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전까지만 해도 저희집은 일회용 물걸레 청소포를 사용했습니다. 보통은 한장씩 뽑아쓰는 형태를 사용했는데, 가장 최근에 사용했던 것은 의도치 않았지만 위와 같이 한장씩 뜯어쓰는 형태였어요. 플라스틱의 남발에 대해 문제의식이 생긴 후 이 일회용 청소포는 제게 죄책감이 되었습니다. 내 집안 깨끗이 한다고 플라스틱 섬유가 포함된 부직포 쓰레기를 매번 한두개씩 지구에 쏟아내는 아이러니함을 느꼈죠. 하나씩 뽑아쓸 때마다 죄책감이 하나씩 들춰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비닐 개별 포장이 된 청소포를 뜯을 때는 오죽했을까요. 있는 것을 안쓰자니 자원낭비고 쓰자니 견딜 수 없는 마음의 불편함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결국 타협안은 마음에 드는 청소용 걸레 대안을 마련할때까지만 사용하는 거였죠.

청소용 걸레는 말그대로 걸레이기때문에, 걸레를 위해 돈을 쓴다는 게 내키지가 않았어요. 이것도 돌이켜보니 아이러니인데, 일회용 청소포 사는 데는 돈을 쓰면서 막상 걸레를 마련하는데는 아까움을 느낀다니 참 이상하죠. 제가 정한 청소용 걸레 대안의 기준은 세 가지. "하나, 면 소재여야 한다. 둘,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한다. 셋, 비용을 최소화한다."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중에서 몇 천원씩 파는 면 소재의 청소용 면포들은 포기했어요. 그것들을 사기위한 비용 발생도 아쉬웠지만, 대부분의 면포들이 비닐포장되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온 것이 아이들의 철 지난 옷들이었어요. 특히 작은 아이는 여러 곳에서 물려받아 최종 종착지가 된 티셔츠들이 꽤 되거든요. 크기가 작아진 것도 그렇지만, 워낙 활동적이어서 물감이며 싸인펜이며 초콜릿 자국, 케첩 자국이며 물려입기도 재사용하기도 애매한 것들이 많았죠. 그래서 이걸로 청소용 걸레를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렴풋이 중학교 시절 실습했던대로 네 귀퉁이를 막는 걸레 형태를 만들었어요. 하지만 시행착오 끝에 제게 맞는 밀대용 청소 걸레를 만드는 법을 알게되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면 100%의 아이 웃도리를 잘 편 후 겨드랑이 밑을 일자로 절단합니다. 긴팔, 반팔 관계 없어요. 티셔츠 말고 내복도 좋습니다. 주머니나 다른 소재 무늬가 있어도 괜찮아요. 그런 후 절단한 부분의 1센티 아래 정도를 일자로 박음질해줍니다. 저는 집에 재봉틀이 있어서 한 번 일자박기로 드르륵 박아주면 되는데, 손바느질도 괜찮습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요.

 

포인트는 그렇게 박음질한 후 박음질 안된 다른 쪽에 손을 넣어 뒤집어 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좌우 양쪽은 오버로크되거나 단 처리가 되어있고 한쪽은 막혀진 형태가 돼요. 거추장스러운 태그는 가위로 바짝 잘라주면 됩니다. 이렇게 청소용 걸레가 완성됐어요. 뒤집는 이유는 오랜 사용으로 낡아진 겉면보다 안쪽면의 상태가 양호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주머니나 무늬 등의 영향을 받지 않아 사용 시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이 날 한 시간도 안되어 철 지난 아이 옷으로 다섯개의 걸레 면포를 만들었어요.  

  

완성된 면포는 물을 묻힌 후 꼭 짜서 기존 사용했던 밀대에 끼워넣으면 됩니다. 3M 표준형 밀대에 90~100사이즈 아이옷이 꼭 맞네요. 저는 이렇게 끼운 상태로 밀대질을 하는데, 걸레가 아래로 밀려들어와 뽀독거리는 소리가 불편하다면 열린 부분을 집게로 꽂아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집안을 한 바퀴 다 돌고 온 걸레의 모습이에요. 이후 상하만 바꿔 밀대에 껴서 또 사용해도 되고 밀대에서 뺀 후 반으로 접어 손걸레로 사용할 수도 있어요. 걸레이다 보니 사용 후에는 먼지를 털어내고 애벌빨래한 후 다른 면 제품들과 같이 세탁기에 돌리면 됩니다. 너무 더럽다 싶을 때에는 과탄산소다 한 스푼 넣고 푹 삶아주면 깨끗해집니다. 

