견스러웠습니다.

아이들 돌보느라 당시에는 잘 쉬었다 말하기 어려웠지만, 일상에서 떨어져 새로운 경험과 낭만을 즐긴 것만으로도 생기가 충전되니 좋은 여행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친환경적인 여행이 그리 거창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작은 준비만 필요할 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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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생활을 해보자라고 마음 먹은 후 블로그를 운영한 지 약 3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3개월의 고비가 찾아왔어요. 요즘 저의 상태는 마음과 실천의 이질적 분리라고 할 수 있어요.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으로는 갈등하는 상황, 어떻게 해야할 지는 알겠는데 그렇게 하지는 못하는 상황이죠. 

하나, 유별나다는 평가에 대한 두려움.

플라스틱의 남발, 해악성에 대해 관심이 늘다보니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이 부분을 언급하게 되요. 그리고 제가 제 성격을 아니 이 대화가 상대방에게 불편할 지 몰라 조심하게 되죠. 마치 정치나 종교얘기처럼 말이에요. 한편 플라스틱의 해악성, 실태에 대한 제 언급이 상대방에게 어떤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을 지모른다는 이상적인 시나리오도 꿈꿉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이슈에 대한 중요도가 다르듯이 반응도 다르죠. 제가 블로그를 운영하며 처음 글을 쓸 때도, 이 부분을 이해했다고 믿었기 때문에 환경 이슈에 대한 성선설-누구나 환경 이슈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나 후천적 영향으로 실천이 어렵다, 환경 이슈의 중요성을 알기에 체감하지 못하는 사소한 한 가지라도 친환경적인 실천을 누구나 하고 있다는 제 나름의 해석-을 언급했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 상처받지 말아야 한다 다짐을 했음에도, 실제로 이러한 대화가 진행되면 상처받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제게 상처가 된 반응 중 하나는 "OO은 플라스틱 안 쓰지"와 같은 말이었어요. 저는 보편타당한 상식을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OO은 이런 사람이야라고 저를 별종인 사람으로 판단하는 꼬리표같은 말로 바뀐 거였죠. 이 말이 제게 왜 불편할까 생각하니 여러가지가 복합적인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제 설득이 먹히지 않은 데에 대한 허무함이고, 또 하나는 상대방을 설득하기에 부족한 제 어중간한 상황-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겠다 말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상당 부분이 플라스틱인 것-에 대한 자책, 그리고 제 스스로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인정하는 용기의 부족이 아닌가 싶습니다.

둘,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용기.

만약 제가 온 집안의 플라스틱을 모두 없애고 대체안을 모두 마련한 다음 시작했다면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선택한 방법이, 가지고 있는 플라스틱들과 재사용 및 재활용으로 타협하고, 어쩔 수 없는 플라스틱 소비는 허용하다보니 오히려 스트레스가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실천의 속도가 더디다고 생각하니 답답하기만 하구요. 저는 열심히 실천한다고 생각했는데 시선을 어디에 돌려도 플라스틱은 도처에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 실천은 갈등의 연속입니다.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 수집에 대한 실천은 참 어렵습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자'는 제 오래된 신념이면서 6살 딸 아이도 아는 상식인데, 너무나 사람들은 쉽게 쓰레기를 만들고 버립니다. 가령 저희 아파트 놀이터에는 하교길 아이들이 버린 것 같은 과자봉지며 어른들의 담배꽁초가 자주 눈에 띄입니다. 미화원 분들이 일일이 청소하시는데도 말입니다. 그렇게 보이는 쓰레기를 '쓰레기네'하고 줍고 말면 쉬울텐데, 그 쓰레기를 보고 드는 첫 감정이 비상식적인 행동에 대한 분노와 짜증이다보니 오히려 손이 안가는 것 같습니다. 

셋, Out of Control.

7월은 일년 중 가장 바쁜 달입니다. 연이은 생일과 행사로 마음과 시간을 써야할 곳이 많죠. 그러다보니 부딪히는 일상에서 순발력있게 플라스틱을 거부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됩니다.

주문제작한 딸 아이 생일 답례 케이크는 투명하고 예쁜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있었습니다. 두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페어에 갔을 때 받아온 대부분의 기념품들은 비닐과 플라스틱이었구요. 올 여름 제 나름대로 열심히 거부하고 있는 홍보용 플라스틱 부채는 벌써 두 개나 집에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고민고민하여 야심차게 들여놓은 새 물건을 택배로 받아보니 거대한 부피의 스티로폼 포장이 제 마음을 짓눌렀죠.

실천이 깔끔하게 No Plastic 결과로 되돌아 오는 경우가 적다보니 더욱 지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러한 제 현실에 단비같은 책이 있었어요.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산드라 크라우트바슐 지음 / 류동수 옮김 / 양철북)」라는 책인데, 요즘의 제 심경을 어찌 그리 잘 아는 지, 제가 이 책의 저자인양 공감하며 읽었어요. 저자가 일년 반 동안의 좌충우돌 상황을 담담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과정을 거쳐 어느 경지에 올랐기 때문이겠죠. 제가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심정을 너무나 잘 담았더라구요. 이 책의 끝맺음 말은 저를 따뜻하게 위로합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그런 의욕을 유지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조언 한마디만 더. 한두 가지의 작은 태도 변화로 시작해서 서서히 그러나 확고하게 더 넓은 영역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좋다. 경험상 이런 일은 재미가 있고 기분이 좋으면 스트레스와 양심의 가책을 갖고 할 때보다 훨씬 더 잘, 그리고 더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처음부터 목표를 너무 크게 잡으면 실패하기 쉽다. 그리고 의욕이 저하되었을 때는 멋진 자연의 품에 안겨 자신의 행동의 동인이 무엇이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그것과 서로 잘 어울리는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지금 제게 필요한 건 반성과 자책보다는 여백과 여유인 것 같습니다.


P.S.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 '올바른 소비'를 위한 팁의 일부는 실천하고자 하는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공유합니다.

<물건을 구매할 때 항상 유념해야 할 사항들>

- 대규모로 광고하는 제품들은 특히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 품목별로 자기가 구입하는 제품을 정해 둔다. 

- 포장이 간결한 제품을 선택한다.

- 물건을 담아 올 용기와 천 쇼핑백 또는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닌다. 

- 공짜로 주는 비닐봉지는 반드시 거부한다.

- 가능한 한 천연재료, 특히 자기 지역에서 난 것을 선택한다.

- 합성소재를 피할 수 없을 때에는 품질과 내구성이 좋고 필요할 경우 수선도 가능한 제품을 선택한다.

- '더 적은 것이 더 많은 것'이라는 격언을 항상 염두에 둔다.

- '옛' 해법을 더올려 본다.

- 각종 세제의 사용량을 감각적으로 부족하다 싶을 만큼 줄인다.

- 식료품이나 기타 소비재를 자기가 사는 곳 바로 인근에서 살 수 있는지 항상 확인한다.

- 필요하다면 공동구매를 적극 조직한다.


P.S. 혹시 저와 같은 고민이신 분이 계실까요? 그런 분들 중 이 책을 읽어보고 싶으시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제가 읽은 책이지만 드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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