별거 아닌 아이디어지만, 분리수거장 헌옷수거함에 내놓기도 민망한 옷들을 재활용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렇게 일회용 청소포와 작별할 수 있게 되어서 또 좋구요. 잘려진 짜투리 부분은, 제 경우 따로 모았다가 아이의 물감 팔레트를 닦거나 창틀을 닦을 때 사용합니다. 버려짐이 없어 참 좋은 재활용아이디어죠. :)

마트에 갈 때 비닐속봉투, 롤백 대신 재사용봉투를 사용하자는 약속을 한 지 한 달이 거의 되고 있어요. 여전히 쇼핑할 때는 장바구니와 함께 여러 사이즈의 재사용봉투를 가지고 다닙니다. 야채를 담을 때는 양파망을 가장 많이 사용하구요, 양배추처럼 부피가 큰 것은 지난 번에 만든 티셔츠 재활용 봉투를 사용해요. 수박처럼 무거운 것은 캔버스백이 적격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활하다보니 작은 사이즈의 재사용봉투가 생각보다 많이 필요합니다. 쇼핑한 야채는 비닐봉지에 담은 채 냉장고 야채칸에 넣듯이 재사용봉투 째 넣어서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그래요. 다 사용한 재사용봉투는 깨끗이 빨아 다시 사용하는데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크기와 종류 별로 최소 10개 정도는 구비해 놓아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오늘은 작은 크기의 재사용봉투를 만들기 위해 아이의 낡은 티셔츠를 꺼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이 아이입니다. 작은 아이의 옷인데 더이상 작아서 맞지 않은데 하단 실밥이 많이 뜯어져서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기도 어려워요.

준비물로는 이런 낡은 셔츠와 가위가 필요합니다. 먼저 반으로 접어주세요. 그리고 오른쪽 사진처럼 소매, 목부분, 소매끝을 가위로 잘라냅니다. 소매끝 부분은 나중에 매듭으로 사용할거라 남겨둡니다.

그리고 옷 하단의 바이어 부분도 잘라냅니다. 그런 후 약 1센티 간격, 약 3센티 정도 길이로 끝을 잘라주세요.

이제 아래부분을 보이지 않게 매듭지어야 하기 때문에 옷의 안과 밖을 뒤집어 주세요. 그리고 앞면과 뒷면의 1cm 간격의 천을 한 번씩 묶습니다.

끝까지 매듭을 만들었으면 더 튼튼하게 다시 한번 묶어줘요. 그런 후 원래대로 뒤집어주고 남겨놓은 소매끝의 두꺼운 부분을 잘라서 만든 끈을 손잡이 부분에 끼워 리본을 만들어 주세요. 아래 참고용 동영상을 보시면 매듭을 지을 때 옆 매듭과 번갈아 묶으라고 되어 있는데 제 경우 같은 매듭을반대 방향으로 한 번 더 묶는 것이 보다 튼튼한 것 같아요. 대신 하단에 구멍들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그럼 요렇게 재사용봉투가 완성됩니다. 모양은 투박하지만 부드럽고 세탁하기 쉽고 가벼운 재사용봉투랍니다. 전 곰손이라 이 정도 퀄리티밖에 못 냈지만 분명 금손인 엄마분들은 더 멋지게 만드실 수 있을 거에요. 집에 재봉기가 있거나 손바느질 속도가 빠르시다면 아래 매듭 부분을 박음질로 처리하고 가위로 잘라낸 손잡이 부분도 감침질 처리를 한다면 더욱 튼튼하게 오래 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시험 삼아 오렌지를 담아봤어요. 서너개가 거뜬히 들어가는 크기고 무게도 견딥니다.

아래는 제가 티셔츠 재사용봉투를 만드는 방법을 참고한 동영상이에요.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으니 참고하셔서 함께 만들어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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